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2일 화요일

경향_[사설]음모론의 진원지 여당 아닌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행세하는 선동꾼’으로 호도하는 허위 글을 올렸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를 착용하기로 하자 잠적해버린 이들, 누구일까요? 뭘 노리고 이딴 짓을 하는 걸까요? 현장에 혼란과 불신, 극한 대립을 일으키는 전문 선동꾼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지?”라면서 관련 동영상과 사진을 첨부했다. 만일에 이것이 진실이라면 놀라울 일이다. 하지만 권 의원이 ‘선동꾼’으로 지목한 이는 실제로 실종된 안산 단원고 학생의 가족으로 드러났다. 선동꾼이라며 함께 게시한 ‘밀양 송전탑’ 권모씨의 사진은 조악하게 덧씌운 조작 사진으로 판명 났다. 급기야 당사자인 권씨는 “세월호 침몰 이후 진도에 전혀 간 적이 없다”면서 “국회의원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무책임하게 글을 올려 나를 범죄인으로 낙인해버렸다”고 대구 성서경찰서에 진정서를 냈다고 한다. 엄정한 수사가 요구된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짓이다. 가슴이 까맣게 타서 이제는 눈물조차 말랐을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섣부르게 낙인한 것이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행태라니 한심하다. 과거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를 세월호 실종자 가족으로 등치시키는 발상이 음험하다. 한 고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상 초유의 사태에 정부·여당의 허둥지둥, 우왕좌왕을 면피하기 위해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려는 음모론의 싹을 목도한다.

이번 참사를 두고 집권여당이 음모론을 지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엊그제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한 번이라도 울부짖는 가족들의 얼굴을 인간의 마음으로 들여다봤다”면 이따위 ‘색깔론’을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엊그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지금 SNS와 인터넷을 통해 온갖 유언비어와 루머가 많다”면서 “이런 거짓말과 유언비어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서 그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언명했다. 권 의원과 한 최고위원의 발언을 보면 그 진원지가 집권여당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은 당장 그들에게 먼저 적용되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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