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2일 화요일

경향_[사설]‘재등교’ 단원고 학생·교사 치유에 범사회적 지원을

학교는 단순히 교과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제 또래들과 사귀고, 서로 아끼며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인격적으로도 성숙해진다. 또한 교사와 학생은 지식의 전수라는 차원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적 교감과 정서적 유대로 묶이면서 소중한 관계를 맺는다. 학교를 사설학원과 달리 공동체라고 부르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학생과 교사로 이뤄진 이 공동체 구성원 250여명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미증유의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겪고 있는 안산 단원고가 바로 그곳이다.

사고 직후 휴교에 들어갔던 단원고가 내일부터 1·3학년 수업을 단계적으로 재개하는 등 학교정상화에 나선다고 한다. 아직 충격 속에 빠져 있는 재학생과 교사들의 고통을 감안할 때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1·3학년 학생들을 마냥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아무쪼록 재등교가 이뤄지는 만큼 학교 구성원들이 조속히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공동체가 복원될 수 있도록 당국과 시민사회가 한뜻이 되어 범사회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재학생과 교사들의 심리적 치유를 서두르는 일이다. 매일 얼굴을 맞대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이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의 크기와 깊이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매일 제자들의 주검을 확인했던 교사들, 친한 선후배들을 잃어버려 등교 자체를 겁내는 재학생들을 치유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낫게 하는 일에 최우선적인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구조된 2학년 학생들의 경우 병원에서 수업을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가장 직접적인 충격을 받은 이 아이들에게 당장 교과수업을 실시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의료기관이나 상담전문기관 등에서 충분히 심리치료를 받은 뒤 수업을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사망·실종된 교사 12명을 신속히 충원하고, 사고현장과 장례식장에서 부모들과 함께 울부짖느라 탈진해버린 교사들에게는 적정한 휴식을 준 뒤 학교에 복귀토록 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안산 단원고라는 평화로운 학교공동체를 파괴하고 유린하는 죄를 저질렀다. 이 엄청난 허물을 조금이라도 씻는 방법은 이 공동체의 남아 있는 구성원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피고 지원하는 일에 모든 역량과 지혜를 동원하는 것이다. 단원고의 깊은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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