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4명과 남윤철·김초원 교사의 장례식이 20일 안산 일대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학생 희생자 가운데 처음 치러진 장례식에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침몰 배 안에 끝까지 남아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순직한 남 교사의 아버지는 의연하게 아들 빈소를 지켜왔다. 그런 그도 장례식장에서 오열하고 무너졌다.
세월호 탑승자 476명의 68%가 넘는 325명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고, 상당수는 외둥이라고 한다. 그중 75명만 구조됐고, 250명이 숨지거나 생사(生死)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은 생존자 구출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희망을 놓을 필요는 없다. 구조 작업하는 사람들이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수색해야 한다.
단원고 주변은 빌라 밀집 지역이고 학생 대부분은 안산의 고잔동·와동·선부동에 산다. '피해 학생이 한 동(棟) 걸러 한 명씩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아이들은 아직 피다 만 꽃이다. 이성 친구를 사귀고 세계를 배낭 여행하겠다는 꿈도 있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 같은 아이들이 바다 밑에 갇혀 있는 걸 생각하면 가족이 아니더라도 피가 마르고 입술이 탄다.
실종된 강승묵군 부모가 운영하는 수퍼마켓 셔터에 강군 부모가 '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붙이자, 이웃·친구들이 100장 넘는 쪽지를 붙여 강군이 제발 살아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이렇게 큰 슬픔이 좁은 지역사회를 덮쳤다면 후유증은 말도 못할 정도일 것이다. 슬픔은 쉽게 전염(傳染)되는 법이다. 안산 사회엔 특별한 치료와 격려,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안산시와 전남 진도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구조·복구·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만 제공하고 끝내는 형식적 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
무엇보다 자식을 잃었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부모들 충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이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적어도 6개월~1년에 걸쳐 심리 치료를 해줘야 한다. 구조된 학생 대다수가 과(過)호흡 등 우울·불안 상태라고 한다. 살아남았음을 자책하며 심한 감정 기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돌봐줘야 한다.
단원고 1·3학년은 24일부터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라지만 이 아이들도 상당 기간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교육 당국은 2001년 9·11 사태 이후 뉴욕 맨해튼 지역 학교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후의 현지 학교들 사례를 참고해 세심하게 별도 관리해야 한다. 안산시와 지역 시민 단체들도 서로 부축하며 슬픔을 치유해갈 방안이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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