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피살된 서울 강서구의 재력가 송모씨가 현직 검사에게 줬다고 금전출납부에 적어놓은 돈은 10차례 178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검사 수뢰 의혹은 지난 12일 처음 불거졌다. 검찰은 그때 '장부에 검사 이름과 금액 200만원이 딱 한 번 나온다'고 했다가 14일엔 '다시 확인해보니 두 차례 300만원'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다가 하루 만에 또 말을 바꾼 것이다.
검찰은 송씨 유족이 장부를 제출하면서 검사 관련 부분에 수정액을 칠하거나 찢어버린 데다, 훼손되기 전 장부를 갖고 있던 경찰이 이를 숨기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뒤늦게 경찰이 가진 장부를 받아보니 검사 이름과 '휴가비' '명절비' 등의 돈 명목이 적힌 게 8번이나 더 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일이다. 송씨의 장부에는 검사뿐 아니라 정치인·경찰관·구청 직원·세무서 직원에게 돈을 주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고 한다. 이런 장부에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면 검찰이 즉각 송씨 유족을 불러 조사하는 등 경위를 따져보는 게 상식이다. 검찰은 그런데도 "수정액 칠해진 부분을 전등(電燈)으로 비춰 보기까지 했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는 변명만 했다. 자기 식구가 관련된 일이라고 해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려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찰은 훼손되기 전 장부를 갖고 있으면서도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사실과 다르게 발표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뒤에 숨어서 다른 내용을 흘렸다. '검사 수뢰' 증거를 등 뒤에 숨겨놓고 지켜보다가 검찰이 덮고 넘어가는 것 같으면 그때 가서 망신 주겠다는 심보였던 것이다. 같은 수사 기관끼리 협조는커녕 함정을 파놓고 빠져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과거 검사가 지역 유지 등으로부터 명절 떡값 등으로 돈을 받아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넘어가곤 했다. 사업가인 송씨가 검사에게 용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것은 언젠가 그 검사의 힘을 빌려 보겠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이것을 그냥 유야무야해온 것도 검찰의 기강과 수준을 이 모양으로 만든 한 원인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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