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초소형 무인기를 남측에 보내지 않았다며 남측 정부의 발표를 부정하고 이 사건의 공동 조사를 제의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검열단 이름으로 발표한 ‘진상공개장’에서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지만, 설득력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북한 스스로도 진상공개장 발표가 객관적인 규명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남한 내에서 무인기를 둘러싼 논란을 계속 확산시켜 남남 갈등을 조장하자는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 점은 처음에 신중했던 북한이 남측 일각에서 정부 발표와는 다른 의견이 표출되자 때를 놓치지 않고 ‘남측의 날조’라고 목소리 높이며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은 남측이 이 사건을 빌미로 제2의 천안함 사건을 만들려 한다지만 정작 그럴 의도를 보이는 쪽은 북한이다. 남측에 다양한 의혹을 퍼뜨려 내부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천안함 침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에는 정부가 무인기 실체 규명에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했고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근거가 다수 식별됐다”는 발표를 부인할 객관적 근거도 없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그때만큼 소모적 논쟁에 빠져 있지 않다. 정치권도 더 이상 그 문제로 논란을 벌이지 않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이 단편적인 정보에 근거해서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무인기라고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누군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성급한 주장을 했을 뿐이다. 이런 주장은 예의 종북 운운하는 건강하지 못한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도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 달라”며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조사 결과를 섣불리 발표하고 섣불리 의혹을 부풀리고 그로 인해 본질과는 다른 곁가지를 두고 정쟁을 벌이거나 갈등하는 일을 두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게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정부와 정치권, 시민이 얻어야 할 교훈이다. 정부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과학적 규명을 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설사 최종 조사 결과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 해도 소모적 갈등과 대립을 피할 수 있다. 아무리 북한이 끼어들고 100% 물증이 없다 해도 우리가 충분히 냉정하고 성숙하다면 그런 상황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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