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1일 월요일

경향_[사설]실종자 가족 두번 절망케 하는 정부·여당 행태들

박근혜 정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권 안보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유능’하면서도 국민의 안전처럼 정작 국가의 기본책무랄 수 있는 분야에서는 무능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국정원 간첩조작 등에서 이들의 뻔뻔한 유능함을 충분히 보아왔다. 그리고 지금 진도 팽목항 등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비탄은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과 무능, 무신경과 몰지각을 끊임없이 목도하고 있다. 

엊그제 경찰은 “청와대로 가겠다”는 실종자 가족들을 막아서고 동영상 카메라를 동원해 채증까지 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움직임을 잠재적인 범죄행위로 간주한 이러한 행태는 그 자체로 위법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고 있다고 인정되거나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을 때”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집회참가자를 차단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한다. 청와대에서 무려 384㎞나 떨어진 진도대교에서부터 실종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물리력으로 뭉개버린 경찰의 오만방자함이 놀랍기만 하다. 경찰은 또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체육관 안에도 사복 경찰을 배치해 동태를 감시하다가 들통이 나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어린 아들딸을 찾지 못해 울고 있는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힘으로 누르고 몰래 감시나 하는 따위의 정신 나간 짓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경찰뿐만이 아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일행은 구조된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체육관을 찾았을 때 팔걸이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단원고 학생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에 가서도 “장관님 오십니다”라며 거드름을 피우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또 안전행정부 송모 감사관은 현장 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 했는가 하면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괴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들이 참사를 틈타 국가 전복작전을 펼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번 참사과정에서 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도 반성과 참회는커녕 유족이나 실종자가족, 국민들을 분노케 하는 행태를 계속 일삼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적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역량을 펼쳐보이기를 정부에 간절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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