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7일 목요일

중앙_[사설] 제대로 된 국민 안전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16일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6925t 크루즈선인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는 대형 사고가 났는데도 구비된 구명보트 42개 중 2개만 제대로 펼쳐졌을 뿐이다. 구명조끼를 얻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학생도 있었다. 475명이나 탑승했는데도 사고 시 대처요령을 제대로 알려주는 안전교육도 없었다. 선장과 일부 선원은 승객 탈출을 돕기는커녕 자신들이 먼저 탈출했다. 어느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하나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실종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회한만 가득하다.

 크루즈 선사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수많은 실종자 발생으로 이어진 이번 사고는 긴급 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 선원 안전업무 지침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안전 매뉴얼이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형 크루즈선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의 안전시스템은 어떤 수준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이런 긴급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민을 안심시키고 사태를 신속히 수습할 수 있는 상세한 매뉴얼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 평소에 훈련까지 제대로 해왔어야 옳다. 이런 안전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사고는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과 안전의식의 부재가 빚은 인재(人災)일 수밖에 없다. 장비보다 인력의 문제였고, 그 인력을 제대로 움직이는 안전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문제였다. 국민은 실종자 규모와 함께 이 같은 안전시스템의 부재 앞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큰 사고가 나면 으레 관리·감독 강화 정도의 대책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선진형 국민 안전시스템을 새로 짜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교통·자연재해·화재·식품 등 국민 생활 각 분야에 걸쳐 상황별 안전 매뉴얼을 점검하거나 새로 마련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국민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면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국민안전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마련한 안전 매뉴얼과 시스템을 관련자들이 제대로 익히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각종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전쟁과 테러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수시 안전교육·훈련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예로 선진국의 경우 크루즈선 승객은 탑승 직전 일정 시간 교육·훈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선원들은 수시로 안전훈련을 받는다. 국회도 적극적인 입법화를 통해 국민 안전시스템 구축을 도와야 한다. 국민 안전은 어떠한 이유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비극적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중앙_[사설] 실종자 가족 앞에 선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오후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해역을 방문했다. 대통령이 사고 현장의 실상을 파악하고 수습 과정을 독려한 건 그 자체로 필요한 일이었다. 더 의미 있었던 건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진도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 600여 명과 30여 분간 대화를 나눈 일이다. 대화의 현장은 분노와 한숨, 눈물과 절규가 뒤섞였다. 박 대통령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여과 없이 전달되는 가족들의 얘기를 차근차근 들었다. 현재 이 땅에서 가장 참담한 상태에 빠져 있는 국민들과 최고 의사결정권자 사이의 질박한 대화는 사건 수습 과정에 일말의 숨통을 틔워줬다.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갈구했던 건 소통이었다. 가족들은 안전행정부의 책임하에 해경·해군·민간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수습 과정을 제대로, 정직하게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었다. 피해의식은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불신으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지금 어떤 위로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겠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 소식을 모두 함께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사고 현장의 구조 모습을 탑승객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체육관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화상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시했다. 배석했던 해양경찰청장은 지방청장을 배치해 가족들에게 상시 브리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천안함 구조에 참여했던 현장 요원들에게 “최선을 다해달라. 이건 바로 명령이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을 소개할 때 장내에 숙연한 기운이 돌았다. 박 대통령의 대화 방식은 7시간 동안 진행됐던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연상케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과연 오늘 한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박 대통령이 “여러분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대통령 주변엔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있었다. 박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한 약속은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이 약속이 관료주의 타성에 밀려 모처럼 트인 ‘신뢰의 숨통’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앙_[사설] 침몰하는 배에서 1호로 탈출한 나쁜 선장

대형 재난에선 현장 지휘자에 따라 피해 규모와 양상이 달라진다. 2년 전 샌프란시스코 공항 아시아나항공기 착륙 사고 당시 3명이 사망했지만 승무원들의 일사불란한 위기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더 키우지 않았다. 선박 사고에선 선장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대형 해상 사고였던 영국 타이태닉호의 경우 여성과 어린이 생존율은 각 70%와 50%를 넘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영국 선적의 대형 해상 사고에서 여성 생존율은 15.3%였지만 이 사고는 예외였다. 당시 선장이 구명보트 앞에 총을 들고 서서 먼저 타려는 남성들을 제지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구한 결과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진이 1852년부터 2011년까지 100명 이상 인명 피해가 난 해상 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대형 사고에선 승무원 생존율이 승객보다 높았다. 생존율은 승무원(61.1%), 선장(43.8%), 남성(37.4%), 여성(26.7%), 어린이(15.3%) 순이었다. 승무원이 먼저 살고자 하는 한 대규모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선 선장과 항해사 등 승무원들이 가장 먼저 탈출했다. “승무원이 가장 나중”이라며 승객 구조를 한 건 22살의 어린 여승무원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으라”는 말만 남기고 승무원들이 탈출한 사이 지시를 따르고 질서를 지켰던 많은 어린 학생과 시민들은 지금 생사 확인이 안 된다. 배가 가라앉기까지 두 시간여. 선장이 승객 구조에 나섰다면 400여 명을 못 구할 시간은 아니었다.

 이는 위기대응 능력과 책임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은 경각심을 주기엔 처벌규정이 약하고, 실제 처벌은 더 가볍다. 한 예로 1994년 충주호 유람선 사고 당시 관련 당사자들은 과실치사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집행유예 등을 선고해 실형을 면해줬다. 한편 이탈리아 검찰은 2년 전 4000여 승객 중 32명이 사망한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당시 배를 버렸던 선장에게 2697년을 구형했다. 법 집행은 관련 종사자들의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이뤄져야 하고, 선박사는 위기대응 능력이 몸에 밸 때까지 훈련해야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조선_[사설] 승객 팽개치고 먼저 배 빠져나간 세월號 선장·선원들

세월호(號) 침몰로 300명 가까운 사망·실종자가 나온 것은 자기들 안위(安危)만 챙긴 선장과 승무원들의 이기적 행동과 미숙한 대처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차츰 분명해지고 있다. 구조된 학생과 승객들은 16일 오전 침수 사고 직후 여러 차례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니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고 했다. 승객들은 이 말에 따라 객실 등에서 앉아 기다리다가 대피할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침수 1시간이 넘게 지난 오전 10시쯤에야 '침몰이 임박했으니 배에서 탈출하라'고 방송했다. 그러나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이때는 이미 선장과 일부 승무원이 배를 탈출한 다음이었다. 9시 30분쯤 맨 먼저 해경에 구조돼 10시 30분쯤 인근 팽목항에 도착한 47명 가운데 선장과 선원 10명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장은 그 후 병원으로 이송돼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바닷물에 젖은 지폐를 온돌 침상에 말리는 장면이 목격됐다. 세월호엔 구명보트·구명뗏목 46개가 있었다. 승무원들이 핀을 뽑은 후 바다에 걷어차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팽창해 승객들을 태울 수 있는 장비다. 하지만 사고 후 제대로 작동한 것은 1개뿐이었다.

침수 시작 30분쯤 지난 후엔 배가 50도 이상 기운 상태였다. 선실에 있던 학생과 승객들이 뒤늦게 빠져나오려 했어도 전기가 나가 깜깜한 데다 가파른 통로를 간신히 기어오른다 해도 바깥쪽으로 밀어야 하는 철문을 열기 힘들었을 것이다. 배의 구조를 잘 아는 승무원들 안내가 아니면 탈출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자기들부터 살겠다고 배를 빠져나갔다.

1912년 4월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 타이태닉호(號) 사고 때는 승객·승무원 2224명 가운데 32%인 710명이 구조됐다. 타이태닉의 선장은 배 침몰 직전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는 생존자들을 구명보트로 인도한 후 자기는 배로 돌아갔다. 일등항해사는 풀리지 않는 구명보트를 풀어 승객들을 구하고 마지막에 자기 구명조끼마저 남에게 벗어주고 타이태닉과 함께 가라앉았다. 기관장·기관사들도 마지막 순간까지 전기를 작동시켜 탈출을 돕다가 전원 배와 최후를 함께했다.

비상시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여객선 선장과 승무원들이 자기들 책임을 내팽개친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이런 한심한 수준의 직업의식과 사명감·책임감이 세월호에만 국한된 것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선박 침몰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공황(恐慌)에 빠져 판단 능력을 잃게 된다. 선박이든 비행기·철도든, 또는 다수가 이용하는 다른 어떤 공공시설이든 운영 책임을 진 사람들은 만약의 경우에 종사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이용객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상세한 매뉴얼을 정해놓고 틈틈이 교육·훈련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시설 종사자는 물론 대한민국 보통 사람 중에 소화기 한번 다뤄본 사람이 얼마나 되고 자동 제세동기로 심폐소생술을 훈련해본 사람이 몇 %나 되겠는가. 우리가 여태껏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만 몰두하고 생명·안전을 중시하는 규범들은 그런 성과를 쌓는 데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로나 여기고 무시해왔기에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을 필두로 전 사회적인 반성과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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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사랑한다' 말 남긴 아이들 앞에 모든 어른이 죄인

물이 들어차는 선실에서 열일곱 살 딸이 엄마 전화기에 제 얼굴을 찍어 띄우며 말했다.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아들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고백했다. '엄마, 말 못할까 봐 미리 보내놓는다. 사랑해.' 딸은 도리어 아버지를 다독였다. '아빠 걱정 마, 구명조끼 입고 애들이랑 뭉쳐 있으니까.' 연극반 아이가 남긴 말도 '사랑한다'였다. '연극부 다들 사랑해.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2학년 4반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과 나눈 대화방 문자도 '전부 사랑합니다'로 끝났다.

단원고 아이들은 배가 기울고 가라앉고 뒤집히는 순간에도 엄마와 아빠와 친구를 생각했다. 질식하도록 밀려드는 두려움 속에서도 못다 한 말 '사랑'을 떠올렸다. 이렇게 고운 아이들을 누가 차가운 바닷속 어둠에 가뒀나. 다 내 딸, 내 아들 같아 가슴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솟는다.

배가 기울기 10분 전 아들은 아침 진도 바다 풍경을 찍어 보냈다. 엄마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애타게 아들을 찾았다. '아들…' '아들 대답 좀 해봐.' 아들은 아무 대답이 없다. 진도로 달려온 엄마가 절규했다. "나는 이제 누굴 보고 살라고." 소식 끊긴 딸에게 애원하는 엄마도 있다. "제발 한 번만 엄마 전화 받아봐라, 제발." 엄마들은 바람 찬 아침 선착장에 서서 하염없이 남쪽 바다를 바라봤다. 시신이 돼 돌아온 아들 앞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못해준 것만 자꾸 생각난다"고 했다. 자식 하나만 둔 부모가 태반이다.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을 그 마음이 지금 이 땅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배를 탔던 단원고 2학년 325명 가운데 75명만이 구출됐다. 한 반 37명 중에 한 명, 두 명씩만 살아온 학급도 있다. 학부모, 학생들은 한때 '모두 구조됐다'는 엉뚱한 전갈에 박수치고 환호하다 곧바로 절망에 빠졌다. 온 학교가 탄식과 통곡에 잠겼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 1·3학년 아이들에게도 가누기 힘든 가책과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멍든 마음을 심리 치료로 어루만져줘야 한다.

배가 기울기 시작해 침몰하기까지 두 시간 넘도록 어른들은 뭘 했나. 생존자 집계조차 못 하고 허둥댔다. 배에 갇힌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애태워 기다리는 부모들을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지켜주지도 구해주지도 못한 모든 어른이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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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공무원 이어 정치인들까지 '구조 방해꾼' 되려 하나

정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자 안전행정부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했다. 대책본부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10시 110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숫자는 오전 11시 30분 161명, 낮 12시 179명, 오후 2시 368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구조자 수가 해경 발표와 왜 다르냐는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자 대책본부는 오후 3시 30분쯤에야 164명이라고 바로잡았다. 대책본부는 세월호 탑승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477→459→462명으로 계속 정정했다.

대책본부가 사고 규모를 잘못 판단함에 따라 구조 인력·장비 투입 등 후속 대책도 차질을 빚었다. 정부는 구조가 순조로운 것으로 여겨진 16일 오전엔 구조에 잠수 인력 20명만 투입했다. 그러다 오후 6시 30분쯤 돼서야 178명으로 늘렸다. 잠수 지원 장비를 갖춘 해군 구난함 청해진함과 평택함도 즉각 출동시키지 않아 두 함정은 17일 새벽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박근혜 정부가 '안전'을 앞세워 출범시킨 부서의 공무원들이 자기 부서 간판을 산산조각 내고 있는 꼴이다.

여야(與野) 정치인들과 6·4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16~17일 대거 사고 현장을 방문해 구조 작업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피해자 가족들은 "수색·구조에 도움이 안 된다"며 방문을 삼가 달라고 하고 있는데도 굳이 찾아오는 국회의원들에게 브리핑하느라 해경·해군이 정신 못 차릴 정도라고 한다. 아이들 생명보다 '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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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_[사설]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안전 대한민국’

그제와 어제 우리는 침몰한 세월호 옆에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이 함께 침몰하는 모습을 보았다. 사고가 일어난 것부터 운항사의 대응, 구조 과정과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믿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웬만한 풍랑에는 요동치지도 않을 길이 146m, 6825t의 거대한 배가 풍랑도 폭풍도 없는 맑은 아침에 갑자기 옆으로 기울어 가라앉은 것부터가 믿기지 않는다. 침수가 시작된 뒤부터 완전 침몰할 때까지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이 취한 조치와 행동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상황을 오판하고 오보를 날리는가 하면 사고 24시간이 지나도록 탑승 인원조차 정확히 집계하지 못한 당국의 모습에는 할 말을 잃는다. 

경찰은 세월호의 과도한 변침(항해 방향을 바꾸는 것)이 침몰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항로를 변경하려고 무리하게 뱃머리를 돌리는 순간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무게 중심을 잃고 기울어져 침몰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운항 과실, 즉 인재로 귀결되는 것은 소름 돋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형 여객선을 탄 사람의 안전은 선장과 항해사가 실수하지 않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고 발발에서 완전 침몰까지 세월호 운항사가 취한 조치와 행동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구조 요청 최초 신고자가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학생의 연락을 받은 학부모였던 것부터가 이상하다. 운항사 측은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도 수차례나 “선실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으로 오히려 승객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운항사 측의 이런 이상한 조치가 가공스러운 결과로 이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배와 승객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조원들이 먼저 탈출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사고가 나면 자동적으로 작동해야 할 구명보트조차 46개 가운데 2개밖에 펴지지 않은 것은 또 무슨 연유인가. 세월호의 안전 시스템은 선체가 침몰하기 전에 이미 파탄나 있었던 셈이다.

재난 당국의 대응 시스템은 더더욱 한심했다. 경기도교육청의 ‘학생 전원 구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368명 구조’ 등의 오보로 정부의 위기 대응력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고 중요한 초기 구조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승객들이 갇힌 상태에서 배가 뒤집히는데 아무 손도 못쓰고 이를 생중계하는 꼴만 됐다. 기본적인 탑승자 수조차 477명, 462명, 475명으로 몇 차례나 정정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딱할 지경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제주도 수학여행 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이 대거 희생된 것은 가슴을 칠 노릇이다. 지난해 고등학생의 해병캠프와 올해 대학생 오리엔테이션 참사에 이어 어린 자녀들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고장난 안전 시스템을 다시금 확인해준 셈이다. 우리는 자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수학여행도 오리엔테이션도 체험캠프도 보내지 말아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에 전력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소재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간의 여러가지 ‘있을 수 없는 일’들에서도 드러났듯이 모든 사고에는 안전불감증과 인재(人災)가 개입돼 있다. 하지만 거창한 구호와 일시적 관심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에 다가갈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사회 각 부문은 세월호 실종자 구조를 위한 노력과 성원을 침몰한 대한민국의 안전을 구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경향_[사설]살신성인한 승무원, 그리고 선장의 책무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들의 입을 통해 당시의 참혹했던 광경이 속속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첫 사망자로 기록된 승무원 박지영씨의 사연은 모든 이의 가슴을 숙연하게 한다. 한 생존자는 “3층엔 구명조끼가 없어 4층에 있던 언니(박씨)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는 모습이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그는 “언니는 왜 안 입느냐고 물어보니 ‘선원은 맨 마지막이다. 너의 친구들 다 구해주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탑승객은 “모두가 탈출하는 마지막까지 그는 안내방송을 했다”고 돌아봤다.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대학을 휴학한 채 배에 올랐다니 유족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신성인한 승무원이 어디 박씨뿐이겠는가. 승무원 24명 중 생존자는 20명이다. 사고 당시 방에서 쉬고 있었다는 선장 이모씨는 해경에 구조된 첫 생존자다.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씨를 무작정 탓할 생각은 없다.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그에게 일사불란한 지휘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있다. 하지만 안전사고 발생 시 선박의 최종 지휘관은 선장이다. 선장은 승객의 안전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배에서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굳이 법적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지휘관이 사고 현장을 먼저 빠져나왔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2012년 이탈리아 검찰은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배를 버리고 도망친 선장에게 2697년형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리더의 역할과 책무를 망각한 채 행동했을 경우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 교훈적 사례로 남게 됐다.

경향_[사설]정권 코드 맞추기로 금융 신뢰 회복할 수 있나

금융회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것 중 하나가 신뢰이다. 금융 특성상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존립기반이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금융회사들이 섬기는 게 소비자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권에 요즘 ‘통일금융’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정부의 통일구상을 뒷받침하겠다며 북한개발연구센터와 동북아 경제파트를 신설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통일 뒤 북한 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우리은행이 5월부터 통일금융통장 등의 상품을 출시한다. 이들 금융사의 최고경영자는 현 정부의 금융 실세 혹은 코드 인사로 발탁된 사람들이다. 잇단 움직임이 ‘통일 대박’을 얘기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정권 초기 ‘창조금융’에 이은 코드 맞추기 제2탄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창조금융을 대체하기 위한 새 코드라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금융사의 코드 맞추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 당장 돈과 인력이 쏠리면서 업무가 중복될 수밖에 없다. 실적에 목을 매게 되면 경쟁이 과열되고 이는 시장왜곡으로 이어진다. 이명박 정부 때는 금융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녹색금융을 내세우며 기업들에 앞다퉈 대출해줬지만 중복 투자와 경기악화 등이 겹치면서 부실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조직과 상품이 종국에는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은 정권교체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은커녕 금융의 후진성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정권이 깃발을 들면 무조건 따라가는 상황에서 금융이 바로 설 리 없다. 고객 정보유출, 대출사기, 횡령사고 등 최근 빈발하는 금융사고는 우연이 아니다. 정권의 낙하산으로 내려와 ‘위’만 바라보는 경영진에게 조직원들이 충성심과 윤리의식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징벌체계 강화 등 내부통제책을 쏟아내 봤자 땜질 처방이 될 수밖에 없다. 되풀이 얘기하지만 금융 신뢰의 출발은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한겨레_[사설] 말뿐인 ‘더불어 함께 사는 안전 공동체’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 구조 작업이 이틀째 벌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진전이 없다. 뱃머리 일부만 삐죽 드러낸 채 280여명의 실종자들과 함께 차가운 물속에 거꾸로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의 모습은 실종자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참담하다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지경이다. 그래도 정부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실종자 구조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이번 참사는 불가항력의 재해가 아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이나 생존자 증언 등에 비춰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전형적인 인재가 분명한 듯하다. 특히, 사고 발생 직후 초동 단계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응 방식은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여객선 침몰과 같은 재난에서 인명 피해를 막으려면 분초를 다투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어도 기본적인 재난대응체계를 갖췄다면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맞춰 신속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구조 장비와 인력을 투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한 나머지 신속한 구조활동에 실패했다. 안전행정부 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중심으로 군까지 참여하는 민관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했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정부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사고대처 능력은, 신고가 접수된 뒤 한나절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중대본이 발표한 세월호의 탑승인원, 구조인원, 실종자 수 등은 하루 종일 혼선을 빚으며 오락가락했다. 구조 상황과 관련해서도 갈팡질팡 발표가 이어지더니 심지어 사고 당일 저녁에는 안행부와 해양경찰이 서로 주관할 것을 미루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정부의 미숙한 대처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묻어났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청와대에서 노심초사하며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게 하라”고 즉각 정부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청와대 쪽은 전했다. 그리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사고 발생 8시간쯤 지난 오후 5시께 중대본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안행부 2차관에게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왜 발견하기 힘드냐”고 물었다. 이 발언은 대통령이 기본적인 현장 상황조차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거나 몰랐다는 걸 보여준다. 세월호 사고 당시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제대로 챙겨 입을 수 없었으며, 실종자의 대부분은 침몰한 배의 객실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방송 보도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세워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발생에서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면 재난대응체계의 기본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입으로만 안전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안전불감증에 침수되어 있는 정권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한겨레_[사설] 남재준이 무슨 ‘공로’가 많았단 말인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남재준 원장이 그동안 공로도 많았다. 국정원의 문제를 말끔하게 처리해 임기를 잘 채웠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당 한쪽의 ‘남재준 사퇴 불가피론’에 선을 긋고 박근혜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선 셈이다.
여당 대표의 대통령 편들기에도 그럴싸한 논리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남 원장에게 ‘누구를 위한 무슨 공로’가 있다는 건지 황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박 대통령과 여당 쪽에서 보면 남 원장이야말로 특급 공로자일 것이다. 정권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보위에 앞장섰으니 말이다. 박근혜 정권에 기여한 점에서라면, 남 원장의 ‘공로’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2급 기밀문서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느닷없이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공작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 여권이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정치개입 논란이 들끓었지만 남 원장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검찰이 대선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도 국정원은 출석 불응, 자료제출 거부, 진술 거부 등 온갖 수사방해를 지휘했다. 정권에 기여한 공로로 치자면 남 원장이 단연 수훈갑인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상식의 눈으로 보자면 얘기가 달라진다. 남재준 원장은 공로는커녕 선량한 시민을 우롱하고 공분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박 정권 출범 이후 주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국정원이 불쑥 튀어나와 정치를 들었다 놨다 했다. 그 수혜자가 여권임은 물론이다. 재판 증거를 조작한 것도 모자라 은폐까지 한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에게 무슨 공로가 있다는 건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더구나 국정원 스스로 개혁하고 거듭날 기회를 부여받아 놓고도 남 원장은 이를 외면했다. 개혁이 실행됐다면 국정원 사무실 안에서 버젓이 증거조작이 자행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남 원장이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이다. 보수신문들조차 남 원장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것만 봐도 새누리당 수뇌부의 ‘남재준 감싸기’가 여론과 한참 동떨어진 황당무계한 궤변임을 알 수 있다. 민심과 여론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하는 창구 구실을 하는 게 집권당의 중요한 책무다. 사람을 싸고도는 데도 염치와 한계가 있어야 한다. 황 대표의 모습에선 집권당 대표에 걸맞은 책임과 고민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을 외면한 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여당 대표의 모습이 딱할 뿐이다.

한겨레_[사설] 한-일 위안부 협의, 얼렁뚱땅 넘어가선 안 된다

한국과 일본이 16일, 두 나라 간 역사 문제 가운데서도 최대 현안인 일본군 군대위안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국장급 회담을 열었다. 양쪽 모두 구체적인 회의 내용에 대해 입을 굳게 닫았으나 특별한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역사인식 문제의 성격상 일거에 타개책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두 나라 당국자가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만에 머리를 맞댄 회담치고는 실망스럽다.
군대위안부 문제의 쟁점은 명확하다. 우리 쪽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는 것이고, 일본 쪽은 이미 1965년 청구권협정을 통해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이런 주장이 오갔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쪽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건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공인된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2005년 한일협정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기회를 빌려 군대위안부, 사할린 동포 강제이주, 원폭 피해자 문제가 미해결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이나 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일본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우리 쪽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이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우리 쪽 요구에 따라오는 것이 최선이다. 법적 책임을 외면하고 인도적 해결만 운운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걸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태도를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두 차례나 일본 쪽에 청구권협정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협의에 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일본이 협의를 거부하면 제3자 중재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장급 협의는 이런 흐름과는 다른 것이다. 전자가 법적 책임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후자는 정치적 타협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우리 쪽 입장이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적 책임이든 인도적 해결이든 중요한 것은 두 나라 정부가 군대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우리 내부의 이해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피해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미봉적 타협안으로는 시시포스의 덫을 벗어날 수 없다.

6장-1 원수는 물에 새기고,은혜는 돌에 새겨라 : 치기(治己)와 치인(治人)

6장-1 원수는 물에 새기고,은혜는 돌에 새겨라 : 치기(治己)와 치인(治人)


아랫사람의 사정을 잘 안다는 것

통하정(通下情- 아랫사람과 서민의 사정을 잘 앎)이란
피아(彼我)간의 쌍방을 잘 보아야만 한다.

자기 자신과 아랫사람을 모두 볼 줄 알아야 참말로 아랫사람의 사정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지智,인仁,용勇 삼덕의 조화를 갖추어라

지혜로움과 어짊,용맹스러움,이 세가지는 천하에 두루 통하는 보편적인 덕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혜로움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어짊에 가까우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용맹에 가깝다."


공정함은 정치의 기본 원칙이다

내가 만인에게 똑같이 공평한 인정을 베풀고 공정한 일처리를 하면 천하 사람들은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주자가 말했다.

"자신에게 공평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도 공평하다."


정치의 곱셈과 나누셈

현명하고 재능있는 자를 등용하면 수많은 벼슬아치들이 분발하게 되고,
재능없는 자의 수고도 애틋하게 여겨주면 사람들은 스스로 선행을 하게 된다.
이는 세상을 좋게 하기에 정치의 곱셈이라 한다.

이에 반해 대신을 의심하고 시기하면 남을 터무니얷이 비방하는 자가 나오고,친척을 싫어하거나 멀리하면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등을 돌리게 된다.
이는 세상을 나쁘게 하므로 뺄셈이라 한다.


재능보다는 포용력을 갖추어라

사람은 재능이 있어도 도량이 없으면 사람을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이와는 반대로 도량이 있어도 재능이 없으면 일을 성취할 수 없다.

양자를 겸비할 수 없으면 차라리 재능을 버리고 도량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


귀절마다 마음의 鍼이 되도록 외우고 적어 놓아 다시 읽고...


☆일본 사토 잇사이(1772~1859), 언지록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중앙_[사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나는가

우리는 어제 하루 종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그것도 온 국민 눈앞에 TV화면 가득히 생중계되는 속에서 일어났다. 파도 0.5m의 잔잔한 바다, 11도의 수온, 그리고 인근 섬들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평화로운 바다에 ‘세월’호가 반쯤 기운 상태로 누워 있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들뜬 꿈을 안고 수학여행 가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462명이 탄 카페리였다. 숨 죽여 구조작업을 지켜보던 우리는 “승객 전원 구조”라는 첫 소식에 안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희생자가 확인되고, 290여 명이 실종됐다는 참담한 뉴스에 가슴을 쳤다. 어떻게 후진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이런 참사가 대한민국 남도 앞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우리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믿기조차 어렵다. 선사인 청해진은 세월호를 “게임룸과 샤워실까지 완비한 국내 최대·최고의 크루즈선”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승객 안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서서히 기울어가던 길이 146m, 6852t의 거대한 선체 안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컨테이너들이 무너져 승객이 깔리고, 사방에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위험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나왔다고 한다. 뒤늦게 “모두 바다로 뛰어들라”는 대피 방송에 따라 바다로 뛰어들어 구조된 학생들은 “배 안에 갇혀 못 빠져 나온 친구들이랑 승객들이 많다”며 울먹였다.

 어이없기는 선사와 중앙대책본부도 마찬가지다. 오후 2시에 368명이 구조됐다고 했다가 30분 뒤에는 160여 명 구조, 290여 명 실종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털어놓았다. 탑승인원조차 477명에서 459명, 462명 등으로 오락가락했다. 수없이 많은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지만 이렇게 무능하고 부실한 대책본부는 본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속히 해군과 해경을 현지에 투입한 조치에 많은 국민은 안도했다. 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사람 머릿수조차 제대로 세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대책본부를 보노라면 분노와 절망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가장 초보적인 의문부터 제기하고 싶다. 선사 측은 “항로 이탈은 없었고 대리 운항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도 어민들은 한결같이 “항상 섬 바깥 쪽으로 우회하던 그 큰 여객선이 왜 ‘맹골수로’라는 암초밭으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증언한다. 당초 15일 오후 7시 출발하려다 안개 등으로 두 시간 늦게 출항하면서 입항시간을 맞추느라 시간 단축을 위해 위험수역으로 진입한 게 아닌지 의문이다. 또한 선박 사고가 나면 긴급 대피를 위해 구명정이 사고 주변 해역에 둥둥 떠다니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침몰 직전 길게 드러누운 세월호 주변에는 수십 척의 어선과 해경·해군 함정들만 열심히 구조작업에 나섰을 뿐 구명정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선원들이 SOS 신호만 보냈을 뿐 가장 초보적인 안전조치까지 무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관계 당국이 엄밀한 사고 조사와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내야 할 대목들이다.

 우리는 우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지금도 가슴 졸이며 실종된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는 학부모들과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침몰 중인 배에서 “엄마, 말 못할까봐 문자 보내… 사랑해” “제발 연락 좀 해라… 엄마가 곧 간다”는 휴대전화 문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진다. 따라서 당연히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최후의 한 명까지 포기하지 않고 구조해 내는 것이다. 내일 사고 해역에는 비와 강풍이 몰아친다는 우울한 소식까지 겹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에 투입된 해경 특공대, 해군 구조대, 육군 특전사 요원들은 있는 힘을 다해 선실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어느 구석에선가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끝까지 찾아내 주길 바란다. 바로 그들 대부분이 꿈을 피우지 못한 우리의 어린 고교생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주 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10명의 대학 새내기들을 떠나보낸 지 얼마나 지났는가. 이번에 또 어른들의 잘못으로 얼마나 무고한 어린 생명을 잃어야 할지 슬픔을 가눌 길 없다.

 더 이상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용납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에 충실히 따른 사람들이 희생되는 사회, 온갖 구석구석에서 안전불감증이 판치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복한 사회를 약속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다짐했다. 우리는 진도 참사를 지켜보며 그 약속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게 됐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안전한 사회를 실제로 만들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달라. 그것이 지역 특성상 공장근로자가 많은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실내체육관에 달려와 애간장을 태우며 아들딸의 생사를 확인하는 오늘의 우리 슬픈 자화상 앞에서 던지는 절박한 주문이다. 

중앙_[사설] 경선 여론조사 부작용,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돼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여야는 모두 여론조사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20~50%를 반영하고 나머지는 당원과 국민 선거인단 투표로 채운다. 제주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새누리당이 예외적으로 100% 활용해 특정인(원희룡 전 의원)을 위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영·호남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다. 공천에서 적극 활용되는 여론조사가 지방자치 장이나 의원을 만들어내는 힘센 장치가 된 셈이다.

 여론조사 영향력이 커지자 이를 조작하려는 유혹도 강해진다. 대표적인 불법이 착신전환이다. 이는 유선전화를 대거 사들여 소수의 휴대전화로 착신전환을 해서 여론조사에 ‘조작적으로’ 응답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성별·연령대별 비율까지 조작할 수 있다. 군(郡) 같은 작은 지역에선 전화 수백 대만 확보하면 여론조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일부 후보자가 착신전환을 이용해 여론조사를 조작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이런 방법을 사용한 혐의로 새누리당 포항시장 예비후보를 고발하기도 했다. 착신전환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 민주당 완주군수 후보 경선에서 휴면전화 2000개 회선을 재개통한 후 30여 개의 휴대전화에 착신토록 했던 후보가 구속됐다. 2012년 총선에서는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보좌관이 일반전화 190대를 개통해 휴대전화로 착신전환했다가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이정희 당시 통진당 대표는 단일후보직을 사퇴했다.

 여론조사는 당원이나 국민 선거인단의 투표에 비해 허점이 많다. 응답자가 출마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졌는지가 불투명하고, 성(性)·연령·지역별로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고, 구조적으로 오차가 있는 데다, 착신전환 등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이런 한계 때문에 여론조사는 정책 결정의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아예 ‘투표 대용(代用)’으로 자리 잡았다. 선진국에 이런 사례는 거의 없다. 선진국에선 당원 투표로 공천자를 정한다. 한국은 당원 제도가 부실해 여론조사를 공천의 주요 수단으로 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도 여론조사는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여론조사 조작을 줄이려면 ‘안심번호’ 같은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 같은 기관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유권자 휴대전화 번호를 여론조사기관이 안심번호(예: 0505-500-1234) 형태로 받는 것이다. 이런 번호는 조사 후 없어지므로 개인정보가 보호된다. 유권자 개인에게 바로 전화가 발신되기 때문에 착신전환도 소용이 없게 된다.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 

중앙_[사설] 국정원,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놔둘 수 없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은 국정원의 원훈이다. 총성 없는 정보 전쟁에서 때론 목숨을 걸고 국민의 자유를 지켜낸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다. 국정원의 현실은 초라하다. 이른바 ‘국정원 직원의 간첩증거 조작 사건’으로 국내정보를 담당한 2차장이 지휘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며 어제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차례로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국민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국민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진행되면서 국정원의 무명의 헌신성을 믿었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실망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무명의 권력을 이용해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없는 증거도 조작해 내는 그런 곳이었나 하는 자괴감이다. 지난 20여 년간 고비마다 도청과 정치개입 문제 등이 폭로되면서 인적·제도적으로 청산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는 정보기관의 민주화가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의문도 이어진다. 증거조작은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하는 인권 문제를 넘어서 진실성이 확인된 증거만 엄격하게 채택하는 형사사법체계까지 뒤흔든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이제 더 이상 베일에 가려진 자유 수호자로 믿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경질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에게 환골탈태의 노력을 주문하고 재발방지의 책임을 맡긴 건 안일한 상황인식이다. 국가 정보기관이 증거조작을 하고, 요원·협조자의 신분을 노출시킨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남재준 원장은 개혁을 지휘할 자격이 없다. 그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이제 국정원 개혁은 국회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보기관들의 불법적인 정보수집이 문제가 되자 의회가 초당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광범위한 법적·제도적 개혁을 이뤄냈다. 2000년대 9·11 테러가 일어난 뒤에도 정보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의회는 장기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중앙정보국(CIA)에 집중된 정보권력은 분산되고 감시체계는 강화됐다. 그러면서도 종합적인 국가정보능력은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이 반드시 국정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견제받는 권력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다. 국가정보능력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원칙도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차제에 국정원 직원과 요원·협조자의 신분을 누설하는 잘못된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미국처럼 ‘정보요원 신원보호법’ 같은 것을 제정해 이를 어기면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 

조선_[사설] 韓·日 위안부 협의, 피해자 恨 풀어줄 마지막 기회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韓日)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16일 열렸다. 우리 측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며 법적 책임을 지는 조치를 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은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모두 정리됐으므로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보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 사죄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건 곤란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 군·경찰·행정 당국이 민간 업자들과 결탁하거나 그들을 사주해 조선을 비롯, 중국·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십만명의 여성을 강제로 일본군 성 노예로 끌고 간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사실(史實)이다. 관련자 증언과 일본·미국·네덜란드 공문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는 당시 것은일본 형법상 '국외 이송 목적 약취(略取)·유괴죄' '인신매매죄'와 국제법상 성폭력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이다. 유엔과 ILO(국제노동기구)가 일본에 '반(反)인도적 전쟁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河野) 담화'조차 부정하려 했다. 그런 일본이 위안부 협의에 응했다는 것에서 작은 희망을 보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일본 정부로선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 세력과 중국 등 다른 피해국들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올바른 결단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그로 인해 입을지도 모를 손해에 비해 너무나 크다.

이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자 55명의 평균 나이는 88세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 벌써 23년이다. 피해 할머니들의 한(恨)을 풀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어쩌면 이번이 할머니들의 생존 기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일본의 양식을 기대하고 용기를 고대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여객선 慘事, 이러고도 선진국 되겠다는 말 나오나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 않은 대형 해상(海上) 참사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462명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8시 55분쯤 전남 진도군 병풍도와 관매도 사이 바다에서 좌초한 후 침몰해 이날 밤 현재 사망자가 5명 나왔고 282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1993년 10월 전북 부안 격포 앞바다에서 사망자 292명을 낸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 후 21년 만의 참변(慘變)이다.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3박 4일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생 325명과 교사 15명의 단체 승객이 타고 있었다. 실종자 상당수는 가라앉은 배의 선실·식당 등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직후만 해도 이렇게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세월호는 좌초(坐礁) 후 선체가 왼쪽으로 90도 기울긴 했지만 2시간 반 가까이 떠 있었다. 해경·해군은 구조 선박 수십 척과 헬기 18대를 보내 구조 중이라고 했고, 일부 구조 장면이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오전 11시 넘어 학부모들에게 '단원고생 전원 구조'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구조 인원 집계에 착오가 생겼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전행정부와 해경이 실종자 숫자를 수정해 발표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세월호는 인천~제주를 오가는 6825t급으로 정원이 920명이나 되고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150개를 선적(船積)할 수 있는 대형 여객선이다. 게임룸·레스토랑·샤워실도 갖추고 있다. 운항사인 청해진해운 측은 '국내 최대 크루즈 선박'이라고 홍보해왔다. 이렇게 큰 배가 두 시간 넘게 떠 있었는데도 300명 가까운 실종자가 나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바람도 강하지 않고 파도도 잔잔한 편이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황당한 건 여객선이 '꽝' 하는 충격을 받고 기울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선내(船內) 방송이 '승객들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반복해 안내했다는 사실이다. 재빨리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서 나왔던 사람은 대부분 구조됐다. 승객 몇 백 명이 선체와 함께 가라앉았지만 선장과 선원은 대부분 살아 나왔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리한 항로(航路)를 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여객선이 침몰한 지점은 전남 신안군·진도군의 섬 밀집 해상에서 병풍도·관매도·맹골도·송도 등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서쪽으로 몇 ㎞ 가서 활처럼 굽은 노선을 택하면 섬들 사이를 곡예하듯 항해할 필요 없이 수월하게 제주도를 오갈 수 있다. 세월호는 당초 전날 오후 6시 30분 인천항을 출발해 16일 오전 8시 제주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해에 짙은 안개가 끼는 바람에 인천항 출항이 오후 9시로 늦춰졌다. 그러자 제주항 도착 시각을 무리하게 맞추기 위해 섬들 한복판을 관통하는 직선(直線) 노선을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것이다. 세월호는 선장이 휴가 가는 바람에 대리 선장이 몰았다고 한다. 수사 당국은 노선 선택이나 대리 운항이 사고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실히 규명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1993년 10월의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과 비교해볼 때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사고였다. 서해훼리호는 110t으로 세월호의 60분의 1밖에 안 되는 크기였고, 정원이 207명인데 362명이나 타고 있었다. 화물도 과적(過積) 상태였다. 반면 세월호엔 정원의 절반도 타고 있지 않았다. 서해훼리호 침몰 땐 초속 10.5m의 강한 바람에 파고도 2m나 되는 등 기상 상태도 나빴다. 세월호는 파고가 0.5m로 잔잔한데도 침몰하고 말았다. 서해훼리호는 배가 뒤집힌 후 10분 만에 완전히 가라앉았지만 세월호는 두 시간 반이나 떠 있었다. 그런데도 두 사고의 인명 피해는 큰 차이가 없다. 세월호의 운항부터 구조(救助) 과정에 이르기까지 뭔가 말도 안 되는 실수와 과실들이 겹쳤을 것이다.

1990년대 초·중반엔 서해훼리호 사고 말고도 성수대교 붕괴(1994년·32명 사망),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1995년·101명 사망),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501명 사망) 등 후진국형(型) 사고가 잇따랐다. 서해훼리호 사고가 일어난 1993년의 국민 1인당 GDP는 8422달러였다. 재난으로 뒤범벅된 1990년대를 한 해 한 해 넘길 때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서기가 이렇게 힘드냐는 한탄이 쏟아졌다.

올해 우리 1인당 GDP 전망은 1993년의 3배 정도인 2만6000달러이다. 거의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해 있고, 분야에 따라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것이 적지 않다. 조선(造船) 분야만 해도 건조 물량과 기술에서 세계 1위 수준에 올라섰다. 그러나 '세계 1위'라는 번드르르한 포장을 걷어내고 나면 그 안의 알맹이가 어떤 수준인지 세월호 사고가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는 실종자 집계 하나 제대로 못 해 허둥댔다. 선박·휴대폰·자동차 같은 물건을 제조하는 기술은 일류가 됐지만 그 물건들을 다루는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국민들은 무엇보다 이번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인간의 생명(生命)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기분을 뼛속 깊숙이 느끼게 됐을 것이다. 이대로는 선진국이 되기도 힘들다. 설령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다고 해도 국민 의식과 사회 제도·관행이 지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번보다 더 끔찍한 비극들이 앞으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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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_[사설]참담한 여객선 침몰, 끝까지 인명 구조 최선을

수학여행에 나선 고교생 등 462명이 탄 대형 여객선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민·관·군·경이 총동원돼 구조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사고 발생 12시간이 지나도록 280여명의 승객이 실종되거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21년 전 29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여객선이 침몰한 곳은 진도군 관매도 서남쪽 3㎞ 해상이다. 선박 통행이 많은 곳이어서 선박 간 충돌이 심심찮게 일어났지만 이번과 같은 큰 사고가 난 적은 없다. 사고 해역에 큰 암초도 없고, 사고 당일 아침 안개가 끼지도 않았다고 한다. 무리하게 많은 승객을 태우거나 과적을 하지도 않았고, 해상의 파고도 1m 안팎으로 잔잔했다고 한다. 선장 또한 같은 항로만 8년째 운항한 베테랑이었다니, 왜 사고가 났는지 쉽게 유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심스러운 대목은 있다. 사고 여객선은 15일 저녁 짙은 안개 때문에 예정보다 2시간 늦은 오후 9시 출항했다고 한다. 흐린 날씨에 야간 운항을 하던 중 어디에선가 외부 충격에 의해 선체 밑부분에 구멍이 뚫렸으나 미처 감지하지 못한 채 운항을 계속하다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 생존자들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울어졌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보아 사고 해역에 또 다른 외부 충격 요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 다른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해 명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당장 급한 것은 인명 구조다. 해상에서의 구조작업은 시간 싸움이다. 실종자들은 바다에 떠 있을 수도 있고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밀폐된 선실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체온증이나 산소부족 현상이 심해져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려면 더 많은 구조대가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사고 이후 정부 대응은 한심할 정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한때 368명이 구조되었다고 발표했으나 1시간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민간, 군, 해군이 동시다발적으로 구조하다 보니 숫자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충격에 빠져 있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다. 경기교육청에서도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되었다는 그릇된 정보를 전파해 혼란에 빠뜨렸다.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다른 사고도 그렇지만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이 단체 여행에서 사고를 당하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수치스럽고 통탄할 일이다. 올 초 경주에서 발생한 부산외대 학생 사고가 그렇고 지난해 태안에서 있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의 해병캠프 사고가 그렇다. 안전감각이 무딘 나라, 청소년 안전을 안일하게 여기는 사회는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경향_[사설]농가대책도 없이 쌀시장 개방 밀어붙일 셈인가

쌀시장 개방이 가시화됐다. 정부는 올해 말로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되자 국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말이 의견수렴이지 실상은 시장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쌀시장 개방은 농민들의 생존권은 물론 식량주권과 직결된 예민한 사안이다. 더구나 피해 농가에 대한 아무런 지원 대책도 없이 시장논리만 앞세운 채 무작정 시장 개방을 밀어붙일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공론화에 나선 것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와 합의한 쌀 관세 유예는 올해 말로 끝난다. 지금껏 우리는 매년 일정 쿼터양을 정해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되 지난 20년간 시장 개방을 미뤄왔다. 늦어도 9월까지 개방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WTO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쌀시장을 개방할지 아니면 기한을 추가로 유예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관세화 추가 유예는 불가능하다”며 개방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올 의무수입물량은 전체 소비량의 8.3%에 해당하는 40만9000t이다. 지금도 쌀이 남아도는 마당에 기한을 추가로 유예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들여와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시장을 개방하되 수입쌀에 고율관세를 매기면 수입쌀이 국내산보다 더 비싸져 농가피해가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고율관세는 미봉책일 뿐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당사국들이 고율의 쌀 관세를 그냥 놔둘 리 있겠는가.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면 쌀 농가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쌀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식량주권이 걸린 문제다. 지금도 쌀 소비량이 줄면서 식량자급률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장차 우리의 식량안보가 몇몇 곡물 메이저의 농간에 놀아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농가 대책이 걱정이다. 설혹 불가피하게 쌀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면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게 기본 아닌가.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농가 지원대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가뜩이나 지금도 농촌은 가구당 2700만원의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섣부른 쌀시장 개방이 두고두고 재앙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향_[사설]“여당의원이 국민 눈치 봐야지 누구 눈치를 보나”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침을 충실히 복창(復唱)하기 시작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 남재준 국정원장 대신 국정원 2차장을 사퇴시킨 ‘대리경질’, 남 원장을 재신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요식적 사과 등이 잇따르자, 새누리당은 철저히 옹호·옹위의 자세로 무장했다. 간첩 증거조작을 “큰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당 지도부는 무작정 남 원장 사퇴 불가만을 외친다. 국가 정보기관이 최악의 국기문란을 저지르고, 조직적인 은폐와 거짓말로 이를 무마하려 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집권여당으로서 그 심각성에 대한 통렬한 인식과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최고 정보기관의 신뢰에 큰 금이 간 사건”(최경환 원내대표)이라면서도, 국정원에 대한 응당한 추궁조차 없다. 최소한 관리와 지휘·감독의 책임이 큰 남 원장을 “그동안 공로가 많다”(황우여 대표)는 억지 논리로 비호한다. 박 대통령의 재신임 방침이 하달되자 새누리당이 ‘남재준 사수대’로 나선 꼴이다.

설령 정치적 방어를 하더라도 사법질서를 유린한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아 재발방지의 근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일 터이다. 그것을 팽개친 채 오로지 청와대의 경호, 국정원장의 방탄 노릇에 매몰돼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집권당 154명 의원 중에 한 명도 ‘국정원장은 물러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지 않는지,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치를 봐야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울고 싶다”고 토로했을까 싶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필두로 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이번 간첩 증거조작에 이르기까지 시종 국정원의 변명을 대신하면서 감싸기와 의혹 덮기에 몰두했다. ‘남재준 국정원’이 급기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증거조작을 벌이고,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신뢰의 붕괴’에 직면한 것은 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국정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책임을 지고 있다. 그 역할이 고장날 경우 민심이 왜곡되고, ‘불통’에 따른 대통령의 독선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일련의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민심과 유리된 인식과 대처는 바로 새누리당이 ‘종박 여당’을 자처하며 여당 본연의 책무를 몰각한 탓이다.

한겨레_[사설] 비통하고 부끄럽다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 등 462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16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300명 가까운 이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물이 들어차고 가라앉기까지 2시간 남짓 동안 벌어진 대참사다. 한밤중도 아닌데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생때같은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숨진 넋들과 유족 앞에서 차마 할 말을 찾지 못할 지경이다. 참담한 심정으로 조의를 표한다.
사고 상황을 들어보면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생존자들 말로는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사고가 난 직후 선박회사 쪽은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배 안이 물에 잠기는데도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물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고 배가 급격히 기울어지면서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고 선실에서 빠져나가기도 어렵게 됐다. 그런 아수라장에서 열일곱살 고등학생들이 겪었을 공포와 혼란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하다.
사고 직후 곧바로 선실 밖으로 대피하도록 안내했다면 훨씬 많은 승객이 구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배가 거의 가라앉은 시점에도 배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고 한다. 신속하게 행동했다면 참극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아쉬운 대목은 이것 말고도 많다. 사고 현장에는 구명뗏목들이 사용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선박회사 쪽이 승객들을 안심시키면서 조직적으로 대피와 구조를 이끈 흔적도 별반 없다. 안전규정과 위난 때의 대피 수칙이 제대로 세워지고 작동되지 않은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고 신고가 접수된 뒤 군과 해경의 선박과 항공기, 민간어선들이 긴급 투입됐지만, 급한 해류 등 여러 사정 때문에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하기 힘들다. 실종자 수색이나 선체 인양 대책도 막연하다. 대형 사고에 대한 대책과 매뉴얼이 있기는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이후 대응도 어설프고 허술했다. 정부는 한때 승객 대부분을 구조한 것처럼 발표했다가 뒤늦게 집계 착오였다고 밝혀, 유족과 국민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지난 수십년 동안 한두번이 아니었건만 사고 대응 체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어떻게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고 선박은 정해진 항로로 다니는 6825t급 대형 여객선이다. 암초로 인한 사고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운행 과정에서의 과실이나 선박 관리 부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사고는 정상 항로에서 상당히 벗어난 지점에서 벌어졌다. 또 사고 선박은 건조된 지 20년 된 중고 선박을 사들여 고친 것이라고 한다. 무리한 운행이나 과다한 개조가 침몰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건축물이나 교통수단 등에 엄격한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의 일차적 책무다.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대학생들이 여럿 사망한 사고도 적설하중 기준이 낮게 정해졌고, 그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잘못이 있지 않았는지 샅샅이 살펴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같은 후진적 참사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다.

한겨레_[사설] 동아 언론자유 투쟁은 번복할 수 없는 역사다

법원이 유신독재 시절 동아일보사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결정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의 진실을 밝혀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과거사위의 활동 결과를 법원이 정면으로 거스른 데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은 15일 동아일보사가 “과거사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국가기관이 정권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을 판결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과거사위가 장기간에 걸쳐 규명한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적 상식이 된 현대사 중대 사건의 실체에 눈감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동아일보 강제해직 사태가 유신정권의 압력 아래서 이루어진 일임은 더 규명하고 말고 할 것이 없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권이 긴급조치를 발동하고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언론자유를 탄압하자 동아일보 기자 180여명은 19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그러자 중정이 나서서 광고주들에게 동아일보 광고를 전면 금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광고탄압’을 수개월 동안 저질렀고, 동아일보사는 1975년 3월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110여명의 언론인을 쫓아낸 것이 동아일보 강제해직 사태의 전말이다. 당시 쫓겨난 언론인들이 중앙정보부의 집요한 방해와 탄압으로 재취업을 하지 못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은 해직자들의 증언과 관련 자료로 입증된 사실이다. 2008년 과거사위는 이런 사실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동아일보사에 해직 언론인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박정희 정권의 압력에 의한 해직이라는 과거사위의 결정 내용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이 국가를 상대로 하여 진행하는 손해배상소송에서도 역사적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판결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역사를 거스른 법원의 판결뿐만 아니라 소송을 낸 동아일보사도 문제다. 동아일보사는 이제라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강제해직당한 언론인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진실은 부정한다고 해서 지워질 수 없다.

한겨레_[사설] 판사 속인 검사에게 면죄부 준 ‘철면피’ 검찰

국가정보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을 담당했던 이시원, 이문성 검사가 14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한 줄 전혀 몰랐다”는 검사들의 변명을 검찰이 곧이곧대로 받아준 것이다. 수사의 주재자이자 통제자인 검사가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놀아났다고 스스로 무능을 인정한 셈이니 검사로서는 최대의 치욕이다.
하지만 두 검사의 공판 과정을 보면 국정원에 속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판사를 속였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이 문서를 전달하기 전 외교 경로를 통해 문서를 요청했다가 중국 쪽으로부터 “발급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 두 달 뒤 국정원이 조작해 만든 기록을 재판부에 내면서 “공식적으로 받았다. 공문도 있다”고 말했다. 문서 발급을 거부당했는데도 마치 대검 요청에 따라 중국 기관이 정식으로 발급해준 것처럼 교묘하게 말을 꾸민 것이다. 거짓말이 들통나자 검사가 한 변명은 “헷갈렸다. 착각했다”가 고작이다.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재판부를 속였으리라 의심되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이문성 검사는 지난해 1심 공판에 참여하기 직전까지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서 수사지도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대공수사국 수사지도관은 국정원의 간첩사건 관련 증거와 의견서 등을 검토하고 검찰 송치 전에 자문하는 자리다. 누가 봐도 국정원과 한배를 타고 사건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설사 검사들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안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우리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사에게 형사사법의 정의를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국가기관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국정원법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는 국정원 직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두 검사를 감찰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직무 위반 또는 태만 정도로 징계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가볍게 처리할 일이 아니다. 검찰은 검찰개혁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소를 받으면 그 갚음으로 말을 주어라,득인일우(得人一牛),환인일마(還人一馬)

소를 받으면 그 갚음으로 말을 주어라,득인일우(得人一牛),환인일마(還人一馬)


'선의에는 선의로 갚아라'

라는 것이 이 속담의 뜻이다.

공자의 논어에 근거한 것이리라.


그러면 악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구약성서에는

'눈에는 눈으로,이에는 이로'
라고 되어 있고,


☆마태복음에는

'남이 오른 빰을 때리면 왼쪽 빰도 내밀어라.'


☆중국 고전

첫째, 노자 : 원한을 대하는 데 있어서 덕으로 하라.

둘째, 논어 : 직(直-이성)으로써 갚아라.공자는 반드시 악의를 선으로 갚을 것을 권하지 않았다.

셋째, 예기 : 덕으로써 덕을 갚는 즉,권할 바가 있다.원한으로써 갚는 즉,뉘우치게 된다.



송양지인(宋襄之仁)

전쟁이라는결정적인 국면에 악의를 선의로써 대한 나머지 대패를 하여 웃음거리가 된 송나라의 양공이 있다.

홍수(泓水)강변에서 초나라의 대군과 마주쳤다.

송나라 군은 진형을 갖추고 기다리고 있으나 초나라는 아직 도강을 끝내지도 않았다.

그것을 보고 참모장 목이(目夷)가 진언했다.

"적은 수가 많고 이쪽은 수가 적습니다.적이 도강을 끝내기 전에 공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양공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은 안될 말이다.그런 비겁한 짓은 할 수 없다."



상호성의 법칙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즉 받은 만큼 돌려주자라는 심리가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상호성의 법칙

http://me2.do/GF0h7ldU

상호성의 비밀
1.상대방을 빚진 상태로 만들어라
우리가 별로 좋와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그가 어떤 요청을 하기전에 작은 호의를 베푼다면 우리는 그사람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어 진다.
HKS 의 기부금 모금 전략
초기 미국시민들에겐 HKS의 신도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이란 이미지 였다.따라서 그들의 요청에 따라 기부금을 내는 사름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HKS가 행한 전략은 한송이 꽃이었다.그들은 공항에서 여행객들에게 막무가내로 꽃을 주었고 거부하는이에게는 이꽃은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이라 하며 막무가내로 꽃을 돌려받지 않았다.
이러한 전략은 한동안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거듭될수록 그들의 속내를 알아차린 여행객들은 그들이 상호성의 법칙을 사용하는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들의 접근을 허락치 않았다.

2.정치와 상호성의 법칙
주요한 선거의 후보자들을 후원하는 기업이나 조직체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그들은 당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후보자들에게 후원을 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3.공짜가 아닌 공짜 샘플전략
암웨이는 버그라는 그들의 공짜 샘플을 사용해서 잠재고객에게 2~3일간 무료로 사용하도록 권유하고 그들의 제품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경험해보라고 한다.
이짧은 기간동안 암웨이의 거의 모든제품을 총망라하고 있는 샘플세트를 다사용할 고객은 많지 않을것이다.그들에게 사용의사를 타진한뒤 그들은 남은 샘플을 모아서 고객의 옆집으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것이다.물론 버그를 사용한 고객은 상호성의 법칙에 의거해 그들의 호의를 거절하기 힘들어 지게 되는것이다.

4.원치 않는 호의에도 빚진 감정은 생겨난다.
인류 사회의 선물 주고 받는 과정에는 세가지 종류의 의무가 있는데 그것들은 선물을 주어야 하는 의무,선물을 받아야만 하는 의무,그리고 받은 선물에 언제가는 보답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5.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어떤 사람에게 작은 호의를 받았다면 남에게 빚을 진 듯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인간은 가능한 빨리 그상태를 벗어나고 싶어한다.이러한 기분의 유래는 상호성의 법칙이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빚진 상태를 불유쾌하게 느끼도록 조건화된것이다.
한편 또다르게 설명한다면 항상 받기만 하고 전혀 갚으려 하지 않는 사람은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상황이나 특수한 경우 이외의 일반적인 경우에는 상호성의 법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배척당하게 된다.


----상호성의 법칙이 상호간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이유는 두가지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첫번째 이유는 상대방이 양보하면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 우리는 보답이라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불유쾌한 느낌을 없애기 위하여 우리는 양보하게 되는것이다.
두번째는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가 선물,호의,도움등을 주고 받는것처럼 상대방의 양보에 따라 우리도 양보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시사하는바가 크다.
만일 이러한 의무감이 없다면 어느 누가 먼저 양보를 하겠는가?
상호성의 법칙이 우리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안심하고 먼저 양보할수있다.
나의양보는  곧 상대방의 양보로 보답하리라는 기대와 함께..

상호성을 이용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
워터게이트 사건은 상호성과 대조효과가 낳은 비극이다.
먼저 무리하게 요구하라.
책임감과 만족감을 불러일으켜라.

먼저 무리한 요구를 한후 전진적으로 양보하며 약간씩 자신에게유리한 요구로 전환하였을때 설득당한 사람은 그약속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며,자신이 손해보지 않았다는 높은 만족감을 가지게 된다.

상호성의 법칙에 대응하는 자기 방어 전략.
호의와 술책을 구분하라..
상호성의 법칙에 빠져들기 싫다고 해서 무턱되고 남의 호의를 거절해서는 안된다.
남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면 우리는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우리가 지금 빚진 만큼 앞으로 언제가는 빚을 갚을때가 있을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된다.그러나 남의 호의가 나의 더큰 보답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내기위한 미끼로 사용된것이라고 분명히 판단되어진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처해야한다.그행동은 더이상 호의가 아니라 교묘한 술책에 불과한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상호성의 법칙에따른 의무감에서 해방될 수있다.상호성의 법칙은 남의호의를 갚으라고 가르치고있을뿐 남의 술책을 나의 호의로 갚으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다.












인간은 자기 혼자서 살지 못한다.

선의와 악의를 갚는 것이 일상사이다.

공자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직(直,이성적 판단)으로써 악의에 대한다."

2014년 4월 15일 화요일

중앙_[사설] 국정원,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놔둘 수 없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은 국정원의 원훈이다. 총성 없는 정보 전쟁에서 때론 목숨을 걸고 국민의 자유를 지켜낸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다. 국정원의 현실은 초라하다. 이른바 ‘국정원 직원의 간첩증거 조작 사건’으로 국내정보를 담당한 2차장이 지휘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며 어제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차례로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국민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다시 국민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진행되면서 국정원의 무명의 헌신성을 믿었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실망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무명의 권력을 이용해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없는 증거도 조작해 내는 그런 곳이었나 하는 자괴감이다. 지난 20여 년간 고비마다 도청과 정치개입 문제 등이 폭로되면서 인적·제도적으로 청산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는 정보기관의 민주화가 고작 이 정도였나 하는 의문도 이어진다. 증거조작은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하는 인권 문제를 넘어서 진실성이 확인된 증거만 엄격하게 채택하는 형사사법체계까지 뒤흔든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이제 더 이상 베일에 가려진 자유 수호자로 믿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을 경질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남 원장에게 환골탈태의 노력을 주문하고 재발방지의 책임을 맡긴 건 안일한 상황인식이다. 국가 정보기관이 증거조작을 하고, 요원·협조자의 신분을 노출시킨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남재준 원장은 개혁을 지휘할 자격이 없다. 그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이제 국정원 개혁은 국회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정보기관들의 불법적인 정보수집이 문제가 되자 의회가 초당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광범위한 법적·제도적 개혁을 이뤄냈다. 2000년대 9·11 테러가 일어난 뒤에도 정보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의회는 장기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중앙정보국(CIA)에 집중된 정보권력은 분산되고 감시체계는 강화됐다. 그러면서도 종합적인 국가정보능력은 더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이 반드시 국정원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견제받는 권력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다. 국가정보능력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원칙도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차제에 국정원 직원과 요원·협조자의 신분을 누설하는 잘못된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미국처럼 ‘정보요원 신원보호법’ 같은 것을 제정해 이를 어기면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다. 

중앙_[사설] 천안함 사건 이어 무인기도 날조라는 북한

최근 전방에서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는 북한제가 확실하다는 우리 국방부의 중간조사 결과에 대해 북한 국방위원회가 ‘모략’과 ‘날조’라고 14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안호(함) 사건을 포함한 모든 ‘북 소행’ 관련 사건들을 공동 조사하자”고 했다. 청와대는 이에 “범죄 피의자에게 범죄 수사의 증거를 조사시키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당연한 대응이다. 북한이 중간조사에 대해 서둘러 조작됐다고 한 만큼 최종 조사에 대한 반응은 보나마나다. 북한은 무인기가 북한제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북한 국방위의 진상조사 제의는 국방부 발표대로 ‘저급한 대남 심리전’이다. 남남 갈등을 부추겨보자는 속셈이 훤히 보인다. 북한 반응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무인기는)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며 ‘날자’ 표기를 북한제 추정 근거의 하나로 댄 데 대해 “코미디”라고 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북한 국방위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날자’를 북한식 표기라고 한 데 대해 “초보적인 상식조차 결여된 우격다짐”이라고 정 의원 발언에 맞장구를 쳤다. 이 발언을 전후해 인터넷에선 괴담이 번지고 있다. 나라를 뒤집어놓은 안보 문제를 정치화하고 북한에 책임 회피의 빌미를 준 책임은 막중하다.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사격 훈련 현장에 무인기를 띄우고, 청와대와 군사시설 정찰의 적대 행위를 할 나라는 주변국에 없다.

  북한의 남남갈등 선전전은 4년 전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 때와 똑같다. 당시 남한에서 각종 음모설이 나오자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물타기로 남한 사회를 흔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우리의 안보 경각심을 높이는 자충수일 뿐이다. 정부는 무인기 이륙 장소가 입력된 것으로 보이는 기체 내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분석 등을 서둘러 과학의 잣대로 쓸데없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책임을 묻기 바란다. 정청래 의원이 밝혔듯 “누군가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진실의 순간은 올 것이다. 

중앙_[사설] 지방선거, 돈선거 조짐 심상치 않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돈선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새누리당 임동규 서울 강동구청장 후보 측 홍보전문가를 선거운동원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구속하고, 임 후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예비후보 측이 당비 수천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남선관위에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후보자들의 타락선거 등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나타날 경우 한 번만 적발돼도 영구히 정치권을 떠나도록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새누리), 혹은 ‘무관용 원칙’(새정치연합)을 천명했음에도 기초선거판에 금품선거의 망령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금품선거를 경계하는 각 당 수뇌부의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가 구조상 돈선거로 흘러갈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 이유는 먼저 여야 모두 당내 경선을 통한 상향식 후보 공천을 결정하면서 경선을 앞둔 예비후보자들이 돈을 살포할 위험이 커졌고, 특히 공천이 곧 당선인 텃밭 지역에선 돈선거가 개입할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 과정에서 돈이 오간 사례를 일부 확인해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무공천 논란을 빚다 공천으로 돌아선 야당의 경우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예비후보들이 공천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당비 대납 등 여러 가지 명목으로 금품이 오갈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당내 경선으로 치러지는 이른바 ‘체육관 투표’가 돈 거래의 온상이었다는 점에서 선관위 등 관련 기관들이 감시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또 후보자 추천·사퇴와 관련한 금품수수, 공무원 불법 선거 관여, 불법 선거 여론조사, 불법 선거운동조직 설립 등은 선관위가 정한 중대 선거범죄다. 이와 함께 깨끗한 선거를 위한 시민의식도 높여야 할 것이다. 선거범죄를 발견하면 누구라도 즉시 신고하고, 금품 거래에 편승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 

조선_[사설] 남재준 국정원장 유임 결정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가정보원의 간첩 사건 증거 조작에 대해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관리 체계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또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지난 14일 검찰이 "남 원장이 증거 위조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하자 남 원장의 유임을 전제로 바쁘게 움직였다. 검찰 발표 직후 이 사건의 실무 책임자 격인 서천호 국정원 2차장(차관급)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이를 곧바로 받아들였다. 남 원장도 이날 "국정원 일부 직원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참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2차장 사퇴와 대통령·국정원장 사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절차대로 진행된 느낌이다.

검찰 수사 결과 당초 국정원 주장과는 달리 국정원이 증거 조작범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증거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하급 간첩 혐의자 한 명을 잡으려고 이런 황당한 무리수를 둔 것이 과연 고위급들은 전혀 모른 채 실무자 선에서만 이뤄졌겠느냐는 것은 상식의 물음이다. 증거가 없다는 검찰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해도 남 원장의 책임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국정원 요원들이 증거를 위조해 법원에 제출하는 상식 밖의 범행을 저지르는데, 고위급들이 그 긴 기간 동안 까맣게 몰랐다면 국정원의 기강(紀綱)이 도저히 정보기관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다는 뜻이다.

남 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국정원 안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줄곧 '자체 개혁'을 강조하면서 국민에게 거듭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마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팀을 만들곤 했다. 그러나 지난 1년여 국정원은 여전히 정치 사건에 휘말려 줄곧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장 경질을 포함한 대대적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고, 순리(順理)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남 원장이 경질될 가능성은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남 원장 유임 이후'다. 이제는 이런 어이없는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이 세계 정보 역사에 남을 망신에서 벗어나 대북 정보, 방첩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남 원장은 이날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험,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어쨌든 기회는 다시 주어졌다. 남 원장이 이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자신을 혁신하고 국정원을 진정한 국가 파수꾼으로 바꿔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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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野 대표 '정청래 공개 경고', 이래야 음모론 발 못 붙여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 15일 "(최근 잇따라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정청래 의원에 대해 공개 경고했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소속 의원 한 분 한 분이 당의 얼굴"이라며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달라"고 했다. 정 의원은 그 직후 트위터에 '여당은 공격하고, 같은 당 지도부는 (나에 대해) 경고하고…'라고 썼다.

정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 소동'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언젠가 누군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인터넷에서 '무인기 괴담(怪談)'을 증폭시켰다. 그러자 북한이 14일 무인기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 조사를 제안하면서 "무인기에 표기된 글자 서체가 남조선에서 쓰는 서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주장하고 트위터 등 SNS에서 떠도는 음모론을 북이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2012년 천안함 폭침 때와 똑같다. 당시 SNS 등을 통해 좌파 세력이 각종 음모론을 폈고, 야당은 끝내 천안함이 북한 소행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결국 북이 의도했던 남남 갈등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북은 이번에도 천안함 때처럼 우리 내부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 보고 대남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 내에서조차 정 의원 발언에 동조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당대표가 직접 공개 경고하면서 무인기 문제만큼은 북의 의도대로 굴러가기 어렵게 됐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정치인의 돌출 발언은 이렇게 정리해 나가야 안보 음모론이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안보 문제와 관련한 야당의 이런 모습이 단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차원을 넘어서게 되면 야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집권의 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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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한숨만 나오는 與野의 '공천 개혁'

검찰이 14일 새누리당 서울 강동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임동규 전 의원의 선거운동원을 구속했다. 이 운동원은 재개발사업 조직원들에게 돈을 주어 당내 경선(競選) 운동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선거인단에 전화를 걸어 지지를 부탁하고 호별 방문조, 투표장 동원조를 뒀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한다. 현행법상 금품 지급은 물론 전화·방문 선거운동이 모두 금지돼 있다. 이번 경선의 선거인단 총수는 1704명, 경선에 참여한 사람은 46%인 791명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경선인 만큼 돈 경선, 조직 경선 가능성은 처음부터 있었다.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누리당의 다른 경선이 이와 얼마나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은 지난 2월 기초 선거 불(不)공천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대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상향식(上向式) 공천을 기초단체 단위까지 일제히 도입하기로 했다. 상향식은 야당이 주로 해왔던 방식으로, 그동안 조직적 부정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자살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새누리당이 중앙당의 전횡을 막는 개혁 공천이라며 시작한 상향식이 하향식(下向式) 못지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에선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당은 14일 기초단체 후보의 자격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시·도당과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이 "중앙당이 직접 공천하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의원총회에선 당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에게 공천 관여 금지를 요구하자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게 격렬히 반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정당이 아무리 공천 방식을 바꿔도 바탕이 바뀌지 않으니 틈새만 있으면 편법·불법이 비집고 들어온다. 정당들이 공천 방식을 그때그때 이해관계에 따라 바꿀 것이 아니라 한번 정하면 정치 바탕이 바뀔 때까지 고통스럽더라도 밀고 간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되겠느냐는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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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_[사설]박 대통령, 민심 외면하고 남재준 끝까지 감쌀 텐가

“국가정보원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국정원은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주기 바란다.”(지난해 7월8일) “증거자료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3월1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은 환골탈태 노력을 해야 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묻겠다.”(4월15일) 

모두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다. ‘남재준 국정원’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손톱만큼도 바뀌지 않았다.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어제 남재준 원장 재신임을 분명히 했다. 전날 밤 ‘대리 경질’한 서천호 2차장 선에서 인책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9개월 전 언급한 ‘셀프 개혁’을 재차 주문했다. 때맞춰 남 원장은 국정원으로 기자들을 불러들여 3분간 대국민 사과문을 읽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거취 표명은 없었다. 영혼 없는 ‘사과 퍼포먼스’는 들끓는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근대 법치국가의 형사사법은 증거재판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선진국에서 위증이 최악의 범죄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더욱이 다른 곳도 아닌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허위 증거를 만들어냈다면,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모독이다. 검찰은 이 같은 국기문란 범죄를 ‘3급 직원’이 주도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사실로 믿을 사람은 드물 터이나, 설사 사실이라 해도 남 원장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최소한 직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데 대한 지휘·감독 책임은 져야 한다. 아니 무능과 태만, 발뺌과 거짓말만으로도 정보기관장으로서 자격상실이다.

박 대통령이 이미 리더십을 잃은 남 원장을 감싸는 까닭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정권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노릇을 한 데 보은의 뜻이 클 테고, 남다른 충성심을 지렛대 삼아 국정원을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으로 남겨두려는 복심도 작용했을 법하다. 하지만 단견이다. 정보기관의 존립기반은 국민의 신뢰다. 국민이 믿지 않는 정보기관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다. ‘남재준 국정원’은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 저항하고, 국가 기밀문서를 무단 공개하더니, 마침내 법원에 제출할 증거를 위조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남 원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국정원이 어떠한 개혁조치를 취한다 해도 국민은 믿으려 들지 않을 터이다. “송구스럽다”는 사과가 진심이라면, 박 대통령은 남 원장을 해임해야 한다. 민심에 귀 닫고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다가는 ‘남재준의 위기’가 ‘박근혜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경향_[사설]남측 날조라며 무인기 갈등 조장하는 북한

북한은 어제 초소형 무인기를 남측에 보내지 않았다며 남측 정부의 발표를 부정하고 이 사건의 공동 조사를 제의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검열단 이름으로 발표한 ‘진상공개장’에서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지만, 설득력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북한 스스로도 진상공개장 발표가 객관적인 규명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남한 내에서 무인기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 확산시켜 남남 갈등을 조장하자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점은 처음에 신중했던 북한이 남측 일각에서 정부 발표와는 다른 의견이 표출되자 때를 놓치지 않고 ‘남측의 날조’라고 목소리 높이며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은 남측이 이 사건을 빌미로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만들려 한다지만 정작 그럴 의도를 보이는 쪽은 북한이다. 남측에 다양한 의혹을 퍼뜨려 내부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천안함 침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정부가 무인기 실체 규명에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했고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근거가 다수 식별됐다”는 발표를 부인할 객관적 근거도 없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그때만큼 소모적 논쟁에 빠져 있지 않다. 정치권도 더 이상 그 문제로 논란을 벌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이 단편적인 정보에 근거해서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무인기라고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누군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성급한 주장을 했을 뿐이다. 이런 주장은 예의 종북 운운하는 건강하지 못한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 달라”며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조사 결과를 섣불리 발표하고 섣불리 의혹을 부풀리고 그로 인해 본질과는 다른 곁가지를 두고 정쟁을 벌이거나 갈등하는 일을 두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게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정부와 정치권, 시민이 얻어야 할 교훈이다. 정부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과학적 규명을 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설사 최종 조사 결과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 해도 소모적 갈등과 대립을 피할 수 있다. 아무리 북한이 끼어들고 100% 물증이 없다 해도 우리가 충분히 냉정하고 성숙하다면 그런 상황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경향_[사설]3년간 3백만원 더 준다고 대학 진학 마다할까

정부가 어제 청년고용대책을 내놨다. 경기회복 움직임 속에서도 청년고용률이 나아지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고용률은 64.5%지만 청년고용률(15~29세)은 39.7%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번 대책은 15~24세에 맞춰져 있다. 25~29세 고용률은 60%대 후반으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내용은 교육·훈련, 구직·취업, 근속·전직 등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 우선 스위스식 도제학교를 본떠 1주일에 3~4일은 기업에서 훈련을 받는 한국형 직업학교를 키운다. 또 청년인턴을 뽑는 기업에 주던 지원금(최대 60만원)은 줄이고 인턴에게 직접 주는 지원금은 300만원으로 늘렸다. 이어 중소기업에 오래 다니는 청년에게는 3년간 최대 30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한다. 조기 취업을 유도하고, 재정지원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 장기근속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직업교육을 활성화해 대학으로 쏠리는 인력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고학력자 일자리는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활성화로 결과물을 내겠다는 투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청년층 고용이 기대만큼 늘어날지 의문이다. 당장의 유인효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대학 진학을 마다하고 기업으로 뛰어갈 가능성은 낮다. 어떤 대학을 가고, 어떤 직장에 들어가느냐가 평생을 좌우하는 한국적 현실에서 고교 졸업 뒤 취업은 팍팍한 노동자의 삶을 감수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정부가 굳이 지원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는 불안한 고용안정성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실제 코스닥기업 엔스퍼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한 중소기업마저 대기업의 슈퍼갑질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비상장 계열사에 끊임없이 일감을 몰아주면서 중소기업이 성장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같은 척박한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고졸자든, 대졸자든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국 일자리 창출의 90%는 중소기업이 맡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가 활성화되더라도 대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청년층 고용회복은 박근혜 정부만의 과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화두이다.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에 속도를 더 내는 것이 지름길이다.

한겨레_[사설] 남 원장, ‘사과’가 아니라 ‘사퇴’할 때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15일 국정원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참담” “책임 통감” 등 표현은 그럴듯했지만 막상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오히려 사과 성명의 핵심은 ‘내가 계속 국정원장을 하도록 기회를 달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끝내버린 이날의 대국민 사과는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 원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보여준 모습은 몰염치와 오만함의 극치다. 국정원의 최고책임자로서 조직이 저지른 총체적 국기문란 행위가 이 정도 드러났다면 창피해서라도 그 자리를 떠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그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하면서 “국정원의 명예”까지 들먹인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체면이나 염치 따위를 모두 버렸다. 그동안 ‘강직한 이미지’를 자랑하던 것과는 딴판으로 부하인 2차장을 희생양 삼아 자신은 살아남겠다는 비겁한 모습만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국민을 향해서는 ‘대통령이 나를 보호해주는데 너희가 어떻게 할 거냐’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 것은 남 원장의 ‘무능’과 ‘거짓’이다. 그는 국정원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했고, 기민한 판단을 내리지도 못했으며, 직원들을 올바르게 지휘하지도 못했다. 거기다 그는 정직함과도 거리가 멀었다. 증거조작 사건이 터진 뒤 줄곧 진실을 감추고 수사를 방해하는 데만 급급했다. 국정원의 조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위조는 없었다’는 내용의 자체조사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부터가 남 원장의 직접적인 관여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남 원장은 자신의 유임의 근거를 국정원 개혁에서 찾았다. 그는 넉달 전에도 국정원 ‘셀프개혁안’을 만들어 내놓으며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국정원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국정원은 증거를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온갖 농간을 부렸다. 그래 놓고 이날 또다시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국정원으로 거듭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남 원장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남 원장의 직무유기와 진실 은폐 행위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남 원장의 사임이야말로 국정원 개혁의 시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이 또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이 정도로 국정원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것쯤은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환골탈태”도 주문했다. 하지만 ‘무능하고 거짓된 국정원장’이 이끄는 조직은 백년을 가도 환골탈태는커녕 여전히 ‘무능하고 거짓된 국정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