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1일 월요일

조선_[사설] "대형 참사 공무원 刑量 너무 가벼웠다"는 판사들 반성

전국 법원의 형사재판 담당 법관 50명이 지난주 열린 자체 토론회에서 그동안 법원이 대형 참사 관련자들에게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선고해왔다고 반성했다. "판사와 일반 시민은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처럼 형량(刑量)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고 했다. 판사들은 "공무원들이 안전 관리와 점검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은 '사고 발생에 간접적 영향을 주는 데 그쳤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292명이 숨진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는 정원의 두 배 넘게 승객과 화물을 싣고 태운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를 눈감아주고 안전 점검 일지를 가짜로 작성하거나 사고 뒤 과적(過積) 증거 서류를 없앤 군산항만청 공무원 4명은 전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32명이 사망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는 붕괴 위험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조작한 서울시동부건설사업소장 1명만 1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다른 공무원 8명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사망자 502명을 포함해 사상자 1445명이 발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때도 공무원 12명이 기소됐지만 뇌물을 받은 두 명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건물 붕괴, 선박 침몰 같은 대형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돈벌이에 급급해 안전 투자를 소홀히 한 기업에 있다. 그러나 이들의 불법·탈법을 감시해야 할 담당 공무원들이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하고 비리를 눈감아주는 것도 큰 문제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해양수산부와 해경 공무원들이 선박 증·개축, 설비 안전 점검, 운항 허가 과정에서 허점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승인해준 사실이 수없이 드러났다.

법원은 그동안 공무원들의 관리 감독 잘못에 대해 다들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고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가혹하게 처벌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가벼운 형을 선고하곤 해왔다. 법원 논리에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대형 참사 관련 공무원들을 관대하게 처벌해온 것이 공무원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심화시킨 큰 원인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법원도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판사들의 반성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판결에서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판결로 이어져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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