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당사자인 세월호 선원뿐 아니라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인 유병언씨 일가의 개인 비리와 해운업계의 고착화된 부패 구조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선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선박회사의 탐욕과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무능한 재난관리체계가 빚은 합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인명 피해를 키운 해경과 구조당국의 부실한 대응도 수사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검찰이 유씨 일가를 지목한 것은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사고원인과 직결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어제 유씨 자택과 10여개 관계사·유관기관을 압수수색했다. 그간 드러난 청해진해운의 무리한 운항과 과적, 불법 구조변경 외에 회사의 경영 비리 전반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유씨 일가가 빼돌린 돈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는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씨 일가의 도덕성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들은 ‘바지 사장’을 앞세운 채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애원해도 시원찮을 판에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유씨는 오대양사건과 세모유람선 화재 사건에 연루돼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사람이다. 더구나 환경운동과 종교활동을 가장한 채 탈세와 재산도피 행각을 벌여왔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해경과 당국도 응당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해경 관할의 진도관제센터는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 진입한 사실조차 모른 채 귀중한 구조시간을 허비한 당사자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목포해경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단원고 학생의 구조신고를 받은 뒤 “사고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사고 직후 구조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한 뒤 과감한 선내 진입을 시도했다면 이처럼 사태가 악화됐을까 싶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경의 한 간부는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다. 우리가 뭘 잘못한 게 있느냐”고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해운회사를 관리·감독하는 이른바 ‘해운 마피아’와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의 구조적인 비리도 손봐야 한다. 선박 검사와 인증 과정에 뇌물이 오갔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수사가 들끓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한풀이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수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사고 관련자 모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제2의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