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기준 금리는 한은 금통위의 고유 결정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전날 국회에서 금리·재정 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부총리가) 금리를 이래라저래라 말할 순 없지만, 제 생각은 이미 시장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하자 공개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한 것이다.
금리 인하를 놓고 다양한 견해가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기존 대출자는 이자 부담을 덜지만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더 늘어나게 된다. 지금 금리를 내리면 경기가 되살아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0일 금통위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4.0%에서 3.8%로 낮추면서 "향후 하방(下方) 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4월 취임 때 경제가 연 4%로 성장한다면 금리는 인상 방향이라고 했다가 석 달 만에 경기 전망 기조(基調)를 바꾼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섰다. 미국은 2008년 12월 제로 금리로 낮췄고, 일본도 제로 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두 나라는 양적(量的) 완화 정책까지 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09년 5월 연 1%까지 금리를 내렸다 다시 올렸지만 경기 회복이 시원치 않자 지난달 사상 최저인 연 0.15%로 낮췄다.
우리나라 기준 금리는 선진국보다 2%포인트 정도 높아야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연 2%를 하한선(下限線)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기준 금리가 연 2.5%이므로 앞으로 0.5%포인트쯤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1998년 금통위 의장이 경제부총리에서 한은 총재로 바뀐 이후 금리 결정은 한은 금통위의 자율적인 권한으로 확고해졌다. 그런 만큼 경제가 침체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적(最適)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한은의 책임도 훨씬 커졌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정책 방향을 미리 분명하게 알려주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선제적 정책 안내(forward guidance)' 방법을 써왔다. 정책 방향을 확실하게 선언한 뒤 자신들을 따르라고 시장과 국민을 끌고가는 것이다.
이 총재도 금리만 조정한다고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재정 확대를 비롯, 규제 철폐 같은 혁신 작업이 병행(竝行)되면 금리 조정 효과도 커질 것이다. 때마침 새 경제팀이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마음먹었다면 좀 더 뚜렷하게 금리 정책 방향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금리 결정 권한을 누가 갖고 있는지를 놓고 정부와 티격태격하며 시장을 헷갈리게 할 필요가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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