검찰이 8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 대해 회사 돈 540억원 안팎을 횡령하고 3100억원대 배임을 한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 전 회장은 비리 금액도 많지만 수사를 앞두고 컴퓨터상의 서류를 없앤 흔적이 드러났다고 한다. 검찰이 STX그룹을 압수 수색했을 때 강 전 회장과 임원들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파일들이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자료를 삭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술로 완전히 삭제된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가를 동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강 전 회장은 쌍용양회 사원으로 출발, 2001년 쌍용중공업을 비롯, 은행 빚으로 범양상선(STX팬오션), 대동조선(STX조선해양) 등을 잇달아 인수해 그룹을 재계 서열 13위로 키웠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해운·조선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그룹 전체가 경영난에 빠진 끝에 작년에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고 강 전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강 전 회장은 이달 초 검찰에 출석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외 출장이 많아 전혀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뭘 숨기겠다고 복구할 수 없는 방법으로 컴퓨터 기록을 삭제했는지 궁금하다. 검찰은 증거 인멸을 도와준 사람들을 밝혀내야 한다.
검찰이 작년 5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압수 수색에 나섰을 때도 압수 수색 전날 밤에 일부 사무실 컴퓨터를 통째로 새것으로 교체한 사실을 발견했다. 2010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수사 때는 한화그룹 사무실에서 압수 수색 전날 중요 자료를 밤새워 파쇄(破碎)해 정작 검찰이 들어갔을 때는 잡지·소설책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현행 형법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는 것은 처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수사를 앞두고 회사의 공식 서류를 없애는 것은 법으로 보장된 자기방어권을 행사하는 차원을 넘어 범죄를 은폐·조작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국회는 회사 공식 서류를 조작·폐기하는 데 대해 처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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