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수요일

경향_[사설]“여당의원이 국민 눈치 봐야지 누구 눈치를 보나”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지침을 충실히 복창(復唱)하기 시작했다.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 남재준 국정원장 대신 국정원 2차장을 사퇴시킨 ‘대리경질’, 남 원장을 재신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요식적 사과 등이 잇따르자, 새누리당은 철저히 옹호·옹위의 자세로 무장했다. 간첩 증거조작을 “큰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변하는가 하면, 당 지도부는 무작정 남 원장 사퇴 불가만을 외친다. 국가 정보기관이 최악의 국기문란을 저지르고, 조직적인 은폐와 거짓말로 이를 무마하려 한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집권여당으로서 그 심각성에 대한 통렬한 인식과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최고 정보기관의 신뢰에 큰 금이 간 사건”(최경환 원내대표)이라면서도, 국정원에 대한 응당한 추궁조차 없다. 최소한 관리와 지휘·감독의 책임이 큰 남 원장을 “그동안 공로가 많다”(황우여 대표)는 억지 논리로 비호한다. 박 대통령의 재신임 방침이 하달되자 새누리당이 ‘남재준 사수대’로 나선 꼴이다.

설령 정치적 방어를 하더라도 사법질서를 유린한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아 재발방지의 근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집권여당으로서의 책무일 터이다. 그것을 팽개친 채 오로지 청와대의 경호, 국정원장의 방탄 노릇에 매몰돼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집권당 154명 의원 중에 한 명도 ‘국정원장은 물러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하지 않는지,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눈치를 봐야지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울고 싶다”고 토로했을까 싶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필두로 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 이번 간첩 증거조작에 이르기까지 시종 국정원의 변명을 대신하면서 감싸기와 의혹 덮기에 몰두했다. ‘남재준 국정원’이 급기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증거조작을 벌이고,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신뢰의 붕괴’에 직면한 것은 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 집권여당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고, 국정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책임을 지고 있다. 그 역할이 고장날 경우 민심이 왜곡되고, ‘불통’에 따른 대통령의 독선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일련의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민심과 유리된 인식과 대처는 바로 새누리당이 ‘종박 여당’을 자처하며 여당 본연의 책무를 몰각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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