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어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마주 앉았다. 최 부총리 취임 후 상견례를 겸한 자리지만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앞둔 시점이라 두 사람의 회동 결과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경제·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데 공감했다”고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금리 인하를 둘러싼 그간의 신경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양 기관이 우리 경제에 대한 상황 인식을 강조한 부분도 눈에 띈다. 최 부총리가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한은과 경제 전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하자 이 총재도 “인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간 금리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한은이 정부에 화답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 부총리는 이 간담회 후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최 부총리는 줄곧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터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인위적인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감안할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빚 내줄 테니 집 사라’는 식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참에 정부의 월권 행위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 부총리는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해왔다. 또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한은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본다”며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한은도 정부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15개월째 연 2.5%로 동결돼 있다. 최근 내수불황이 겹치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센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금리 결정은 물가와 경제상황을 고려한 한은의 고유권한이다. 정부는 한은의 독립성을 해치면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자격도 권한도 없다.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금리를 내린다고 소비가 늘어날지도 의문인 데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와 엇박자라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은 올 하반기 양적완화 축소를 종료한 뒤 금리 인상을 예고한 터다. 그간의 장기 저금리 기조로 우리 가계의 저축률은 2%대로 사상 최악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경기 부양에 매몰된 채 ‘빚 내줄 테니 돈 쓰라’는 대책에 집착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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