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7일 목요일

피츠버그는 잠잠하다

닮은 듯 닮지 않은 강정호와 박유천사건의 재구성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박유천 성폭행 사건과 흘러가는 양상이 비슷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강정호와 박유천은 실제 사건이 벌어진 지 시간이 꽤 흘러서야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성폭행 혐의를 받으면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했다. 강정호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여성을 만났다. 박유천은 텐카페로 불리는 유흥업소에서 여성을 만났다. 둘이 만난 여성 모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강정호의 성폭행 혐의가 호사꾼들의 입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사 과정에 있으므로 피츠버그 구단에서는 강정호를 경기에 계속 내보내고 있다. 피츠버그는 정식으로 기소되기 전까지 경기 출장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성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4명이나 등장했다. 연루된 여성 4명 가운데 3명이 박유천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와중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근무 태만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박유천 팬카페 회원들은 지지 철회를 공식 선언하면서 박유천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닮은 듯 닮지 않은 강정호와 박유천 성폭행 의혹 사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 둘은 끊임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강정호-박유천 사건 닮은 점
 
강정호와 박유천 사건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 직후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맥이 닿아있다. 강정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이틀 뒤 스스로 성폭행 증거 검사를 받으며 성폭행 입증을 위한 증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정식으로 시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날짜는 열흘 뒤인 30일이었다. 사전 접촉을 했다곤 하지만 정식 고소가 너무 늦었다는 점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텐카페 여성 종사자들 역시 사건이 발생한 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2년 뒤에 박유천을 고소했다. 첫 번째 피해 주장 여성은 지난 64일 성폭행을 당했다며 610일 박유천을 고소했다. 세 번째 고소 여성은 20146월에 성폭행을 당했다며 2년 뒤인 올해 617일에 박유천을 고소했다. 사건 발생 2년 뒤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은 박유천 자택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지가 나돌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박유천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직후 피해 여성의 신상을 담은 속칭 지라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증권가에 돌았다. 유포된 정보에는 유명 남성 연예인 다수가 박유천과 합석해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박유천 측은 온라인에 유포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박유천 고소 여성으로 지목된 여성들 또한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6일 강정호가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자 또 지라시가 돌았다. 강정호 지라시에는 온갖 추측성 정보가 담겨 있었다. 한국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이 일부러 강정호에게 접근해 이틀간 함께 투숙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어 현지 병원에서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관계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현지 경찰이 모든 정황을 명명백백히 밝혀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근거없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강정호 사건의 핵심1 ‘범블
 
강정호는 지난 618(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피츠버그는 시카고 컵스에 0-6으로 무릎을 꿇었다. 강정호는 경기가 끝난 뒤 숙소인 시카고 웨스틴 호텔로 돌아왔다. 그날 밤 23살 여성이 강정호의 방에 들어왔다. 여성 이용자가 남성 이용자에게 연락을 취해야 만남이 성사되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범블을 통해서 둘은 만났다.
 
범블은 세계 최대 데이트 앱 틴더마케팅부문 부사장이 여성들을 위한 데이트 앱으로 개발해 내놓았다. 다른 데이트 앱과 달리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연락을 취한 뒤 24시간 이내에 남성이 수락해야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성 이용자가 많은 앱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물론 여성이 단순한 만남을 위해 강정호에게 접근했을 수 있다. 하지만 범블을 통해 강정호를 만났다는 점 때문에 의도적으로 강정호를 곤경에 처하게 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정호 사건의 핵심2 ‘음료
 
피해 주장 여성은 시카고 경찰에 강정호가 건넨 술을 마신 뒤 15~20분간 정신을 잃었고 성관계를 맺는 동안 의식이 흐려졌다가 뚜렷해졌다가를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도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밝히면서 음료에 약물을 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은 이틀 뒤 시카고 노스웨스턴 메모리얼병원에서 성폭행 증거 검사(raping kit)를 받았다. 이 검사를 하면 성폭행 가해자의 DNA를 피해자의 몸에서 채취할 수 있다. 강정호가 건넨 음료에 약물이 첨가돼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다른 검사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성이 정신을 잃은 이유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피츠버그는 잠잠하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 와중에 피츠버그의 4번타자로 복귀했다. 강정호는 7(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전에 선발 출전했다. 4일 오클랜드전 이후 3경기 만이다. 구단은 기소되기 전까지 강정호를 경기에서 제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일 경기에도 9회 대타로 나와 안타를 쳤다.
 
미국 지역 매체 피츠버그 가제트는 7(한국시간)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강정호가 불이익이나 처벌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강정호를 경기에서 제외하지 않는 구단의 처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사와 기소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벼이 여길 사안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못 박았다.
 
폴 제이스 피츠버그 가제트 기자는 경찰이 철저한 조사를 해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나온 뒤에 강정호에 대한 처분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제이스 기자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강정호의 성폭행 의혹 조사에 대해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건을 침소봉대하는 미국 언론에 대한 일침을 날렸다. 제이스 기자는 피츠버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스포츠 전문 기자이자 토크쇼 진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