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1일 월요일

조선_[사설] 장관이 대통령 얼굴 보기도 힘들다니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며 부처 간 영역 다툼과 소통 부족으로 일을 그르쳐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정부 내에선 장관들이 대통령 얼굴도 보지 못한다는 말이 파다하다. 부처를 가르는 칸막이보다 대통령과 장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벽이 훨씬 더 크고 심각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장관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청와대에 전달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보통 2주마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을 만난다. 그 외에는 직접 만나기보다는 전화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 쌍방향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면 전화냐 대면(對面)이냐 하는 방식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 정부에선 가장 가까이서 늘 국정을 의논해야 하는 대통령과 장관 사이가 어떤 벽에 가로막혀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장관들이 대통령을 자주 만나게 해달라고 공식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졌겠는가. 박 대통령은 자신을 오래 보좌해 온 몇몇 청와대 비서관에게 크게 의존하는 편이라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은 17일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면직(免職)했다. 지금껏 전임 장관은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 업무를 보다가 물러나는 게 관행이었다. 사퇴가 결정된 장관들에게 굳이 면직 통보까지 한 것은 전례가 없다. 게다가 문체부는 인선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유 전 장관이 청와대가 요구한 공기업 사장·감사 인사를 거부한 뒤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얘기부터, 세월호 대책 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론'을 펴다가 대통령이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등 여러 설이 돌고 있다.

이 일로 그러지 않아도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각 부처 장관들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 정부가 내건 국가 혁신 과제를 추진하려면 대통령과 장관 사이에 가로놓인 이 불통(不通)의 벽부터 허무는 것이 급선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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