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인천지검장이 세월호 참사 책임자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체포 실패에 책임을 지고 어제 사표를 냈다.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순천경찰서장도 전격 경질됐다. 유씨 검거작전을 둘러싼 검경 수사는 한마디로 대참사에 가깝다. 국민들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을 판이다. 수사 책임자 몇몇을 징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의 어정쩡한 꼬리 자르기 식 징계로는 검경의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검경의 유씨 검거작전은 한편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검찰은 5월 유씨가 은거했던 별장을 급습할 당시 유씨가 안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별장 내부 비밀공간이라고 하지만 독 안에 든 쥐 신세나 마찬가지였다.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이 동원되었는데도 유씨 그림자는커녕 도피자금도 확보하지 못했다. 유씨가 별장에 은신해 있었다는 사실도 한 달 뒤 여비서 진술을 통해 확보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40여일간 유씨인 줄도 모른 채 방치한 경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검찰과 경찰이 작전 실패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며 공방전을 하고 있다. 엉터리 부검에 대해 경찰은 “당시 스쿠알렌과 이탈리아제 점퍼 같은 유씨 유류품을 다 보고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사를 지휘한 검찰은 “유류품만 봐서 어떻게 아느냐”고 항변했다. 상식 밖의 수사를 해놓고 이제 와서 핑계와 변명이다. 또 검찰이 유씨를 별장에서 놓친 사실을 자백하자 경찰은 “우리한테는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하더니… 이게 무슨 수사 협조냐”면서 공격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고급정보는 주지 않고 부려 먹기만 한다”며 불만이었다. 애초 검경의 수사 공조는 말뿐이었던 셈이다. 이러니 유씨 검거작전이 제대로 됐겠는가.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 소재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 무엇보다 황교안 법무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그는 숨진 유씨를 잡겠다며 군을 동원한 것도 모자라 반상회까지 소집했다. 황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이성한 경찰청장도 응당 책임을 지는 게 옳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자리에 연연할 일이 아니다. 조직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자리만 지킨다고 영이 서겠는가. 이제 와서 임기 운운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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