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일요일

조선_[사설] 하루도 안 돼 허사 된 대통령 결정, 누가 책임지나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사퇴했다. 청와대는 전날 밤까지 거짓말 논란 등에 휘말린 정 후보자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상당히 많다"며 이날 중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정식 임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여당 지도부도 박근혜 대통령의 정 후보자 임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상당수가 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는 것에 반대했다. 국민 다수의 여론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정 후보자 장관 임명을 강행키로 결심했다. 대통령으로선 많은 피해를 감수하고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단이 12시간도 안 돼 정 후보가 스스로 물러나면서 허사(虛事)가 됐다. 잘한 결정이든 못한 결심이든 대통령의 심각한 결단이 12시간도 안 돼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결코 예사롭게 볼 수 없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론 악화에 덧붙여 정 후보자와 관련된 추가 의혹 때문인 듯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여러 제보가 들어왔는데 (일부는) 입에 담기조차 참 싫은 내용"이라며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후보자는 보도 자료를 통해 "다 설명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냥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처음 검증 단계에선 야당이 확보한 정 후보자 관련 제보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끝난 뒤에야 여당 의원을 통해 관련 내용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현 청와대 인사팀이 고위 공직 후보자와 관련한 검증에서 가장 기초적인 사항도 확인하지 못해 낭패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뿐더러 과거 어느 정권보다 이런 일이 잦다. 결국 청와대의 부실 검증이 대통령 결정을 우습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의 정치적 판단 능력이다. 이날 제기된 추가 의혹이 아니더라도 정 후보자는 이미 국민 앞에서 없는 사실을 지어내 위증(僞證)한 것만으로도 장관 자격을 잃은 상태였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렇게 위증을 한 후보자가 고위 공직에 임명된 적이 없다.

이런 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국민과 국회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불과 일주일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만나 협력을 다짐하면서 모처럼 자리 잡은 여야 간의 협력 분위기도 무너지게 된다. 대통령이 내건 국가 혁신 과제들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사장(死藏)될 수 있다. 1차적 책임은 그런 모든 문제를 다 무릅쓰고 정 후보자를 밀어붙이겠다고 한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그 중대한 오판을 막지 못한 청와대 보좌진은 존재 이유 자체를 스스로 의심해야 할 상황이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 이날 출범한 박근혜 2기 내각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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