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사례가 ‘홍모씨 허위 인터뷰’ 사건이다. 경찰은 21일 민간 잠수사 자격으로 한 종합편성 채널에 출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홍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홍씨는 이 종편에 나와 “정부 관계자가 잠수하지 못하게 막았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어린 학생 수백 명이 배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빈둥거리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해당 방송사는 여과 없이 내보냈다. 보도책임자가 방송에 나와 짤막하게 사과했지만 어처구니없는 허위보도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른 종편은 막 구조된 어린 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묻는 부적절한 처신을 해 시청자들에게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상파 3사 보도 역시 춤을 추었다. 한 지상파는 구조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유가족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에서 사망보험금을 상세하게 계산해 내는 ‘친절함’을 보였다. 다른 지상파는 사지에서 막 빠져나온 아이(6)의 실명·얼굴을 공개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상파는 구조대의 선체 진입 소식을 전하면서 “선내에 엉켜 있는 시신 다수 확인” 제목의 자극적인 오보를 내보냈다.
기자들은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중대 참사를 신속히 전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한다. 인터뷰를 거절하는 피해자·공직자를 쫓아다니며 설득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정확성을 무시한 신속함’에 결코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 지나친 속보 경쟁과 시청률을 의식한 선정 보도가 사회의 신뢰 자본을 파괴하고 있음을 언론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과잉·선정 보도가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당시 언론계에서 재난보도 준칙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언론사 간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번에 한국기자협회는 준칙 제정을 다시 꺼내들었다. 언론이 함께 지키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한 작업이다. 구체적인 준칙 제정에 앞서 언론이 당장 세 가지만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 ▶한 번 더 확인하고 보도하기 ▶유가족 입장 고려하기 ▶인권침해 경계하기다.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는 검증과 여과를 통한 신뢰의 창출이다. 통곡의 바다에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차분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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