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4일 목요일

중앙_[사설] 최경환의 긴급처방, 경제회생의 마중물 돼야

최경환 경제팀의 한국 경제 회생을 위한 긴급처방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가용할 수 있는 재정·세제·금융의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침체된 경기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내용의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이 그것이다. 그간 개별 현안에 부분적으로 대응해온 정책운용방식에서 탈피해 종합적이고 직접적인 정책수단을 일거에 과감하게 펼침으로써 경기회복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침체일로의 한국 경제를 한 방에 상승국면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충격요법이다. 이를 위해 그간 논란이 됐거나 대놓고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정책도 불사하겠다는 게 최경환 경제팀의 각오다. 경기부양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을 계속하고, 내수진작을 위해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LTV, DTI)를 화끈하게 풀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이처럼 특단의 경제회생책을 들고 나온 것은 작금의 경기부진이 심각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3년째 이어지는 경기부진이 자칫하면 구조적인 저성장으로 고착화될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위축의 영향도 있지만,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 속에 막대한 가계부채와 낙후된 내수서비스업, 가계소득 부진, 기업의 활력 저하 등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더욱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게 새 경제팀의 판단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 같은 상황을 빠른 시일 내에 반전시키지 못하면 저성장-저물가-자산시장 붕괴로 특징지어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다급함과 절박함이 물씬 묻어난다. 우리는 현재의 한국 경제를 위험상태로 진단한 새 경제팀의 이 같은 상황인식에 동의한다. 

 문제는 새 경제팀의 처방전이 상황을 반전시킬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있느냐다. 최 부총리는 이번 정책구상이 과감하게 판을 바꾸고, 침체된 경제·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했다. 가계소득 증대방안이나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 등은 그간의 정책기조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발상의 전환이 엿보인다. 내년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퍼붓겠다는 40조원 안팎의 거시정책 패키지 또한 경제회생의 마중물 역할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기회복에 발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임으로써 기업과 가계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만 세부적으로 실현가능성이나 정책효과가 미심쩍은 대목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사내유보금 과세나 비정규직 고용제한 등은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나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도 미흡하다. 새 경제팀이 앞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중앙_[사설] 유권자 우습게 보는 기동민·천호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그들만의 ‘아름다운 단일화’를 또 한 번 감행했다. 유권자 선택권과 정당정치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는 ‘추악한 야합’이 아닐 수 없다.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48) 후보를 무리하게 전략공천하고, 광주 광산을에 권은희 후보를 보은공천했던 새정치연합의 안철수·김한길 대표는 무원칙한 단일화 과정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기동민 후보가 자기 때문에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허동준씨에게 “평생 빚을 지게 됐다. 어떤 순간에도 물러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며 전략공천을 수락한 게 불과 17일 전이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후보 간 단일화 논의를 제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에게 “전략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당대당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기 후보가 어제 “당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했다”며 후보사퇴를 한 것이다. ‘정면 돌파’니 ‘당대당 논의’니 하는 얘기는 빈말일 뿐이었다. 기 후보의 말바꾸기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아무래도 좋다는 선거공학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과 기동민 후보의 말만 믿고 새정치연합의 가치를 지지해 왔던 유권자들의 당혹감이다. 불과 17일 사이에 허동준→기동민→노회찬으로 선택지가 바뀐 제1야당 지지 유권자는 당과 후보가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바지저고리라도 된단 말인가.

 동작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세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수원정(영통)에선 정의당 천호선(51) 후보가 사퇴했다. 7·30 재·보선의 사전선거일 하루 전에 사퇴를 해야 후보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신속하고 계산된 움직이었다. 결국 수원정 선거구에선 천 후보가 당대당이든 후보자 사이든 양측 간 논의는 일절 없이 일방적으로 사퇴한 것이다. 미니 정당이라곤 하지만 수원정의 지지 유권자를 개의치 않는 오만한 태도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두 개의 선거구에서 주고받기식 야권 단일후보를 냄으로써 새누리당과 대등한 게임을 치르게 됐다. 그 대신 자신의 가치로 승부하지 않고 상대방을 떨어뜨리는 게 최상의 목적인 미움과 부정의 정치문화가 또 활개치게 됐다.

경향_[사설] 유병언 수사 참극, 검경 수뇌부도 책임져야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 수사를 지휘했던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사표를 제출했다. 최 검사장은 “수사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최 검사장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뇌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검찰총장은 사임하고 법무장관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수사 및 지휘 책임자에 대한 문책 주장이 나왔다.

 검경 수뇌부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유병언을 놓쳐서가 아니다. 수사 능력, 보고 체계, 근무 기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단순 행려병자로 처리해 윗선에 보고도 안 했다. 검찰은 유씨가 은거해 있는 순천 별장을 급습하고도 현장을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눈앞에서 놓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다섯 차례나 유병언 조기 검거를 지시했다. 그러나 검경 수뇌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긴커녕 어이 없는 부실 수사로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검찰과 경찰은 원래 바람 잘 날이 없는 조직이다. 위기가 자주 닥쳤으나 그때마다 수뇌부의 처신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지난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구타 사망 사건이 났을 때 검찰은 거센 비난여론에 직면했다. 당시 김정길 법무부 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잡을 수 있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황교안 법무장관도 법사위에서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진상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답변했다. 세월호 사고 100일이 지났지만 민심은 더 흉흉해졌다. 검경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검경 수뇌부는 어떻게 해야 민심 수습과 조직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경향_[사설]가계소득 해법 없는데 돈 푼다고 내수가 살아나나

최경환 부총리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어제 내놨다. 예고한 대로 내수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시중에 돈을 푸는 게 주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망스럽다. 내수 활성화의 근본 처방인 가계소득 해법은 외면한 채 효과도 불분명한 근시안적 미봉책만 나열했기 때문이다. 

새 정책방향의 초점은 ‘내수가 나아질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무차별적 재정투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을 본뜬 것이다. 우선 경기부양을 하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나는 듯한 인식이 부담스럽다. 정부는 경기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내다봤다. 이는 잠재성장률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반드시 부양을 필요로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부양효과도 의심스럽다. 정부는 재정이나 금융 지원을 통해 41조원을 부동산시장과 기업 등에 풀겠다고 했다. 일단 부동산을 내수 활성화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뜻이지만 혜택은 일부 부유층에만 국한되고 다수는 오히려 가계부채의 함정에 빠질 소지가 크다. 정책금융 지원 역시 필요한 곳보다는 눈먼 돈이라는 인식에 정치논리가 우선하면서 공염불이 되는 사례를 봐왔던 터다. 정부는 내년에도 돈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수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이어서 본질인 증세에는 눈을 감은 채 확장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나마 기대했던 기업소득의 가계소득 전환은 사실상의 구호에 그쳤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기업 반발에 눌려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이름이 바뀌고 2017년부터 과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실상 ‘없는’ 정책이 됐다. 대신 배당소득에 대해 주주들에게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산가격 상승의 수혜가 주로 가진 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서민들의 열패감만 커질 판이다. 임금 인상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연장 등 가계를 위한 몇 가지 조세 인센티브가 포함됐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그 정도로 서민층의 삶이 나아지고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여긴다면 현실을 너무 모르는 처사다.

현재의 내수 부진이 가계부채, 고령화, 고용불안 등 우리 사회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들 문제는 규제를 완화하고 돈을 풀고 부동산을 띄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복지 확대와 노동시장 개혁, 가계소득 증대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제를 살린다며 기업만 쳐다보고 가계를 방치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외바퀴만 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향_[사설]유병언 ‘엉터리 수사’ 검·경 수뇌부가 책임져야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세월호 참사 책임자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체포 실패에 책임을 지고 어제 사표를 냈다.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순천경찰서장도 전격 경질됐다. 유씨 검거작전을 둘러싼 검경 수사는 한마디로 대참사에 가깝다. 국민들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을 판이다. 수사 책임자 몇몇을 징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의 어정쩡한 꼬리 자르기 식 징계로는 검경의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경의 유씨 검거작전은 한편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검찰은 5월 유씨가 은거했던 별장을 급습할 당시 유씨가 안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별장 내부 비밀공간이라고 하지만 독 안에 든 쥐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이 동원되었는데도 유씨 그림자는커녕 도피자금도 확보하지 못했다. 유씨가 별장에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도 한 달 뒤 여비서 진술을 통해 확보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40여일간 유씨인 줄도 모른 채 방치한 경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검찰과 경찰이 작전 실패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공방전을 하고 있다. 엉터리 부검에 대해 경찰은 “당시 스쿠알렌과 이탈리아제 점퍼 같은 유씨 유류품을 다 보고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유류품만 봐서 어떻게 아느냐”고 항변했다. 상식 밖의 수사를 해놓고 이제 와서 핑계와 변명이다. 또 검찰이 유씨를 별장에서 놓친 사실을 자백하자 경찰은 “우리한테는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하더니… 이게 무슨 수사 협조냐”면서 공격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고급정보는 주지 않고 부려 먹기만 한다”며 불만이었다. 애초 검경의 수사 공조는 말뿐이었던 셈이다. 이러니 유씨 검거작전이 제대로 됐겠는가.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 소재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 무엇보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는 숨진 유씨를 잡겠다며 군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반상회까지 소집했다. 황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도 응당 책임을 지는 게 옳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자리에 연연할 일이 아니다. 조직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자리만 지킨다고 영이 서겠는가. 이제 와서 임기 운운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경향_[사설]이스라엘의 학살은 ‘체계적인 인권 침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략과 민간인 살해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이 유대인 소년을 납치·살해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분쟁의 씨앗을 뿌린 것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그 자리에 이스라엘인을 이주시키는 방법으로 남의 땅을 차지했다. 팔레스타인 지역 내 이런 불법적인 이스라엘인 마을 조성은 당연히 팔레스타인의 반발과 양측 간 대결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남 탓은 자기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런 야만적 행위는 미국의 지지가 없었다면 벌써 중단되었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침략을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변호했다.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육을 사실상 부추긴 것이다. 그러고는 한다는 말이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정밀 타격을 하라는 조언이었다. 미국은 평소 인권국가를 자처하며 연례적으로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작성, 각국이 인권보호에 앞서 줄 것을 강조했다. 중국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중국 측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할 만큼 인권의 가치를 외교정책에 적극 반영했다. 그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서만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인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보편성이다.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예외를 둔 인권정책이라면 그건 온전한 인권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은 인권국가라는 깃발을 내려야 한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어제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이 “국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광범위하고 체계적이며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 “국제범죄에 버금가는 군사작전”이라고 결의했다. 세계 각국은 이 결의를 최고의 국제규범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준거 삼아 행동해야 한다. 특히 이스라엘은 즉각 침략 행위를 중단하고, 미국 역시 이스라엘 침공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인권이사회는 인권침해 조사위원회를 구성, 신속히 현장에 파견하기로 했다. 유엔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인권이사회와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인권침해의 실상을 공개하고, 책임자 처벌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은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유일하게 반대했지만, 국제여론을 거스르며 조사 결과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이스라엘과 미국이 조금이라도 교훈을 얻을 것이다.

조선_[사설] 정부 부양책에 정치권·勞使가 힘 보태야 景氣 풀릴 것

정부가 얼어붙은 경기(景氣)를 살리기 위해 재정·금융·외환 정책을 통해 내년까지 40조7000억원의 자금을 푸는 것을 포함한 새 경제정책을 내놨다. 내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해 경기를 떠받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부동산 규제도 크게 완화하기로 했다. 기업 이익이 가계(家計)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기업이 임금을 최근 3년 평균 상승률 이상으로 올리면 초과분에 최대 10%까지 세액 공제를 해주고,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도 마련하기로 했다. 논란이 많았던 사내유보에 대한 과세(課稅)는 기존 유보금에는 적용하지 않고 내년부터 조성되는 신규 유보금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 내놓은 이번 정책 방향에는 기존 정책의 틀을 깨는 내용이 많다.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적자 부담을 감수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도 전에 없이 과감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 같은 우파적 정책부터 임금 인상·적자재정 같은 중도·좌파적 정책까지 모두 동원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관건은 민간 부문의 투자·소비 심리가 얼마나 빨리 살아나느냐는 데 있다. 정부와 공공 부문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정도다.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 투자가 살아나야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국민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세금을 감면해주고 저리(低利)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투자할 의지와 자금이 있어도 투자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나쁜 규제'를 철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새 경제정책 방향이 성공하기 위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철폐의 전통적인 처방도 강력히 밀고 나가야 한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했던 경기 활성화 대책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실상 폐기 처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주변의 관광호텔 설립 문제처럼 정부가 규제를 풀어도 지자체가 이를 가로막아 투자가 무산되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새 경제팀은 정치권·지자체와의 적극적인 정책 협의를 통해 정부 정책이 차질 없이 시행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기업, 시장이 정부가 하는 말을 믿고 따를 수 있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협조 없이는 실행이 어렵다. 여기다 통상임금 확대 문제 등으로 노사 분규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더 움츠러들 위험이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노사 문제를 경제팀 전체의 현안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 비상대책의 성패(成敗)는 정치권·지자체·기업·노조가 얼마나 힘을 보태주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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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유병언 검거 실패로 다시 드러난 검·경 '敵對 관계'

검찰과 경찰 간부들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서) 검찰·경찰의 협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다. 대검은 "정보 공유가 100% 되고 있다"고까지 했다.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은 그런 말과 정반대다.

검찰이 유씨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에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챈 건 송치재 인근 별장을 덮치기 사흘 전인 5월 22일이다. 그러나 경찰엔 그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별장 수색 당일인 5월 25일 검찰은 자기네 수사관 40여 명만 보냈다. 경찰은 그보다 몇 시간 앞서 검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전혀 모른 채 별장에서 2㎞ 떨어진 학구삼거리에 검문소를 설치했다.

송치재 별장을 덮친 검찰 수사관들은 유씨가 별장 2층 벽장 안에 숨은 걸 몰랐을 뿐 아니라 인근 구원파 연수원에서 자고 있던 유씨 운전기사도 놓쳤다. 만약 검찰이 경찰에 별장 주변 수색을 맡기기만 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경찰 조직은 송치재 검거 작전에서 검찰에 따돌림당한 후 "우리가 검찰 하수인이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경찰이 6월 12일 발견된 변사체를 건성으로 조사하고 만 것엔 그런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검찰은 6월 26일 유씨 비서의 진술로 별장 벽장 속에서 8억3000만원과 16만달러를 찾아냈다. 검찰이 이런 정보를 경찰과 공유했더라면 경찰은 유씨가 돈도 못 챙길 정도로 허겁지겁 도망쳤다고 보고 인근 야산으로 수색 범위를 넓혀 시신이나마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경찰 주장이다.

얼마 전 서울 강서구 재력가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검사의 수뢰 의혹이 적힌 장부 내용을 숨기고 있다가 검찰이 그 사실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자 장부 내용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줬던 일이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 검거나 범죄 의혹 규명을 위해 협조하기보다는 서로 공(功)을 독차지하려고 상대방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거나 기회만 생기면 상대방 위신을 떨어뜨리려고 함정을 파놓는 관계가 돼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관여하는 사건에선 도무지 풀리는 일이 거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 골탕 먹이려고 잔머리 굴리는 검찰·경찰에 앞으로 무슨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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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野 또 후보 맞교환 거래, 아예 정치 장사꾼으로 나섰나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한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가 24일 사퇴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원 병(丙)·정(丁) 선거구에선 정의당 이정미·천호선 후보가 물러났다. 두 당 사이에 수도권 선거구를 놓고 2대1 맞교환하는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이 반드시 승리해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지역은 대부분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우세했거나 여야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던 곳들이다. 야당 지지표를 하나로 모으면 판세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동작을에 나선 정의당 노회찬 후보는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고, 수원 정에서 사퇴한 정의당 천호선 후보는 그 당의 대표다. 이런 비중 있는 정치인들이 직접 후보직 뒷거래에 앞장선 셈이다.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렇게 대놓고 후보 자리를 주고받는 정당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새정치연합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당초 광주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후보를 아무 연고도 없는 동작을에 출마시키는 등 원칙 없는 '꼼수 공천'을 밀어붙였다. 두 대표는 그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 대 당 후보 단일화는 안 한다"고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날 기 후보가 후보직을 내던졌는데도 말리거나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며 칭찬하고 나섰다. 명색이 제1 야당이 다른 지역도 아닌 서울의 유일한 재·보선 선거구에 후보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정의당 지도부도 "단일화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날 수원까지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찾아가 담판을 요구했다. 두 당의 사퇴 후보들 역시 그동안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던 사람들이다. 유권자를 손톱만큼이라도 무섭게 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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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빚으로 떠받치는 경기부양은 위험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내용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내년까지 모두 4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확장적 거시정책과 함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도 내놓았다. 또 기업의 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유도하는 세제개편을 추진하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소상공인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에는 경기 부양을 위한 모든 정책수단이 망라돼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실패한 기존 정책들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을 튼튼히 하거나 서민·중산층의 삶의 질을 개선할 방안도 일부 내놓았지만, 대부분 막연하거나 실효성이 미심쩍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정책방향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다. 예상대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앞으로 가계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더 많이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동시에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 가계부채의 증가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절대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신 경기 활성화로 가계소득을 늘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키우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빚내서 부동산 띄우기’ 대책을 남발하면서 내세운 명분이다. 실제로는 가계부채 문제의 악화만을 불러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의 부채총액은 가처분소득의 16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4.8%를 훌쩍 넘는다. 정부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춘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최경환 새 경제팀은 이 목표를 포기한 것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4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계획에도 무리가 많아 모인다. 이는 각종 공적기금과 정책금융,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재정 확대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재정적자의 지속을 감수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이런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과 몇달 전에 국회에 약속한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새 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폐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재정적자의 누적, 즉 공공부채의 증가를 수반한다. 공공부채와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는 지금처럼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했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팀은 과도한 부채 증가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국면을 또다른 부채 증가로 돌파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을 ‘지도에 없는 길’이라고 비유한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이 이끄는 우리 경제의 이정표에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가득해 보인다.

한겨레_[사설] ‘국가 혁신’ 말하기 전에 ‘검경 혁신’부터

사망한 유병언씨 추적 작전을 통해 검찰과 경찰의 민낯이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마디로 거대한 총체적 부실덩어리다. 엉터리 수사에 헛발질 압수수색, 한심한 판단력과 부실한 보고체계 등만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사이에 벌어진 ‘불신과 배신의 드라마’를 보노라면 이들이 공권력 행사의 책임을 진 국가공무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검찰은 벽장 속에 숨어 있는 유병언씨를 눈앞에서 놓친 것으로도 모자라 뒤늦게 확인한 비밀방의 존재와 돈가방 발견 사실마저 철저히 숨겼다. 정보 공유는 허울에 불과할 뿐 경찰은, 검찰이 23일 오후 언론에 그런 사실을 발표할 때까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만약 유씨의 주검이 발견되지 않았으면 검찰은 자신들의 치명적인 실수를 영원히 숨기려 했을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발뺌과 책임전가, 꼬리 자르기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경찰은 애초 순천경찰서장 직위해제 등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다 비판이 들끓자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고, 검찰에서도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부실수사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이 그 정도 선에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이 한결같이 책임이 있는데도 모두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고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검찰과 경찰의 총체적 부실은 사람 몇 명 바꾼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편향과 수사능력 부족’이라는 고질적 병폐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치적 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입맛에 맞추고, 정작 수사력을 발휘해야 할 사건에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게 한국 경찰과 검찰의 모습이다. 게다가 능력과 무관하게 권력형 해바라기 인사들이 조직 안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병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후속대책으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안전행정부의 기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미디와 같은 ‘유령 쫓기’ 수사로 나라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엄청난 공권력을 낭비한 검찰과 경찰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 개조나 혁신은 딴 데서 찾을 일이 아니다. 우선 검찰과 경찰을 뿌리부터 바꾸는 일이 급선무다. ‘정작 해체해야 할 조직은 해양경찰청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현실을 결코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한겨레_[사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씁쓸한 현주소

24일치 <한겨레>에 실린 ‘일·가정 병행하라더니…’ 기사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은행에 들어갔건만,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는 게 시간제 취업 여성들의 얘기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가사 돌보기에 애를 먹고, 규정된 시간을 넘겨 일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직종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애초 시간제 확대를 두고 나왔던 걱정들이 그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고,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추진해왔다.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고 유연한 근로문화를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한다는 취지였다.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들도 소개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정책 추진 결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새 시간제 일자리들이 양질이라고 할 수 없다. 한 취업자는 세금과 연금 납입금 등을 빼고 실수령액 기준으로 이달에 92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급여액수가 일자리의 질을 가르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사회통념상의 양질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이들 일자리에 ‘싸구려’ 딱지를 붙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전일제 일자리가 더 낫다는 푸념이 일부에서 나오겠는가.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이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정부 지원 예산의 집행률이 높지 않은 데서 보듯, 이를 선호하는 기업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활용 범위가 제약돼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런 만큼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의 근무여건과 급여수준 등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양질의 전일제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고용률 높이기가 긴요하지만 시간제를 지렛대로 삼으면 의미는 반감되고 만다.

한겨레_[특별기고] 진보적 참교육과 측은지심의 복원 / 김경재

어려움에 처한 생명을 볼 때 이심전심 자발적으로 공감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측은지심이다. 진보적 참교육이란? 차별 없는 교육과 재능개발 육성도 좋지만, ‘교육철학의 대가’ 맹자가 강조한 것, 측은지심을 비롯한 인의예지 단초를 살려내 육성하는 교육이 아닐까?

복숭아가 출하되는 7월이 되면, 필자는 오랫동안 잊고 왔던 옛 기억을 되살리며 나 자신과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팔딱거리는 참새의 심장처럼 혹은 이른 봄 여린 새순처럼, 어린 소년 시절 내 생명 속에 있던 ‘측은하게 여기는 맘’이 얼굴을 내밀던 경험이다. “측은히 여기는 맘은 착함의 단초!”(惻隱之心 仁之端也)라고 갈파했던 맹자의 가르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측은지심을 너무 오랫동안 망각해 왔을 뿐만 아니라 억압하고 짐짓 무시하며 살아온 인생이었고, 그리 받았던 사회교육 아니던가 뒤돌아보게 된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 신기한 것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두해 전쯤, 그러니까 1948년 소년 나이 9살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라고 추정된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무등산 아래 빛고을 광주였다. 소년은 광주천 노변을 끼고 형성된 시장 구경 하기를 좋아해서 곧잘 어머니를 따라나서곤 했다. 장맛비답지 않게 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큰 자두 크기밖에 안 되는 햇복숭아를 한무더기씩 좌판에 올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몇몇의 아낙이 있었다. 얼굴은 볕에 그을려 까칠하고, 머리카락은 이마 위로 흐트러진 채로, 기워댄 삼베 웃저고리는 빗물에 젖어 속살 앞가슴이 윤곽져 보여도 부끄러움은 가난에 지친 여인에겐 사치인 듯싶었다.
소년은 땀 찬 손바닥에 동전 1000원가량을 꼭 움켜쥐고, 작은 몸을 어른들 큰 몸으로 가리우면서 좌판 앞에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그 아낙네들 앞을 긴장하며 한두번 오갔다. 그러다가 잽싸게 돈을 던지듯이 좌판에 올려놓고, 햇복숭아를 전부 챙기지도 않은 채, 냅다 도망치듯 장 보는 사람들 속을 헤집고 달려나갔다. 인적 드문 골목길을 골라 집으로 단숨에 달려와 숨을 몰아쉬면서 공부방 책상 앞에 들어가 앉았다. 큰 잘못이라도 지은 양 가슴은 뛰고, 부모 형제가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을까 봐 짐짓 태연한 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다음 날 학교 친구 그 누구에게도 소년의 자못 용감한 착한 행동은 말하기가 쑥스러운 일이고 발설해서는 안 될 일이라 여겨져서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상하게, 소년의 마음은 어쩐지 스스로 뿌듯하고 기쁘고 밝아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뒤 까맣게 그 일을 잊었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런 일이 있은 지 70년이 가까워진 요즘, 필자는 <맹자>의 저 유명한 공손추(상)에 나오는 ‘측은지심은 인지단야’라는 주장을 다시 꺼내 읽는다. 맹자가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를 어린아이가 마을 우물에 빠지려 할 때, 조건 없이 달려가 아이를 구해내는 것은 측은지심이 사람 본성 속에 있기 때문이지 어떤 보상이나 칭찬을 듣기 위함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 유명한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인간 심성 어느 틈새와 어떤 동기에서 나타난 것인지를 설파하고, 특히 단호하게 말하기를 “측은해하는 맘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惻隱之心非人也)라고 했다.
고통당하는 사람이나 상처받은 짐승, 심지어 가뭄에 말라 죽어가는 식물을 보면서 측은함을 느끼는 사람의 맘씨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맹자처럼 하늘이 본래 사람 마음속에 심어준 씨앗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에드워드 윌슨처럼 자연의 생명 진화 과정에서 생존수단으로 습득되고 유전형질로 전해지는 생물학적 특징이라고 해도 좋다. 그 두 이론은 대립적이 아니고 상보적이다. 왜냐하면 생명 진화는 단지 물질분자의 복잡화(複雜化) 과정만 아니라 정신이 깊어져 가는 새로움의 창발(創發) 과정이고, 진선미를 추구해가는 ‘창조적 진화’이기 때문이다(테야르 드샤르댕).
그리스도교 역사 2000년 동안 동슬라브족 러시아인이 습득한 동방정교회 신앙심을 공산주의 혁명 100년 동안 무신론으로써 지워 없애지 못했다. 하물며 40만년 이상 생존투쟁을 거치면서도 호모 사피엔스 생명 안에서 형성되어온 ‘측은지심’이 불과 지난 400년간 자본주의 사회의 무한경쟁 생활에 내몰린다 해서 쉽게 말살되어질 수 없다. 다만 알맞은 환경조건을 만나 발현(發現)되기를 기다리는 생물학적 유전인자처럼, 측은지심은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심성적 디엔에이(DNA)이다. ‘인지단야’(仁之端也)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착한 맘의 끝단이요 씨종자 속의 유전자 같다는 말이다. 그것은 지키고 키우고 격려해야 할 잠재적 가능태일 뿐 아직 현실태는 아니다. 발현되면 ‘착함과 어짊’이라는 귀중한 사람 성품으로 피어날 것이요, 무시하고 방치하면 사람은 단지 두뇌세포 용량이 큰 영장류 짐승이 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청문회 연속 낙마, 노인 자살률 급증, 4대강 사업 강행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야생적 자유주의’ 상황이라고 비판한 현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측은지심이란 중국 전국시대 유가(儒家)의 관념론에 불과하다고 그것을 암묵적으로 기피하고 억압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측은지심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시혜적 동정심이 결코 아니다. 민중의 사회변혁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권력과 지식의 지배수단도 아니다. 자비(慈悲)라는 본래 글자 뜻이 동정적 시혜란 의미가 아니고, “하늘 같은 심성으로 함께 슬퍼하는 큰 마음”(윤구병)이듯이, 어려움에 처한 생명을 볼 때 이심전심 자발적으로 공감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다름 아닌 측은지심이다.
생명현상이란 ‘낱생명’이면서 낱생명을 가능케 하는 온갖 ‘보(補)생명’들과 더불어 유기적 통체(統體)를 이룬다. 그 전일적 생명을 범지구적 ‘온생명’이라고 장회익은 이름 붙였다. 그리고 ‘온생명’을 신체에 비유한다면, 종합판단 기능을 하는 중추신경계 위상(位相)을 호모 사피엔스가 갖는다고 갈파했다. 그의 온생명론은 근세 유럽문명을 지배해 왔던 인간중심주의하고 구별되는 새로운 생태학적 인간론이다. 신체는 각 기관이 기능 면에서 다르지만, 위경련이 일어날 때 몸 전체가 함께 통증을 느끼고, 발끝이 결승골을 넣을 때 온몸이 함께 환희를 느끼는 것은 몸의 일부인 중추신경계 역할 때문이다. 그처럼, 인간 자신이 자연동산에 출현한 한갓 풀꽃 같은 ‘낱생명’이지만, 놀랍게도 자신을 포함한 대자연 전모를 집합적 지성에 힘입어 ‘온생명’으로서 깨닫게 되었고, 개인적 감성을 통해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7월 첫째 날부터 닻 올린 제2기 진보교육감 시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참으로 크다. 이달 초, 소위 진보교육감들의 취임 일성과 각오들이 소개되었다. 창의적 교육, 차별 없는 교육, 학생의 잠재적 능력 발휘, 일반 고등학교 살리기를 통한 공교육 위상 회복, 그리고 탈권위적 교육행정을 약속하였다. 그런데 그분들이 꿈꾸는 교육방향을 들여다보면, 프랑스 혁명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된 근대시민사회의 공동이념 ‘자유, 평등, 박애’ 중에서 자유와 평등은 강조되는데 박애를 실천할 청소년 심성함양 교육 비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진정한 진보적 참교육이란 무엇인가? 차별 없는 교육과 재능개발 육성도 좋지만, 교육철학의 대가였던 맹자가 강조한 것, 측은지심을 비롯한 인의예지 단초(端初)를 살려내서 육성하는 교육이 아닐까? 탐욕, 무책임, 이기심의 총중량이 지나쳐 복원력을 상실한 세월호는 안전항해를 위해 선박 밑창에 평형수(平衡水) 보충이 필수적이었다. 한국호라는 큰 배의 안전항해를 위해서, 측은지심의 복원은 인간교육 밑바탕에 평형수 보충과 같은 일이다. 또한 날로 양극화되어 가는 위험한 사회에서 비폭력적 사회혁명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제15계 호랑이가 자기 산을 떠나도록 유인하다,

제15계 호랑이가 자기 산을 떠나도록 유인하다,
조호이산(調虎離山)(삐침)(삐침)


적으로 하여금 유리한 지형을 떠나게 하거나,
유리한 조건을 잃도록 한 후 습격하여 포위한다.


(꽃)비지니스 : 카네기의 계략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와 코크스왕 푸리커의 합작과 결별 과정은 비지니스 전쟁의 잔혹성을 웅변한다.

푸리커는 피츠버그에 여러 개 코크스 정련공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욱 더 성장키 위해 카네기와 합작을 하게 되고 수익도 아주 많았다.

그러나 푸리커는 야심이 크고 성질은 거칠며 고집스러웠다.

합작 후 철강업에 침투해 카네기와 대립하게 되었다.

얼마 후 코크스 공장에 다규모 파업이 일어나자 카네기는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종용했지만,
푸리커는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 미국을 뒤흔든 유혈사태가 나고 직을 떠나야 했고 노조의 암살기도로 중상까지 입었다.

푸리커를 넘어뜨려야 내가 쓰러지지 않는 것을 카네기는 알았다.



(꽃)처세 : 친구를 도와 집을 되찾게 하다

중국 서호 소경사의 왼편에 이생이 300냥의 집 한채를 가지고 있다.

절의 스님 혜공으로부터 50냥을 빌렸는데 3년 후 100냥을 원리금으로 요구했다.

빚 독촉이 심해 할 수 없이 30냥을 추가로 받고 집을 넘겼다.

이생의 친구 가수재가 130냥을 혜공에 돌려주고 다시 집을 찾으려 하는데 수리비를 핑계대고 집을 돌려주지 않는다.

가수재는 스님이 낮잠을 자는 동안 스님의 의복과 모자를 쓰고 옆집인 대부호의 며느리를 희롱한 뒤 얼른 의복과 모자를 원래 자리에 놓고 나왔다.

혜공은 자고 있는데 십여명이 방안으로 들어와 욕을 퍼부었다.

그들은 벌건 대낮에 양갓집 아녀자를 희롱한 것에 대해 빨리 이사가지 않으면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겁을 줬다.

이 때 이생이 혜공을 찾으니 130냥을 받고 집을 돌려주었다.



(삐침)"들에 있는 호랑이는 개도 우습게 안다."


☆ 중국 유엽편저인 <원전 36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에서...


비발디의 사계중 Summer

10분50초...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이탈리아의 작곡가,바이올리니스트로
이곡은 1723년 작곡한 사계중 여름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Mari Samuelsen은 1984년생 노르웨이의 바이올리니스트로 4세부터 배웠다.

http://m.youtube.com/watch?v=g65oWFMSoK0#



(해)이미자 - 섬마을 처녀(1967)

2분55초...

http://youtu.be/xWrFWARgL4w




(행복)幸福해지는 비법
/ 혜민 스님

2분26초...

http://m.cafe.daum.net/sara3040/J0E7/846?q=%EC%9B%83%EC%A7%80%20%EB%A7%90%EA%B3%A0%20%EB%B3%B4%EC%8B%9C%EC%98%A4.&



(크크)'쏠밥'의 뜻

멥쌀로 지은 밥,쌀밥의 제주도 발음으로 '쏠'은 아래아 모음이다.
논농사가 없는 제주에서 쏠밥은 귀한 음식이었다.

http://me2.do/5BfwfZNZ



(미소)'올레'의 뜻

'집으로 들어가는 길'
이 원래의 뜻인 '골목길'의 제주도 사투리이다.

http://me2.do/5kQxu8nr



(윙크)'둘레길'의 뜻

산의 둘레를 따라 일주하는 여행길을 말한다.
요즘은 산책을 위한 길로 쓰인다.

http://me2.do/GphlA9D4

2014년 7월 23일 수요일

중앙_[사설] 세월호 100일, 할 일은 안 하고 소리만 요란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우리 공동체의 모습은 여전히 답답하다. 진상규명과 보상을 다룰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여야는 기싸움을 벌였다. 유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집회를 갖고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304명의 승객과 함께 침몰했다. 23일까지 294명의 시신을 찾아냈지만 10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大)참사 직후, 사회 각계각층은 세월호 이전과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100일간 우리가 뭘 했나 돌아보면 허탈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개조 수준”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선언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국가대개조 범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민·관 합동 추진체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의 최우선 과제로 관료·민간의 유착, 이른바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척결을 꼽았다. 정부는 관료들의 취업제한 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넘겼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공직사회의 부정청탁 금지 등을 위한 ‘김영란법’도 국회로 갔다. 그런데 이들 법안 중 단 하나도 여의도 정쟁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역시 나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2주 뒤에 터진 서울 상왕십리 전철 추돌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장 난 신호체계를 방치해 두고 운행하다가 200여 명의 승객이 부상을 입는 참사를 초래했다. 5월 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방화사건 역시 원시적인 인재였다. 비상구를 막아놓고 소화기함을 잠가놓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엊그제 강원도 태백에서 발생한 관광열차 충돌사고 역시 신호를 보지 않고 운행하다 생긴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해상안전 대책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출항 전 선박안전감독 강화, 운항관리자의 직무태만 처벌 등은 본격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참사 100일을 맞아 한 조사업체가 국민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세월호 이후 정부에 더 불신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빈약한 우리 사회의 신뢰자본이 더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해경·군의 구조활동은 엉망이었고 청와대·관계부처는 허둥지둥했으며 검·경은 죽은 유병언을 지척에 두고 40여 일간 사상 최대의 수색작전을 펴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땅에 떨어진 국가신뢰도를 높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유·무형의 갈등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참사다. 그래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원인을 찾아내 이를 수술하고, 교훈을 사회 전반에 전파해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좀 더 성숙한 안전사회로 거듭나야 희생이 헛되지 않게 된다.

중앙_[사설] 눈앞의 유병언 놓친 한심한 검찰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순천 별장을 급습했을 때 유씨가 2층 벽 속에 숨어 있는 사실을 모르고 눈앞에서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가 은신했던 벽속 공간엔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유씨의 여비서 신모씨(33)로부터 한 달여 지난 6월 26일에야 유씨를 벽 속에 숨겼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튿날 다시 별장과 구원파 수련원을 수색했으나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연인원 145만 명의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했는데도 흔적조차 찾지 못한 것은 유씨가 신출귀몰해서가 아니라 검경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검찰의 검거작전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지적할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검찰은 별장 급습 당일 현지 지리에 밝은 순천경찰서에 전혀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별장 주변을 에워싸고 도주로를 차단했더라면 유씨를 충분히 검거할 수 있었다. 이튿날 경찰을 투입했지만 전남 경찰이 아니라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였다. 공조해도 시원찮은 판에 검찰이 현지 경찰을 믿지 않은 것이다.

 검경은 현장 수색도 ‘처삼촌 묘 벌초하듯’ 건성건성 했다. 검찰이 별장을 급습한 이튿날인 5월 26일 전남지방경찰청에서 현장검색을 벌였지만 벽장 속 은신처를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유씨의 운전기사 양회정씨가 별장 인근 수련원에서 자고 있었는데도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수련원 앞에는 양씨의 EF쏘나타 차량도 주차돼 있었는데 내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별장과 수련원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철수했다.

 이런 식이라면 70대 농부가 유씨의 시신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영구 미제로 묻혀버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검경의 수사 능력이 어떻게 이렇게 한심한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런 검경이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공직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과연 남을 수사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국민은 불신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건성건성 때우는 해이한 정신상태가 공권력의 밑바닥까지 만연해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중앙_[사설] 동작을 야권후보 단일화는 정치왜곡이다

7·30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서울 동작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중 단일후보가 결정되거나 아니면 노 후보가 사퇴할 예정이다.

 집권이나 당선 또는 세력 확장을 위해 정치세력이 연대하는 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상식에 부합하고 정당제도의 근간을 보호하며 선거판의 안정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당끼리 합당하거나 아니면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합치는 건 이런 범주에 속한다.

 반면 선거를 앞두고 정당끼리 지역구를 나누거나 일단 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공천을 포기하는 건 합리를 넘어서는 편법이자 정치왜곡이다. 이런 편법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부터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은 대대적인 후보 단일화로 큰 승리를 거뒀다. 2012년 총선 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아예 정책연대를 맺고 지역구를 나눠 가졌다. 이념 차이가 큰 정당끼리 의석만을 위해 공천권을 거래한 것이다.

 나중에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 터지면서 ‘2012년 연대’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 후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의 연대에 부담을 느꼈고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자 ‘후보 차원의 단일화’라는 편법이 등장한 것이다.

 정당이 후보를 공천해 출마시키는 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그것이 정당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는 일이다. 그런데 오직 특정 정당의 세력 확장을 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정당과 후보직을 거래하는 건 정당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특정세력에 반대하는 힘을 합치는 거라면 차라리 합당하거나 후보가 그 당에 입당하는 게 정도(正道)다. 2010년엔 경기도 여러 지역에서 민주당 당선자가 후보직을 사퇴한 민노당 세력에 이권을 나눠 줬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당 차원이든 후보 차원이든 선거 막판 단일화는 이제 사라져야 할 정치왜곡이다. 사퇴할 거면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사퇴하면 유권자의 선택은 어떻게 되나.

경향_[사설]한국의 시간은 4월16일에 머물고 있다

100일 전 대한민국은 경악했다. 전시에도 있을 수 없는 어린 학생들의 집단 참사를 생중계로 지켜보았다. 세월호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온갖 물리적·제도적·구조적 요인을 이미 안고 있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보았다. 배와 함께 가라앉은 304명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한 정부를 지켜보았다. 비통하고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국민은 뜻을 모았다. 미안하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바꾸겠다고.

대한민국의 시간이 2014년 4월16일 이전과 이후, 즉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안의 세월호’를 직시하는 계기가 됐고, 더 이상 ‘또 다른 세월호’가 출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주었다. 안전이나 행복보다 효율이나 이윤에 치중했던 과거에 대한 사회적 맹성의 산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의 사과와 함께 약속한 ‘국가 개조’가 바로 그런 가치 대전환 수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의 시계는 어디에 있는가. 안타깝게도 4월16일에서 한 눈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참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가리는 진상규명의 시곗바늘부터 작동불능 상태이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 체포작전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검경이 심혈을 기울였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에 실패한 것은 기울어가는 세월호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해경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사고의 원인 규명 및 피해 배상 책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인물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것만도 뼈아픈 일인데 시신을 수습해놓고도 40일 동안이나 ‘유령 검거’에 국력과 수사력을 쏟아부은 꼴이니 이보다 황당한 일이 없다. 

검경 못지않게 정치권도 무능과 무책임에 관한 한 세월호급이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는 지지부진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때 합의했던 특별법 제정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은 4월16일 이전의 정치권 그대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면서 사익을 추구한 기업의 문을 닫게 하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며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병언법’이나 공직자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등 후속 입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공과 민간 부문에도 세월호 시계는 멈춰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도 민간잠수사와 소방관 등 7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방화 사건, 태백선 열차충돌 사고 등을 비롯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가 대부분 후진적인 인재로 판명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안전이 강조되고 기관마다 안전점검이 이루어지는 상황인데도 사고가 나면 확인되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다.

4·16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돼야 할 세월호 참사 100일의 현실은 이렇듯 참담하다. 그 책임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겠지만 대한민국호의 선장인 박 대통령이 가장 무거울 수밖에 없다. 비록 4·16 이전의 대통령과 국무총리라 하더라도 4·16 이전의 벽을 깨고 4·16 이후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정치권, 기업, 국민을 4·16 이후의 시간과 공간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어린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우리는 여전히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잊지 않겠다고, 변하겠다고 다시 약속해야 한다.

경향_[사설]자사고 문제에 딴죽거는 교육부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을 때 자율형사립고는 곧 폐지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자사고 폐지는 새 교육감들의 대표적 공약이었다. 특히 자사고가 몰려 있는 서울의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로 자사고 폐지를 꼽은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교육계 공통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새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자 엉뚱하게도 교육부에서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자사고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교육부가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거는 것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현 제도에서 자사고 폐지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의 4항은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경우 지정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법 91조3의 5항에 “지정취소할 경우 미리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한 규정을 확대 해석해 자신들이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협의’에 관한 구체적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훈령에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지정취소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하위법령이 상위법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은 법의 상식이자 기본이다. 모법에 ‘협의’로 돼 있는 것을 훈령에서 사실상 ‘합의’로 둔갑시키면 법 체계는 엉망이 된다. 법률은 국회에서 의결해야 효력을 발생하지만 훈령은 정부부처에서 임의로 제정해 공표하면 그만이다. 훈령을 내세워 상위법 규정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는 법 체계를 무시하는 발상이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자사고가 일반고를 슬럼화로 몰아간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면 교육부는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쓸데없이 발목 잡을 게 아니라 폐지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그게 공교육 살리기의 첫걸음이다.

경향_[사설]후진적 열차 충돌사고 언제 끝나나

그제 오후 강원도 태백에서 열차 충돌사고로 1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났다. 사고가 난 무궁화호 열차와 관광열차에는 111명의 승객·승무원이 타고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선로 위에서 사고가 났지만 승객 대피방송이나 사후조치가 없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뭘 배웠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당국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기관사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관광열차가 직전에 있는 문곡역에 정차한 뒤 무궁화호 열차를 먼저 보내고 출발해야 하지만 정지신호도 무시한 채 지나쳤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지점은 열차 1대만 다닐 수 있는 단선구간이라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했던 곳이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동장치 결함이나 자동제어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철저한 원인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

철도는 잦은 사고로 ‘사고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지 오래다. 서울지하철 상왕십리역에서 열차 추돌사고로 승객 수백명이 다친 게 불과 두 달 전 일이다. 같은 달 중앙선 의성역에서는 달리던 화물열차 9량이 궤도를 이탈해 탈선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있었다. 올 들어 일어난 크고 작은 철도 사고만 20여건에 달한다. 연간 160여건의 열차 고장 중 70% 이상은 유지관리 부실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대부분의 사고가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인재였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기관사 개인의 과실을 넘어 코레일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철도 안전을 책임진 철도시설공단은 지금 뇌물 비리 등 ‘철피아’ 수사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코레일은 17조원의 부채를 짊어진 부실 공기업의 전형이다. 파업을 빌미로 한 집단 해고와 가압류 소송으로 조용한 날이 없다. 또 만성 부채를 감당치 못해 적자노선 감축과 민영화에 매달리고 있다. 이렇게 승객 안전은 뒷전이다. 철도 유지관리 업무가 안전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비용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안전한 철도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조선_[사설] 검·경, 이래도 아랫사람 책임만 물을 건가

검찰은 전남 순천의 별장을 지난 5월 25일 수색할 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별장 안 비밀 은신처에 숨어 있었는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당시 유씨 여비서가 수사관들이 오는 걸 알고 유씨를 급히 비밀 은신처에 숨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씨가 별장에 있었다는 사실도 한 달 뒤인 6월 26일에야 이 여비서가 털어놓아 알았다고 했다. 검찰은 여비서 진술에 따라 별장을 다시 뒤져 현금 8억3000만원과 미화 16만달러가 든 여행용 가방을 찾아냈다. 검찰이 별장 압수수색을 처음부터 엉터리로 했음을 실토한 것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겨오다 이제야 공개했다.

검찰·경찰은 유씨가 6월 12일 변사체로 발견된 상태였다는 사실도 모른 채 40일 넘게 그의 행적을 뒤쫓아왔다. 검·경 역사에서 다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경찰이 이렇게 헛발질을 하고도 책임자급 간부 중 누구 하나 '내 잘못이니 책임지겠다'며 나서는 사람이 없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직후 유씨 측근들을 잇달아 구속하면서도 정작 핵심 인물인 유씨 소재 파악엔 소홀했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인 5월 16일 유씨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자 그제야 유씨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이때 유씨가 이미 사고 일주일 뒤인 4월 23일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빠져나가 순천 별장으로 도피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라는 사실이 확인된 후 검찰총장은 순천지청에 감찰반을 보내 감찰을 하도록 지시했다. 경찰도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에 이어 전남지방경찰청장을 직위 해제했다. 검·경 모두 아랫사람들 책임만 묻고 있다.

이 와중에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경찰청장을 청와대로 불러 질책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경찰청장을 직접 추궁한다고 해서 청와대에 쏟아질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세월호 침몰 직후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이 말이 논란을 빚자 결국 물러났다. 청와대는 그때도 세월호 책임에서 벗어나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관련 기관장을 문책하고 사표를 받는 것은 사고 수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관장을 문책함으로써 그 윗사람들은 책임 논란에서 피하는 행태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대형 참사(慘事) 앞에서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이 나라엔 공직자로서 양식(良識)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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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또 도진 '野 단일화病', 이런 구태 도대체 언제까지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24일까지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선거까지 딱 일주일 남은 시점에 그것도 두 후보의 이름이 다 들어간 투표용지 인쇄가 끝난 마당에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는 선거 때마다 도지는 병(病)이다. 여야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은 수도권 국회의원 선거에선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 후보가 가져가는 3~5% 정도의 표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그렇다 해도 선거 때마다 야권이 정당·정책·이념의 차이를 무시한 채 '묻지 마 단일화'에 매달리는 것은 이 나라 정당정치의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당을 합칠 일이지 굳이 따로 당을 꾸려서 유권자를 헷갈리게 할 이유가 없다.

새정치연합은 후보 단일화의 폐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재·보선이 실시되는 15곳에서 후보들이 알아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들이 어렵게 공천한 후보가 다른 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후보직을 포기해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이 지금 이 나라의 제1 야당이다.

기동민·노회찬 후보는 서울 동작을 지역과는 별 연고가 없는 인물이다. 기 후보는 원래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지도부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공천했고, 노 후보 역시 2년 전 총선에선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었다. 정의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수도권 5곳에 당 대표급 후보들을 출마시킨 것은 새정치연합을 압박해 일부 지역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나라 진보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히는 노 후보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치 거래에 직접 나선 꼴이다. 선거 때마다 이런 구태를 되풀이하는 야권이 과연 정치 혁신과 진보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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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이재정 교육감, 自私高 취소하며 학생들 비명 들리나

경기 안산동산고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학부모 대표 5명이 23일 경기도교육청을 찾아가 "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학교 운영 평가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8일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자사고는 교육감이 5년마다 운영 평가를 거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안산동산고는 학부모들로부터 호평(好評)을 받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학생 1인당 2~3개씩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고, '미소짓고 인사하고 대화하고 칭찬하자'는 교육 이념으로 인성(人性)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2010년 안산시 논술과거 대회 1등, 과학탐구올림픽 동상, 고교 과학교육 현장 실험평가 우수교, 2011년엔 사학 경영 평가 우수 법인, 2012년 교육부 주최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 입상 등의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은 매년 100~150명에 이른다.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은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일반고가 슬럼화한다면서 자사고 폐지 공약을 내걸었다. 경기도엔 일반고가 342곳 있다. 겨우 둘뿐인 자사고 때문에 342개 일반고에 무슨 심각한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재정 교육감은 현재 282곳 있는 혁신학교를 대폭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혁신학교엔 연간 8000만원 정도씩 추가로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 자사고는 사립학교당 20억~25억원 정도씩 돌아가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자사고와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어떤 교육 이념의 잣대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두 유형의 학교 모두 '교육부 맞춤식' 천편일률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사가 자율권을 갖고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해보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에 문제가 있으니 새 돌파구를 열어보자는 시도인 점에선 같다. 두 유형의 학교들끼리 때론 경쟁하며 서로 장점을 키워 갈 여지가 충분히 있다.

안산동산고의 한 학생은 자사고 취소 방침에 대해 "어차피 정권(교육감)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 정말 엉터리"라고 했다. 학생들에게 미칠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교육 당국은 무엇보다 학생들이 겪을 혼란을 생각해 안산동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방침을 재고(再考)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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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세월호 100일’, 망각과 기억의 갈림길에 서다

24일로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100일이다. 일상은 다시 이어지고 있지만, 상처와 아픔은 아물지 않았다. 팽목항에는 10명의 희생자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여의도와 광화문, 안산에서는 희생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누가 꽃다운 넋들을 죽게 만들었는지 책임을 묻는 일도 온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배를 기울게 해 침몰에 이르도록 한 것은 켜켜이 쌓인 무책임과 적당주의였다. 폐선 직전인 배의 선령을 늘려 취항을 허락하고, 기울어지기 쉽게 배를 망가뜨렸는데도 증축 허가를 내주고, 과적을 눈감아 출항을 허용하는 등 원칙과 안전을 도외시한 각 단계마다 잘못이 제동 없이 이어지면서 결국 배가 침몰했다. 그 비슷한 일이 허다했던 만큼, 사고 원인을 하나하나 드러내 그 책임을 따지고 잘못을 뜯어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침몰이 대형 참극으로 이어진 데는 정부의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해경은 배가 기울었다는 소식을 한참이나 몰랐고, 침몰 현장에서는 제 발로 탈출한 이들 말고는 단 한 사람도 구해내지 못했으며 적극적인 구조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정부 부처는 구조 지휘와 지원은커녕 희생자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기만 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보고할 숫자와 영상을 확보하는 데만 급급했다. 대통령은 사고 발생 7시간이 다 되도록 회의를 주재하거나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다. 어디서 뭘 했는지도 알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기관들이 그렇게 손 놓은 채 승객들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0여명의 목숨을 하나도 구해내지 못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의 책임이다. 대체 왜 그랬는지, 누가 어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규명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자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다. 희생자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출발점임에도 여야는 타협을 끌어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특별법으로 만들어질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문제가 쟁점이라지만, 정부의 부실과 무능이 핵심적인 규명대상인 이번 사건에서 독립적이고도 철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씨의 뒤늦은 주검 확인으로 부실과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검찰과 경찰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파행과 왜곡이 횡행하는 국회 국정조사의 한계도 분명한 터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면 특별법 제정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한다.

한겨레_[사설] 지시는 대통령, 책임은 경찰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유병언으로 시작해서 유병언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병언만 잡으면 세월호 비극의 원인도 낱낱이 밝혀지고 배상 문제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전행정부는 임시반상회를 열어 신고를 독려했다. 검찰 주재로 열린 유관기관 대책회의에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군복을 입고 참석했다. 연인원 130만명 이상의 경찰이 검거작전에 동원됐고, 해군 함정까지 투입됐다.
그 덕에 온 국민이 지켜보는데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은 가려졌다. 비판이 제기되더라도 유병언을 희생양 삼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국민적 분노의 물꼬를 유병언과 구원파로 돌린 ‘법률 기술자’는 검찰이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검거 때까지 검찰청에서 철야’를 선언하며 국민의 관심사를 유병언에게 맞추는 데 성공한다. 김진태 검찰총장도 ‘돼지머리 수사’ 운운하며 인천지검의 과도한 여론몰이 수사를 부추겼다. 유병언에게 세월호 참사의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률적 검토나,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그저 법전에나 있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병언 검거를 5차례나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등 북새통을 은근히 즐겼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의 검거작전은 그저 한여름의 소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말 없는 백골에게는 형사적 책임을 지울 수도 없고, 재산 추징도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책임진 사람은 경찰 3명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경찰의 잘못,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책임을 경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검거작전의 손발에 불과했다. 최소한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 주체는 아니었다. 하물며 경찰들에게 돌아갈 잘못의 몫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들은 그저 유병언의 주검을 단순변사 처리한 만큼의 책임만 지면 된다.
유병언 희생양 만들기에 나선 검찰이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시나리오를 쓴 얼굴 없는 ‘정치 기술자’들에게도 죄를 물어야 한다.

한겨레_[사설] 몰상식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흔들기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사업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출발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재계는 15일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2020년 이후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배출권 거래제에 부정적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에는 ‘제도 시행 연기’ 설이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분명히 할 것은 이 제도가 입안 단계가 아니라 여야 합의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계의 반발로 이미 한 차례 연기했고 감축 할당량을 깎아줘 대기업 특혜라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시행을 코앞에 두고 다시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것은 배출권 거래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의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정부가 최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일단 제도를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니 다행스럽다. 그러나 할당량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감축 부담을 줄여주는 데 급급해 온실가스 감축의 원래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
사실 배출권할당위원회를 위원장인 경제부총리가 공석이란 이유로 이제껏 열지 않은 것도 명백한 법 위반이다. 배출권 거래법은 제도 시행 6개월 전에 배출권 할당 계획을 확정해 고시하도록 돼 있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산업계 눈치 보기를 한다는 비난을 살 이유가 없다. 하루빨리 관련 절차를 진행하길 바란다.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2009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줄이겠다고 한 국제적 약속의 주요한 이행 수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출범식 때 이 약속을 상기하며 “목표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한국이 유치한 이 기금에 최근 독일은 10억달러를 내기로 했다. 자칫 배출권 거래제의 후퇴가 국제적 신뢰를 잃어 이제 막 물꼬가 터진 기금 마련에 차질을 불러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에서 온실가스를 팔고 살 수 있도록 해 적은 비용으로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미 38개국에서 국가 또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행돼 가장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임이 입증되었다. 이 제도가 잘 정착해 저탄소 경제를 향한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2014년 7월 22일 화요일

중앙_[사설] 이런 검찰과 경찰에 내 세금을 써야 하나

경찰은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 일가 체포에 연인원 145만 명을 투입했다. 범죄자 검거를 위한 사상 최대의 작전이었다. 하지만 전 세모그룹 회장 유병언씨는 붙잡힌 게 아니라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것도 40일 전인 지난 6월 12일, 유씨가 잠시 기거했다 도주한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부터 불과 2.5㎞ 떨어진 매실밭에서 인근 주민이 시신을 처음 보고 신고했다. 순천경찰서는 유씨로 의심할 만한 단서가 널려 있는데도 단순 행려병자라고 판단해 검찰은 물론 경찰 상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의 유병언 체포작전 과정을 복기해보면 허술한 초동 대처로 세월호 사고 희생자 규모를 키운 해경의 행태보다 더 한심하다. 우선 검경의 수사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유씨의 장남 대균씨가 인천공항에서 프랑스 파리로 출국을 시도하려다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고 도주한 시점은 지난 4월 19일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대균씨를 추적해 소재를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5월 12일 대균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안성경찰서는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만약 이때부터 금수원에 진입하거나 주변을 에워싸고 출입을 감시했더라면 유씨도 초기에 검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경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검찰은 5월 24일 유씨가 은신한 순천 별장을 급습했으나 그를 검거하지 못했다. 만약 경찰에 알려 순천 별장 주변을 통제했더라면 결과가 달려졌을지 모른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경찰이 보여준 한심한 행태는 국민 입장에서 세금 내기도 아까울 정도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라지만 시신 주변에선 유씨의 세모그룹에서 생산하는 대표상품인 스쿠알렌 병이 발견됐다. 또 가방 안쪽엔 유씨의 저서 제목인 ‘꿈 같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숨진 유씨가 입고 있는 점퍼는 시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탈리아제 명품이었다. 충분히 유씨일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순천경찰서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유씨 밀항에 대비한다고 해군 함정까지 동원했다. 결국 경찰의 부실한 수사 때문에 국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낭비한 셈이다.

 경찰청은 22일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을 직위 해제시켰다. 하지만 서장 한 명을 문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성한 경찰청장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단순 변사사건이라는 경찰 판단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지휘한 검찰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씨 시신 발견 후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엔 의료민영화 입법예고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유 회장 시신 발견을 공개했다는 음모론도 나돌고 있다. 이런 의혹을 키운 책임은 처음부터 허둥대고, 공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유씨 일가를 잡지 못한 검찰과 경찰에 있다. 검경 수뇌부는 지금이라도 직을 걸어야 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유씨의 사망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고 그의 두 아들 대균·혁기씨를 검거해 부당하게 모은 일가의 재산을 환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앙_[사설] 평창겨울올림픽 차질 없게 조직위 혁신하라

김진선 2018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이 21일 갑자기 물러났다. 김 위원장은 “더 세밀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전환기적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으로 대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강원도지사 시절부터 올림픽 유치에 공을 들였고 2011년 10월부터 조직위를 이끌다 지난해 10월 재선임돼 내년 10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그가 갑자기 물러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감사원이 조직위의 파행 운영에 대한 감사를 벌인 직후 그만둔 것이어서 뒷맛도 영 개운치 않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조직위원장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과 지원체제를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2011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조직위는 국회·정부·지방자치단체에다 대한체육회·경제단체 대표까지 참가한 복잡한 조직이다. 강원도지사·문체부장관·대한체육회장 등 서로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부위원장이다. 이런 복잡한 구조 속에서 제대로 능률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국내 스폰서 확보율이 애초 목표의 30% 선에 그치는 등 가장 핵심적인 재정 문제부터 삐걱거려온 게 사실이다.

 이런 난맥상을 해결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새 위원장으로 맞는 일도 중요하다. 리더십과 추진력은 물론 경영역량까지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그래야 입법부·행정부·지자체로부터 범정부적인 협력과 시너지를 이끌어내면서 경제계로부터는 탄탄한 스폰서를 유치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새 위원장은 추진력과 비전을 갖고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우선 조직부터 재정비하고 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올림픽은 다가오는데 조직위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서야 국민과 전 세계 스포츠팬에게 제대로 믿음을 줄 수 있겠는가. 삼수까지 해가며 어렵게 유치한 겨울올림픽을 제대로 치러 스포츠 진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새 조직위원장은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야 한다.

중앙_[사설] 이번엔 열차 충돌 … 멀고 먼 안전 사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번엔 태백선 문곡역 인근에서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열차와 관광열차가 정면충돌했다. 광주에서 소방헬기 추락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도 안 돼 또 사망자가 나온 안전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석 달 남짓 동안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참사, 소방헬기 추락 등 인명피해를 동반한 전대미문의 사고가 육·해·공을 넘나들며 잇따라 일어났다. ‘안전불감증’이나 ‘나사가 풀렸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젠 ‘사고불감증’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이번 열차충돌 사고에 대해 코레일 측은 “단선 구간인 문곡역에서 두 열차가 교행할 때는 한 열차가 대기선로에서 대기하고, 마주 오는 열차가 지나간 뒤에 본 선로로 진입해야 하는데, 관광열차가 신호를 지키지 않고 정거장을 지나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정황은 계속 조사 중이라지만 이번 사고 역시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꼬리를 문 안전사고는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소방헬기 추락 사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재로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를 겪으며 안전이 강조됐고, 이에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기관과 시설들의 안전점검을 다시 하는 등 온 사회가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번번이 이를 비웃듯 사고가 일어났고, 사고 후 복기해보면 이를 대비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인명이 걸린 안전 문제마저 겉치레용으로 변죽만 울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계속되는 안전사고는 지금의 우리 안전 시스템으로는 제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징표일 수도 있다. 더 이상 책임추궁과 질타로 끝내거나 당국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립서비스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안전에 관한 한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안전에는 비용이 든다. 정부도 돈을 쓰지 않으면서 해당 관리 기관에만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 한마디로 끝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비용을 들여 국가 안전 시스템을 개조한다는 각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경향_[사설]유병언 시신 발견으로 드러난 국가의 총체적 무능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이후 시민은 묻고 또 물었다. “이것이 국가인가?” 참사 100일을 목전에 두고 시민은 다시 묻는다. “이것이 국가인가?” 정부 수립 이후 최대 체포작전으로 불려온 ‘유병언 검거 작전’의 실패를 목도하면서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군까지 동원해 쫓아다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반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은 모두를 허탈하게 한다.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이 정부를 어찌할 것인가.

경찰은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고 어제 밝혔다. 발견 40일 만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시신의 DNA가 유 전 회장과 일치하고, 시신의 오른쪽 검지에 남아 있던 지문이 유 전 회장 지문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경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남는다. 발견 당시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이 마지막 흔적을 남긴 것은 검찰이 5월25일 순천 송치재 별장을 급습했을 때다. 당시 도주하다 숨졌다 해도 시신 발견까지는 18일 방치돼 있었을 뿐이다. 단기간에 시신이 이렇게 훼손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경찰의 지문 채취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경찰은 시신 발견 직후 왼손 손가락의 지문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그제 국과수에서 시신과 유 전 회장의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오른손 지문을 채취했다. 초기 왼손에선 발견되지 않던 지문이 뒤늦게 오른손에서 채취됐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검경의 행태이다. 경찰은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의문의 변사체가 세모 관련 유류품과 함께 발견됐음에도 안이하게 대응했다. 검찰 역시 별다른 의심 없이 통상적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검찰은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가 나온 날에도 “추적의 꼬리를 잡고 있다. 검거는 시간 문제”라고 큰소리를 쳤다. 검찰은 유령을 추적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추적하는 흉내만 내고 있었던 건가.

박근혜 대통령은 시신이 발견된 후인 지난달 30일 “유병언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죽은 유병언’의 책임을 추궁한 셈이니 기막힐 뿐이다. 땅에 떨어진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검찰과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유 전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검경 수뇌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유 전 회장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려던 시도가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세월호특별법 통과에 협조하기 바란다.

경향_[사설]막힌 경제에 기업도 대답할 책임이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어제 경제 5단체장을 만났다. 새 경제팀이 발족하면 으레 이뤄지는 만남으로 별반 새로울 것은 없다. 오고 간 얘기 역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주문’(최 부총리), ‘규제개혁 요구’(재계) 등 정형화된 테마에 정부의 경제정책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상투적 발표문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 우리가 새삼 확인한 것이 있다. 한국경제의 ‘절대 갑’은 역시 자본이라는 사실이다. 체감경기 회복에 애가 탄 정부로서는 재계가 움직여주길 바랐지만 재계는 예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을 거론하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말을 갈아타면서 기업 도움이 절실했던 터라 이런 태도는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곳간에 돈더미가 쌓였는데 투자와 고용 창출에 인색한 재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법인세 인하와 고환율 등 보수 정권의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기업들은 적잖은 과실을 챙겼지만 가계는 그렇지 못했다. 당장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은 지난 몇년간 28조원이 넘는 세금부담을 줄였지만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미미했다. 금융위기 탈출 직후인 2010년을 제외하고 투자 증가율은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에는 전년보다 3% 이상 줄어든 123조원에 그쳤다. 일자리도 국외로 나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 역시 재계 주장처럼 잘못된 개념 정의에서 비롯된 이중과세라 하더라도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 소비를 살리고 기업 투자 기회로 이어지도록 선순환해야 한다는 정부의 진단은 틀리지 않다. 이날 만남에서 재계가 통상임금 등 노동이슈를 거론하며 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기업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양극화와 불평등 개선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국제기관들의 권고조차 무시하는 행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재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새로운 도전보다는 고가의 명품이나 수입해 돈을 버는 3, 4세대들의 경영 행태에 한숨을 쉰다. 기업 상속과정에서 형제간의 골육상쟁까지 벌이는 모습도 수없이 목격했다. 열정으로 가득 찼던 창업세대들의 기업가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이익과 책임 사이에서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에 희망은 없다. 경영 환경이나 규제를 탓하기에 앞서 재계 스스로 무력감을 떨치고 새 패러다임에 맞춰야 한다.

경향_[사설]이런 ‘어버이’와 ‘엄마’가 어디 있나

부모의 자식 사랑은 조건이 없는 법이다. 잘난 자식이라고 더 예뻐하지 않고, 못난 자식이라고 매몰차게 내치지 않는다. 자식이 잘못된 길을 걸어도 끝까지 참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돌아온 탕아’를 품에 안는다. 이런 사랑을 알고 있기에 자식은 삶이 힘들 때마다, 심지어 죽음 직전에도 부모를 떠올린다. 그런데 자식과도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한 사랑으로 끌어안기는커녕 사실을 왜곡하고, 비뚤어진 증오심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이상한 부모들이 있다. 이른바 보수단체라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과 ‘대한민국 엄마부대 봉사단(엄마부대)’이 바로 그들이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유족 단식농성장에 난입해 고성을 지르고 책상을 뒤엎는가 하면 제지하는 경찰에게도 팔을 무는 등의 난동과 행패를 일삼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엄마부대 회원들은 지난 18일 농성장 앞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 “유가족들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의사자라니요” 등의 내용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엄마부대 회원들은 유족들이 의사자 지정 등 무슨 보상이라도 받아내려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족들은 “그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으며 오직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과 책임자 처벌만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어버이연합이 물리적 폭력으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엄마부대는 사실을 왜곡하는 언어의 폭력으로 자식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 또 한번 비수를 꽂은 셈이다. 이들도 모두 가정에서는 자식을 거느린 부모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잔인한 언행을 일삼을 수 있는 것인지 참담하기만 하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를 두고 흔히 보수단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행태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헌신과 충성심, 자기절제, 선공후사, 도덕성 등 보수 본연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권은 보수 단체들에 적지 않은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관변단체로 활용해오고 있다. 결국 보수의 가치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 보조금을 앞세운 정권의 부추김 등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일그러진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러나 견해가 다르다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은 ‘어버이’와 ‘엄마’가 할 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