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2일 화요일

경향_[사설]‘경제대국의 후진적 행태’ 질타한 세계 언론들

세월호 참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망·실종자 규모와 그 대다수가 어린 학생인 점에 주목한 각국 언론은 사고 상황과 구조 과정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고 발생 초기 “전시가 아닌 평시에 발생한 사고 가운데 최악의 참사가 될 수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과 함께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현실화했고 언론의 논조는 비판으로 바뀌었다. 배가 침몰한 원인과 선사 측의 초기 대응, 정부의 사후 대처, 그 밖의 구조적 문제 등이 드러나면서다. 

가장 뼈아프게 들리는 대목은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지적이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이 제일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깼다”고 비판했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 기업 총수들과 같이 비겁한 리더십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사고 충격으로 입원했다는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를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거나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나는 한국 기업 총수들을 지칭하는 ‘휠체어맨’에 빗댄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공분야와 달리 기업은 개혁 저항세력의 보루가 됐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기업과 사회 지도층은 이런 조롱과 비판을 부끄럽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낱낱이 도마에 올랐다. 외신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더딘 구조작업에 항의하는 상황 등을 전하면서 이를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진단했다. 사고 자체뿐 아니라 그에 대한 대처까지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슈피겔은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침몰한 세월호 선장을 비판하지만 세월호 승객 가족들은 정부의 위기관리를 훨씬 문제 삼고 있다”며 “정부의 고장 난 위기관리는 덮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주요 언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세계 15위 경제대국답지 않은 후진적 안전관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한국의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면서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따끔한 충고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부분이다. 효율과 성장에 앞서 기본과 안전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이번 참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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