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3일 일요일

중앙_[사설] 기숙사에서 학교폭력으로 학생들이 죽어가다니 …

진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11일 사이에 두 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나서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은 지 2년여가 지났는데도 비극적인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큰 희생이 치러져야 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를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 사이에 주먹다짐이 벌어져 한 명이 숨진 사건 이후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심리치료를 벌이고 있던 도중이었는데 또 다른 폭력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입은 심리적인 외상과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1년여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경산의 고교생 최모(15)군이나 이번 진주 사립고의 희생 학생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음습한 폭력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최군은 학교 내 폐쇄회로 TV에 잡히지 않는 기숙사 공간 등에서 동료에게 구타당하다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하면 100% 못 잡는다”고 고발했다. 이번 피해 학생들 역시 교사의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했던 기숙사라는 공간에서 변을 당했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학교는 학기 초 학교폭력 실태조사만 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학교폭력 신고 전화가 운영되고, 경찰이 투입된다고 해도 학교폭력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면 안타까운 희생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전국 150여 기숙형 학교에 대해 폭력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지 않은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대책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대책이 수렴되는 곳은 바로 학교다. 학교의 학교폭력 근절 의지가 중요한 건 이런 이유다. 단 한 명의 제자도 폭력으로 잃지 않겠다는 학교장과 교사의 부릅뜬 눈이 절실한 것이다. 사고가 벌어진 진주 사립고의 이사장은 경남교육감의 부인이며,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학교폭력 예방 우수기관이란 표창도 받았다고 한다. 학교나 도교육청이 초기에 느슨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사태가 더 커지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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