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예산 갈등 증폭
[기사] 누리예산 강(强) vs 强…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올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서울, 경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육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도교육청 간 예산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단의 정치적 결단이나 합의, 뾰족한 대책 없이 서로 책임 시비만 다투는 ‘강 대 강’의 대결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최경환 최후통첩, 시도교육청에 대한 압박수위 높여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누리과정 편성 거부와 관련한 담화문에서 “1월 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채 예산안을 통과시킨 시·도의회에 대해 교육청이 재의를 요청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는 기존 정부 방침보다 강경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 시절인 2011년 5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삼아 도입됐다”며 “이후 누리과정을 문제없이 편성하다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 이후 예산편성을 거부,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교육감들은 대통령 공약에서 누리과정을 책임진다고 했으니 중앙정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 왜곡”이라며 “내국세의 20% 상당을 교육청에 지원해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성격을 볼 때 이 또한 국가가 책임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법률적 의무이며, 그러지 않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경고했다.
▶정부 강경 방침에도 교육청 등 맞서
최 부총리 발언에 대해 교육감들은 “지방자치제도를 무시한 초헌법적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교부금은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법으로 규정한 것인데 이를 중앙정부가 마치 ‘하사’하는 식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런 논리라면 지방자치단체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가 법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못 박은 것도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막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1년 이후 계속 편성해 오다 교육감이 바뀐 뒤 약속을 뒤집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무상보육을 3~5세로 확대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정부가 본질을 호도하고 있따고 주장했다.
▶정부 교부금 4조원…누리과정에만 쓸 수 있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정부는 줄곧 “이미 4조 원의 예산 전액을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고 강조해 왔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에 쓰라고 돈을 보냈는데 다른 데에 써 버리고 편성을 못 한다는 것은 관련 법령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꼭 누리과정에 쓰도록 돈에 ‘꼬리표’를 달아 교육청에 내려보냈다는 말이다.
교육부는 내국세의 20.27%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 보낸다. 이 교부금은 해당 시·도의 전입금, 교육청 자체 수입과 합해져 교육청 예산으로 활용된다. 20.27%는 법률로 정해진 비율로, 올해는 41조 2,284억 원이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으로 4조 원을 따로 챙겨준 게 아니다. 법정 비율이 정해진 41조 원의 교부금 중 4조원을 누리과정에 쓰도록 강제한 것을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다.
교부금법은 교부금을 “총액으로 교부한다”고 돼 있다. 법은 ‘누리과정’과 같은 목적사업에 쓰라고 강제하지 않은 것인데 시행령이 목적사업을 강제하는 셈이다. 시도교육청은 이 시행령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교육감의 예산안 편성 및 제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위법적인 시행령이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이미 내려 보냈다’는 논리로 둔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다?
시도교육감들은 교부금법을 근거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형식논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교부금법 1조는 교부금을 ‘지자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 행정 기관을 설치 경영함에 필요한 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도교육감들은 영유아보육법에서 어린이집을 교육기관 또는 교육 행정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으로 분류하므로 교육청이 교부금을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지원하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누리과정이 유치원과 관련된 유아교육법 상 교육과정과 어린이집과 관련된 영유아보육법 상 보육과정을 통합해 공통 과정을 운영한다“는 기본취지로 시작된 것이므로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갖는다.
▶정파적 이해가 우선인 지방의회
서울·광주·전남 등 여소야대인 지방의회 3곳은 어린이집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시도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분 예산마저 삭감해 누리과정 예산을 ‘0원’으로 만들었다. 경기도의회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촉발했다. 반면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여당이 절대다수인 영남권 지방의회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을 주장하면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또는 전부 반영했다. 합리적인 근거가 아닌 정치논리에 따라 갈린 꼴이 됐다.
야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책임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약으로 표만 얻고 그 비용은 가난한 지방에 떠넘긴다’는 공세가 효과를 얻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강조하면서도 영남권 의회가 막대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이유는 “지자체 예산으로 충분히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것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속타는 학부모들 “서로 한발씩 양보하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장기적 해법은 차후에 논의하더라도 각 주체들이 한 발씩 물러서 일단 이번 달 후반부터 가시화될 보육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한쪽이라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학부모들에게 보육료를 받아야 하는 등 보육대란이 임박한 지자체는 서울, 경기, 광주, 전남, 강원, 세종, 전북 등 7곳이다.
1) 서울: 의회가 유치원 예산 삭감해 유보금으로 편성했는데, 시 교육청은 예산을 원래대로 배정해 달라는 취지로 재의검토중. 의회기 아를 거부할 경우, 교육청은 유보금을 어린이집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할 방침.
2) 부산: 교육청이 유치원만 전액 배정, 시의회 유치원 예산 488억 원 깎은 뒤 어린이집·유치원 예산 6개월분씩 편성. 인천,대전도 이미 편성된 유치원 예산을 일부 삭감해 어린이집에 6개월치를 배정했다.
3) 경남.충남: 교육청이 인건비 등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예산 확보해 어린이집 예산 일부 배정
중앙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교육부가 밝힌 목적예비비 3,000억 원을 편성하는 것이다. 승인 즉시 전국 시도교육청에 배분된다. 교육부는 현재 시도 교육청들이 누리예산 편성을 거부한 상태라 아직 편성요구를 하지 않았다.
근본적 해결책을 바련하지 않을 경우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매년 반복 될 수밖에 없다. 현재 3,000억 원인 중앙정부의 목적예비비 규모를 훨씬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대책이 될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인상이 중장기적 차원에서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위안부 합의’ 두 토론회
[기사] “진일보 없는 외교 실책” “예전보다 상당한 진전”
▶학계 시민단체 ‘외교 실책’ 강력 비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 설립 추진 모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진단, 2015년 한일외교 장관회담의 문제점’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번 합의는 ‘외교적 실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창록 경북대 법전원 교수는 “이번 합의는 1995년 일본이 내각총리대신 명의로 전달하려 했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며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은 결코 질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진일보 없는 복제판이며 오만한 폭력”이라고 평가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10억엔 배상은 ‘사실 인정과 책임에 기반을 둔 법적 배상’이라는 생존자들과 지원단체들의 오랜 요구를 전면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참여 시키지 않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도 질타를 받았다.
▶외교부 주최 토론회 “상당한 진전” 평가
서울 서초동 외교부 국립외교원에서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정책센터 주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 타결의 의미와 과제 정책세미나’에선 협상 타결이 정치적, 국제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주로 제기됐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고, 총리 대신이 일본 정부를 대표해 사죄 반성을 표명했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배상적 조치를 실시한다고 합의했으니 상당한 진전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번 타결 기회를 놓쳤을 경우 위안부 문제는 영구 미해결 문제로 표류하고 한일 관계는 극단적 악화, 대립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도 ▲사전 소통 부족 ▲사죄 표명 형식에서 감성적 접근 부족 등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폭스바겐 소송
[기사] 한국 140억 원 과징금 미국은 100조 원대 소송
▶배출가스 장치 조작 폭스바겐에 미 “청정공기법 위반” 거액 소송
미국 법무부가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량 1,100만 대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을 상대로 최대 100조원대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연방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미 정부는 폭스바겐이 2009년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한 디젤 차량 60만 대에 자동차 검사 시에만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작동하도록 하고 평상 시에는 꺼지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 결과적으로 과다한 배출 가스를 발생시켜 청정공기 관련법 4건을 위반한 혐의를 두고 있다.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이 당국 기준치의 40배까지 배출됐다. 폭스바겐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하면 이론상 최대 900억 달러(약 107조원)가량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게 된다.
▶정부 “미 과징금 성격” 소송 유보적
한국 정부는 이미 민간에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과징금 조치가 내려진 만큼 정부 차원의 소송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폭스바겐 측에 14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아우디·폭스바겐 차주 2000여명은 배출가스 조작 사기로 인한 계약취소 및 대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부는 “미국 정부의 소송은 우리 정부의 조치인 과징금 부과와 성격이 유사하다”면서 “폭스바겐이 이에 불복한다면 국가소송을 진행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법 위반인데 안이한 조치” 지적도
100조 원대 소송에 나선 미국에 비해 141억 원 과징금 부과에 그친 우리 정부의 조치는 안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차를 인증에 맞게 제작해야 한다’는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를 위반한 만큼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칠 게 아니라 검찰에 형사고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4차 핵실험
[기사] 김정은의 핵도박, 새해 뒤흔들다
▶북한 6.0kt급 핵실험 “수소탄 실험” 주장
북한은 이날 정부 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이번 시험을 통해 새롭게 개발된 시험용 수소탄의 기술적 제원들이 정확하다는 것을 완전히 확증했고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30분 북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진도 4.8 규모의 인공지진파를 감지하고 청와대 등에 급보했다. 지진 발생 지점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장소에서 약 1.2km떨어진 길주군 풍계리의 북위 41.30도, 동경 129.09도 지점이다. 규모도 3차 핵실험(4.9) 당시와 거의 비슷하다. 정부는 풍계리 실험장 등의 핵실험 준비 징후를 사전에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대북 정보 실패 책임론도 제기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 NSC 긴급 주재
정부는 6일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하고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4차 핵실험 상황을 보고받고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긴밀한 협력 하에 북한이 핵실험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한 긴급 회의를 열어 대북 제재확대를 논의하는 등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에 대한 우려와 비난을 쏟아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자오히의 대변인은 5일 심야 논평을 통해 “백악관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며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와 약속을 지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군·국정원 “대북 정보망 구멍” 논란
북한 4차 핵실험은 우리나라 기상청을 비롯한 외국기상센터가 측정한 지진파로 가장 먼저 탐지됐다. 안보 당국은 실시간으로 올라 오는 북한 지진 속보가 뜨고 나서야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기상청이 “인공지진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며 핵실험에 의한 지진 가능성이 점쳐진 상황에서도 외교안보 부처와 정보 당국은 “정밀 분석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국정원은 “다른 나라 정보 기관도 핵실험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국방 정보본부도 “한미연합사령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핵실험에 비해 수소폭탄 실험이 비교적 간단해 이로 인해 정보 당국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군과 정보 당국은 이번 핵실험이 위력이나 강도로 볼 때 새로운 수소탄이 아닌 기존 핵실험과 유사한 형태라고 강조했다.
▶정보 오판 가능성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그간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 근처에 24시간 군사위성을 통해 입수한 사진 정보와 통신 감청, 인적네트워크(휴민트) 등 이른바 한미연합자산을 활용해 북한 도발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체크하는 감시체계를 가동해 왔다. 이 같은 감시체계가 먹통이 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속임수 전략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당국 내 정보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다. 각종 사진과 정보가 개별적으로 취합됐지만 부처 내 정보 공유와 종합적 토론이 없어 정세 자체를 오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방부는 최근까지도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은밀해지는 핵실험에 비해 감시체계 한계 봉착
국방부 정보본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사전 준비는 알고 있었다면서도 핵실험 프로세스 계측기 설치나 갱도 되메우기를 봐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식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군 당국의 해명대로라면 한미정보자산으로는 점점 은밀해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모니터링이 앞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북 정보 감시 체제 기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얘기에 다름 없다.

▶수소폭탄·원자폭탄 어떻게 다른가
북한 핵실험의 정체를 확인하려면 폭발 후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물질을 모아 정밀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방사능 측정에 착수했지만 수소폭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인 헬륨은 현재 우리 기술로 포집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핵실험이 북한 주장대로 수소폭탄이거나 국내 추정처럼 증폭핵분열탄이라면 기존 핵폭탄과 달리 기체 상태의 헬륨이 추가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삼중수소나 중수소가 일으키는 핵융합반응의 주요 생성물이 바로 헬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장비로는 헬륨이 날아와도 포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제논, 크립톤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방사성 물질을 포집하는 장비가 대부분이며 지금까지 핵융합반응으로 생성된 헬륨을 다뤄본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어떤 핵실험이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년 꼴 핵실험 ‘3년 주기설’ 입증

북한이 사전에 통보를 하지 않은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1차, 2차, 3차 핵실험 당시 길게는 26일, 짧게는 6일 전에 외무성이나 국방위 성명을 통해 “자위적 조치로서 핵실험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전 예고는커녕 미국이나 중국 등에도 별도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습 핵실험을 통한 깜짝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대신 북한은 이번에 상세한 사후 브리핑을 통해 자신들이 4차 핵실험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는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3대 생일 기념하는 축포 패턴은 여전했다. 북한은 2009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장거리로켓인 광명성 2호를 발사했고 한 달 뒤인 5월에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012년에는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앞둔 12월에 은하 3호를 쏜 뒤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이어갔다. 특히 3차 핵실험의 경우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3일 앞둔 시점에 단행했다. 4차 핵실험도 김정은의 생일(1월 8일)을 코 앞에 두고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북, 3~5년내 소형 핵무기 실전 배치 가능성 높아

국방부는 2014년 12월 발표한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를 추구해 온 북한의 핵능력을 국방부가 최초로 공식문서를 통해 인정한 셈이다.
장거리미사일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핵무기 발사체도 진화하고 있다.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두를 장거리 발사체에 실어 위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멀지 않았다.
▶무색해진 박대통령 ‘통일 대박론’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으로 남북관계가 다시 수렁으로 빠졌다. 통일대박론도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채 2년 남짓 남은 정권의 임기와 함께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박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정상화 노력을 주문했다.
그러나 북한 핵 도발로 한동안 남북관계 개선이나 평화통일을 입에 올릴 수 없게 됐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김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것은 여전히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로 보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은 당분간 얻어 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6자 회담 재개 등 당근을 줄 수 있다’는 선비핵화 원칙을 고수해 온 만큼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도 별로 없다. 미국과 중국의 지렛대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정부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접고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도 미지수다.
남북관계 개선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통일이 엄청난 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통일대박론은 설 자리를 잃었다. 오히려 대북 강경책과 이를 바탕으로 한 통일 대박론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제대로 뿌리를 재리지 못해 북한 주민들의 민심 이반에 이은 체제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전제로 대북정책을 만들었고, 이후 정부가 대북원칙론을 고집하면서 4차 핵실험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대북 확성기 재개할까
북한의 지뢰 도발 위기를 극적으로 해소한 8.25 합의 당시 비정상적 사태가 벌어질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었다. 8.25 합의문 제3항은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돼 있다. 이는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지만 4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합의가 깨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군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북한을 자극할 경우 자칫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북핵 불용에 정면 도전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하며 처음으로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자 중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차례 핵실험 당시엔 20, 30분 전 에라도 중국 측에 미리 귀띔을 해 줬었다.
중국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풍계리 핵 시설에서 중국 국경까진 불과 100여km 밖에 안 된다. 사실상 중국의 대문 앞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도 핵 실험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양국은 전통적인 혈맹 관계다. 그럼에도 북한이 관례를 깨고 핵 실험을 막판까지 감춘 것은 중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공화국이 정의의 수소탄을 틀어쥔 것은 주권 국가의 합법적인 자위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핵 실험이 중국의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통보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더 이상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중 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류윈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점차 개선돼 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핵실험으로 김 제1위원장의 방북은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안보리, 트리거 조항 따라 곧바로 고강도 제재 수순 돌입
유엔이 ‘고강도 제재’ 절차에 신속하게 나섰다. 안보리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반복해서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자, 북한에 대해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을 적용하도록 했다. ‘트리거 조항’의 작동과 과거 선례를 감안할 경우, 유엔 주변에서는 늦어도 3주일 안에 구체적 제재 방안을 담은 결의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북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압박할 듯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북미 관계는 적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급속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공언했던 대로 ‘세컨더리 보이콧’ 방식의 경제제재에 나설 경우 양측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미국이 이란에 적용했던 것으로 해당 국가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제3국 기업까지 금융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포괄적인 제재다. 미 의회에도 세컨더리 보이콧 항목을 담은 입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짧은 시간 내에 이 법안이 발효될 가능성이 크다.
4차 핵실험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 준 사건인 만큼 내년 이후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른 시기에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1월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공화당 선두 주자들 모두 ‘북핵 불용’ 입장이 확고하다.
▶15대 대선 'DJ 낙선 공작‘ 이후, 북풍 영향력 없어졌다
과거에도 북한의 도발은 종종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1997년 15대 대선 이후에는 북풍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역풍이 생기는 아이러니한 현상만 반복됐다.
1) KAL858기 폭파 사건: 87년 13대 대선 직전 발생. 대선을 하루 앞두고 북한공작원 김현희가 테러범으로 지목돼 국내에 압송되며 큰 파장 불러와. 사건의 진실에 대해선 현재까지 논란 이어져.
2)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92년 14대 대선 당시 안기부는 전국 조직원 300명 규모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발표. 이 간첩 사건은 여당인 김영삼 민자당 후보 당선에 적지 않은 영향력 미쳐.
3) JSA 총격전: 96년 15대 총선 일주일 전, 북한 무장병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침입해 총격전. 신한국당(여) 139석 차지.
4) 재미교포 윤홍준 “김대중-북한 고위인사간 커넥션 폭로”: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이 김 후보 당선 막기 위해 조작한 것.

중수부 사실상 부활 논란
[기사] 부패범죄특수단 신설…사실상 중수부 부활 논란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신설
법무부가 권력형 비리 수사역량 강화를 내세워 검찰총장 직속으로 부패범죄 특별수사단을 공식 신설했다. 정치적 편향 수사로 2013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부활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중수부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을 제도적 조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별수사단은 아직 평검사와 수사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검사만 11명가량인 대규모가 될 것이 유력하다. 단장인 김기동 검사장을 비롯 부장검사가 팀장인 2개 팀에는 상황에 따라 각기 4명 안팎의 검사 파견이 추진되고 있어, 수사관까지 최소 30명의 인원이 예상된다.
▶청와대 재가 받은 듯
중수부의 기능이 사실상 부활한 데는 청와대 차원의 재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사전 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정부패 대응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김현웅 법무 장관도 신년사에서 “특별수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부정부패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믿음을 확신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쾰른서 집단 성범죄
[기사] 독일 쾰른서 집단 성범죄… 시험대 오른 난민 정책
▶남성 1천 여명이 여성 성추행·강도
독일 쾰른시의 새해 전야 축제에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 이민자 수백명이 불특정 여성들을 상대로 집단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미리 범행 계획을 세우고 조직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둬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모로코와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 건너온 평균 20대 중반의 젊은이들로 범행 당시 대부분 술에 취해 있었다고 밝혔다.
▶개방적 난민 정책으로 여론의 비판 들어온 메르켈에겐 부담
친 난민 정책을 표방하다 지난해 시장 선거 유세에서 흉기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헨리에테 레커 쾰른 시장은 무법이 판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메르켈 총리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용의자들의 출신 국가나 배경에 관계없이 범행 사실이 드너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우정당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을 위한 시민 운동’의 수장 크리스토퍼 멩게르센은 “메르켈 정부가 난민들을 향해 베푼 잘못된 관용 때문에 모든 일이 엉망으로 변해 버리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의 유럽전문 영문매체 더 로컬은 집권다수당인 기독민주당의 슈테판 빌거 연방의원의 “이대로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라며 난민을 줄이고 국경을 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