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새벽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사거리 500㎞의 탄도 미사일 두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북한은 26일엔 신형 300㎜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추정되는 발사체 세 발을 동해로 쏘아올렸다. 이 발사체 사거리는 190여㎞로 기존 300㎜ 방사포(150∼160㎞)보다 30㎞ 이상 길었다. 북한 관영 매체는 이 발사체를 새로 개발한 전술유도탄이라고 소개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시험발사를 지켜보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유도탄이라고 한 만큼 발사체가 러시아제 위성 위치정보시스템(글로나스)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
스커드 미사일과 방사포는 우리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다. 생화학 무기가 탑재 가능한 스커드 계열로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신형 방사포는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넣는다. 현재로선 요격할 방법이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혼란이 이어지고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새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와 더불어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김정은은 16일 잠수함에 직접 올라 타 “적 함정의 허리를 분질러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제는 북한 해군의 선제 공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한 제 2연평해전 12주년이었고,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날이기도 하다. 안보에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무력 시위를 재개한 시기도 주목거리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된 지난 2, 3월에 미사일과 방사포를 집중 발사했다. 그런 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3, 4일 방한을 앞두고 중국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진핑은 북한에 들르지 않고 한국을 찾는 첫 중국 최고지도자다. 북한은 무력 시위를 통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강경 메시지가 나오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문제나 재래식 차원에서의 추가 도발에 대해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때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성숙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1일의 북·일 외무 국장급 회담을 맞아 일본의 태도를 시험삼으려 했을 수도 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등 조사를 위해 설치하는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 문제를 일본에 설명하고,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 일부를 해제할 예정이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엄중히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일 대북 안보 공조에 금이 가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은 일본에 직접적 위협이 아닌가. 정부는 북·일 협의,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하고 한반도 평화와 화해, 협력을 위한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기 바란다.
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중앙_[사설]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 도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른바 구조조정 기피증이다. 부실 징후가 뚜렷해진 기업엔 낡은 피를 새 피로 갈아주듯 구조조정이 필수다. 하지만 채권단과 기업은 가능한 한 구조조정을 미루고 싶어 한다. 결과는 더 큰 부실이다. 미룰수록 부실은 커지고 국가 경제에 부담만 늘어나기 십상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게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도 금융감독위원회를 사령탑으로 한 신속·과감한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 들어 STX·동양그룹 등 재계 서열 상위 그룹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지난 정권부터 부실징후가 뚜렷했지만 구조조정을 미룬 탓에 빚이 눈덩이처럼 커진 기업들이다. 그 바람에 부실을 대신 떠안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은행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과 채권단, 재계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동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부는 우왕좌왕하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재계는 산업은행이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매각만 고집한 탓이라며 비난하고, 채권단은 동부가 핵심 알짜 자산 매각을 미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동부뿐 아니다. 많은 기업에 부실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나빠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꼽은 대기업 계열은 올 들어 한라·현대·한진중공업 등 9곳이 추가돼 14개로 늘었다. 삼성·현대차 빼고 온전한 그룹을 찾기 어려울 정도란 말까지 나온다. 기업 신용등급은 줄줄이 떨어지고 인수합병(M&A) 시장에는 매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기업 하나 파는 데도 이견이 많아 지지부진하다. 재무구조 개선도 이렇게 어려우니 조선·철강 등 과잉 투자 업종의 산업 구조조정 등은 엄두도 못 낸다. 신속·과감한 구조조정만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이고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그 일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 들어 STX·동양그룹 등 재계 서열 상위 그룹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지난 정권부터 부실징후가 뚜렷했지만 구조조정을 미룬 탓에 빚이 눈덩이처럼 커진 기업들이다. 그 바람에 부실을 대신 떠안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은행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과 채권단, 재계는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동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부는 우왕좌왕하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재계는 산업은행이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동부발전당진)’ 매각만 고집한 탓이라며 비난하고, 채권단은 동부가 핵심 알짜 자산 매각을 미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동부뿐 아니다. 많은 기업에 부실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나빠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꼽은 대기업 계열은 올 들어 한라·현대·한진중공업 등 9곳이 추가돼 14개로 늘었다. 삼성·현대차 빼고 온전한 그룹을 찾기 어려울 정도란 말까지 나온다. 기업 신용등급은 줄줄이 떨어지고 인수합병(M&A) 시장에는 매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기업 하나 파는 데도 이견이 많아 지지부진하다. 재무구조 개선도 이렇게 어려우니 조선·철강 등 과잉 투자 업종의 산업 구조조정 등은 엄두도 못 낸다. 신속·과감한 구조조정만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이고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그 일을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다.
중앙_[사설] 시의원이 사람을 죽이라고 청부했다니 …
또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 일어난 ‘강서구 60대 재력가 살인사건’의 배후로 현직 서울시의원을 체포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그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에 재선된 김형식 의원은 빚 5억여원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송모씨를 살해해 달라고 친구인 팽모씨에게 청부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 살인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단순 금품을 노린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원한 등에 의한 계획적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가 진행됐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사무실 폐쇄회로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와 택시 GPS 추적 등을 통해 사건 2주 만에 팽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그러나 팽씨는 사건 사흘 만에 중국 선양(瀋陽)으로 도피했고, 이에 경찰은 중국 공안과 공조해 중국에서 팽씨를 체포했다.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는 팽씨의 진술에 의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팽씨가 자신에게 진 빚 7000여만원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살인을 교사했다. 또 팽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된 이후 김 의원과 통화에서 ‘네가 오면 내가 죽는다. 거기서 죽든지 탈옥하든지 해라’고 다그치는 데 배신감을 느껴 사건 일체를 자백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관에서 출발해 시의원으로 활동한 전형적인 정치전문가다. 그런 정치전문가가 자신이 출마한 지역(강서구)의 재력가에게서 지난 지방선거 당시인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5억원대의 돈을 주저 없이 빌렸다는 것도 부적절한 처신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빚독촉을 받고 살인을 청부하고, 살인교사범에게 꼬리를 자르기 위해 죽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김 의원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김 의원 주장대로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치전문가의 인성과 도덕성이 이토록 파괴적이고 파렴치하다는 사실은 국민 정서를 심각하게 해치고,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시의원과 지역 재력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부터 범행까지 모든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이 살인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단순 금품을 노린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원한 등에 의한 계획적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가 진행됐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사무실 폐쇄회로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와 택시 GPS 추적 등을 통해 사건 2주 만에 팽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그러나 팽씨는 사건 사흘 만에 중국 선양(瀋陽)으로 도피했고, 이에 경찰은 중국 공안과 공조해 중국에서 팽씨를 체포했다.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는 팽씨의 진술에 의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팽씨가 자신에게 진 빚 7000여만원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살인을 교사했다. 또 팽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된 이후 김 의원과 통화에서 ‘네가 오면 내가 죽는다. 거기서 죽든지 탈옥하든지 해라’고 다그치는 데 배신감을 느껴 사건 일체를 자백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관에서 출발해 시의원으로 활동한 전형적인 정치전문가다. 그런 정치전문가가 자신이 출마한 지역(강서구)의 재력가에게서 지난 지방선거 당시인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5억원대의 돈을 주저 없이 빌렸다는 것도 부적절한 처신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빚독촉을 받고 살인을 청부하고, 살인교사범에게 꼬리를 자르기 위해 죽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김 의원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김 의원 주장대로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치전문가의 인성과 도덕성이 이토록 파괴적이고 파렴치하다는 사실은 국민 정서를 심각하게 해치고,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시의원과 지역 재력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부터 범행까지 모든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중앙_[사설] 최경환 경제팀, 경기부양 정공법으로 하라
경기지표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2.7%나 감소했다. 2008년 12월(-10.5%)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올 들어 3월 한 달만 빼고 줄곧 마이너스 행진이다. 설비투자·건설공사도 마찬가지다.
걱정스러운 건 이 같은 생산·투자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6.5%로 정점을 찍은 뒤 3%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소비나 설비·건설투자 역시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나라 밖 사정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0.7~0.8%포인트 낮췄다. 유럽은 디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이 와중에 원화 환율은 연일 절상돼 달러당 1000원 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다음 달 출범할 최경환 경제팀의 어깨가 무거운 건 이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경제의 활로를 뚫어내야 한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팀이 쓸 부양책의 첫 단추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가 거론되고 있는 건 불안하다. 경기를 살리자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때는 게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DTI와 LTV는 경기부양 수단이 아니다. 금융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평형수’다. 당장 급하다고 평형수에 손대는 건 위험천만하다. 경기부양이 급하다고 카드사의 마구잡이 거리 모집을 눈감아줬다가 2002년 ‘카드 대란’를 겪은 전철은 되밟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실효성도 의문이다. 은행이 대출을 적게 해줘서 집을 못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이미 폭발 직전인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만 건드릴 수 있다.
경기부양엔 금리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같은 정공법을 택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13개월째 금리 동결을 고집해 온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이란 도그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은 저성장·저물가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서 비전통적 정책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Fed는 100년 전통을 깨고 ‘양적완화(QE)’라는 부양책을 세 차례나 썼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 대신 과태료를 매기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Fed나 ECB가 시장에서 존중받는 건 이처럼 국가적 위기에 발 벗고 나선 책임감과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가장 뒤탈 없고 확실한 경기부양책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 혁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경제민주화 논란으로 1년을 실기한 뒤 규제 개혁으로 방향을 튼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이 세월호 참사 후 다시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걱정스럽다. 국민의 안전이나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강화하되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규제는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 일자리 없는 경기부양은 사상누각이다.
걱정스러운 건 이 같은 생산·투자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6.5%로 정점을 찍은 뒤 3%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소비나 설비·건설투자 역시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나라 밖 사정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0.7~0.8%포인트 낮췄다. 유럽은 디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이 와중에 원화 환율은 연일 절상돼 달러당 1000원 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다음 달 출범할 최경환 경제팀의 어깨가 무거운 건 이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경제의 활로를 뚫어내야 한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팀이 쓸 부양책의 첫 단추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가 거론되고 있는 건 불안하다. 경기를 살리자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때는 게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DTI와 LTV는 경기부양 수단이 아니다. 금융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평형수’다. 당장 급하다고 평형수에 손대는 건 위험천만하다. 경기부양이 급하다고 카드사의 마구잡이 거리 모집을 눈감아줬다가 2002년 ‘카드 대란’를 겪은 전철은 되밟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실효성도 의문이다. 은행이 대출을 적게 해줘서 집을 못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이미 폭발 직전인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만 건드릴 수 있다.
경기부양엔 금리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같은 정공법을 택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13개월째 금리 동결을 고집해 온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이란 도그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은 저성장·저물가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서 비전통적 정책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Fed는 100년 전통을 깨고 ‘양적완화(QE)’라는 부양책을 세 차례나 썼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 대신 과태료를 매기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Fed나 ECB가 시장에서 존중받는 건 이처럼 국가적 위기에 발 벗고 나선 책임감과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가장 뒤탈 없고 확실한 경기부양책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 혁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경제민주화 논란으로 1년을 실기한 뒤 규제 개혁으로 방향을 튼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이 세월호 참사 후 다시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걱정스럽다. 국민의 안전이나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강화하되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규제는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 일자리 없는 경기부양은 사상누각이다.
중앙_[사설] 한국 정치의 중심 문제가 된 '대통령 인사'
박근혜 대통령의 ‘도로 정홍원’ 인사는 후유증이 크다.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 국회 인사청문회, 언론의 사전검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 유능하고 통합적인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앉히는 문제가 한국의 정치가 해결해야 할 중심 과제로 떠올랐다. 인사 문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안전 가치도, 국가개조도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제왕적 대통령의 인사권을 입법부가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총리나 장관 등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공직 후보자들이 야당의 반대로 낙마하는 쓴 경험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사생활이 유린되고 명예가 훼손되며 인격살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부작용도 커졌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차근차근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증발됐다. 야당은 특정 후보자 몇 명을 떨어뜨려야 할 사람으로 미리 정해놓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집권세력과 고난도 정치게임을 벌여나가곤 했다. 여야, 혹은 좌우로 쫙 갈라진 진영 간 갈등 문화가 적대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가 적격성 심사의 장이 아니라 무슨 저격수 활약의 장처럼 변질한 건 어느 모로 보나 정상이 아니다. 차제에 인사청문회를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면서 후보자의 명예도 존중하는 품격 있는 제도로 격상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여야가 언제든지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한 건 그 자체로 잘한 일이다. 인사수석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 때 도입됐는데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인사추천 기능을 행사했다. 인사검증은 따로 민정수석실이 맡아 추천과 검증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새로 임명될 인사수석은 특히 지역 안배, 사회적 평판, 상시적인 인재발굴, 야당 반응 같은 정무적 판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가 더 이상 등장해선 곤란하다. 박 대통령 인사의 우선순위가 의리나 충성심이라는 평가가 있다. 두루 인재를 구하기 위해 이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인사수석에게 실권을 주고, 그 독립적인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인사 과정이 항상 투명하고 공개적일 필요는 없지만 공적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는 믿음만은 국민이 갖도록 해야 한다. 수첩인사라는 말도 그의 인사 방식이 밀실에서, 비선조직을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인사에서 신뢰를 잃으면 그에 바탕한 모든 정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는 인사수석이 생겨도 인사위원장은 여전히 김기춘 비서실장이 맡는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여러 차례 인사 실패의 책임자로 야당과 일부 여당에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인사수석 제도가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보조 장치여선 안 될 것이다.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제왕적 대통령의 인사권을 입법부가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총리나 장관 등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공직 후보자들이 야당의 반대로 낙마하는 쓴 경험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사생활이 유린되고 명예가 훼손되며 인격살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부작용도 커졌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차근차근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증발됐다. 야당은 특정 후보자 몇 명을 떨어뜨려야 할 사람으로 미리 정해놓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집권세력과 고난도 정치게임을 벌여나가곤 했다. 여야, 혹은 좌우로 쫙 갈라진 진영 간 갈등 문화가 적대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가 적격성 심사의 장이 아니라 무슨 저격수 활약의 장처럼 변질한 건 어느 모로 보나 정상이 아니다. 차제에 인사청문회를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면서 후보자의 명예도 존중하는 품격 있는 제도로 격상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여야가 언제든지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한 건 그 자체로 잘한 일이다. 인사수석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 때 도입됐는데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인사추천 기능을 행사했다. 인사검증은 따로 민정수석실이 맡아 추천과 검증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새로 임명될 인사수석은 특히 지역 안배, 사회적 평판, 상시적인 인재발굴, 야당 반응 같은 정무적 판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가 더 이상 등장해선 곤란하다. 박 대통령 인사의 우선순위가 의리나 충성심이라는 평가가 있다. 두루 인재를 구하기 위해 이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인사수석에게 실권을 주고, 그 독립적인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인사 과정이 항상 투명하고 공개적일 필요는 없지만 공적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는 믿음만은 국민이 갖도록 해야 한다. 수첩인사라는 말도 그의 인사 방식이 밀실에서, 비선조직을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인사에서 신뢰를 잃으면 그에 바탕한 모든 정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는 인사수석이 생겨도 인사위원장은 여전히 김기춘 비서실장이 맡는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여러 차례 인사 실패의 책임자로 야당과 일부 여당에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인사수석 제도가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보조 장치여선 안 될 것이다.
중앙_[사설] "부처 간 밥그릇 챙기느라 나라 밥그릇 걷어찼다"
이게 도대체 한 정부가 하는 일인지 눈을 의심케 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자동차 연비를 놓고 부처 간에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놓고, 이를 중재·조정해야 할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는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동차 연비에 관한 정부 합동 브리핑은 말이 합동 브리핑이었을 뿐 부처 간 이기주의와 불협화음, 정부 내 불통과 조정 능력 부재의 종합 발표회였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스포츠의 표시 연비가 과장됐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교통부는 두 차종의 연비가 “문제 없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엇갈린 판정에 대해 최종 판단은 법원에 가서 알아보라며 조정과 중재 노력을 포기했다.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는 4개 부처가 같은 사안에 대해 4개의 각기 다른 보도자료를 내놓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연출됐다. 6개월이 넘게 주무부처와 정책조정기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가 그렇다. 같은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국민 앞에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당장 소비자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게 됐고, 자동차 회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자의 불신과 기업의 혼란을 부채질한 꼴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부처의 밥그릇을 챙기느라 대한민국의 밥그릇을 걷어찼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 자동차 연비의 사후관리를 국토부가 전담토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인증은 산업부가 하고, 사후검증은 국토부가 맡으면 부처 간 영역 다툼과 그로 인한 혼선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부처 간 밥그릇 나눠 먹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 측정 같은 문제조차 정부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정부의 정책조정 능력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부처 칸막이를 없애라고 외쳐봐야 일선에서 먹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에 날을 새는 동안 국민과 기업은 골병이 들어간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스포츠의 표시 연비가 과장됐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교통부는 두 차종의 연비가 “문제 없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엇갈린 판정에 대해 최종 판단은 법원에 가서 알아보라며 조정과 중재 노력을 포기했다.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는 4개 부처가 같은 사안에 대해 4개의 각기 다른 보도자료를 내놓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연출됐다. 6개월이 넘게 주무부처와 정책조정기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가 그렇다. 같은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국민 앞에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당장 소비자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게 됐고, 자동차 회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자의 불신과 기업의 혼란을 부채질한 꼴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부처의 밥그릇을 챙기느라 대한민국의 밥그릇을 걷어찼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 자동차 연비의 사후관리를 국토부가 전담토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인증은 산업부가 하고, 사후검증은 국토부가 맡으면 부처 간 영역 다툼과 그로 인한 혼선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부처 간 밥그릇 나눠 먹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 측정 같은 문제조차 정부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정부의 정책조정 능력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부처 칸막이를 없애라고 외쳐봐야 일선에서 먹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에 날을 새는 동안 국민과 기업은 골병이 들어간다.
중앙_[사설] 무단 조퇴한 전교조에 법의 엄정함 보여야
전교조 소속 교사 1000여 명이 어제 조퇴 투쟁을 벌였다. 학교장의 허락도 받지 않고, 서울로 와 박근혜 정권 퇴진까지 요구했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학교당 두 명씩만 조퇴하고 미리 수업을 바꿨기 때문에 학습권 침해가 아니며, 집회 참가는 교사의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학생의 학습권이나 수업권 침해는 피했으니 아무 잘못도 없다는 게 전교조의 논리다. 무단 조퇴하면 땜질 수업이 불가피하고 학생지도가 엉망이 되는데도 별 문제 아니라는 게 전교조의 의식 수준이다. 이런 교사는 더 이상 아이들 앞에 서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일 뿐이다.
교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전교조라는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수업 현장을 떠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퇴진이라는 정치적 구호까지 외치는 건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게다가 교사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으로서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어제 전교조의 조퇴 투쟁은 이런 의무를 깡그리 무시했다. 무단 조퇴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먼저 공무원 신분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연가투쟁, 조퇴투쟁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게 법원의 판례다. 집단의 힘을 빌려 불법적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전교조의 행동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어제 집회에 참가한 전교조 교사들을 모두 파악해 징계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여기엔 어느 시·도 교육청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친전교조 교육감이든, 그렇지 않든 법과 규정을 위반하는 전교조 교사에 대해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과거 일부 시·도 교육감의 무분별한 감싸기 탓에 전교조의 법 무시 습관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에 필요한 건 법의 엄정함이며, 더 이상 학생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다.
교사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전교조라는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수업 현장을 떠나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퇴진이라는 정치적 구호까지 외치는 건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게다가 교사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으로서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어제 전교조의 조퇴 투쟁은 이런 의무를 깡그리 무시했다. 무단 조퇴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먼저 공무원 신분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연가투쟁, 조퇴투쟁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게 법원의 판례다. 집단의 힘을 빌려 불법적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전교조의 행동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어제 집회에 참가한 전교조 교사들을 모두 파악해 징계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여기엔 어느 시·도 교육청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친전교조 교육감이든, 그렇지 않든 법과 규정을 위반하는 전교조 교사에 대해 온정주의적 태도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과거 일부 시·도 교육감의 무분별한 감싸기 탓에 전교조의 법 무시 습관이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에 필요한 건 법의 엄정함이며, 더 이상 학생 피해를 막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조치다.
경향_[사설]쌀 시장 개방, 어물쩍 밀어붙일 생각 말라
쌀시장 개방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농민과 시민단체들은 엊그제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위를 통해 개방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정부는 개방 강행 입장에 변함은 없지만 어수선한 정국 때문인지 6월 말로 예정했던 쌀시장 개방 발표를 미뤘다. 다만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관세화 유예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 만큼 발표는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관세화 유예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이후 지속된 것으로, 의무적으로 일정물량을 수입하는 대신 쌀 개방(관세화)을 미루는 조치다.
정부는 “더 이상 관세화는 유예할 수 없다”(이동필 농식품부 장관)며 이미 개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20년간 두차례 개방을 유예하는 과정에서 의무수입물량이 5만t에서 40만t(전체 생산량의 9%)으로 늘어 부담이 커졌고, 추가 유예할 경우 의무수입물량이 더 늘게 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쌀시장을 열고 수입 쌀에 300~500%의 고관세를 매겨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득이라는 논리다. 일본과 대만이 10여년 전 개방을 통해 쌀 산업을 안정화시켰고, 필리핀은 최근 관세화를 추가 유예했지만 대가가 컸다는 얘기도 개방의 논거로 활용된다.
쌀은 시장경제 논리를 넘어 농민의 생존권 및 식량주권 문제와 연계된 예민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정부가 밀실에서 결론을 내려놓고 공청회 등의 요식행위를 거쳐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정부는 쌀 개방에 따른 세밀한 이해득실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쌀농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구체적인 관세율과 훗날 예상되는 미국 등의 관세율 인하 압력 우려에 “상대가 있어 말할 수 없다”거나 “인하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성의없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상유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력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에는 “의견을 타진했으나 실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등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를 얘기를 늘어놓는다. 국회 동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통상법을 앞세워 WTO 통보와 검증절차가 끝난 뒤에나 법제처 판단을 구해 비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쌀 개방은 양곡관리법 개정 사안이어서 통보 전에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쌀시장 완전 개방 발표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론만 분열시킬 게 뻔하다.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앞서야 할 것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여론 수렴과 절차의 투명성이다.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관세화는 유예할 수 없다”(이동필 농식품부 장관)며 이미 개방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20년간 두차례 개방을 유예하는 과정에서 의무수입물량이 5만t에서 40만t(전체 생산량의 9%)으로 늘어 부담이 커졌고, 추가 유예할 경우 의무수입물량이 더 늘게 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쌀시장을 열고 수입 쌀에 300~500%의 고관세를 매겨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득이라는 논리다. 일본과 대만이 10여년 전 개방을 통해 쌀 산업을 안정화시켰고, 필리핀은 최근 관세화를 추가 유예했지만 대가가 컸다는 얘기도 개방의 논거로 활용된다.
쌀은 시장경제 논리를 넘어 농민의 생존권 및 식량주권 문제와 연계된 예민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정부가 밀실에서 결론을 내려놓고 공청회 등의 요식행위를 거쳐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정부는 쌀 개방에 따른 세밀한 이해득실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쌀농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구체적인 관세율과 훗날 예상되는 미국 등의 관세율 인하 압력 우려에 “상대가 있어 말할 수 없다”거나 “인하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등 성의없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상유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력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에는 “의견을 타진했으나 실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등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를 얘기를 늘어놓는다. 국회 동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통상법을 앞세워 WTO 통보와 검증절차가 끝난 뒤에나 법제처 판단을 구해 비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쌀 개방은 양곡관리법 개정 사안이어서 통보 전에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쌀시장 완전 개방 발표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론만 분열시킬 게 뻔하다.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앞서야 할 것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여론 수렴과 절차의 투명성이다.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경향_[사설]학교 인근 용산경마장 당장 폐쇄해야
그간 학습권 침해 문제로 논란이 돼온 서울 용산화상경마장이 그제 결국 문을 열었다. 인근 주민 및 학교 측의 반발에도 마사회가 개장을 강행한 것이다. 주택가와 학교 시설이 밀집된 곳에 사행성 도박장을 운영하겠다는 마사회의 배짱 앞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런 곳에 도박장이 들어설 수 있는 법의 맹점도 문제지만 명색이 공기업인 마사회가 최소한의 기업윤리가 있는 곳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초·중·고생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등하굣길에 도박장이라니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마사회는 지금이라도 화상경마장을 폐쇄한 뒤 이전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용산경마장은 1년 된 해묵은 지역 민원사업이다. 마사회가 용산의 마권 장외발매소를 이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게 갈등의 시작이다. 문제는 200여m 떨어진 곳에 초·중·고와 주택이 밀집돼 있어 주민생활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일부 층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이 있는지 지켜본 뒤 본 개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문제점을 일부 보완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말이 임시 개장이지 실상은 남들이 뭐라든 간에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용산경마장 개장은 법의 맹점을 악용한 마사회의 꼼수나 다름없다. 학교시설 반경 200m 이내는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게 돼 있다. 용산경마장은 불과 10여m 차이로 규제범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모든 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허가 과정에 주민동의는커녕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도 저버린 마사회다. 국가인권위가 경마장 시설 이전을 권고했지만 이마저 묵살됐다. 현명관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묵인 또는 사전교감 아래 진행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수업권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자 어른들의 책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불과 75일 전의 일이다. 돈에 눈먼 어른들의 탐욕이 300여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값비싼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용산경마장도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탐욕 그대로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 경마장 개장에 반대했던 서울시장과 교육감, 구청장이 모두 당선돼 경마장을 둘러싼 여론의 심판도 이미 끝났다. 아무 명분도 없이 용산경마장 영업을 강행한 마사회는 공기업 자격도 없다.
용산경마장은 1년 된 해묵은 지역 민원사업이다. 마사회가 용산의 마권 장외발매소를 이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게 갈등의 시작이다. 문제는 200여m 떨어진 곳에 초·중·고와 주택이 밀집돼 있어 주민생활은 물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일부 층 시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이 있는지 지켜본 뒤 본 개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문제점을 일부 보완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말이 임시 개장이지 실상은 남들이 뭐라든 간에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용산경마장 개장은 법의 맹점을 악용한 마사회의 꼼수나 다름없다. 학교시설 반경 200m 이내는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게 돼 있다. 용산경마장은 불과 10여m 차이로 규제범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모든 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영업허가 과정에 주민동의는커녕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도 저버린 마사회다. 국가인권위가 경마장 시설 이전을 권고했지만 이마저 묵살됐다. 현명관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정부의 묵인 또는 사전교감 아래 진행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수업권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권리이자 어른들의 책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불과 75일 전의 일이다. 돈에 눈먼 어른들의 탐욕이 300여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의 값비싼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용산경마장도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탐욕 그대로다. 지난번 지방선거 때 경마장 개장에 반대했던 서울시장과 교육감, 구청장이 모두 당선돼 경마장을 둘러싼 여론의 심판도 이미 끝났다. 아무 명분도 없이 용산경마장 영업을 강행한 마사회는 공기업 자격도 없다.
경향_[사설]충격적인 시의원 ‘살인교사’ 진상은 뭔가
현직 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채무관계에 있는 재력가 송모씨를 살해하도록 친구 팽모씨에게 사주한 혐의로 서울시의원 김모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김씨가 송씨에게서 “빌려준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6·4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압박을 받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한 김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탈당했다.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서울 내발산동에서 발생한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씨 피살사건’은 한때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나 옷가지, 지문 등의 흔적을 현장에 거의 남기지 않은 데다, 범행 후에도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도주하는 등 치밀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주일 후 팽씨를 피의자로 특정했으나 그는 이미 중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결국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중국 공안과 공조한 끝에 팽씨를 붙잡았다고 한다. 경찰은 숨진 송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김씨 명의의 5억여원짜리 차용증과 팽씨 진술, 김씨와 팽씨의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기막히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시민에게 봉사해야 할 시의원이 흉악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더욱이 내일은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하는 날이 아닌가. 민선 6기를 맞아 지방자치의 새로운 도약과 성숙을 다짐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러한 추문이 터지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사건의 전모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김씨와 팽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데다 살인교사의 물증이 발견된 바도 없다. 경찰은 김씨가 송씨에게 써준 5억여원짜리 차용증을 혐의 입증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인 물증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씨와 송씨 사이에 계좌 등을 통해 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조만간 피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이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기 바란다.
지난 3월 서울 내발산동에서 발생한 ‘수천억대 재력가 송모씨 피살사건’은 한때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나 옷가지, 지문 등의 흔적을 현장에 거의 남기지 않은 데다, 범행 후에도 택시를 여러 차례 갈아타고 도주하는 등 치밀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주일 후 팽씨를 피의자로 특정했으나 그는 이미 중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결국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중국 공안과 공조한 끝에 팽씨를 붙잡았다고 한다. 경찰은 숨진 송씨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김씨 명의의 5억여원짜리 차용증과 팽씨 진술, 김씨와 팽씨의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김씨에게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의 수사결과가 사실이라면 기막히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시민에게 봉사해야 할 시의원이 흉악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다. 더욱이 내일은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하는 날이 아닌가. 민선 6기를 맞아 지방자치의 새로운 도약과 성숙을 다짐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이러한 추문이 터지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다만 사건의 전모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김씨와 팽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데다 살인교사의 물증이 발견된 바도 없다. 경찰은 김씨가 송씨에게 써준 5억여원짜리 차용증을 혐의 입증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직접적인 물증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씨와 송씨 사이에 계좌 등을 통해 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조만간 피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이 철저한 보강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기 바란다.
경향_[사설]시진핑 방한, 한·중 넘어 동북아 평화에 기여를
남북은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6개월 만에 열었지만 이견으로 다음 회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이렇게 공단 재가동 9개월이 지나도 공단 발전을 위한 남북 합의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공단 밖의 현실을 고려하면 공단 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남북은 현재 대화를 중단한 것은 물론 험악한 발언을 주고받으며 감정 대립을 하고, 나아가 군사적 긴장도 고조시키고 있다.
한·일관계 역시 아베 신조 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발표가 드러낸 것처럼 전례없는 대결 상태에 처해 있다. 담화 검증이라는 아베 정권의 도발 이후 양국은 각각 미국을 상대로 검증의 문제점을 부각하거나 검증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대치선을 미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남북, 한·일 갈등과 달리 북·일관계는 급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일 간에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 합의 한 달 만인 지난 26일 해방 전후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족들이 평양을 방문했다. 양측은 다음달 1일에는 베이징에서 국장급 협의를 갖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통적 우방인 북한이나 일본에 앞서 내달 3~4일 한국만 방문한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이후 북·중관계는 소원해지고, 중·일관계는 한·일관계와 같은 대립 상황에 처하면서 한·중이 얼마나 친밀해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미동맹 만능주의로 인해 한·중관계가 서먹해진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은 소망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한·중관계의 진전은 그 나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중관계의 발전이 바람직하다 해도 다른 대외관계의 악화를 전제로 한다면 건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에서는 남북이 대결하고, 한·일이 갈등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한·중 및 북·일 관계의 진전이라는 전혀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단지 우연이라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남북 및 한·일 관계의 약화가 한·중 및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요인이 되어 동북아 국가들이 상호 협력의 관계 대신, 서로 밀쳐내는 관계로 구조화된다면 아주 불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북아 평화는 이쪽과 저쪽의 대치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대치선을 상호 교차하며 협력하는 관계망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중관계 개선이 다른 대외관계를 희생한 결과가 아니라, 동반 개선의 효과를 내도록 다차원적인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 역시 아베 신조 정권의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발표가 드러낸 것처럼 전례없는 대결 상태에 처해 있다. 담화 검증이라는 아베 정권의 도발 이후 양국은 각각 미국을 상대로 검증의 문제점을 부각하거나 검증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등 대치선을 미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남북, 한·일 갈등과 달리 북·일관계는 급진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일 간에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 합의 한 달 만인 지난 26일 해방 전후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 유족들이 평양을 방문했다. 양측은 다음달 1일에는 베이징에서 국장급 협의를 갖고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관계가 주목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통적 우방인 북한이나 일본에 앞서 내달 3~4일 한국만 방문한다. 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등장한 이후 북·중관계는 소원해지고, 중·일관계는 한·일관계와 같은 대립 상황에 처하면서 한·중이 얼마나 친밀해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한·미동맹 만능주의로 인해 한·중관계가 서먹해진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은 소망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한·중관계의 진전은 그 나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중관계의 발전이 바람직하다 해도 다른 대외관계의 악화를 전제로 한다면 건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에서는 남북이 대결하고, 한·일이 갈등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한·중 및 북·일 관계의 진전이라는 전혀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단지 우연이라면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남북 및 한·일 관계의 약화가 한·중 및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는 요인이 되어 동북아 국가들이 상호 협력의 관계 대신, 서로 밀쳐내는 관계로 구조화된다면 아주 불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북아 평화는 이쪽과 저쪽의 대치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대치선을 상호 교차하며 협력하는 관계망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중관계 개선이 다른 대외관계를 희생한 결과가 아니라, 동반 개선의 효과를 내도록 다차원적인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경향_[사설]김준기 동부 회장, 채권단과 힘 겨룰 때 아니다
재계 순위 18위인 동부그룹의 경영환경이 심상치 않다.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번지고 있다.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주력계열사인 동부제철의 자율협약(공동관리)이 미뤄지고 있고, 그 여파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계열사들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서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부는 1969년 건설로 시작해 현재 철강·금융 등 7개 분야 65개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철강과 건설 경기 악화로 자금난에 봉착했고 지난해 말 계열사 매각 등 3조원대의 자구안을 내놓고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견뎌왔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로 거론되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안이 엊그제 인수 후보인 포스코의 거부로 무위로 끝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갖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4800억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하면 추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동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당초의 자구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알짜 계열사인 동부화재만은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장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CNI의 회사채 500억원의 해결이 난제다. CNI 측은 차환발행 대신 자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법은 불분명하다. CNI는 철강, 건설, 하이텍 등 동부그룹 제조 분야 계열사의 지주회사로 잘못될 경우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의 매각작업을 채권단이 주도하다 실패한 것이어서 부글부글 끓을 수 있다. 하지만 버티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동부의 위기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경기불황 속에서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총수의 책임이다. 더구나 잘나갈 때는 과실을 챙기면서 정작 책임경영이 필요할 때 발을 빼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김 회장은 앞서 동향인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을 철강 분야 회장으로 영입, 정·관계의 영향력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겨준 터다. 자금난이 심해지자 임직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강요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이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동부 임직원과 투자자, 그리고 국가경제이다. STX와 동양이 무너진 것은 총수가 경영권에 집착하면서 수습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동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기업이 힘들어졌다고 비올 때 우산뺏기식으로 대출을 회수하기보다는 상황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최소한 동부 임직원 4만명의 생사가 걸려 있는 일이다.
동부는 1969년 건설로 시작해 현재 철강·금융 등 7개 분야 65개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철강과 건설 경기 악화로 자금난에 봉착했고 지난해 말 계열사 매각 등 3조원대의 자구안을 내놓고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견뎌왔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로 거론되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안이 엊그제 인수 후보인 포스코의 거부로 무위로 끝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채권단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갖고 있는 동부화재 지분(4800억원 상당)을 담보로 제공하면 추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동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당초의 자구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사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알짜 계열사인 동부화재만은 내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당장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CNI의 회사채 500억원의 해결이 난제다. CNI 측은 차환발행 대신 자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법은 불분명하다. CNI는 철강, 건설, 하이텍 등 동부그룹 제조 분야 계열사의 지주회사로 잘못될 경우 연쇄 도산도 우려된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계열사의 매각작업을 채권단이 주도하다 실패한 것이어서 부글부글 끓을 수 있다. 하지만 버티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동부의 위기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경기불황 속에서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총수의 책임이다. 더구나 잘나갈 때는 과실을 챙기면서 정작 책임경영이 필요할 때 발을 빼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김 회장은 앞서 동향인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을 철강 분야 회장으로 영입, 정·관계의 영향력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여 실망감을 안겨준 터다. 자금난이 심해지자 임직원에게 자사주 매입을 강요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이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동부 임직원과 투자자, 그리고 국가경제이다. STX와 동양이 무너진 것은 총수가 경영권에 집착하면서 수습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동부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기업이 힘들어졌다고 비올 때 우산뺏기식으로 대출을 회수하기보다는 상황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최소한 동부 임직원 4만명의 생사가 걸려 있는 일이다.
경향_[사설]‘월드컵 무승’ 한국 축구의 과제
반전은 없었다. 마지막까지 기대했던 브라질의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대표팀은 어제 열린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0-1로 졌다. 벨기에에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한국은 열심히 벨기에를 몰아붙였으나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한 국민들은 실망했고, 마지막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로써 한국은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H조 최하위에 그치며 쓸쓸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승’의 치욕을 당한 건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통해 쌓아올린 축구 강국의 위상은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여지없이 실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축구공은 둥글고, 경기는 질 수도 있다. 세계 1위 스페인도 탈락한 마당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브라질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모두가 장밋빛 기대치와 싸늘한 현실의 차이를 분명히 직시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때다.
이번 월드컵은 뼈아픈 교훈과 숙제를 한국 축구계에 남겼다. 대표팀은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전술과 조직력, 기술과 빠르기는 물론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패기마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지역예선 때부터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며 금쪽같은 시간을 까먹었다. 선수 선발 잡음과 대표팀의 리더십 부재, 경험 부족도 이번 월드컵 실패의 원인이라는 평가다.
우리의 브라질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축구계 전체가 지혜를 모아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할 때다.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은 더 값져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젊은 피로 구성되었기에 가능성은 아직 많다. 월드컵 경험을 토대로 벽돌 쌓듯 차근차근 내공을 키워 나간다면 4년 뒤에는 축구 강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이로써 한국은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H조 최하위에 그치며 쓸쓸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승’의 치욕을 당한 건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등을 통해 쌓아올린 축구 강국의 위상은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여지없이 실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축구공은 둥글고, 경기는 질 수도 있다. 세계 1위 스페인도 탈락한 마당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브라질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모두가 장밋빛 기대치와 싸늘한 현실의 차이를 분명히 직시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때다.
이번 월드컵은 뼈아픈 교훈과 숙제를 한국 축구계에 남겼다. 대표팀은 주어진 여건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전술과 조직력, 기술과 빠르기는 물론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패기마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지역예선 때부터 제대로 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조광래 감독, 최강희 감독, 홍명보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며 금쪽같은 시간을 까먹었다. 선수 선발 잡음과 대표팀의 리더십 부재, 경험 부족도 이번 월드컵 실패의 원인이라는 평가다.
우리의 브라질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축구계 전체가 지혜를 모아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할 때다.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은 더 값져야 한다. 이번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젊은 피로 구성되었기에 가능성은 아직 많다. 월드컵 경험을 토대로 벽돌 쌓듯 차근차근 내공을 키워 나간다면 4년 뒤에는 축구 강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부는 이제부터다.
조선_[사설] 최저임금 인상, 좋은 일자리 늘릴 대책도 나와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1% 오른 시간당 5580원으로 결정했다. 이를 월급(월 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16만6220원이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인상 수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볼 근로자는 266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시한 안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학자들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인상안에 반발해 사용자 측 위원들이 표결에 기권하고 퇴장하는 진통을 겪었다. 경영자총협회는 "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과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7% 넘게 최저임금을 올린 데 대해 우려한다"며 "청년·고령자 같은 취약 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정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연방(聯邦)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40%나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의회 예산국은 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저소득층 9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선 작년에 한 번이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209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음식점·편의점 같은 자영업과 종업원 30명 미만 영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이들 업종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높이려면 부정적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근본 해결책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금융·회계·법률·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워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저임금 인력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취업 시장에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형태의 최저임금 책정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시한 안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한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학자들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인상안에 반발해 사용자 측 위원들이 표결에 기권하고 퇴장하는 진통을 겪었다. 경영자총협회는 "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과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7% 넘게 최저임금을 올린 데 대해 우려한다"며 "청년·고령자 같은 취약 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정반대 연구 결과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도 연방(聯邦)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40%나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의회 예산국은 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저소득층 9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선 작년에 한 번이라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근로자가 209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음식점·편의점 같은 자영업과 종업원 30명 미만 영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이들 업종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높이려면 부정적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근본 해결책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금융·회계·법률·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키워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저임금 인력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취업 시장에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형태의 최저임금 책정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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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집회 신고와 다르게 도로 점거하면 有罪"
대법원은 지난주 집회 신고 내용과 다르게 도심 차로(車路)를 점거하고 연좌 농성을 벌인 노조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전국학습지노동조합원 유모씨는 2009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정문 앞에서 부당 해고 규탄 집회를 열고 대학로를 따라 행진한 뒤 회사 후문 앞 이면 도로로 돌아와 조합원 20여명과 75분간 농성을 벌였다. 집회 신고에는 회사 후문 앞에서 행진을 마치기로 돼 있었을 뿐 연좌 농성 계획은 없었다. 노조원들은 농성 해산 명령을 내리는 경찰관과 몸싸움도 벌였다.
1심 법원은 차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며 유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차량이 많지 않은 이면 도로에서 농성했고 농성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해 교통 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초의 집회 신고와는 달리 장시간 연좌 농성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폭력까지 행사됐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피고인은 신고 범위를 크게 벗어나 도로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선 수백·수천명이 차로를 무단 점거한 채 행진을 하거나 농성을 벌이는 일이 주말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28일에도 쌀 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4000여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다가 갑자기 도로를 점거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가 차로를 불법 점거할 때마다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데도 하급심 법원은 이런 시위대에 교통 방해가 아니라며 무죄판결을 내리기 일쑤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서울 도심에서 편도 4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하겠다던 신고 내용과 달리 4개 차로를 모두 점거해 한 시간 동안 행진한 뒤 40여분간 연좌 농성을 벌인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차로를 무단 점거해 다른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법 농성 장소가 어디든, 농성 인원이 몇 명이든 실제로 통행에 불편을 줬다면 법 위반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1심 법원은 차로를 점거해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며 유씨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차량이 많지 않은 이면 도로에서 농성했고 농성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해 교통 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초의 집회 신고와는 달리 장시간 연좌 농성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폭력까지 행사됐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피고인은 신고 범위를 크게 벗어나 도로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선 수백·수천명이 차로를 무단 점거한 채 행진을 하거나 농성을 벌이는 일이 주말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28일에도 쌀 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4000여명이 가두 행진을 벌이다가 갑자기 도로를 점거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가 차로를 불법 점거할 때마다 교통이 마비돼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는다. 그런데도 하급심 법원은 이런 시위대에 교통 방해가 아니라며 무죄판결을 내리기 일쑤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10월 서울 도심에서 편도 4개 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하겠다던 신고 내용과 달리 4개 차로를 모두 점거해 한 시간 동안 행진한 뒤 40여분간 연좌 농성을 벌인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차로를 무단 점거해 다른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불법 농성 장소가 어디든, 농성 인원이 몇 명이든 실제로 통행에 불편을 줬다면 법 위반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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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새누리 黨權 경쟁 꼴불견, 싸늘한 여론 그렇게 모르나
새누리당은 다음 달 14일 전당대회에서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어갈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다.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의 잇단 인사(人事) 실패가 겹치면서 올해 초만 해도 60%를 넘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40% 초반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여 만에 대통령 지지율이 20%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다. 다음 달 30일 전국 15곳에서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이 지난 2년여 지켜온 국회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처럼 여권(與圈)이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시점에 열린다.
새누리당은 이 전당대회를 스스로 잘못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에선 도무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새누리당이 시끄러운 것은 유력 당권(黨權) 후보들이 벌이는 '줄 세우기' 논란 때문이다. 당대표를 놓고 경쟁하는 서청원·김무성 의원 측은 연일 상대가 여당 의원과 당원들을 식사나 각종 모임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있다. 지지 대의원을 규합하기 위한 산악회 행사에 특정 지역 당원들을 버스로 강제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 강연에서 "친박 실세라는 사람끼리 모인 자리에서 '김무성이 당대표가 되면 3개월 안에 끄집어 내리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라고 주장했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서 의원은 29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따위 짓, 그런 짓거리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로 정치를 시작했고,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박근혜 정권이 맞닥뜨린 위기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서·김 의원이 여권의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김 양측이 다투는 논란의 주제와 방식도 수준 이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국회의원·대의원·당원 줄 세우기 의혹이 나오는 것인가. 한국 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새누리당의 혁신과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 줄 세우기 논란에 묻혀 버렸다. 새누리당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모든 것을 다 바꾸겠으니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랬던 새누리당이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온갖 구태와 반칙·편법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벌써부터 전당대회 이후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래서는 누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다. 오히려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부터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새누리당은 이 전당대회를 스스로 잘못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에선 도무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새누리당이 시끄러운 것은 유력 당권(黨權) 후보들이 벌이는 '줄 세우기' 논란 때문이다. 당대표를 놓고 경쟁하는 서청원·김무성 의원 측은 연일 상대가 여당 의원과 당원들을 식사나 각종 모임에 초청하는 방식으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있다. 지지 대의원을 규합하기 위한 산악회 행사에 특정 지역 당원들을 버스로 강제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 강연에서 "친박 실세라는 사람끼리 모인 자리에서 '김무성이 당대표가 되면 3개월 안에 끄집어 내리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라고 주장했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서 의원은 29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따위 짓, 그런 짓거리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김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로 정치를 시작했고,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박근혜 캠프에서 함께 활동했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박근혜 정권이 맞닥뜨린 위기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서·김 의원이 여권의 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당대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서·김 양측이 다투는 논란의 주제와 방식도 수준 이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국회의원·대의원·당원 줄 세우기 의혹이 나오는 것인가. 한국 정치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새누리당의 혁신과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 줄 세우기 논란에 묻혀 버렸다. 새누리당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모든 것을 다 바꾸겠으니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랬던 새누리당이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온갖 구태와 반칙·편법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벌써부터 전당대회 이후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래서는 누가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쉽지 않다. 오히려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부터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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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대통령 인사권이 地獄'이라는 말까지 나와서야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인사권(人事權)이 기쁨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다.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다. 국정 운영의 성패도 국민이 신뢰하는 사람들을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느냐에서 갈리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인사권을 지옥에 비유할 정도라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권 3년차인 2000년에 도입됐고 노무현 정권 3년차인 2005년에 장관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지금껏 낙마한 총리·장관 후보자는 김대중 정권 2명, 노무현 정권 2명, 이명박 정권 10명이었고 박근혜 정권 7명이다. 정권 출범 1년 4개월여 만에 벌써 7명이나 되니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노무현 정권은 임명 강행 직후 사퇴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4명이다.
청와대 내에선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전후해 많은 후보를 놓고 검토했으나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자칫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팀의 눈에는 그런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말로 돌아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갑자기 도덕적 기준이 크게 강화된 것도 아니다. 과거 정권들의 낙마 사유를 살펴봐도 전관예우, 논문 표절 및 이중 게재, 판공비 과다 사용, 부동산 투기 등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지금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간 박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주문이 과거의 연(緣)이나 개인적 경험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국정(國政) 책임자의 시선으로 널리 인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총리 후보자 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지른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로는 '인사 잘못'이 압도적 1위다. 국민이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인사 실패의 책임을 바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묻고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요 며칠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인사청문회가 신상 털기, 망신 주기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걸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개인 신상은 비공개로, 정책과 자질은 공개 청문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청문회 제도 개선을 구실 삼아 최근의 인사 실패가 지나친 자기 사람 중심에다 검증 소홀이 겹쳐 일어났다는 점을 호도하려 해선 안 된다. 잘못과 책임을 먼저 가린 뒤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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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권 3년차인 2000년에 도입됐고 노무현 정권 3년차인 2005년에 장관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지금껏 낙마한 총리·장관 후보자는 김대중 정권 2명, 노무현 정권 2명, 이명박 정권 10명이었고 박근혜 정권 7명이다. 정권 출범 1년 4개월여 만에 벌써 7명이나 되니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노무현 정권은 임명 강행 직후 사퇴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4명이다.
청와대 내에선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전후해 많은 후보를 놓고 검토했으나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자칫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팀의 눈에는 그런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말로 돌아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갑자기 도덕적 기준이 크게 강화된 것도 아니다. 과거 정권들의 낙마 사유를 살펴봐도 전관예우, 논문 표절 및 이중 게재, 판공비 과다 사용, 부동산 투기 등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지금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간 박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주문이 과거의 연(緣)이나 개인적 경험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국정(國政) 책임자의 시선으로 널리 인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총리 후보자 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지른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로는 '인사 잘못'이 압도적 1위다. 국민이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인사 실패의 책임을 바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묻고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요 며칠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인사청문회가 신상 털기, 망신 주기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걸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개인 신상은 비공개로, 정책과 자질은 공개 청문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청문회 제도 개선을 구실 삼아 최근의 인사 실패가 지나친 자기 사람 중심에다 검증 소홀이 겹쳐 일어났다는 점을 호도하려 해선 안 된다. 잘못과 책임을 먼저 가린 뒤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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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전교조 집단 조퇴, 학생들에게 遵法 가르칠 자격 있나
전교조 교사 1000여명이 27일 '전교조는 법외(法外)노조'라는 서울행정법원의 지난 19일 1심 판결에 항의하면서 집단 조퇴 투쟁을 벌였다. 전교조 교사들은 28일엔 최근 시국에 항의하는 민주노총의 서울역 집회에도 참석하고 다음 달 2일·12일 교사선언·교사대회를 열 계획이다.
전교조의 행동은 한마디로 '재판 불복(不服)'이다. 이 소송은 작년 10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조치가 정당한지 판정해달라"며 전교조가 낸 것이다. 법원에 소송을 냈다는 것은 판결이 나면 받아들이겠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전교조는 2010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을 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6억원 넘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그 이득을 보고 불리한 판결엔 불복하겠다는 것은 자기들이 법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집단 조퇴는 학교별로 수업 결손이 없도록 참가자를 분산했기 때문에 학생들 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교조의 해명은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사는 교실 수업을 통해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다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이번 '법외노조' 문제만 해도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2심, 3심에서 자기들 주장을 더 펼 수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낼 수 있고, 그래도 안 되면 국회에 법 개정 청원을 하는 방법도 있다. 얼마든지 적법(適法) 절차가 있는데도 집단행동을 벌인다는 것은 '법과 규칙으로 안 될 것 같으면 힘으로 밀어붙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어떻게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법과 규칙을 지키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교육계만큼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분야도 드물다. 혁신고가 해답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그게 아니라 자율형사립고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진실은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쪽 주장 모두 맞는 측면이 있는데 현실에서 이를 얼마나 균형 있게 조화시켜 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처럼 무조건 내가 맞는 것이니 상대방을 무릎 꿇게 만들어 내가 100% 다 이겨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학교 현장은 싸움판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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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행동은 한마디로 '재판 불복(不服)'이다. 이 소송은 작년 10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조치가 정당한지 판정해달라"며 전교조가 낸 것이다. 법원에 소송을 냈다는 것은 판결이 나면 받아들이겠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거리로 뛰쳐나갔다. 전교조는 2010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을 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16억원 넘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그 이득을 보고 불리한 판결엔 불복하겠다는 것은 자기들이 법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집단 조퇴는 학교별로 수업 결손이 없도록 참가자를 분산했기 때문에 학생들 학습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전교조의 해명은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사는 교실 수업을 통해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다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이번 '법외노조' 문제만 해도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2심, 3심에서 자기들 주장을 더 펼 수 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낼 수 있고, 그래도 안 되면 국회에 법 개정 청원을 하는 방법도 있다. 얼마든지 적법(適法) 절차가 있는데도 집단행동을 벌인다는 것은 '법과 규칙으로 안 될 것 같으면 힘으로 밀어붙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어떻게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법과 규칙을 지키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교육계만큼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분야도 드물다. 혁신고가 해답이라는 사람들도 있고, 그게 아니라 자율형사립고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진실은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쪽 주장 모두 맞는 측면이 있는데 현실에서 이를 얼마나 균형 있게 조화시켜 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처럼 무조건 내가 맞는 것이니 상대방을 무릎 꿇게 만들어 내가 100% 다 이겨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학교 현장은 싸움판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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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자동차 燃比 부풀리기, 소비자 개별 보상 방안 마련하라
싼타페(현대자동차)와 코란도스포츠(쌍용자동차)의 연비(燃比) 부풀리기 논란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초 예상대로 엇갈린 판정을 내렸다. 국토부는 "실제 측정 연비가 정부에 신고한 연비보다 싼타페는 8.3%, 코란도는 10.7% 낮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반면 산업부는 "신고 연비가 오차 범위 5%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다.
정부 부처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서로 딴소리를 하고 부처 간 업무 조정·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한심한 일이다. 다만 국토부가 자신들의 판정 결과에 따라 현대차와 쌍용차에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앞으로 연비 관리도 국토부가 맡기로 함으로써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자동차 회사들의 연비 뻥튀기를 처음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연비 과장에 대해 아무런 손해 배상이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보상을 받으려면 각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정부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외에 정부가 배상 명령을 내리는 제도는 없다"며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 과장 판정을 받으면 해당 차종(車種)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게 일괄 보상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소송에 휘말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자 곧바로 해당 차종 구매자 90만명에게 4200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도 손해배상 명령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하려면 과징금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에 대한 보상·배상 제도를 마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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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서로 딴소리를 하고 부처 간 업무 조정·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한심한 일이다. 다만 국토부가 자신들의 판정 결과에 따라 현대차와 쌍용차에 각각 10억원과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앞으로 연비 관리도 국토부가 맡기로 함으로써 '판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자동차 회사들의 연비 뻥튀기를 처음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연비 과장에 대해 아무런 손해 배상이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보상을 받으려면 각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한다. 정부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외에 정부가 배상 명령을 내리는 제도는 없다"며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 과장 판정을 받으면 해당 차종(車種)을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게 일괄 보상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소송에 휘말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자 곧바로 해당 차종 구매자 90만명에게 4200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도 손해배상 명령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들이 쉽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하려면 과징금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에 대한 보상·배상 제도를 마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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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대통령의 판단력을 의심케 하는 교육장관 후보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와 같다. 마침내 자신이 수장을 맡으려는 교육부를 속인 혐의까지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의 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두 보고서가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두 보고서로 각각 4천만원과 2천만원을 받았으니 적어도 두 번째 2천만원어치는 사기로 번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낯으로 용역을 준 교육부 공무원을 만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김 후보자는 내정 발표 이후 거의 매일 비리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제기된 것만 30가지가 넘는다. 그 수법도 하나같이 절묘하다. 제자가 쓴 학위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기, 제자 논문으로 연구비 타내기, 자기 논문 복제해 재사용하기, 연구 업적 부풀리기, 허위 경력 기재, 수상한 사교육업체 주식 보유 등등.
우리나라에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제도가 처음 도입된 게 2000년이다. 지난 14년 동안 어느 장관 후보자가 김 후보자만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정도면 장관의 자격을 따질 게 아니라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지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할 판이다. 지금 김 후보자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청문회가 아니라 법정이다.
김 후보자가 감히 앉으려는 자리는 교육분야 최고 수장이다. 그가 아이들에게 ‘속이지 마라’, ‘정직하라’고 얘기한다면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 장관은 노동·복지·여성 등 사회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도 겸임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 이해가 충돌하는 집단이 통합에 동의하려면 도덕적 승복이 우선해야 한다. 어느 누가 김 후보자의 말에 다소곳이 귀를 기울이겠는가.
그런데도 김 후보자는 침묵하고 있다. 내정 초기 몇 가지 변명을 늘어놓다가 그마저도 관뒀다. 총리와 달리 부총리와 장관은 국회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눙치고 가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라는 7·30 재보선이 딱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새달 9일 열릴 예정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먼저 걱정해야 할 사안이겠으나, 김 후보자를 그대로 끌고 간다면 임명권자의 판단력을 의심하는 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겨레_[사설] 가파른 원화 강세, 적절한 대응 필요하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상승 추세가 뚜렷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원 내린 1013.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이자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31일(1012.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원화 가치의 상승을 뜻한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추세로 미뤄 오래지 않아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원화 상승세가 예상된 일이기는 하나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찮을 듯하다. 정부와 업계의 적절한 대응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무엇보다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상흑자는 93억달러로 잠정집계돼 2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흑자 폭만도 700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는 뜻이어서 원화 가치의 상승은 얼마간 불가피한 실정이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올해 원화 가치 상승 폭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출에 악재가 되고 있다. 엘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출기업(한 해 수출 비중이 50% 이상)의 매출증가율은 -1.8%로 내수기업(3.2%)에 뒤졌다. 수익성에서도 수출기업이 내수기업에 미치지 못했으며,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경영성과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한다면 우리 경제로서는 어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한편에서는 그간 고환율 기조가 유지되면서 수출 대기업들만 혜택을 보았을 뿐, 대다수 중소기업과 서민은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이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환율 하락이 도움이 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공감할 대목이 적지 않은 얘기들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수출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우선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를 막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체질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상식적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이다. 그래야 환율변동에 일희일비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한겨레_[사설] 국정 공백과 혼란의 장본인은 대통령이다
국무총리의 거취는 매우 무겁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수많은 인사권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직책이 총리다. 사표를 수리할 때도, 사표를 다시 거둬들일 때도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시한부로 반려할 때도, 뜻을 번복해 유임을 발표할 때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그저 대변인과 홍보수석의 입을 통해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먼저 대통령 의사소통 형식의 일방성과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성의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박 대통령이 윤두현 홍보수석을 통해 꼽은 정 총리 유임 결정의 이유는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로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짧은 문장인데도 모순과 억지가 가득하다. ‘청문회 과정’이란 말 자체가 사리에 어긋난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았고 청문회 절차는 개시되지도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청문회를 탓한다면 인사 실패의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 떠넘기려는 적반하장이다.
새누리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때가 됐다”며 난데없이 ‘청문위원 검증론’을 들고나왔다. 국회의 기능과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황당무계한 논리다. 궤변과 아부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아무리 ‘대통령의 홍위병’을 자처한다고 해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꺼낼 수도 없는 얘기다. 거듭되는 ‘인사 참극’의 원인이 청와대의 인사 실패에 있다는 점은 너무도 자명하다. 애꿎은 인사청문회를 트집잡으며 대통령의 인사실패를 덮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을 감추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4월27일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사고 수습 이후 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한부로 반려했다. 대통령의 이후 정치 행위는 총리 경질을 전제로 한 것일 수밖에 없다. 정 총리 유임으로 박 대통령이 했던 각오와 다짐은 모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한 입으로 두말을 한 셈이니, 앞으로 대통령의 말에 영이 설 리가 없다. 대통령의 말에 권위가 실리지 않으면 국정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허언에 대해 반성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정 총리 유임으로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도 뿌리째 흔들린 상황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도 시원치 않다. 그나마 그것이 박 대통령에게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음을 입증하는 길이다.
한겨레_[사설] ‘세월호’와 닮은 ‘총기난사 사건 대처’
국방부가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세월호 사건 때의 정부 모습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제2의 세월호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터에 유가족과 국민의 불신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엿새 뒤인 27일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한달여 뒤에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김 장관의 성명은 백승주 차관이 대독했다. 국방부 장관의 사과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대신한 간접사과인 점을 고려하면 ‘이중 간접사과’인 셈이다. 사과 성명을 낸 이유도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김 장관의 전날 국회 발언 등에 대한 유가족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었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준 무책임한 ‘땜질 대응’의 재판이다.
김 장관이 집단 따돌림을 이번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성급했다. 유가족들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범행을 저지른 임 병장의 메모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방부는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리 유가족들은 메모 공개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 당시 응급조처 등이 소홀해 희생이 커졌다는 일부 유가족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조사해보겠다고 했다. 23일 임 병장을 붙잡은 뒤 몰래 빼돌린 국방부의 조처도 당당하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군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부조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국방부의 대처 방식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책임 있고 철저하지 못하다면 문제의 근원은 온존된 채 군과 국민 사이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국방부의 모습은 여느 돌발사고를 다루는 것처럼 무사안일하다.
세월호 사건이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것은 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그릇된 대처 때문이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겨레_[사설] ‘국토부 정부’와 ‘산업부 정부’가 따로 있나
자동차 공인 연비의 과장 논란을 놓고 정부가 쪼개졌다. 26일 정부는 1년 넘게 끌어온 재검증 조사 결과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했는데, 국토교통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적합’ 판정을 했다. 자동차 연비를 둘러싼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불만을 정부가 해소해주기는커녕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토부와 산업부가 엇갈린 판정을 내린 까닭은, 각각의 산하기관을 동원해 서로 다른 잣대와 측정 조건으로 검증을 했기 때문이다. 두 부처 모두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를 놓고 표시연비의 과장 여부를 조사했다. 국토부는 이들 차종의 실제 복합연비(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연비 합산)가 표시 연비의 허용 오차범위(상하 5%)를 벗어났다는 결론을 내렸고, 산업부는 반대로 ‘문제없다’고 봤다.
자동차 연비는 2003년부터 제조사가 자체 실험과 시험을 거쳐 신고하고 이를 정부 소관부처가 사후 검증해 공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 애초 산업부에서 담당하던 연비 검증 업무에 2013년부터 국토부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서로 갈등이 빚어졌다. 최종 재검증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두 부처끼리 공방을 벌였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자동차 연비에 대한 국토부와 산업부의 따로따로 검증은 전형적인 중복규제이며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장 현대차 쪽에서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이 어느 부처의 결론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국토부의 판정과 과징금 부과조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암시다. 자칫 업계가 산업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토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의 엇갈린 발표를 핑계 삼아 자동차회사가 연비 부풀리기 의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토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종을 생산한 현대차나 쌍용차는 자발적으로 소비자 보상에 나서야 한다. 그게 연비 과장 논란의 장기화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자동차 연비 과장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소비자들이다.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면 우선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연비 과장에 대한 강제보상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 현재 금융상품으로 한정되어 있는 집단소송 대상에 자동차를 포함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정부가 능력이 없으면 외국처럼 소비자의 집단적 힘을 살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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