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0일 일요일

경향_[사설]세월호 트라우마, 2차 피해를 우려한다

세월호 사고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교감(52)이 엊그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여행 인솔자로서 그는 한순간도 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책임과는 무관하지만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죄인 심정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런 죄책감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돼서는 안된다.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생존을 죄책감으로 여겨야 하는 인식은 해양사고의 후진성과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정신적 황폐함만 확인시켜줄 뿐이다.

사실 세월호 사고 뒤 우리 사회는 실종자 가족과 생존자는 물론 국민까지 모두가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나고, 사망자가 확인될 때마다 허탈해하는 게 요즘 풍경이다.

우선 우려되는 것은 단원고 학생들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세월호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이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학생들의 심정은 불안 그 자체다. “저는 구조됐어요. 못 나온 애들이 있잖아요”라는 그들의 말속에는 죽음을 경험한 두려움이 배어나온다. 이는 세월호의 비극과 평생을 함께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병원 영안실에서 펑펑 울음을 쏟아내는 학우와 교직원들의 심정이라고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운동장에서 함께 뛰어놀던 학우들과 제자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어느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불안감은 불현듯 떠오를 것이며, 좋지 않은 기억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리라.

무엇보다 배려할 상대는 실종자 가족들이다. 사고 발생 이후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은 최악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놓여 있다.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정신적 외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 우울·불안 증세로 이어진다. 또 일상생활로 돌아갔을 때는 증세가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심리 치료는 지금부터가 훨씬 중요하다. 정부 역시 피해자 가족과 학생 등 사고 관련자들에 대해 광범위한 심리치료 지원을 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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