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보고서는 엉터리였다. 그럼에도 운항 허가는 떨어졌다. 정기점검은 형식적이었다. 세월호 운영실태를 보면 이번 참사가 예고된 인재였음을 뒷받침해준다. 속을 파보면 선박회사, 안전관리업체, 정부가 복마전처럼 얽혀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승객들의 안전은 자리잡을 틈조차 없었던 셈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으로도 선박의 실질적 안전관리는 ‘없었다’고 해야 할 정도다. 노후 선박 수입과 시설개조, 안전점검과 운항 허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다. 이명박 정부 때 여객선 사용연한을 30년으로 늘리고, 노후선박 증·개축 규정이 없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업계 이익을 고려한 조치에 다름 아니다. 당연히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여객선은 5년에 한번씩 정기검사, 그리고 1년에 한번씩 중간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검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해경이 실시하는 정기 안전점검에서 선박 한 척당 점검 시간은 고작 13분에 불과했다. 배의 겉모습만 둘러보는 데도 모자랄 시간이지만 합격 도장은 남발됐다. 세월호의 구명정 46개 중 1개만이라도 펼쳐진 게 되레 고마울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항 허가는 요식행위였다. 세월호는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여객명부, 적재중량, 화물결박 내용을 허위로 제출했지만 문제없이 운항허가를 받았다. 이해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들 사회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출항 전 선박의 안전을 들여다보는 곳은 해운조합이라는 곳이다. 여객선 운항업체 2100여곳이 회원사로 등록된, 선사들의 이익단체다. ‘게 편인 가재’가 빡빡하게 들여다볼 까닭이 없다. 게다가 해운조합 이사장은 38년째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맡아왔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선박 도입과정에서의 대출 행태도 의혹이다. 산업은행은 2012년 청해진해운이 일본의 노후 선박을 116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100억원을 대출해줬다. 산은은 정상 대출이라고 말하지만 당시 청해진해운이 경영위기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는 한강유람선 사업을 하다 무리한 투자 끝에 1997년 도산한 (주)세모의 유병언 회장 일가이다. 기업 활동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파헤쳐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법과 규정이 무시되고 불법이 횡행한 여객선업계의 부조리가 노정되고 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한 대수술이 뒤따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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