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4일 목요일

경향_[사설]구명조끼 서로 묶고 죽음의 공포에 맞선 아이들아…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넋이 나가도록 비통하다는 경우는 지금 이 순간을 이르는 것이구나. 너희 둘의 마지막 모습을 알리는 오늘 아침 경향신문 1면 기사는 차마 제정신을 갖고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육지의 바깥바람도 이렇듯 매서운데 차디찬 바닷속에 가라앉은 세월호 안에서는 얼마나 추웠겠니. 스멀스멀 너희들 온몸을 덮쳐오는 시커먼 바닷물은 또 얼마나 무서웠겠니. 그래서 그랬구나. 구명조끼 아래쪽 끈을 서로 묶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맞섰구나.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녹였구나. 어디 너희 둘뿐이었겠니. 함께 배 안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눈물겹게 추위와 두려움에 맞서지 않았겠니. 

너희들 서로의 몸을 묶은 그 끈은 단순히 구명조끼에 달린 부착물이 아니라 단원고등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길러진 연대와 신뢰의 동아줄이었을 게다. 그 줄이 얼마나 질기고 튼튼한지 잠수요원들이 구명조끼 끈을 풀고 끌고 나오려 하는데도 친구와 떨어지기 싫어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친구 곁을 맴돌았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우리 어른들은 더욱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고, 부끄럽고, 참담하고, 슬프다. 너희들이 구명조끼 끈으로 서로를 묶는 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철저한 무능과 무책임, 비겁함과 나약함으로 갈팡질팡하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너희들을 그 캄캄한 바다 밑에서 구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있다. 너희 가운데 한 명이 가장 먼저 침몰 사실을 휴대전화로 알렸는데도 정작 너희들 대부분은 구출되지 못하고 배 안에 갇혀버린 참혹한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아수라장, 생지옥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이처럼 무시무시한 죄를 저질러놓고 앞으로 무슨 염치로 법과 질서를 입에 담으며,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운위할 수 있겠니. 

너희들을 잃어버린 이번 참사의 원인과 배경을 둘러싸고 정부의 무능과 무사안일, 무리한 출항과 점검 소홀을 낳은 기업이윤 제일주의,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 등 온갖 분석과 해설이 쏟아지고 있다는구나. 해법과 해결책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양산되고 있단다. 모두가 정확한 진단이고, 나무랄 데 없는 대책이지만 너희들이 바닷속에서 겪었을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어루만지고 달래주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니. 너희들이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바에야 무슨 소용이 있겠니. 

구명조끼 서로 묶던 아이들아, 이제는 모든 것 내려놓고 편히 쉬거라. 너희들이 영원히 머물 그곳에서는 배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배가 뒤집혀 선실에 갇혔는데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을 게다. 해서 이승에서 미처 누리지 못한 즐거움과 복락을 오래오래 너희들 것으로 만들거라. 교실과 운동장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 세월호 안에서 그랬듯이 너희들이 머물 그곳에서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이승의 인연을 이어가거라. 우리들의 잘못으로 너희들을 일찍 보낸 이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가 광정되지 않는 한 다시 이곳에서 태어날 생각은 말아라. 그리고 참으로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우리들이 너희들에게 저지른 죄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줬으면 좋겠구나. 너희 후배들이 또다시 바닷속에서 서로를 구명조끼 끈으로 묶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니. 아이들아, 거듭 미안하고 부끄럽구나. 그리고 너희들을 사랑한다.

경향_[사설]청와대는 언제까지 책임 회피만 할 텐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 회피, 몰염치가 점입가경이다.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재난구호시스템의 고장, 위기관리 능력 부재, 사고 대처 과정에서 노정된 정부의 혼선과 무능의 최종적 책임은 국정 사령탑인 청와대, 즉 대통령에게 있다.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청와대 책임자가 아직껏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변명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법령상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안전행정부 장관이 맡는 점을 김 실장은 내세운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설계한 안전행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실패하고, 정부의 부실한 대응으로 학생들의 인명피해를 키운 책임으로부터 청와대와 대통령은 진정 무관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청와대의 무책임한 태도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열흘이 지나도록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책임을 외면한 채 사과 한마디 없다. 대신 공무원과 선장·선원들의 잘못만 추궁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와 미비한 안전시스템, 정부의 혼선과 무능을 정리하지 못한 지휘·감독의 책임을 통감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월스트리트저널과 가디언 같은 세계 유수 언론들이 박 대통령의 ‘책임 회피’ 문제를 질타했을까 싶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기본이고 정부의 존재 이유다. 헌법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표출된 정부의 무능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안전관리체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서 더 이상 세월호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오로지 대통령의 심기경호, 국민의 안위보다는 자신들의 보신에만 골몰하는 청와대에 그 역할을 기대하기 난망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중앙_[사설] 국가 개조 (2) 관료의 안중에 국민이 없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한국 관료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재난 대응을 책임져야 할 정부 조직이 시종 부실하고 무능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개조 수준으로 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해선 정부를 움직이는 관료들의 의식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침몰부터 실종자 수색까지 전 과정에 걸쳐 해당 부처와 관료들은 오직 대통령 얼굴만 바라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우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뒤늦은 대처와 거듭된 발표 번복이 문제로 지적됐다. 해양수산부·안전행정부 등이 각각 사고대책본부를 만들자 이를 일원화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발족시켰으나 본부장이 총리에서 해수부 장관으로 교체되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뒤이어 침몰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 녹취록과 안산 단원고 학생의 119 신고 내용이 공개되면서 해경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현장 공무원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간절한 목소리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지난 16일 사고 직후 “수색 현장을 보고 싶다”며 CCTV 모니터 설치를 요청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들과 만난 다음에야 실행됐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가족들이 지난 20일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로에서 농성을 벌였다. 어제는 신속한 수색을 요구하며 사고대책본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사망자 시신이 뒤바뀌는 일이 세 차례 일어났다. 이 사실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민 사이에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의 면담 결과 단원고 재학생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어른들이 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니 참담할 따름이다. 대형 재난을 앞에 두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더 큰 문제는 고위 관료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는 점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각각 실내체육관, 대책본부에서 컵라면, 치킨을 먹었다. 안행부 국장은 팽목항 사망자명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 했고, 해경 간부는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진도 실내체육관의 교육부·교육청 지원 부스에서 공무원이 실종자 가족이 지나다니는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장면이 목격돼 물의를 빚고 있다. 실종자 가족의 비통한 심정에 공감하고 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이다.

 관료들이 무분별한 언행을 일삼는 원인은 애초에 국민이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한 사람을 바라보며 승진과 퇴직 후 ‘낙하산’으로 내려갈 일자리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혈세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내부 논리에 갇혀 국민을 대신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미국 링컨 대통령)가 아니라 ‘관료의,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정부’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상적인 민주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관료 사회의 실력이 민간보다 뒤처지고 있는 현실도 문제다. 당장 이번 사고에서도 세월호 선체 첫 진입과 선체 시신 첫 수습이 민간 잠수사들의 성과였다. 더욱이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이 강력히 요구한 후에야 움직였다. 야간 수색에 집어등(集魚燈)을 활용하기 위해 오징어 채낚이 어선들을 동원한 것도, 시신 유실을 막기 위해 저인망 어선을 투입한 것도, 잠수요원들이 동시에 수중수색을 할 수 있는 바지선을 설치한 것도 가족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전문성과 함께 의지의 문제였다. 가족들은 "조치가 뒤늦게 이뤄지면서 그만큼 구조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고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관료가 현장이 아니라 책상머리 행정에 길들여져 있다. 그러다 보니 관료들이 국민에게 갑(甲) 행세를 하면서 번거로운 절차를 양산해내고 있다. 고인이 가족임을 증명하는 ‘가족관계등록부’를 한밤중에 떼오라고 하거나, 시신을 인계받으려면 두 시간 걸리는 목포까지 가서 의사·검사의 검안 작업을 거치게 했던 것도 공급자 위주의 행정절차다. 비탄에 빠진 가족에 대한 배려는 아예 없다.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개방·공유·소통·협력의 ‘정부 3.0’ 비전은 국민을 상대로 한 말장난임이 드러났다.

 원인은 관료들이 고시 중심의 충원 방식에 따른 기수(期數)주의와 부처이기주의에 포획돼 있다는 데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에선 과감하게 민간 부문에 협조를 구하는 아웃소싱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최고”라는 그릇된 엘리트 의식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 다양한 경로로 관료를 충원해 경쟁을 유도하기 전에는 내부 담합의 폐쇄회로가 깨지기 힘들다.

  지금 국가 개조를 위해 시급한 것은 관료 사회의 시대착오적인 특권의식을 혁파하는 작업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공복(公僕)을 불신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가의 지속가능성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문화를 청산하고 그들의 의식구조를 개혁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후유증은 사회의 기본 토대인 신뢰자본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원고 학생들은 “그대로 있으라”는 선내 안내방송을 믿고 있다가 바닷속에 갇히고 말았다. 정부가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신뢰를 국정 운영의 최고 가치로 두고 시스템을 개혁해 나가길 기대한다. 

중앙_[사설] 북한, 오바마의 경고 귀담아들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끝내고 오늘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그의 방한은 네 번째이고, 박 대통령과의 회담은 세 번째다.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끝냈다는 징후가 나오는 와중에 회담이 이뤄지는 만큼 북한 핵문제와 한·미 동맹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앙일보와의 단독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북한에 대한 압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만 깊어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24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지도자들이 정상 국가를 만들려 한다면 행동을 바꿔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이 다른 길을 선택하도록 압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오바마의 경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고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길을 가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길 바란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중국만 쳐다봐서는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관계국이 단계적이면서도 포괄적 접근을 시작할 때 북한의 핵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확고한 안보 공약을 밝힌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의 방위와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방위 공약에는 미국의 전면적 군사 능력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가 한·미 동맹의 현대화를 언급한 점은 주목거리다. 미국이 초긴축 국방예산으로 동맹국들 간의 결속과 분업화를 통해 전력(戰力) 감축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런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향후 한·미·일 간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조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국의 방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중 협력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안보의 초석인 한·미 동맹을 진화시켜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향_[사설]오바마·아베 회담이 빠뜨린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고한 동맹관계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간 평화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앞으로도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이 언명한 바와는 달리 지금 동북아는 평화롭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가 이렇게 갈등 상태에 처했던 적은 없다. 미·중 갈등에 한·일, 중·일 갈등이 중첩되면서 동북아는 불안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을 발표, 미·일동맹 강화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시할 것임을 과시했다. 이는 미·일동맹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센카쿠를 핵심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는 중국이 반길 수 없는 회담이다. 한국도 다른 이유로 환영하기는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전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춘제에 당당히 공물을 바치는 도발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국빈방문을 통해 이같이 적극적인 갈등 해결 의지가 없는 아베 정권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과시했다. 동북아 갈등의 원인인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는 거론하지도 않았다. 

미·일동맹이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한국은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로 인해 갈등이 지속된다면 미·일동맹 강화는 동북아 평화·안정과 어긋날 수 있다. 동맹 강화를 통한 재균형은 일본이 중국·한국과 대립하는 방식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방문으로 그 문제를 미봉하려고 하지만 그런 제스처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미·일동맹만으로는 안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중·일 갈등의 원인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조선_[사설] 민방위부터 '實체험 훈련'으로 바꿔 제대로 해보자

세월호 참사만큼 슬픈 국가적 비극도 없다. 참극(慘劇)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달 15일의 민방위훈련을 전 국민이 재난·사고에 맞닥뜨렸을 때의 대처 방법을 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방위훈련은 1975년부터 해왔다. 올해 40년째다. 그러나 때가 되면 되풀이하는 의례적 행사가 된 지 오래다. 공무원들은 규정대로 행사를 치렀다는 걸 보여주는 쇼 정도로 여기고, 국민은 필요도 없는 훈련을 뭐하려고 하느냐고 귀찮아한다.

민방위훈련 경계경보가 발령되면 차량 탑승자는 차를 세우고 내려 안내 요원 지시에 따라 대피하는 게 원칙이지만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인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사무실 전등을 끈 후 지정 대피소로 가야 하지만 대다수가 사무실에 그냥 남아 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한 달 뒤인 2010년 연평도 피격과 비슷한 상황을 가상해서 실시한 민방위훈련 때도 그랬다. 도심에선 시민들이 훈련이 있는 줄조차 모르고 거리를 나다녔고 쇼핑몰들은 사이렌 대신 세일 판매를 알리는 스피커 소리로 요란했다. 야외 놀이공원 놀이 기구들도 빙글빙글 돌았다.

사람들은 생명이 위협받는 긴급 상황에 처하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멍한 상태가 돼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긴급 상황에서 생존은 최대한 신속히 안전한 대피 방법을 찾아 행동하는 데 달려 있다. 그러나 급박 상황에서 냉철한 판단력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의 선원 훈련 교관으로 일하는 한 전문가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훈련의 목표는 사고가 났을 때 몸이 자동 반응하도록 (대처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라며 "그러자면 훈련, 훈련, 훈련밖에 없다"고 했다. 반복(反復) 훈련을 통해 몸이 저절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6만9000명이 숨지고 37만명이 다쳤다. 학교 7000개가 무너져 학생들 피해가 컸다. 안현(安縣)의 쌍짜오(桑棗) 중학교는 건물은 폭삭 무너졌지만 학생 2323명과 교사 178명이 전원 무사했다. 학생·교사들이 대피하는 데 1분 3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학교 예즈핑(葉志平) 교장이 1년에도 몇 번씩 지진이 나면 책상 밑으로 몸을 피했다가 신속하게 교실을 빠져나와 농구장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시킨 덕분이었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역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이와테현 가마이시(釜石) 지역에선 주민 1000명이 사망했지만 14개 초·중학생의 99.8%가 살아남아 '가마이시의 기적'으로 불린다. 학교의 반복적 재난 안전 훈련 덕분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방위훈련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무슨 재난, 무슨 사고를 염두에 둔 훈련인지도 모르고 대피소에 모여 잡담하다가 시간 때우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식의 훈련이라면 돈과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훈련을 해야 한다.

작년 12월 부산 북구 화명동 한 아파트 7층에서 난 화재로 30대 엄마와 어린 세 자녀가 희생됐다. 그 집 아파트 베란다엔 발로 차기만 해도 부서지는 경량(輕量) 칸막이벽이 있었다. 발로 걷어차 부수면 옆집으로 피할 수 있었지만 집주인은 그걸 몰랐다. 다른 집도 대부분 이 공간에 세탁기를 두거나 잡동사니 물건을 쌓아두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민방위훈련 때 주부들에게 칸막이벽 활용법을 설명하기만 해도 아파트 화재의 두려움을 상당히 덜 수 있을 것이다.

지하철 역사, 백화점, 종합운동장 같은 시설에는 심장을 강제로 뛰게 하는 제세동기(심장 충격기)가 설치돼 있다. 이 장치의 작동법을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설비를 아무리 달아놔도 사용법을 모르면 아무 소용 없다.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도 직접 작동 연습을 해본 일이 없으면 다급한 상황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화학 공단에선 유독 가스 누출에 대비해 방독면 착용법도 배워둬야 한다. 극장의 안내 직원들은 화재 같은 비상 상황에서 관객들을 어떻게 대피시킬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민방위훈련을 지금처럼 관공서 주도로 전국이 같은 날 일시에 할 필요도 없다. 아파트, 직장, 학교, 공장, 쇼핑몰별로 예상 재난 상황을 가정해 소규모 훈련을 수시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해안 지역에선 해일(海溢), 원전 지역은 방사능 누출, 산악 지역에선 눈사태, 지질 불안정 지역에선 지진 대비 훈련을 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이 재난 대비 훈련은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재난 훈련엔 참가하지 않으면서 사고 후 정부 탓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매달 내실 있는 훈련을 하기가 벅차다면 민방위훈련을 분기(分期)에 한 번씩 하더라도 실제 재난 상황에 써먹을 수 있는 '체험(體驗) 훈련'으로 바꿔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_[사설] '3.9% 成長 불씨' 살려나갈 길 찾아야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前期)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 3.9%를 기록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와 같고,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011년 1분기(4.9%)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완만하기는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앞으로 경기 회복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민간 소비가 전 분기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쳐 작년 4분기(0.6%)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설비투자는 오히려 1.3% 줄어들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신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분양이 활기를 띠면서 건설 투자가 4.8% 늘었다. 1~2월에 부진했던 수출도 3월엔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성장률 수치만으로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소비와 투자 부진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회복 기조(基調)가 아직 불투명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에 따른 충격으로 당분간 경제활동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민 경제와 밀접한 내수 중소기업과 여행·유통업계·식당·전통시장 등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중국의 성장률 하락 등 외부 불안 요인도 그대로 남아 있다.

더욱이 정부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일부 공직자의 무분별한 처신과 해수부 퇴직 공무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문제까지 겹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투자 활성화와 규제 개혁, 공기업 혁신 정책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해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면 몇 년 만에 찾아온 경제 회복의 호기(好機)를 그냥 흘려보내게 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청와대·안전행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들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장례, 선박 인양, 희생자 가족과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등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한편으로 경제팀은 경제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서민 경제 위축을 막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분기 경기 회복 조짐을 이끌어낸 부동산 경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준비하면서 기업 투자를 살리고 민간 소비를 부추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민생 관련 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한겨레_[사설] 주검으로 돌아온 ‘141번’ 학생, 할 말이 없다

최덕하군이 ‘141번’ 번호표를 단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기울어지는 세월호에서 제일 먼저 사고 소식을 알렸던 그는 숨졌고, 그의 신고로 달려온 해경 경비정에는 승객을 저버리고 도망쳐나온 선장과 선원들만 올라탔다. 최군과 많은 친구는 끝내 구조되지 못했다.
최군은 의젓하고 침착했다. 그는 16일 오전 8시52분 119로 전남소방본부에 배가 침몰하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2분 뒤 연결된 목포해경은 열일곱살 고등학생에게 경도와 위도, 선명과 선박 종류가 뭔지 따위를 캐물으며 시간을 허비했다. 최군은 침착하게 배 이름을 댔다. 그렇게 6분여를 보낸 뒤 8시58분 해경 경비정이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한 것은 30여분이 지나서였다. 가까이 있던 해경 진도관제센터는 그 시간까지 사고 소식은커녕 배가 지나가는지, 몇 명이나 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허둥댔다. 배는 30여분 뒤인 10시8분 침몰했다. 아까운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단원고 2학년 최군의 친구들도 침착했다. 배가 위태롭게 기우는 순간까지도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실에서 동요 없이 기다렸다. ‘선실에서 기다리라’는 선내 방송만 믿어서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신고를 했으니, 해경이 알고 있으니, 밖에 어른들이 많이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기다리면 곧 구해주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던 어른들, 나라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촌각을 다퉈 생명을 구해야 할 시간에 그들은 우왕좌왕 서로 미루고 허둥대다 눈앞에서 300여 목숨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 시간에 해경이 선실 안으로 뛰어들어 승객들을 이끌고 대피시켰더라면, 기울어진 선실 창을 깨고 구조밧줄을 내려보냈더라면 하는 한탄은 이제 절망의 한숨으로 바뀌었다. 믿고 기다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이 못난 나라가 최군과 친구들 앞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단원고는 24일 일주일여 휴교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세월호에 탔다가 숨진 2학년 학생도 여럿 운구차에 실려 마지막 등교를 했다. 하지만 차가운 물속에서 사그라진 목숨들은 아직 다 수습하지 못했다. 25일부턴 당분간 물살이 급해져 주검을 건져내기도 힘들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식을 품어주고 보내고 싶다는 실종자 부모들의 가슴 찢는 바람조차 채 못 들어주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참담한 상황을 만든 이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해경과 관계 당국의 태만과 무능, 직무유기를 엄하게 추궁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비극은 또 되풀이된다.

한겨레_[사설] 청와대, 세월호 선장과 다른 게 무언가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민경욱 대변인은 참으로 놀라운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말을 그토록 스스럼없이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단 나는 살고 보자’는 보신주의, 책임으로부터의 약삭빠른 대피 행위는 세월호 선장 못지않다.
원론적으로 따져 김 실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에 재난 사태 위기관리를 포함한 포괄적인 안보 기능을 갖고 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명박 정부 들어 군사적 안보를 제외한 재난 대비 기능을 모두 해당 부처로 내려보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그 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는 온 국민이 눈으로 생생히 보고 있는 그대로다. 정부 부처들의 우왕좌왕, 갈팡질팡은 도무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걸핏하면 ‘우리 부처 소관이 아니다’라는 따위의 복장 터지는 말이나 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니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이라면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다’거나 ‘지금부터라도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돼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을 해야 옳다. 아니면 컨트롤타워 문제를 입 밖에 꺼내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것이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 오열하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청와대는 그런 염치와 예의도 없다.
김장수 실장의 발언은 청와대의 현재 인식과 주된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해 이번 사태에 섣불리 끼어들어 책임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싫다는 이야기다. 김 실장의 발 빠른 책임 회피는 단지 본인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책임의 불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성격도 지닌다. 박 대통령이 할 일은 ‘고고한 위치’에서 질책하고, 닦달하고, 엄벌에 처하는 일뿐, 책임의 진흙탕에 발끝도 적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놀라운 충성심이요, 기민한 정치 감각이다.
이 정부 들어 청와대의 전반적인 컨트롤타워 기능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강화됐다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각 부처는 청와대의 통제와 지시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재난 문제만큼은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정부를 쥐락펴락하던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일제히 모습을 감추었다. 지금 청와대에는 권력은 있어도 책임은 없다. 그리고 권력자는 있어도 리더는 없다. 이 사건의 또 다른 비극이 깃들어 있는 대목이다.

한겨레_[사설] 중-일 갈등 심화시킬 ‘미-일 동맹 강화’

일본을 국빈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범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 문제에서 일본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선 셈이다.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중시한 것이지만 결국은 중-일 분쟁을 심화시켜 동북아 정세를 더 불안하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대통령이 센카쿠열도를 미-일 안보조약 적용 대상으로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외교적 승리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센카쿠열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 모색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대화 여지를 배제한 채 일본·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에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즉각 미국이 센카쿠열도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했다. 앞으로 이 문제는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방해하는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된 목적은 ‘아시아 재균형’(아시아 중시) 정책의 동력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은 이 정책의 핵심이 미-일 동맹 강화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결국 과거사 청산 문제를 부인한 채 대중국 대결 태도를 유지해온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강경노선을 미국이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아베 정권이 밀어붙이는 집단적 자위권 확대에 대한 지지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식의 미-일 동맹 강화는 과거 제국주의에 맥이 닿아 있는 일본 우익을 고무해 동아시아 전체의 협력 구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국이 미-일 동맹 강화에 집중하다 보니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추진력도 떨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강조할 뿐 북한 핵 문제에서는 여전히 ‘기다리는 전략’을 고수한다. 미-중 협력이 필수적인 한반도 관련 사안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등 핵 문제는 더 나빠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우익 정권과의 동맹 강화에 매몰되지 않고 아시아 지역의 중요 현안들을 평화적으로 풀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이은 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방문에서 그런 결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 가운데 25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진전된 방안을 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경_[사설]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해양안전 강국'

[아시아경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 정부는 '2014년 해양사고 안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범정부적 해사안전 계획의 슬로건은 '국민이 행복한 해양안전 강국의 실현'. 2017년까지 해양사고를 30% 줄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계획을 보면 '이렇게 잘 대비했는데 왜 대형 참사가 일어났는가' 의문이 들 정도다. 정부의 해상안전 의지는 확고하고, 실천 계획은 주도면밀하다. 그런데도 세월호는 일순간에 침몰했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허황한 탁상 계획이 아닐 수 없다. 
 
해사안전 계획은 발표 날짜만 없다면, 세월호 침몰 이후에 나온 대책으로 여겨질 만큼 해사 취약점에 대한 대책이 망라돼 있다. 해양 종사자에 대한 안전역량 제고 방안도 그 하나다. 사고 원인의 90%가 종사자 인재라 전제하면서 선장ㆍ기장에 대한 리더십과 상황인지 능력을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노후선박 검사 강화, 기상 악화 시 무리한 운항 통제도 강조했다. 초ㆍ중ㆍ고등학생을 상대로 '찾아가는 해양 안전교육'을 실시, 사고 대응능력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만약에, 계획대로 이뤄졌다면 이번과 같은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짙은 안개로 출항은 통제되고, 검사과정에서 노후 선박의 문제를 먼저 걸러 냈을 것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선장은 리더십을 발휘해 현장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고 마지막까지 승객을 구조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정부는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문제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센터의 인적ㆍ 제도적 취약점을 개선하겠는 내용을 계획에 담았다. 실제는 어떠했나. 제주와 진도 VTS의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황금같은 시간을 놓쳐 사고를 키웠다. 두 곳의 소관이 해양부와 해경으로 갈려 공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반성과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책이 쏟아진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연안 여객선 운항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대형사고 실행 매뉴얼을 작성 중이라고 한다. 세월호 사건을 거울로 삼은 종합판 대책도 조만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실천 없는 일과성 대책은 공허할 뿐이다. 한 달 전 정부가 선언한 '해양안전 강국'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사실을 보라. 

아경_[사설]다시 문 연 단원고에 사회적 관심을

[아시아경제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주일을 넘기며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구조가 본격화하면서 사망자 수가 실종자를 넘어섰다.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희망의 끈이 점점 가늘어지면서 실종자 가족은 깊디 깊은 현실적 슬픔을 맞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안산 단원고가 오늘 다시 학교 문을 열었다. 구조된 학생들, 현장을 바라본 재학생들,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과 불안ㆍ우울을 보듬고 치유해 줄 사회적 배려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휴교 일주일 만에 문을 연 단원고는 오늘 3학년을 시작으로 28일에는 1학년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13명의 수업을 재개한다. 구조된 2학년 학생들의 경우 불안,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어 우선 심리치료에 집중하고 병원에서 수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실종자 구조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 수업 재개는 성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없지 않다. 그러나 3학년의 경우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는 데다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오는 것이 치유를 위해 필요하다는 심리전문가들의 설득도 있었다고 한다. 함께 모여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것이 감정 조절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업을 시작했지만 학생이나 교사나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급한 것은 심리적 안정이다. 누구보다도 구조된 2학년 학생들이 큰 걱정이다. 많은 학생들이 친구를 두고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서바이벌 증후군'에 시달리며 심한 감정 기복을 드러낸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돌봐줘야 한다.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생존자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자식을 잃었거나 실종된 부모들의 고통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위와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하다. 정부와 교육기관은 장기적 심리치료 체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구조 174명'은 그대로인 채 사망자 숫자만 늘어난다. 혹여나 했던 에어포켓도 나타나지 않는다. 합동분향소 조문객들의 애절한 울음소리만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이 그럴 때다. 희생자와 생존자, 그 가족들 모두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위로하고 보듬자.

시리즈 33, 나의 마음을 열어,상대방의 마음을 잡아라

시리즈 33, 나의 마음을 열어,상대방의 마음을 잡아라


스페인의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
의 책,(원제:세속적인 지혜의 기술)에서...


223.세상의 찬사나 혹평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일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다.

그런 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의 찬사나 순간에 불과한 칭찬에 연연하며 살아서는 안된다.


224.권위는 권력이 아니라 도덕으로부터 나온다

그대가 속해 있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는 권위자가 되라.위엄 또한 잃지 않도록 노력하라.

진정한 권위는 그것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에 있다.

또한 이러한 숭고한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은 절대 타인을 시기해서는 안된다.


225.역시나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가능한 한 단맛 쓴맛을 모두 맛보지 말라.

어느 한가지에 너무 치우치지마라.

긴장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정신이 흐려지게 마련이다.


226.부정을 멀리하고 정직을 가까이 하라

친구의 빗나간 행동에는 동조하지 말고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다.
잘못된 행동일수록 물들기 쉽기 때문이다.


227.명성을 유지하는 마르지 않는 밑천은 진실이다

명성은 고귀함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서,한번 추앙을 받으면 권위도 딸려오는 법이다.
하지만 진실을 바탕으로 한 명성만이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는다.


228.살면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명예다.

당신의 명예에  흠이 되는 일은 절대로해서는 안된다.

만일 피치  못한 경우라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229.고상한 성품은 훌륭한 삶 속에 박힌 심장이다.

성품이 고상해야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다.

한 명의 뛰어난 사람이 다수의 보통사람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각 귀절을 읽고,또 읽어 새기고...

2014년 4월 23일 수요일

중앙_[사설] 국가 개조 (1) 대한민국이 관료를 위한 나라인가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론이 뜨겁다. 이번 사고로 확인된 총체적 부실과 무능을 바로잡으려면 국가 개조 수준으로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개조되지 않고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최우선적으로 메스를 대야 할 대상은 관료 시스템이다. 공무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관료들 스스로의 배를 채우기 위해 ‘마피아’로 불리며 행정 시스템을 사유화(私有化)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그 결과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나라인지, 아니면 관료의 나라인지부터 분명히 가리고 넘어가야 한다.

 세월호 침몰을 보자. 선박 운항과 선사 운영, 안전 관리, 부처 감독, 구조 중 어느 한 단계에서만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끔찍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산하 단체, 그리고 해운업계의 ‘검은 트라이앵글(삼각형)’이 문제였다.

선박 안전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의 경우 불과 두 달 전 정기안전점검에서 세월호 선체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현재 선체 결함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해운조합 역시 세월호에 화물이 과다 적재돼 있는지, 화물이 잘 묶여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고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를 통과시켰다. 해운사 돈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이 선박 안전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해수부의 감독 기능은 가동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한국선급은 역대 이사장 11명 중 8명이, 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었다. 해수부 출신이 산하 공공기관과 단체 14곳 중 11곳에서 기관장·단체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이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른바 ‘해피아(해수부 마피아)’가 북 치고, 장구 치고, 춤까지 춰온 것이다.

 문제는 이런 썩어 문드러진 마피아 문화가 거의 모든 부처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데 있다. 모피아(기획재정부 등),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교피아(교육부), 국피아(국토교통부) 등이 저마다 해당 분야에서 철밥통 지키기와 전관예우 관행을 통해 자신의 배를 채워왔다. 원전 비리와 코레일 방만 경영에도 원전마피아, 철도마피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부패의 고리는 언제든 제2, 제3의 세월호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관료들의 폐해가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시대 변화에 있다. 관료집단이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1970~8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강도 높게 추진한 것은 우수한 관료집단의 공(功)이었다. 그러나 지식산업 시대에 접어들면서 관료 중심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 관료 사회가 경쟁이 아닌 끼리끼리 해먹는 담합의 룰로 움직이면서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됐고, 유착 고리는 더욱 강고해졌다. 이제 관료 사회가 국가 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기본적인 궁금증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움직이는 한심한 행태를 반복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미 ‘관료 마피아와의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도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해운 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벌일 태세지만 수사만으론 효과가 제한적이다. 마피아 청산을 위해서는 기존의 관료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는 혁신이 필수적이다. 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현행 사기업·법무법인 등에서 공직 유관 단체로 확대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실제 취업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유착 소지를 뿌리 뽑는 등 결연한 각오를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또 한 차례의 ‘정치 쇼’로 끝난다면 실망의 골을 더 깊게 할 뿐이다. “관료가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개탄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확고한 의지를 갖고 ‘관(官)피아’와 전쟁에 나서는지는 국민이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볼 것이다. 

중앙_[사설] 현장에서 (4) 자라나는 세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회

1948년 건국 이래 세월호는 비극성(悲劇性)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고다. 사망자 수로 보면 삼풍백화점(501명)이 최악이다. 배 사고도 1950~70년대 300명 이상 사망한 사례들이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가 가장 비극적인 건 ‘고등학생들’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학생이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있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충격이다. 2000년 8월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가 폭발로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 장병 118명이 물속에 갇혔다. 그것도 끔찍한 사고였다. 하지만 군인과 고등학생은 충격의 감도(感度)가 다르다.

 이런 비극성이 진도를 삼키고 있다. 팽목항에서 가장 처절한 소리는 자식의 시신을 맞이하는 엄마의 통곡이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처절한 울음이다. 이곳에서 가장 처연한 모습은 어느 엄마다. 바다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바위처럼 앉아 있다. 외신기자가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은 세계인에게 세월호의 어처구니없는 비극성을 전할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를 죽이는 기성세대···. 진도 체육관에서 가장 잔인한 물건은 시신 설명서다. 왼쪽 아래 어금니 금니 1개, 오른쪽 턱 선 점, 이마 여드름, 왼쪽 흰색 손목시계, 오른 발목 끈··· 엄마는 알 수 있다, 아니 엄마만 안다.

 한국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미국의 학교 앞 도로에는 시속 25마일(40㎞) 표지가 있다. 위반하면 벌금이 통상의 열 배가 넘는다. 차들은 기어간다. 한국에선 몇 명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규정을 지키는가. 학생 30여 명 정도 데리고 뉴욕으로 연극 구경 가는데 미국 선생은 1시간 안전교육을 했다고 한다. 한국엔 이런 학교가 있나.

 그러니 이런 공동체에서는 학생들이 떼로 죽는다. 1999년 청소년수련원 씨랜드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9명이 죽었다. 아이들의 숙소는 불이 잘 붙는 소재였다. 지난 2월 경주 리조트 붕괴에선 대학 신입생 9명이 죽었다. 리조트는 전형적인 부실 공사였다. 지난해 7월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등학생 5명이 죽었다. ‘구명조끼를 벗어라’라는 교관의 말을 학생들은 착하게 따랐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는다. 그러나 어른과 아이는 다르다. 아이들은 약하고 순진하다. 그래서 공동체가 특별히 배려해야 한다. 같은 배라도 수학여행단이 타면 조금이라도 달라야 한다. 한 번 더 검사하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몰아야 한다. 평상시엔 안 했어도 ‘학생이니까’ 사고 대처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같은 리조트라도 학생들이 오면 한 번 더 챙겨야 한다. 한 번이라도 더 지붕의 눈을 쓸어야 한다. 물론 안전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하지만 여성과 어린이는 다르다. 차별이 아니라 구별이다. 그들을 먼저 구명정에 태우는 건 그들이 약자이자 공동체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전시돼야 한다. 사회의 부실과 무책임을 고발하고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배려를 웅변하는 상징으로 영원히 남아야 한다. <진도 팽목항> 

경향_[사설]참사 후 여객선 안전점검도 부실투성이라니

안전관리 규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더라도 일선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사고 예방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규정이나 매뉴얼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장에서 평소 규정이나 매뉴얼을 잘 지키도록 하려면 철저한 관리감독과 처벌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는 예견된 인재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안전관리 소홀로 엄청난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연안 여객선들은 여전히 위험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30일까지 해양경찰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현재 운항 중인 173척의 연안여객선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그제 밝혔다. ‘뒷북 점검’이란 비아냥거림도 나오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긴급 안전점검마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BS 보도에 따르면 합동 안전점검 첫날인 22일 낮에 점검을 받은 한 여객선을 밤에 타 봤더니 안전관리가 엉망이었다. 화물칸의 차량들은 바닥에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은가 하면, 구명조끼는 풀기 쉽지 않은 비닐에 꽁꽁 싸여 3등칸 가장 안쪽에 있더라는 것이다. “점검 당시 화물칸에 차량이 없어 고정 장비 유무만 확인했다”는 해경 관계자의 말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앞서 세월호 사고 직후 MBC가 남해안을 운항하는 한 여객선의 안전 실태를 취재한 결과는 더 가관이었다. 적재 차량의 바퀴를 모두 결박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항해사 면허도 없는 갑판장이나 갑판부 선원이 번갈아 가면서 키를 돌렸다. 탑승 인원과 적재 차량 대수도 관련 서류에 기록돼 있지 않았다. 또 선장이 매일 작성해야 하는 안전점검 일지 두달치 분에는 해운사 측 안전관리자의 서명이 빠져 있었다. 여객선 입·출항 시 안전점검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단언컨대 그 여객선만 그런 것은 아닐 터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하나둘 드러나는 여객선 운영 실태를 보면 안전관리는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저 운항 회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를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했다. 그런 회사를 관리 감독하는 기관인 해수부나 해경 등도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소홀히 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후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벌이는 긴급 점검에서도 ‘전시행정’ 행태를 보이고 있다. 만연한 위험 불감증을 없앨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경향_[사설]선사뿐 아니라 관(官)의 직무유기도 수사해야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당사자인 세월호 선원뿐 아니라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씨 일가의 개인 비리와 해운업계의 고착화된 부패 구조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선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선박회사의 탐욕과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무능한 재난관리체계가 빚은 합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명 피해를 키운 해경과 구조당국의 부실한 대응도 수사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검찰이 유씨 일가를 지목한 것은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사고원인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어제 유씨 자택과 10여개 관계사·유관기관을 압수수색했다. 그간 드러난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운항과 과적, 불법 구조변경 외에 회사의 경영 비리 전반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유씨 일가가 빼돌린 돈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는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씨 일가의 도덕성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들은 ‘바지 사장’을 앞세운 채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애원해도 시원찮을 판에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유씨는 오대양사건과 세모유람선 화재 사건에 연루돼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사람이다. 더구나 환경운동과 종교활동을 가장한 채 탈세와 재산도피 행각을 벌여왔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해경과 당국도 응당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해경 관할의 진도관제센터는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 진입한 사실조차 모른 채 귀중한 구조시간을 허비한 당사자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목포해경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단원고 학생의 구조신고를 받은 뒤 “사고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사고 직후 구조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한 뒤 과감한 선내 진입을 시도했다면 이처럼 사태가 악화됐을까 싶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경의 한 간부는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있느냐”고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해운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이른바 ‘해운 마피아’와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의 구조적인 비리도 손봐야 한다. 선박 검사와 인증 과정에 뇌물이 오갔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수사가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한풀이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수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사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제2의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경향_[사설]이 와중에 슬그머니 경질된 연제욱 비서관

국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온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전 사이버사령관)이 경질됐다. 정부는 연 비서관을 교육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발령하고, 옥도경 현 사이버사령관도 교체했다. 지난해 10월 사이버사 정치 댓글 의혹이 폭로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청와대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연 비서관 해임 요구를 외면해오다 세월호 침몰사고 와중에 슬그머니 인사조치를 했다. 국방부도 이 사건의 최종 수사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온 나라의 시선이 세월호 참사에 쏠린 틈을 타 국기문란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시도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12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이버사 대선개입 사건을 3급 군무원인 이모 전 심리전단장의 ‘개인적 일탈’로 결론지었다. 연 비서관에 대해선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정치관여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기소된 이 전 단장의 공소장을 통해 연 비서관의 구체적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공소장에는 이 전 단장이 매일 사이버사령관에게 인터넷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주요 이슈를 보고한 뒤 사령관의 ‘결심’을 받아 부하들에게 댓글 활동 지침을 내린 것으로 나온다. 연 비서관은 2011년 11월부터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까지 사이버사령관으로 재직했다.

당초 군은 지난달 말 최종 수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계속 미뤄왔다. 연 비서관을 기소할 경우 청와대로 불똥이 튀게 되고, 면죄부를 줄 경우 축소·은폐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연 비서관을 청와대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탄용’ 인사를 하고, 이참에 수사결과까지 발표한다는 꼼수를 낸 모양이다. 게다가 대국민 사이버심리전을 계속하겠다며 사이버사령관 계급을 준장에서 소장으로 높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군의 정치적 중립은 한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다. 사이버사 대선개입이 충격적인 까닭은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후퇴하는 증좌이기 때문이다. 군은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조직이다.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하는 대다수 장병을 위해서라도 군의 정치개입 환부를 도려내는 발본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대선개입 공작의 진상을 밝혀 책임자를 엄단하는 일이다. 연 비서관을 인사조치하는 선에서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접어야 한다.

조선_[사설] 동양그룹, 주가조작에 작전 세력까지 동원했다니

검찰이 22일 동양시멘트 주가를 조작(操作)한 혐의로 개인 투자자 강모씨 등 4명의 작전 세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에서 강씨가 주가조작에 사용한 종잣돈 3억여원은 동양시멘트 김모 고문이 건넨 것이고 강씨는 정식 직원이 아닌데도 동양그룹 미래전략실 이사 직함을 갖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그룹이 계열사 주가를 띄우기 위해 작전 세력에 돈을 대주고 직함도 내준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건설 경기가 나빠져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동양시멘트 지분 일부를 비싸게 팔아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가조작에 나섰다. 강씨 일행은 동양그룹이 준 종잣돈에 개인 돈, 대출금 등을 더한 거액의 자금을 주가조작에 동원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부터 4개월 동안 18만2000여 차례에 걸쳐 높은 가격에 허위 주문을 내거나 시장에 나온 주식 물량을 모두 사들이는 방법 등으로 주당 940원이었던 주가를 다음해 3월 4170원으로 4배 이상 끌어올렸다. 그 후 동양그룹은 투자자에게 동양시멘트 지분을 매각해 120억원대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또 작년에는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단기(短期) 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다시 주가를 50% 이상 띄웠다. 동양그룹은 상승한 주가를 바탕으로 단기 사채 발행에 성공해 수백억원대의 이득을 얻었다.

동양그룹의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본 사람들은 멋모르고 동양시멘트 주식과 단기 사채를 구입한 투자자들이다. 재계 순위 30위권의 재벌이 자기 살자고 작전 세력까지 동원해 주가를 조작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런 조직적인 주가조작이 그룹 총수의 지시 없이 실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을 미리 조사해 검찰에 넘긴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현재현 회장이 주가조작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현 회장은 1조3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을 지시해 투자자 4만여명에게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현 회장의 주가조작 주도 의혹도 철저하게 수사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주가조작에 동양증권 등 그룹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동원됐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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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안전 무시한 세월호' 아무도 警報 울리지 않았다

국세청과 검찰이 22·23일 잇따라 세월호 선사(船社)인 청해진해운 관련 기업과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유씨가 관련된 종교 단체 등을 압수 수색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부처 합동 점검단을 구성해 교통·가스·전력·항공·교량·화학물질 등 안전 위험이 있는 시설물들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뒷북이긴 해도 고칠 것을 최대한 찾아 고쳐야 한다.

사고 후 청해진해운과 관련해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보면 이 회사 소속 배들이 여태 큰 사고 없이 버텨온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우선 회사 자체가 승객 안전엔 손톱만큼도 관심 없고 돈만 노리고 영업했다. 국내 최대 여객선을 책임지는 선장을 1년 계약으로 쓰면서 월급은 270만원씩 줘왔다. 선장·선원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승객 안전을 앞세우는 사명감이 솟아오르진 않았을 것이다. 사고 전날 밤 인천항에서 다른 배들은 짙은 안개 때문에 출항을 포기했다. 세월호가 그날 밤 유일하게 인천항을 떠난 배였다. 여객선이라면 다른 배보다 더 안전에 신경 써야 하지만 청해진해운은 수입(收入)을 앞세워 출항한 것이다.

청해진해운은 일본서 18년 된 고물(古物) 선박을 들여오면서 객실을 추가로 지었다. 그러는 바람에 배의 무게중심이 51㎝ 높아졌다. 화물도 엉터리로 묶어 맸다. 인천항 출항 직전엔 출항보고서에 등록되지 않은 컨테이너가 추가로 선적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배가 뒤뚱거리건 말건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욕심뿐이었다.

청해진해운 소유주인 유병언씨는 1987년 종교 단체가 관계된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으로 수사받은 일이 있다. 유씨는 결국 신도들 헌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유씨는 한강 유람선 사업을 하던 세모그룹을 운영하다 1997년 부도를 낸 후 2000년대 들어 청해진해운을 세우면서 재기했다. 재산이 몇 천억원대라고 한다. 그는 청해진해운 직원들 한 해 안전 교육비로 54만원을 쓰면서 자기가 찍은 사진으로 만든 달력은 개당 500만원씩에 13개 계열사에 팔았다. 유씨가 거느린 계열사 간부 상당수는 유씨가 주도하는 종교 단체 회원들이라고 한다. 청해진해운 재산은 종교 단체와 연관된 환경 단체에 증여됐거나 환경 단체가 시골에 유기농 공동체 땅을 사는 데 투입됐다.

들여다볼수록 정체가 불투명한 이런 기업이 어떻게 수많은 승객들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여객선 사업을 해왔던 것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유씨 소유 세모그룹이 갖고 있던 인천~제주 독점 운항권은 세모가 부도난 후 다시 유씨 회사인 청해진해운으로 넘어갔다. 승인권을 가진 해수부 비호(庇護)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세월호 사고 후 해수부, 산하단체, 해운업계가 연결된 '해수부 마피아' 유착 카르텔에 관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선박 감독 업무를 맡는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 관리자는 선박 출항 전 화물 과다 적재 여부를 자기 사무실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걸로 끝내기도 했다고도 한다. 해수부 직원 수는 3500명이나 된다. 이들 귀에도 들어갈 얘기는 다 들어갔을 것이다. 이런 엉터리 선박 감독에 대해 해수부 공무원 중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을 보면 해수부엔 자기 할 일을 다하는 공무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부처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하고 있으면 그걸 감시하고 열심히 일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감사원 임무다. 감사원이 해운업계 적폐(積弊)에 대해 메스를 들었던 적이 없다. 지역 검찰·경찰도 해운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위치다. 그걸 몰라 여태 손을 안 댔다면 지역 비리를 인지(認知)하는 기능이 망가진 것이다. 세월호 사고 후 업계 속사정에 대해 전문가들의 증언·해설이 쏟아지고 있다. 그들의 전문 지식도 안전을 도외시하는 해운업계의 비정상 경영을 바로잡는 데엔 별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청해진해운 선원·직원들도 사고가 터진 후에야 "평소 늘 불안했다"고 털어놓고 있다. 자기 조직의 심각한 문제를 내부에서 과감하게 고치려 하거나 그게 안 되면 사회에 고발하는 풍토가 없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할 때까지 회사 내부는 물론 해운 안전 감시 기구, 해수부, 검찰·경찰, 감사원 등 거의 모든 단계에서 비정상과 비리를 견제·감시하는 교정(矯正)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원자력에 들어가는 제어 케이블 시험 성적서 위조 문제가 터진 게 작년 5월이다. 그 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전수(全數) 조사를 해봤더니 부품에서 2114건, 기기에서 62건의 성적서 위조가 확인됐다. 업계 종사자의 제보가 계기가 돼 드러나기 시작한 원자력 분야의 곪은 상처가 이 정도 규모였다. 해운업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원자력·해운 외의 다른 분야도 감시·견제 시스템 고장으로 곪은 상처가 터지기 직전 상황인 곳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다. 어느 분야 하나 국민이 안심할 수 없는 나라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사회의 허점들을 스스로 고치고 보완할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도 자연재해(災害)이건 인적 사고이건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 예측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언제든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재해·사고가 국가와 국민에게 최소한의 피해만 끼치고 수습될 수 있게 하려면 평소 감춰져 있던 안전 취약(脆弱) 요소들을 하루빨리 드러내 꾸준히 수술해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그런 '안전 업그레이드'를 위한 반전(反轉)의 계기로 삼아야 그 많은 무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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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1명도 못 구한 무능정부, 통제에는 실력 발휘

구조에선 한없는 무능을 드러낸 정부가 통제에는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배 안에 갇힌 사람을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가 충격과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보듬기는커녕 오히려 범죄인 취급하며 타들어가는 가슴에 분노의 기름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인명 구조를 가볍게 여긴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작태다.
해경이 침몰사고 당일 청해진해운에 보낸 공문은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부근 어장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조속히 선박을 인양하라고 재촉하는 내용이다. 수많은 학생이 가라앉는 배 안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그 순간에 ‘어장·양식장의 오염 발생 피해’ 운운하는 해경의 무감각과 몰상식이 참으로 놀랍다. 이것 하나만 봐도 사고 당일 해경의 대처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돈 한 푼 받지 않고 자원봉사에 나선 100여명의 민간 잠수사들이 해경과의 갈등 끝에 철수하는 일도 발생했다.경 관계자가 폭언을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유가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해양·선박 관련 교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날한시에 일제히 입을 다문 것도 석연치 않다. 구조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날카롭게 지적해온 전문가들이 21일부터 인터뷰를 거절한 채 동시에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전문가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정부나 정보기관이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엄중한 사건이다. 군사정부 시절 언론에 재갈을 물렸던 ‘보도통제’의 망령이 떠오른다.
가족들에 대한 경찰의 무리한 대처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구조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을 참다못한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보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카메라와 캠코더를 동원해 얼굴을 찍는 채증활동을 벌였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등지에 대거 투입된 사복경찰들에 대해서도 가족들은 동향을 파악하고 동태를 감시하려는 목적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가족들을 범죄자 집단쯤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당장 이런 짓은 중단해야 한다.
재난사고에서 인명 구조보다 우선순위가 앞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공무원들이 재난구조보다 청와대와 ‘윗분’의 심기를 헤아리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숯검정이 돼버린 가족들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다. 언제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관료의 못된 습성을 떨쳐낼 것인지 안타깝다.

한겨레_[사설] 안전비용엔 찔끔, 취미활동엔 펑펑

세월호의 진짜 주인은 유병언 전 세모 회장이다. 그의 예명은 아이의 옛말인 ‘아해’다. 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에서 따왔다고 한다. 오감도는 이렇게 읊는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제13인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단원고 학생들에게 막다른 골목은 열리지 않는 선실이었다. 그들은 선실 벽을 두드리며 무섭다고, 살려달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유 전 회장의 불길한 예명이 현실화된 건, 안전은 뒷전이고 이익만 챙긴 경영 행태 때문이었다.
세월호를 버리고 달아난 이준석 선장의 월급은 270만원이다. 동종업계의 60~70% 수준이다. 그나마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이다.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다. 월급은 170만~200만원이고, 전체 29명 가운데 15명은 계약직이었다. 이런 처우를 해주면서 승객들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한번 기울어진 세월호는 다시 일어서질 못했다. 복원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배를 들여와 2012년 배 5층 뒷부분인 갑판을 객실로 바꾸는 개조 공사를 했다. 손님을 더 받기 위해서다. 이것도 모자라 오른쪽 배 앞머리의 사이드램프(현측문)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드램프 구조물은 무게가 50t에 달한다. 화물을 더 싣기 위해서다. 뱃머리 부분은 가벼워지고, 배 뒷부분은 무거워지니 균형이 무너져 복원력이 떨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선원들은 세월호가 평소 배 떨림 현상이 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배가 위험한데도 선원들에겐 안전교육 한번 제대로 시키지 않았다. 지난해 청해진해운이 사용한 선원 연수비는 54만1000원에 불과했다. 1인당 4100원이다. 규정에 따라 열흘마다 소화훈련,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안전훈련을 해야 하지만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반면 돈이 되는 광고선전비(2억3000만원)나 접대비(6060만원)는 넉넉하게 사용했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번 돈으로 유 전 회장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그는 ‘얼굴 없는 사진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2012년에는 파리 루브르박물관 앞 튀일리 정원에서, 2013년에는 베르사유궁전 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아무나 빌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루브르박물관에 110만유로(약 16억원), 베르사유궁전 전시에는 140만유로(약 20억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프랑스 남부의 시골마을을 통째로 사들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유 전 회장은 당시 “자연이 본래의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는 유기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라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카메라에 담을 풍광을 위해서는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쓰면서, 남의 자식 목숨과 직결된 몇만원에는 손을 부르르 떤 셈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충분히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확보하기 위해 재산 국외도피나 탈세 등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_[사설] 참사 틈타 ‘군 대선개입 사건’ 물타기하나

세월호 침몰 참사로 온 국민의 관심이 진도 앞바다에 가 있는 틈에 정부가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육군 교육사 부사령관으로 발령했다. 연 전 비서관은 사이버사령부의 18대 대통령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인물이다.
국방부는 “군과 사이버사 요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스스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교체 이유를 댔지만 정부의 설명을 국민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 전 비서관은 사이버사령관으로 복무하는 동안 대선개입 댓글 공작을 지시하고 청와대와 국방부에 작전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군 대선개입의 몸통이라는 지목을 받았다. 그런데도 수사당국은 단 한 차례 참고인 조사만 했을 뿐이다. 정부는 그동안 야당의 연 비서관 경질과 전면 수사 요구를 외면하더니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넋이 나간 시점을 택해 교체를 했다. 국가적 재난을 빌미로 삼아 정권을 짓눌러온 문제를 대충 덮고 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는 사이버사령관을 소장급으로 올리고 사이버사 인원을 1000명으로 두 배나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렇잖아도 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를 왜곡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터에 반성을 하기는커녕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으니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대국민 사이버심리전도 계속하겠다고 밝힌 것도 낯 두꺼운 짓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심리전은 적국에 대고 하는 것이다.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삼아 포털 게시판과 트위터·페이스북에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어떻게 심리전이 될 수 있는가. 앞으로도 군대를 동원하여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뜻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잘못된 심리전 강화 계획을 폐기하고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실체를 전면적으로 밝히는 일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계속 군의 잘못을 비호하고 국가 위급상황을 이용해 사건을 물타기한다면 국민 저항에 부닥칠 것임을 경고한다.

아경_[사설]세월호 와중에도 줄잇는 사고,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도 사회 곳곳에서 이런저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삼성SDS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일부 금융ㆍ통신망이 먹통이 되는 등 후유증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그 이튿날인 21일에는 울산의 현대중공업 선박건조장 내 LPG선 건조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사망했다. 어제는 서울 지하철 1호선 독산역 선로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코레일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작업용 열차에 치여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사망했다. 워낙 충격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에 가려져서 그렇지 이 세 건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삼성SDS 화재는 이 회사와 전산망이 연결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서비스 중단 등을 통해 일반 국민의 금융거래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일개 기업의 사고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에 의한 잠정적인 사고 후유증 분석에 따르면, 삼성SDS와 관련 금융계열사들은 온라인ㆍ모바일 부문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백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탓에 서비스 복구에 며칠씩이나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테러 때 피해를 입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실시간 백업 시스템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었기에 불과 몇 시간 만에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었다. 이런 비교는 금융거래 정보를 비롯한 각종 민감한 데이터 관리에서 우리가 어느 수준에 와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번 사고를 더해 최근 두 달 새 계열 조선사에서 5건의 안전사고가 일어나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사망했다. 작업장 안전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안전사고가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지하철 1호선 사고에서는 코레일 직원이 운전하는 열차가 선로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근로자를 치어 사망케 했으니, 원청사인 코레일 측 책임이 크다. 이것이 하루하루 일하며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사고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안전 인프라의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아경_[사설]국민안전 관련 규제 더 엄격하게

세월호 참사는 어설픈 규제완화와 느슨한 관리감독이 독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문제의 세월호는 2009년 여객선 선령(船齡)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자 일본에서 18년 동안 쓰다 퇴역시킨 배를 들여온 것이다. 해양사고가 연평균 800건 가까이 터지는데 관련자에 대한 면허취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낡은 배를 들여와 마구잡이로 운항해도 처벌이 가벼우니 사고를 잉태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도 노후 선박의 해난사고를 막기 위해 선령제한에 엄격했었다. 1985년부터 철선인 여객선 사용연한을 20년으로 제한했다. 1991년 조건부로 5년 범위 내 연장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 때 규제완화 차원에서 30년으로 연장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운 해운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결과 2008년 12척에 불과했던 20년 이상 여객선이 지난해 67척으로 불어났다. 
 
최근 5년 새 발생한 해양사고가 3780건인데 면허취소 등 중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주의ㆍ경고 수준의 견책 조치를 받은 선원이 529명, 441명은 1개월~1년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그나마 징계집행 유예제도를 통해 1~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선원 60명이 교육을 받고 업무에 복귀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면서 해양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키운 것이다. 해양사고의 88%가 선원의 당직 태만, 안전수칙 미준수, 출항준비 불량 등 인적과실로 지적되는 판이다. 4000건에 육박하는 육상 교통사고를 처리하면서 운전면허 취소가 한 건도 없었다면 도로는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 역주행, 신호위반 등으로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해양사고에 관대한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바다 위를 무법천지로 만든 것 아닌가.
 
섣부른 규제완화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복지와 환경,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규제는 엄격히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국민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관련 규제는 더더욱 그렇다. 해수부 소관 규제는 상당수가 해상안전과 환경ㆍ자원 보호와 관련된 것들이다. '올해 안 10%, 대통령 임기 내 20% 감축'이란 일률적인 규제개혁 목표에 휘둘려 국민안전이 위협당하지 않아야 한다.

인생의 행과 불행은 순환한다,새옹지마(塞翁之馬)

인생의 행과 불행은 순환한다,새옹지마(塞翁之馬)


인간 만사 새옹지마

인생은 덧없고 만물은 변하기 마련이다.
만족할 때도 있고 실의에 빠질 때도 있다.

☆회남자(淮南子)에 소개되는 이야기

새옹이란
요새 근처에 사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다.

이웃들이 측은하게 여겨 위로차 찾아왔다.

그 노인은 말했다.

"아니야,언제 어떻게 다시 다행한 일이 될지 모른다."

과연 수개월 후 노인의 말은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웃들이 곧 축하하러 달려오자 그 노인은 답했다.

"아니야,언제 불행한 일로 바뀔지 모른다."

몇년 후 말타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아니야,이것도 또 다행한 일로 바뀔지 누가 아는가?"

그로부터 1년 후 오랑캐가 요새를 공격하고 장정들은 전쟁에 나가 대부분 전사했다.
그러나 아들은 불구였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 무사했다.


극에 이르면 쇠퇴하고 차면 이지러진다

만물은 끊임없이 교체,순환의 과정에 있다.

☆중국의 음양설(陰陽說)과 오행설(五行說)

음양설이란
음과 양의 2기(二氣)의 존재를 인정하고,

오행설은
토(土),목(木),금(金),화(火),수(水)로서 역시 그것들의 순환에 의해 모든 현상이 일어난다는 설이다.

중국인들은 예부터 전란이나 자연 재해,그리고 관리들의 수탈에 고통받아 왔다.

그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언젠가는 좋은 일도 있을거야'
라고 순환사상을 생각하며 꿋꿋이 살아 왔다.


국가,조직,개인에게도 순환사상이 정신건강과 처세에 지혜가 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앞으로라도 편안할 수 있다."


☆주석,회남자

http://me2.do/5n7zg1iU


☆주석,음양오행설

http://me2.do/G5L7Ywvf


☆일본 모리야 히로시의 책,<세상을 살아가는 중국인의 80가지 지혜>에서


2014년 4월 22일 화요일

아경_[사설]슬픔 추스르고, 손잡고, 다시 일어서자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온 나라가 심리적 재난상태에 빠졌다. 숨진 이와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생존자와 그 가족, 심지어 일반 국민도 큰 충격을 받고 심각한 정신적 외상(투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TV를 보기 겁난다는 등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슬픔과 불안, 분노, 무력감 등을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일주일째,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와 큰 고통을 안겼다. 무엇보다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닷 속으로 스러져가는 모습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는 죄스러움이 크다. 게다가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 정부는 허술한 대응으로 어린 생명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죄책감과 안타까움, 원망, 분노가 뒤섞여 정신적 고통을 한층 키운 것이다.
 
정부는 실종자 구조 작업과는 별개로 피해자 가족들의 정신적 상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을 서둘러야 한다. 누구보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정신적ㆍ심리적 상처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홀로 살아남았다는 자책에 불안 장애를 겪고 있는 구조된 생존자, 특히 어린 단원고 학생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원고 강모 교감의 자살처럼 제2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순간에 어린 목숨들을 앗아간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온 국민이 함께 슬픔에 잠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비탄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 어렵고 힘들수록 국민 모두 용기를 내야 한다. 할 일이 많다. 피해자 가족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하는 등 나라 사정도 녹록치 않은 터에 세월호 충격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내수가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 충격파가 크다.
 
슬픔을 추스르고 평상으로 돌아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것이 어린 넋을 위로하고 희생자 가족이 힘을 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정부는 실종자 수색, 선체 인양, 희생자 가족 심리 치유 등 사후 수습만이라도 철저히 하길 바란다. 정치권도 재난과 안전에 대비한 대책을 법제화하는 한편 기초연금법등 민생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등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아경_[사설]'해수부 마피아'에 휘둘린 선박 안전관리

세월호 참사는 선박 안전운항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새삼 확인시켰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와 이듬해 충주 유람선 사고 이후 안전 매뉴얼은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으나 현장에선 철저히 무시당했다. 세월호는 총체적 안전의식 부재의 현장이었다. 
 
출항 전 제출하는 안전점검 보고서부터 엉터리였다. 여객 명부는 '없음'으로 표기됐다. 탑승객 수 발표가 오락가락한 이유다. 화물 적재량도 실제의 절반만 기록했다. 싣지 않았다고 적은 컨테이너는 배 앞 갑판에만 10여개가 있었던 것이 침몰 당시 영상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규정대로 단단히 결박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했다. 안전점검을 맡은 한국해운조합이 허위 보고서를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해운조합은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 등 해운사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다. 이런 데서 안전운항 감시ㆍ감독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고 발생 이후 구난 매뉴얼도 무용지물이었다. 세월호는 해경과 인근 선박에 사고 사실을 동시에 전파할 수 있는 16번 비상채널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12번 채널로 멀리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교신했고, 제주관제센터는 이를 사고해역 관할 진도관제센터에 바로 알리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관할 제주관제센터와 해경 관할 진도관제센터의 공조체제에 구멍이 뚫렸다. 18년 된 중고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승객을 더 태우려고 객실을 개조한 것도 문제였다. 무리한 객실 증축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안전에 위해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은 세월호를 합격시켰다. 
 
무리한 증축을 합격시킨 한국선급과 엉터리 출항보고서를 승인한 해운조합 모두 해수부 출신 공무원 또는 해수부와 관계가 깊은 인물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다. 지도ㆍ점검 기관인 해수부와 산하ㆍ유관 기관이 결탁해 봐주는 그릇된 관행이 똬리를 틀기 좋은 환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파하라고 역설했지만 부처 이기주의는 건재하다. 관료 조직과 산하 기관ㆍ단체로 연결되는 마피아 조직도 끈끈하다. 차제에 해상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를 총점검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수많은 희생자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다.

중앙_[사설] 현장에서 (3) 안산의 슬픔을 이용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 만에 경기도 안산시 올림픽기념관에 임시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고대하는 생존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시신이 속속 운구되는 광경에 안산은 또다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가 있는 고잔동 일대,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병원, 올림픽기념관과 학교 주변엔 단원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근심 어린 눈빛의 시민들도 서성였다. 한데 그들은 모두 외지인을 피하며 경계했다.

 한 아주머니는 말했다. “이번에 이웃집 아들이 세월호에서 희생돼 빈소에 갔더니 웬 낯모르는 여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상주들도 모르더라. 온갖 단체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혼란스럽게 한다. 왜 슬픈 사람들을 가만 놔두지 않느냐.”

 실제로 이번 사고 현장엔 가짜들이 만들어낸 혼란이 적지 않다. 그동안 세월호 임시학부모대책위원회 대표로 활동했던 사람은 학부모가 아니라 예비 도의원 출마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자 가족에 따르면 ‘청와대에 항의방문을 하자’며 부추긴 것도 외부인이라고 했다.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민간잠수사를 사칭해 유언비어를 퍼뜨린 가짜가 있는가 하면, ‘1억원을 주면 아이를 꺼내주겠다’며 가족에게 접근하는 브로커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안산의 슬픔을 이용하려는 자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무리수도 여기저기서 돌출한다. 그동안 희생자 유가족들이 요구한 합동분향소는 오늘부터 올림픽기념관에서 ‘임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운영된다. 경기도·안산시·도교육청이 분향소 설치 장소에 합의하지 못해 지금까지 미뤄져오다 그나마 임시로 운영에 들어갔고, 조만간 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야외 분향소를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당적이 다르다 보니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또 시신 부검을 놓고 지역 내 여야 정치권 인사들끼리 신경전을 거듭하며, 각자 불신 어린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단원고 학생들이 마련한 촛불기도회에 각종 정치권 사회단체들이 끼어들어 온갖 구호를 외치고 선전을 해대는 바람에 학생들은 ‘외부인과는 촛불기도회를 함께 하지 않겠다’며 학교 안으로 피하기도 했다.

 온 국민이 안산의 슬픔에 동참하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현장에 나가 희생자와 실종자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돕고 있다. 실은 이런 선량한 이웃이 다수지만 이들은 조용하다. 반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혼란을 부추기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방해꾼들은 소수지만 목소리가 크고, 이들이 끼치는 해악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현재 구조된 학생들을 치료하는 한창수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는 양면이 있다. 심리적 회복력을 발휘해 이를 이겨내면 몇 단계 훌쩍 성숙하고, 이기지 못하면 병이 된다. 환자들은 지금 외상후 성숙이냐 스트레스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지점에 와 있으므로 사회가 이들을 성숙으로 이끌도록 도와야 한다.” 심리적 회복력은 본인의 체력과 성격, 그리고 주변의 지지와 안정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환자들을 도울 방법은 그들에게 지지와 안정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안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행태는 이처럼 치유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 교수는 또 “사고 당사자가 아니라도 가족과 안산 시민, 이 사고를 목격한 많은 사람이 ‘외상후 울분장애’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분장애는 사회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기인하는데 이번에 초대형 재난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이 심하게 손상되는 경험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학생들을 선실에 대기시켜 놓고 선장 등 주요 선원들이 모두 도망치고, 20년 된 중고 여객선이 불법 개조되고 화물적재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안전검사를 통과해 아무렇지도 않게 연안을 누볐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신뢰감은 크게 손상됐다. 그런데 이후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돼 있음이 증명됐다. 사고 후 첫 브리핑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책임자라며 안전행정부 차관이 사고현황을 발표하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못해 “확인해 보겠습니다”를 연발하는 장면이 노출됐다. 이후 계속 나타난 허술하고 오락가락하는 관리 시스템은 온 국민에게 정부 자체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울분장애는 폭력이나 자살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사고수습과 함께 범국민적 위로와 치유도 병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회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일관된 지휘체계와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치적 탐욕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희생자 주변을 맴돌며 선동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우리 사회 신뢰의 근간을 흔든 병든 시스템을 도려내는 대대적인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도 제대로 수습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병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산 고잔동> 

중앙_[사설] 북한 핵실험은 초상집에 축포 쏘는 망동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한국 전체가 비탄에 잠겨 있는 가운데 북쪽에서는 핵실험 준비가 한창이라고 한다. 한·미 정보당국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4차 핵실험을 서두르는 정황을 다수 포착했다. 핵실험장 일대에서 사람과 차량의 활동이 증가하고 갱도 입구에 가림막이 설치됐을 뿐만 아니라 일부 장비와 자재가 반입되는 장면도 위성에 찍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단계라고 한다. 진도 앞바다의 통곡 위로 북한발(發) 핵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발사, 유엔 안보리 대응조치, 핵실험 예고, 핵실험 강행의 수순을 밟아왔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노동미사일을 발사했고, 안보리는 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0일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핵실험 예고 후 강행까지 한 달을 넘지 않았던 전례에 비추어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부산한 움직임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을 겨냥한 시위용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슬픔에 빠진 남한 국민 눈에는 초상집에 축포 쏘는 망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화와 협력은 당분간 말도 꺼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추가 핵실험이 북한의 핵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남녘 동포의 민심을 완전히 잃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대가’를 예고하고 있다. 안보리는 기존의 대북 결의에 포함된 ‘트리거(trigger) 조항’에 따라 자동적으로 초강력 대북 제재에 나서게 된다. 금융과 무역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 걸쳐 가능한 제재 수단이 총동원될 것이다. 북한의 생명줄 노릇을 하고 있는 중국도 더 이상 외면하긴 어려워질 것이다. 북한이 내세우는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은 설 땅을 잃을 수밖에 없고, 북한은 핵을 끌어안고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택하는 것이 북한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6자회담의 틀로 다시 들어와야 활로가 열린다. 미국도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실효적인 6자회담 재개 방안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되길 기대한다. 

경향_[사설]‘재등교’ 단원고 학생·교사 치유에 범사회적 지원을

학교는 단순히 교과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제 또래들과 사귀고,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진다. 또한 교사와 학생은 지식의 전수라는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적 교감과 정서적 유대로 묶이면서 소중한 관계를 맺는다. 학교를 사설학원과 달리 공동체라고 부르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학생과 교사로 이뤄진 이 공동체 구성원 250여명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미증유의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겪고 있는 안산 단원고가 바로 그곳이다.

사고 직후 휴교에 들어갔던 단원고가 내일부터 1·3학년 수업을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등 학교정상화에 나선다고 한다. 아직 충격 속에 빠져 있는 재학생과 교사들의 고통을 감안할 때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1·3학년 학생들을 마냥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아무쪼록 재등교가 이뤄지는 만큼 학교 구성원들이 조속히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공동체가 복원될 수 있도록 당국과 시민사회가 한뜻이 되어 범사회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재학생과 교사들의 심리적 치유를 서두르는 일이다. 매일 얼굴을 맞대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이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크기와 깊이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제자들의 주검을 확인했던 교사들, 친한 선후배들을 잃어버려 등교 자체를 겁내는 재학생들을 치유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낫게 하는 일에 최우선적인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구조된 2학년 학생들의 경우 병원에서 수업을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이 아이들에게 당장 교과수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의료기관이나 상담전문기관 등에서 충분히 심리치료를 받은 뒤 수업을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사망·실종된 교사 12명을 신속히 충원하고, 사고현장과 장례식장에서 부모들과 함께 울부짖느라 탈진해버린 교사들에게는 적정한 휴식을 준 뒤 학교에 복귀토록 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안산 단원고라는 평화로운 학교공동체를 파괴하고 유린하는 죄를 저질렀다. 이 엄청난 허물을 조금이라도 씻는 방법은 이 공동체의 남아 있는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피고 지원하는 일에 모든 역량과 지혜를 동원하는 것이다. 단원고의 깊은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경향_[사설]‘경제대국의 후진적 행태’ 질타한 세계 언론들

세월호 참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망·실종자 규모와 그 대다수가 어린 학생인 점에 주목한 각국 언론은 사고 상황과 구조 과정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고 발생 초기 “전시가 아닌 평시에 발생한 사고 가운데 최악의 참사가 될 수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과 함께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화했고 언론의 논조는 비판으로 바뀌었다. 배가 침몰한 원인과 선사 측의 초기 대응, 정부의 사후 대처, 그 밖의 구조적 문제 등이 드러나면서다. 

가장 뼈아프게 들리는 대목은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지적이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이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깼다”고 비판했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 기업 총수들과 같이 비겁한 리더십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사고 충격으로 입원했다는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를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거나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나는 한국 기업 총수들을 지칭하는 ‘휠체어맨’에 빗댄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공분야와 달리 기업은 개혁 저항세력의 보루가 됐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기업과 사회 지도층은 이런 조롱과 비판을 부끄럽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낱낱이 도마에 올랐다. 외신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더딘 구조작업에 항의하는 상황 등을 전하면서 이를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진단했다. 사고 자체뿐 아니라 그에 대한 대처까지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슈피겔은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침몰한 세월호 선장을 비판하지만 세월호 승객 가족들은 정부의 위기관리를 훨씬 문제 삼고 있다”며 “정부의 고장 난 위기관리는 덮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주요 언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세계 15위 경제대국답지 않은 후진적 안전관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한국의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면서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따끔한 충고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부분이다. 효율과 성장에 앞서 기본과 안전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이번 참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