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조선_[사설] '대통령 인사권이 地獄'이라는 말까지 나와서야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의 인사권(人事權)이 기쁨이 아니라 지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다.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다. 국정 운영의 성패도 국민이 신뢰하는 사람들을 잘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느냐에서 갈리게 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인사권을 지옥에 비유할 정도라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권 3년차인 2000년에 도입됐고 노무현 정권 3년차인 2005년에 장관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지금껏 낙마한 총리·장관 후보자는 김대중 정권 2명, 노무현 정권 2명, 이명박 정권 10명이었고 박근혜 정권 7명이다. 정권 출범 1년 4개월여 만에 벌써 7명이나 되니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노무현 정권은 임명 강행 직후 사퇴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4명이다.

청와대 내에선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전후해 많은 후보를 놓고 검토했으나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자칫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팀의 눈에는 그런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말로 돌아갈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갑자기 도덕적 기준이 크게 강화된 것도 아니다. 과거 정권들의 낙마 사유를 살펴봐도 전관예우, 논문 표절 및 이중 게재, 판공비 과다 사용, 부동산 투기 등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지금의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간 박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이 나온 주문이 과거의 연(緣)이나 개인적 경험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국정(國政) 책임자의 시선으로 널리 인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총리 후보자 한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지른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로는 '인사 잘못'이 압도적 1위다. 국민이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인사 실패의 책임을 바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묻고 있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요 며칠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인사청문회가 신상 털기, 망신 주기로 흐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걸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개인 신상은 비공개로, 정책과 자질은 공개 청문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청문회 제도 개선을 구실 삼아 최근의 인사 실패가 지나친 자기 사람 중심에다 검증 소홀이 겹쳐 일어났다는 점을 호도하려 해선 안 된다. 잘못과 책임을 먼저 가린 뒤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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