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9일 목요일

중앙_[사설] 박 대통령, 절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지도자나 정권은 위기 때 진면목이 드러난다. 박근혜 대통령의 장점은 위기에 강하다는 것이다. 1979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을 때 영부인 역할을 하던 그는 침착하게 휴전선 상황을 챙겼다. 2004년 한나라당이 벼랑 끝에 섰던 총선 때도, 2005년 커터칼에 테러를 당해도, 2008년 자신의 세력이 공천학살을 당해도 동요하지 않았다. 이런 뚝심은 취임 후에도 이어졌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했을 때 대통령은 단호한 대처로 북을 굴복시켰다.

그런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에선 흔들리고 있다. 쫓겨서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정부조직 개편이다. 이는 정부의 틀을 바꾸는 것이어서 국정과 공무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논란 많은 입법사안이어서 개편 때마다 국가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 정권 출범 때 한국 사회는 이를 생생히 경험했다. 정부 개편은 충분한 시간을 통해 정확한 의견 수렴과 분석을 거쳐야 한다. 선진국은 전문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의회의 오랜 협의를 거친다.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만인 지난 19일 박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했는데 조직개편이 주요 내용이었다. 대통령은 주요 방향만 천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문적인 연구에 맡겨야 했다. 그런데 바뀌거나 신설되는 개별 조직을 단정해버렸다. 혼란과 갈등은 이때 예견됐다.

우려대로 혼선이 터졌다. 행정혁신처 신설과 안전행정부 개편은 열흘도 안 돼 이름과 내용이 바뀌었다. 대통령은 담화 8일 만에 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교육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를 생각한 모양인데, 경제 부처는 사령탑을 중심으로 정책이 조정되어야 하므로 경우가 다르다. 교육·보건·환경·여성·문화는 각각이 전문적이어서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가 지휘하기엔 문제가 많다. 비(非)경제 분야는 총리가 맡는 것이어서 부총리가 생기면 옥상옥(屋上屋)의 우려도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때 교육부총리가 폐지된 것이다. 그랬던 걸 부활시키려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정권은 뚝딱 급조된 물건을 내놓았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관예우 의혹은 쉽게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강행했다면 민심을 모르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보면 내용은 살피지 않고 그저 후보자의 이미지만 활용해 위기를 돌파하고 지방선거에 대비하려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잘만 하면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대통령은 여유를 갖고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과거 자신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여기에는 평소에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면 돌파구도 열릴 것이다. 그 정도의 시간은 국민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다. 대통령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중앙_[사설] 엉터리 안전점검, 처음부터 다시 해라

경기도가 안전점검을 통과한 도내 주요 건물 224곳을 대상으로 지난 8~16일 불시에 소방점검을 다시 해봤더니 무려 67%(152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화재점검 장비가 작동하지 않거나 대피 기구(완강기) 등이 없는데도 있다고 허위 기재한 곳도 있었다. 유사시 인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의료시설도 27곳 중 19곳(70%)이 엉터리였다.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가 있겠는가.

 세월호 사고 뒤 정부가 전국 다중이용시설·여객선·병원·교통시설 등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했음에도 굵직한 사고가 줄을 잇는 데는 이러한 엉터리 점검이 한몫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점검방식을 보면 200여 가지 항목을 거의 하루 만에 다 하고 있다. 이런 허술한 안전점검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28일 화재로 21명이 숨진 장성 요양병원은 화재가 났을 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는데도 ‘화재 시 대응 및 환자 대피 훈련’ 등의 항목에 합격을 뜻하는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이런 엉터리 안전점검은 결국 막을 수 있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고에서 숱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충분한 시간과 인력·비용을 투입해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원점에서 새롭게 다시 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중시설의 비상구·소화기·소화전·방화셔터·제연시설 등 안전 관련 시설과 설치물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불안해하는 국민을 어느 정도라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교차 체크를 실시해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안전점검에 대한 품질관리까지 제대로 해야 엉터리 점검을 어느 정도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중이용시설·학교·대형건물 등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실제 상황을 상정한 재난 대피 훈련도 해봐야 한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런 교육·훈련이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국민과 기업·정부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한 나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_[사설] '전관-로펌' 집단사고로 무슨 검증인가

그제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면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대형 로펌 출신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 심각한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민정라인은 전원 판·검사 출신, 즉 전관(前官) 출신 비서관들로 짜여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고검장을 지낸 뒤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과 김학준 민원비서관은 모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근무하던 중 비서관에 임명됐다. 역시 판사 출신인 김종필 법무비서관은 임명 직전까지 태평양에서 일했다. 로펌 경력이 없는 비서관은 검사 출신인 우병우 민정비서관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관-로펌’ 출신이 주축을 이룬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의 실무를 맡으면서 전관-로펌의 잣대로 검증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형 로펌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던 이들이 전관예우나 고액수임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안 후보자가 ‘5개월에 16억원 수입’ 문제로 사퇴하기 전까지 “대법관 경력을 감안할 때 그 정도면 과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왔다. 결국 이 같은 로펌 법조인들의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안 후보자 검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법률 소양이 필요한 민정수석실에서 법조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전관-로펌 출신 법조인이 이렇게 많지 않았으나 크고 작은 사정으로 교체되면서 생긴 현상일 수도 있다. 검사 파견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법조인에게 맞는 일이라고 해도 국민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통로만큼은 확보해야 했다.

청와대는 사회 저변의 흐름과 늘 호흡을 함께해야 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곳이다. 앞으로 단행될 청와대 개편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과 우려가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중앙_[사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개혁 총리를 구하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사퇴했다. 세월호 참사로 그렇지 않아도 마음 둘 곳 없었던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 냉정한 자세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주일 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후보 지명을 받을 때 안 후보자는 “세월호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의 탐욕이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비정상적인 관행의 제거와 부정부패 척결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런 안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 자리에 서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10년 전에 그를 ‘국민 검사’ ‘깨끗한 손’으로 환호했던 사람들은 안 후보자가 변호사 업무에 손을 댄 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벌었다는 전관예우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안 후보자 개인에 대한 감상이라기보다 한국 사회를 숙명처럼 붙들고 있는 기득권 구조의 강고함에 절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후보직을 사퇴한 건 바람직한 처신이다.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 지명한 건 세월호 참사의 환경이 됐던 관피아, 즉 관료 마피아의 끼리끼리 문화, 전관예우 풍토를 도려낼 적임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 후보 스스로 관피아보다 한 술 더 떠 법피아, 즉 법조 마피아의 덫에 걸린 사실을 청와대가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전관예우의 현실을 안이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성 여부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데 익숙한 청와대 참모들이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법률가적 집단사고에 젖어 국민적 거부감을 부를 안 후보자의 퇴임 뒤 행적을 못 본 건 아닌가.

 ‘좌장군 우율사 중관료’란 말에서 보듯 법조인을 우선시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 개혁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서의 권력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권력의 강함보다 위임, 법과 질서 외에 나눔과 배려, 바른 원칙에 앞서 국민과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감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매사 옳고 그름으로 세상을 보는 법조인이 이런 미덕을 지니기엔 상대적으로 한계가 있다.

 박 대통령은 시야를 넓혀 자신을 비판했던 사람들까지 인재풀에 넣어 새 총리감을 물색하기 바란다. 인사에서 더 이상의 실패는 있어선 안 된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것뿐이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개혁 총리감은 어디 있을까.

 지금 나라는 총리 후보자의 낙마와 각종 사고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손잡고 분위기를 일신한다면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치적 위기를 대범한 역발상과 쇄신의 승부수로 극복하곤 했던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중앙_[사설] 안행부 개편안 후퇴, 관료 저항 때문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직접 밝혔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 8일 만에 바뀌게 됐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은 안행부에 두기로 했다. 각 부처의 정원 조정과 조직 신설을 승인하는 이 기능은 안행부의 대표적 권한이었다. 이로써 안행부는 막강한 권한은 계속 휘두르면서 책임질 일이 많은 안전 업무만 신설될 국가안전처에 넘기게 됐다. 게다가 청와대는 애초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안행부와 일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개편안을 변경했다니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안전 분야를 책임지는 안행부의 개편은 청와대의 개혁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랄 수 있다. 따라서 관료에 의한 셀프개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박 대통령은 ‘조직을 보호하려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조직적으로 개혁에 저항해 원래의 권한을 유지하려는’ 세력을 엄단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안행부 개편에서 이런 원칙이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

 청와대는 행정 혁신과 관료 기풍 재정비에 대한 의지가 무뎌진 게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공론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 중대한 과제를 청와대 내부에서 일부 의견만 모아 결정해선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방식으로는 행정개혁에 대한 관료집단의 집단저항에 은연중에 휘둘리기가 쉽다. 행정 개혁을 오히려 기회 삼아 자리와 권한을 늘리려는 관료집단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청와대가 특히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정부조직 변경은 결국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각계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조직 개편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중앙_[사설] 요양병원 화재, 도대체 안전한 곳이 없다

참담한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어제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고령의 환자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젠 안심하고 있을 곳이 어디 있는지 불안감이 앞설 뿐이다.

 어제 0시27분쯤 전남 장성군 효(孝)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20여 명이 숨졌다. 사망자 대부분이 불이 난 별관에 입원 중이던 70~90대 환자들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화재 발생 6분 만인 0시33분 큰불을 잡고 0시55분 잔불 정리까지 완료했으나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불이 매트리스와 담요 등에 옮겨 붙으면서 나온 유독가스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80대 치매 환자를 방화 용의자로 체포했다. 하지만 문제는 치매와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긴급 구조와 대비 조치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불이 난 별관에는 진화를 하다 숨진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2명이 근무하고 있었을 뿐이다. 특히 요양병원이 스프링클러 설치의무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전남도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확인 점검을 지시해 이달에만 병원 자체점검과 장성군의 현지 점검이 실시됐으나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형식적 점검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2010년과 지난해 요양시설 화재사고가 났으나 안전 조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번 화재는 많은 사람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는 점에서 26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와 다르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소중한 생명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은 계속되고 있다. 어제는 서울 동대문 홈플러스 주차장 화재에 이어 서울 도곡역에 진입하던 지하철 객실에서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과 병원, 쇼핑몰, 학교 같은 다중시설의 안전 점검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실시돼야 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실천이 뒤따라야 할 때다.

경향_[사설]‘안대희 인사 참사’ 김기춘 비서실장 문책해야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파동은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과 도덕 불감증이 합작해서 빚은 것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는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재산 형성이나 전관예우 문제는 충분히 사전에 검토가 가능했던 사안이다. 안 후보자가 총리 지명 직전에 거액의 기부를 한 것에 비춰봐도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몰랐을 리 없다. 실제 전관예우와 과다 수임료에 대해 “위법이 없었고 기부도 했으니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법 위반만 아니면 된다는, 국민 정서와는 유리된 자기들만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세금 잘 내고 깨끗한 분은 처음 본다”고 했다니 알 만하다. 끼리끼리 법조인 출신으로 짜인 검증팀이 실은 ‘청맹과니’였던 셈이다. “공직사회 개혁과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적임자”라며 내세운 안 후보자가 바로 민관유착의 핵심인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했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김 실장이야말로 문책 대상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김 실장 책임론이 터져나오는 이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되풀이되는 ‘인사 실패’는 김 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위원회의 부실과 무능 탓이 크다. 권력의 중추가 부산·경남(PK) 출신으로 도배되는 반탕평,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 출신 중용이 계속되는 데는 같은 경남·검사 출신의 김 실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안대희 낙마’ 사태를 불러온 부실한 검증 시스템과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인선 기준을 갖고 있다면 앞으로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서 내보이겠다는 인적 쇄신은 구두선에 그치기 십상이다. 제2, 제3의 ‘안대희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개편 인사에 앞서 검증하는 사람부터 바꾸어야 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 라인부터 혁신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운영의 변화를 다짐했다. 그 변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를 총괄해온 김 실장을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서도 확인된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 중심에는 ‘기춘대원군’으로 일컬어지는 김 실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김 실장 체제로는 진정한 국정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이 실로 국정 쇄신의 의지가 있다면 내각과 청와대의 전면적 개편이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김 실장의 퇴진이 그 핵심이다.

경향_[사설]온몸을 던져 대형 참사 막은 역무원과 시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여객선 세월호 침몰, 고양종합시외버스터미널 화재,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 최근 100여일 동안 연이어 일어난 대형 참사의 공통점은 ‘원시적 안전사고’이자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온갖 문제점과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고는 또 터지고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한 지적도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그제 일어난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방화 사건은 전혀 달랐다.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똑같은 방화가 시도됐지만 단 한 명의 희생도 발생하지 않았다.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를 막은 일등공신은 서울메트로 매봉역 역무원 권순중씨와 여성 승객이라고 할 수 있다. 방화범이 전동차 바닥에 시너를 쏟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것을 목격한 권씨는 주변 승객들에게 비상벨을 눌러 기관사에게 신고해 달라고 부탁하고 소화기로 직접 진화에 나섰다. 범인이 불을 끄는 것을 방해하고 두 차례 더 불을 질렀지만 그는 몸싸움까지 해가며 끝까지 진화를 계속했다. 한 여성 승객도 마스크를 쓰고 소화기를 그에게 건네주며 화재 진압을 도왔다. 그렇게 하는 사이에 비상통화장치를 통해 승객의 신고를 받은 기관사는 관제실에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고, 도곡역에 열차를 세워 370여명의 승객을 무사히 대피시킬 수 있었다.

전동차 내부의 불연·난연성 소재도 불길이 크게 번지는 것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하철 전동차 내·외부가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모두 불연재로 교체된 덕분이다. 그 결과 범인이 시너 11ℓ와 부탄가스 4개 등 인화물질을 대거 준비해 전동차 내 방화를 시도했지만 스테인리스와 난연 섬유로 제작된 의자와 합성고무 바닥만 그을렸을 뿐 큰불로 이어지지 않았다. 

역무원과 승객의 빠른 초동대처와 용기 있는 행동, 기관사 등의 차분한 승객 대피 안내, 불연·난연성 소재 사용 등은 안전의 기본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본을 지키는 것이 대형 참사를 막는 평범한 비결인 것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방화 사건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한 최근의 대형 참사와는 다른 점이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일어나선 안될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세월호형’ 사건과 정반대로 대형 참사가 될 뻔한 사고를 막은 이번 ‘반(反)세월호형’ 사건을 교훈 삼아 대한민국 안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경향_[사설]법조계 전관예우 악습 이번엔 뿌리뽑아야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대검찰청 차장 퇴임 후 로펌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은 것이 화근이 돼 사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리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악습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정홍원 총리는 로펌에서 월 3000만원 받은 게 논란이 됐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17개월 동안 16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정 총리 후임으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벌어 이 분야 ‘최고봉’에 올랐다. 결과는 낙마였다.

전관예우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근본 원인은 법조계 내부의 도덕 불감증에 있다. 상당수 법조인들이 ‘탈세 같은 범법만 없다면 돈 많이 받는다고 문제되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전관예우지 ‘잠재적 비리’다. 전직 대법관이 맡은 사건은 선임계에 도장 받는 비용, 이른바 ‘도장 값’만 3000만원 선이라고 한다. 아예 선임계를 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변론하는 ‘전화 변론’도 많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예우라 할 수 있나. 실제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선 전관예우 대신 ‘전관비리’로 부르자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는 전관예우가 끊어야 할 악습의 고리임을 인식할 때다.

물론 법조계의 인식이 달라지고 자정기능이 강화되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제도적 변화로 그들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변호사법부터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변호사법 31조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해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에서 1년간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법과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크다. 전직 관료에게 적용되는 공직자윤리법 17조는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민간기업에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법피아(법조+마피아)의 폐해가 관피아(관료+마피아)만 못해서가 아니다.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법을 엉터리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변호사법을 개정해 수임제한 기간을 늘리고 처벌 조항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

2000년 폐지된 변호사 보수기준을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변호사회가 자체 기준에 따라 수임료 상한을 정하고 이를 초과해 받으면 징계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담합으로 판단해 없애도록 한 뒤,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보수기준을 부활시켜 전관이라 해도 상식을 넘어서는 고소득은 올릴 수 없게 해야 한다. 전관예우 근절 없이 사법시스템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통용되는 나라는 법치국가라 부를 수 없다.

경향_[사설]‘안대희 사퇴’가 박 대통령에게 던지는 교훈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어제 전격 사퇴했다. 거액의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이면서 더 이상 국회 인사청문회 벽을 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터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할 간판으로 내세운 안 후보자가 지명 엿새 만에 낙마함에 따라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전관예우 등에 걸려 사퇴한 데 이어 두 번째다. 한 정부에서 총리 후보자가 2명씩이나 도덕성 문제로 사퇴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안 후보자의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안 후보자가 전관예우로 벌어들인 수입은 지난해 5개월 동안에만 16억원에 달한다. 역대 인사청문회 사상 최고의 액수다. 안 후보자가 변호사 수입 중에서 냈다는 기부금 3억원은 총리 지명 직전에 한 것으로 드러나 ‘기획 기부’ 의혹까지 샀다. 안 후보자는 변호사 활동으로 증식한 재산 11억원의 사회환원 카드로 여론을 무마하려 했으나, 애초 ‘사후 기부’를 한다고 해서 전관예우와 과다 수임료 문제가 해소될 성질은 아니었다. 외려 ‘5개월 수입 11억원으로 총리직을 거래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새로운 총리의 최우선 소임으로 지목한 것이 민관유착 적폐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이다. 민관유착의 원조가 전관예우이다. ‘황제 전관예우’ 소리를 듣는 순간 안 후보자는 그 소임을 맡을 자격을 잃었다.

안 후보자의 낙마는 다시금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보여주었다. 공직사회 개혁과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안 후보자를 인선했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전관예우 문제조차 간과했다. ‘5개월 16억원’을 몰랐다면 인사 검증의 기초 자체가 붕괴된 것이다. 전관예우 사실을 알고도 총리로 지명했다면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인사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결과다. 안 후보자가 총리 지명 직전에 수입의 일부를 기부한 사실을 감안하면 본인은 물론 청와대 역시 전관예우와 과다 수임료 건을 인지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총리 지명을 강행했다. 오만한 것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도 문제지만, 근인은 상식적 잣대에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인사 기준’에 있는 것이다. 인사 실패를 막으려면 박 대통령의 인사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

안 후보자의 낙마로 국정의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내각과 청와대 개편 일정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박 대통령은 총리 인선을 세월호 국면 돌파, 지방선거를 겨냥한 분위기 반전용으로 삼고자 하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 ‘세월호 이후’를 이끄는 데 필수적인 통합과 화해에 방점을 두고,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총리 후보를 찾기 바란다. 지역과 직군(법조인)의 집착을 털고, 범야권까지를 아우르는 열린 틀에서 널리 사람을 구해야 한다.

경향_[사설]6분 화재에 29명 사상자 낸 장성 요양병원 참사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또 발생했다. 불은 어제 0시27분 병원 별관 2층 남쪽 끝 다용도실로 사용하던 3006호에서 시작돼 0시33분 소방대원에 의해 진화됐다. 불과 33㎡를 태우고 6분 만에 꺼진 불에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난 것은 유독연기가 삽시간에 내부에 퍼져 거동이 어려운 데다 깊이 잠든 치매·중풍 환자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고양버스종합터미널 화재가 일어난 지 사흘도 안돼 똑같은 유형의 참변이 환자를 가장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병원에서 다시 일어나다니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과 안전시스템의 부실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병폐인지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경찰이 80대 치매환자를 방화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무엇보다 병원 측의 환자 및 안전 관리 부실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의료인 12명과 관리직 3명 등 총 15명이 당직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야간·휴일에 최소 24명을 배치한다는 병원 측의 자체 화재대응 지침보다 9명이나 부족한 인원이다. 이들 15명이 화재가 난 별관 건물의 환자 79명을 신속히 대피시키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불이 난 별관에는 간호인력 3명뿐이었다고 한다.

병원 구조나 설비도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본관과 별관 모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서 제외돼 있는 것부터가 문제다. 복도 쪽으로는 블라인드로만 가려져 있고 창문은 방범틀로 외부와 차단된 별관 2층 병실의 구조도 인명 피해를 키운 중요한 요인이다. 연기는 순식간에 병실로 들어가게 하면서 환자의 대피와 구조대의 접근은 어렵게 만들어놓은 셈이다. 그 바람에 사상자 대부분이 34명이 입원한 2층 병실에서 나왔고 불을 끄던 간호조무사까지 희생되고 말았다.

장성 요양병원 참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 실시된 안전점검마저 유명무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낸다. 이번달만 하더라도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의 지시에 따라 지난 9일 자체 안전점검을 마쳤고, 지난 21일에는 지자체 안전점검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 결과 모두 이상이 없다고 했다는 것 이다. 안전사고의 직접적인 원인과 그것이 참사로 발전하는 과정, 그 구조적 요인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사고가 날 때마다 똑같은 문제들을 확인하는 일을 도대체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경향_[사설]정부 조직개편을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번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청와대가 교육부총리제 도입과 안전행정부의 행정자치부로의 개명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국무총리 아래 경제는 경제부총리, 교육·사회·문화 분야는 교육부총리가 분장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 조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정부 조직만 케케묵은 외피를 입고 있다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이뤄지는 정부부처 개편이 정권의 과시 욕구에서 오는 소모적 성격이 다소 있다고 해도 국민들이 대체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그런 필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조직개편은 이런 차원에서 보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정부 대책이라면서 갑자기 부총리 숫자를 늘리고 부처를 쪼개고 붙이는 게 과연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당장 교육부총리의 역할과 기능부터 분명치 않다. 교육부총리에게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미래창조과학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을 총괄토록 한다지만 이들 부처의 정책을 어떻게 조정·조율한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이 대목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후속작업을 통해 보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한 것을 보면 충분한 논의와 심도 있는 연구 없이 발표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안행부를 행자부로 개명하는 과정도 졸속의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번 대통령 담화는 안행부에서 인사·조직·안전 기능을 떼어내 안전은 국가안전처로, 인사와 조직은 신설되는 행정혁신처로 이관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안은 조직은 그대로 두고 인사 기능은 인사혁신처로 넘기는 것으로 수정됐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굳은 결의를 다지며 발표한 내용이 불과 8일 만에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 것이다.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부처 조직을 뗐다 붙였다 오락가락하면 관가에는 혼란을, 국민들에겐 불신만 안겨준다. 공무원들은 자기 자리 가늠하느라 일손을 놓기 십상이다. 정부의 기본 틀을 바꾸는 조직개편을 몇몇 사람들의 의견만으로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조선_[사설] 법조계, 전관예우라는 '부패의 마약' 끊어야 한다

'국민 검사'라는 말까지 들었던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前官禮遇) 논란에 휘말려 물러났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시환 전 대법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황교안 법무장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고액 수임료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몇 년 전 한 대법관은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에 대해 후배 판사들이 심리도 하지 않고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자 후배들을 불러 주의를 주었다가 내부적으로 뒷말이 났다. 국내 굴지 기업의 고문을 했던 법원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주변에 '월급이 내 예상이나 실제 하는 일보다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가 맡은 대법원 상고심 사건에 간여도 하지 않으면서 이름을 올려주는 대가로 '도장값'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로펌들은 매년 법원·검찰 정기 인사철이면 수억~수십억 연봉을 보장하며 갓 퇴직한 전관 영입 경쟁을 벌인다. 법조계의 고위직 전관(前官)들이 다른 변호사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의 기본을 새로 세우느냐, 아니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그냥 가느냐의 기로(岐路)에 서 있다. 세월호 참사는 구조적·내재적으로 쌓여 응축돼 있던 부조리와 비리, 비정상 덩어리가 폭발해 분출한 것이다. 경제성장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해오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기만 하면 된다는 '앞만 보고 질주하기 식'의 효율 우선과 규칙 위반이 사회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었다. 대통령이 그걸 바로잡아 달라는 기대를 실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던 사람이 안대희씨였다. 그런데 안대희씨부터 그런 부조리의 길을 택해 그 길로 막 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면서 법조계의 전관예우 실상이 또 한 토막 국민 눈앞에 펼쳐졌다.

전관예우 부조리는 사람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고 재산권을 결정할 수 있는 법조계의 권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사·재판의 당사자들은 판사·검사의 결정권을 움직일 수 있는 전관 변호사들의 영향력을 믿고 사실상 뇌물(賂物)이나 다름없는 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이득은 현직 판·검사들에게 곧바로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現職)들은 그런 뇌물 순환의 공모(共謀)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미래에 돌아올 특혜를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판·수사가 전관·현직의 카르텔에 의해 뒤틀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며 국민이 과연 그 재판과 수사가 공정하다고 믿겠는가. 돈이나 폭력 같은 다른 비정상의 수단에 의존하는 게 낫다는 좌절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제 법조계는 전관예우가 국민 눈에는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는 부패(腐敗)의 사슬로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철두철미하게 단절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권력·권한을 가진 사람, 법치 구현에 가장 큰 책임을 지닌 집단부터 과거 악습을 깨고 나와야 국민도 그 뒤를 따라 정상화의 길로 갈 것 아닌가.

종신직인 미국 판사들은 나이가 들어 업무 부담이 줄어든 시니어 판사가 되어도 현직 시절과 거의 같은 월급을 받는다.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퇴임하면 공증(公證) 업무를 맡겨 개별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도록 한다. 우리 판·검사들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조무제·배기원 전 대법관은 퇴임 후 10년 가까이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거나 법원조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은 작년 1월 퇴임 후 일주일에 두 번씩 서민들에게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고 있다. 30년 안팎 공직 생활을 한 대법관이나 검찰총장·고검장은 순전히 자기 힘으로만 그 자리에 올랐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선 법조계 최고위직(職)들부터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인생 2막(幕)을 열어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안대희 사태'는 법조계가 가야 할 길을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省察)하게 만드는 기회다. 법조계가 이 기회를 또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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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이런 공영방송 KBS '국민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나

KBS 노조는 29일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 표결을 6월 5일로 연기하자 파업에 들어갔다. 임금 관련 파업을 제외한 KBS 파업은 2012년 3월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3일 동안 파업을 벌인 이래 2년여 만이다. 파업에 나선 조합원은 KBS 직원 4700여명 가운데 3700여명에 이르러 이미 파행을 거듭해 온 뉴스는 물론 프로그램 전반에서 차질을 빚게 됐다. 6·4 지방선거 전까지 해결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 국가 기간 방송이 선거 개표 방송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전망이다.

파업에 이르기까지 지난 20일 동안 KBS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 공영방송의 참담한 자화상이다. 사태의 발단은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폄하했다는 논란이었다. 보도국장은 논란이 커지자 물러나면서 "사장이 권력 눈치를 보며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길 사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기자들은 제작을 거부하고 노조는 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다.

1990년대 이후 KBS 사장 가운데 출근 저지, 사장 퇴진 운동, 제작 거부, 파업 중 하나를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은 새 정부 들어서면서 퇴진 압력을 받곤 했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임원진과 요직이 바뀌고, 거기서 소외된 쪽은 반대 세력을 형성해 경영진을 흔들 구실을 찾는다. 조직 자체가 여차하면 폭발하는 화약고라는 얘기가 이번에도 확인됐다.

국민은 KBS 경영진과 노조가 걸핏하면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신물 나게 봐 왔다. 노조는 물론 경영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은 한 해 6000억원 수신료를 내는 KBS의 주인이다. 수신료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해 강제로 거두고 있어 시청자에게는 세금이나 다름없다. KBS의 파행은 '피 같은 국민 돈으로 공영방송을 존속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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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서울에 앉아 인천항 선박 안전 점검한 해운조합

인천지검은 2013년부터 지난 4월까지 150차례 넘게 여객선 안전 점검을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민 혐의로 해운조합 인천지부 운항관리자 4명을 기소했다.

해운조합 운항관리자는 선장으로부터 출항 전 선박의 안전 상태를 점검해 만든 보고서를 제출받아 보고서 내용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기소된 운항관리자들은 탑승 인원, 화물 선적량과 적재 상태 등 주요 사항이 빈칸으로 된 보고서를 제출받아 배가 출항한 뒤 선장이 무전으로 불러주는 대로 빈칸을 채워 넣었다. 서울에 있으면서 인천항 현장에서 점검한 것처럼 보고서를 꾸미기도 했다. 검찰은 운항관리자들이 승객과 화물이 정원과 한도를 초과하거나 화물을 엉터리로 묶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도 이를 적발해 출항 정지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가 나자 로펌으로 달려가 자기들에게 침몰 책임이 있는지 자문했다고 한다.

운항관리자들은 검찰에서 "선장이 (보고서를) 주는 대로 하면 되지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느냐"고 진술했다. 승객들의 생사(生死) 따위엔 아예 관심이 없었다. 해운조합은 선사들이 만든 이익 단체로 선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만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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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이번엔 '요양병원 참사', 연쇄 재난 언제 끝나려나

28일 새벽 노인 요양병원인 전남 장성의 효사랑병원 별관에서 불이 나 2층에서 자던 환자 20명과 불을 끄려던 간호조무사 1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80대 치매 환자를 방화 용의자로 체포했다. 2010년 경북 포항의 요양원 화재 때도 입소 노인 27명 가운데 10명이 숨진 일이 있다.

효사랑병원엔 환자 324명이 입원해 있었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불이 나면 대피가 어려운 노인들이다. 따라서 입원 병동엔 스프링클러와 방화 셔터를 설치하는 게 당연하다. 효사랑병원엔 그런 시설이 없었다. 요양병원 건물 규모가 작아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불이 날 당시 별관 건물 2층 근무자는 간호조무사 1명뿐이었다. 중증 치매·중풍 등 노인 환자들은 화장실 일도 도와줘야 하고 잘 때도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이따금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1명 야간 근무로는 34명에게 이런 일상적 간병 서비스도 감당할 수 없다. 효사랑병원은 전국 1280개 요양병원 가운데 보건 당국 평가에서 '안심 병원' 인증(認證)을 받은 230곳 가운데 하나였다. 인증을 못 받은 다른 병원들은 어련할까 하는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다.

효사랑병원엔 지난 21일 장성군 보건소 직원 2명이 방문해 소화 설비, 화재 대비 훈련을 점검했고 '이상 없다'는 판정을 해줬다. 지금 전국 공무원이 동원돼 벌이는 안전 점검이 대부분 이렇게 형식적일 것이다.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가적 고민이 필요하다.

전국 노인 요양병원 1230개소에서 26만 명의 노인을, 요양원 4490개소에선 11만7500명을 돌보고 있다.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소였던 것이 6년여 만에 두 배로 늘었다. 그만큼 비용은 적게 들고 수입은 좋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요양원들 사이엔 환자 유치 덤핑 경쟁도 벌어진다. 오피스텔·모텔을 개조해 세운 싸구려 요양원 중엔 좁은 병실에 중증 환자들을 가둬놓고 밤엔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거나 신경안정제를 복용시키다가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노인 요양시설 분위기는 대학 캠퍼스나 수목원처럼 아늑하다. 일본 요양시설들은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 동네 주민들과 가족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곳이 많다. 누구나 언젠가 노인이 된다. 요양병원 참극은 우리 모두의 미래 문제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좀 무거워지더라도 노인들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세월호 침몰 40일 뒤 경기도 고양의 터미널 화재로 8명이 죽었고, 그 이틀 후 다시 요양병원 화재가 터졌다. 서울지하철에선 70대 노인이 전동차 안에서 불을 질러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잇단 참극(慘劇)을 접한 국민은 대한민국의 어느 시설, 어느 부문 하나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는 것인지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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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安 후보 사퇴를 전관예우·官피아 척결 첫걸음으로 만들라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28일 사퇴했다. 지난 22일 총리에 내정되고 1주일 만이다. 안 후보자는 "후보로 지명된 이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국민을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했다.

안 후보자는 검사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맡아 여야 현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시 정권의 실세들까지 감옥에 보내는 강단을 보여 '법과 원칙'의 상징이 됐다. 또 검사와 대법관의 공직 기간 동안 재산 공개에서 항상 최하위권을 기록해 청렴하다는 평도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그를 '세월호 수습 총리'로 발탁했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 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안 후보자를 기용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발표 직후 안 후보자가 대법관 퇴임 1년 후인 작년 7월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연말까지 5개월 동안에만 16억원, 하루에 1000만원씩의 수입을 올렸음이 드러났다. 안 후보자는 4억7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점을 강조했지만 그중 3억원은 총리 후보 내정 직전에 기부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또 다른 뒷말을 낳았다. 여기에 더해 지금도 현금 5억원을 수표 등으로 갖고 있는 것까지 공개됐다.

'과연 전관예우를 받지 않은 일반 변호사였어도 이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게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판·검사를 그만두고 개업한 변호사에게 후배 판·검사들이 유리한 판결이나 결정을 주는 악습(惡習)이다. 반드시 피해자가 나오게 돼 있다. 이렇게 공직자 선후배들이 서로 봐주다가 세월호 같은 사고가 터졌다. 대통령은 그런 적폐를 없애자고 안 후보자를 지명했는데 안 후보자가 바로 그런 적폐의 상징처럼 떠오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전관예우의 의심을 받는 총리가 공직 사회 개혁과 더 나아가 국가 개조(改造)의 적임자가 될 수 있는지, 공무원들이 그런 총리를 믿고 자신들의 손해까지 감수하고 따를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 후보자가 자신이 총리가 돼야 하는 근거를 잃어버린 것이다. 여당 안에서조차 그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 후보자가 후보직 사퇴를 선택한 건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출범한 지 1년 반도 안 된 정부에서 총리 후보자의 낙마(落馬)가 벌써 두 번째다. 그동안 10명이 넘는 장관·청와대 수석이 임명장도 받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모두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청와대는 잇따라 인사에서 실패한 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를 만들고 인물 검증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여전히 검증 장치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이 확인됐다.

더욱 걸리는 것은 청와대가 국민의 상식적 잣대로만 판단했어도 안 후보자 문제는 충분히 거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전관예우라고 생각되는 문제를 그냥 넘겼다는 것은 청와대 내부의 인식 자체가 국민과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것이 더 크고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사고를 칠 것이다. 청와대가 이런 식의 검증 기준과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면 공직사회 혁신이나 국가 개조는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 후보자의 불명예 퇴진으로 세월호 수습을 위한 박 대통령의 인적 개편 구상은 첫 단계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정치적 타격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이 약속한 적폐 척결과 국가 개조의 중요성에 비춰 보면 지엽적이고 부질없는 소리들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에서 오히려 전관예우와 관피아 척결의 동력(動力)을 얻어야 한다. 대통령이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 모든 공직자가 안 후보의 낙마를 지켜보았다. 이제는 통하기 어렵다는 느낌도 가졌을 것이다. 대통령이 안 후보 사퇴를 전관예우와 관피아 일소의 첫걸음으로 만든다면 대통령 자신은 물론 나라를 위해서도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다. 그 전제는 대통령이 제대로 된 총리를 다시 찾아내 정부·인사 개혁의 첫 단추를 올바로 채우는 것이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총리 후보자는 전관예우와 관피아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물로 골라야 한다. 필요하다면 다른 정파(政派), 이전 정권의 인물이라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새 총리가 수십 년 묵은 적폐의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환부(患部)를 도려낸다면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대통령부터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각오하고 다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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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인적쇄신’의 걸림돌 김기춘 실장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파동은 안 후보자 본인의 처신 문제만은 아니다. 이 사안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 개조니 과거 적폐 해소니 하는 말의 허구성이 담겨 있다. ‘전관예우쯤이야’ 하는 안이한 판단, 인사의 ‘안전운행’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는 무신경함이야말로 뜯어고쳐야 할 적폐임을 이번 파동은 잘 보여준다. 근본적 성찰도 없이 정면돌파에만 신경을 쓰는 무모함, 민심을 얕잡아보는 오만함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안대희 침몰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안대희 파동의 한복판에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자리하고 있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안 후보자의 흠을 몰랐을 리 없는데도 그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검찰 통치’를 더욱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고, 새까만 검찰 후배인 안 후보자가 다루기 편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김 실장 취임 이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피케이(부산·경남) 중용’의 연장선상일 수도 있다.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홍경식 민정수석 역시 안 후보자의 사법시험 1년 후배에 같은 피케이 출신이니 제대로 된 판단은 구조적으로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거의 낡은 틀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인사쇄신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실에서부터 이미 참사는 예고된 셈이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김 실장이 곧바로 사표를 내는 것이 상식에 맞다. 하지만 이런 대형사고 속에서도 청와대 쪽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는 들려오지 않는다. 대신 ‘오대양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한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을 김 실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엉뚱한 소식만 들려온다. 세월호 사건 보도와 관련해 언론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니 또다시 명예훼손 타령이니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 돌아간다. 무엇이 그리도 두렵고 걱정되는지 김 실장이라는 낡은 동아줄을 놓지 않으려 한다. 여권 한쪽에서는 “총리와 비서실장을 동시에 문책하면 국정운영 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하지만 결코 이유가 될 수 없다. 잘못된 총리 후보자 천거로 국정의 공황 상태를 일으킨 것을 보면 부질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김 실장에 대한 문책 여부가 박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떠올랐는데도 박 대통령이 꿈쩍도 하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일 것이다.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한겨레_[사설] 길환영 사장, KBS 전 직원과 싸우자는 건가

<한국방송>(KBS) 사원들이 결국 파업으로 내몰렸다. 양대 노조와 직능협회 등 거의 모든 한국방송 사원들이 한목소리로 길환영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데도 한국방송 이사회는 끝내 이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9시간의 마라톤회의 끝에 이사회는 길 사장 해임안 표결을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5일로 연기했다. 한국방송 양대 노조는 29일 새벽 5시를 기해 파업에 들어갔다. 보도프로그램이 제작인력의 파업 합류로 마비상태에 빠졌고 일부 교양·오락프로도 불방되거나 축소됐다. 갈수록 방송 파행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모든 사태의 주된 책임은 한국방송 이사회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있다. 이사회의 과반수(11명 중 7명)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 이사들은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출한 길 사장 해임안의 사유에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느니 하는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여권 이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문구를 수정했지만, 결국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 이사들이 왜 표결을 미뤘는지 그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권에 불리한 문제이니 일단 지방선거 뒤까지 미뤄두고 눈치를 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한국방송 이사회의 이런 기회주의와 무책임성도 문제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장본인이 길 사장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길 사장은 한국방송 양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근로조건이 아닌 사장 퇴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불법파업”이라고 반격하며 징계와 민형사 소송으로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원들에 대한 그런 막무가내 위협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양대 노조 3700여명 중 80% 이상이 압도적으로 파업에 찬성했고, 기자협회·피디협회·아나운서협회 등 16개 사내 직능단체들이 모두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며, 보도국 보직부장 전원을 포함해 330여명의 간부들이 보직을 내놓고 파업에 동참한 상황이다. 사실상 한국방송 전체가 똘똘 뭉쳐 길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길 사장의 으름장은 한국방송 구성원 전체와 싸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버틸수록 추함만 더할 뿐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했듯이 한국방송 사태의 최종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청와대의 방송 장악과 통제가 한국방송 파업의 근본 원인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길 사장이 버티기를 계속할수록 청와대를 향한 국민의 비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겨레_[사설] 안전 투자와 교육이 막은 ‘도곡역 지하철 참사’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일어난 지하철 방화 사건은 다행히 아무런 인명피해를 내지 않았다. 불이 일어난 과정과 상황은 192명이 숨진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와 흡사했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한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교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사를 예방한 것은 안전에 대한 투자였다. 대구 참사 당시엔 방화범이 휘발유에 불을 붙여 객차 바닥에 던지자마자 삽시간에 화염이 번지고 유독가스가 금세 가득 찼다. 전동차의 의자 시트와 바닥, 벽과 천장이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물질로 온통 범벅이었던 탓이다. 이번에도 방화범은 시너를 의자에 뿌리고 세 차례나 불을 붙였지만 불길은 번지지 않았다. 대구 참사 뒤 2006년까지 전국 모든 전동차의 내장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바꾼 덕분이다. 그때 없었던 스프링클러와 제연경계벽 등 유독가스 차단 시설도 역마다 설치됐고, 피난유도등과 소화기 등 소방구호설비도 늘었다. 미흡한 점이 아직도 있지만, 그런 투자가 없었다면 참사를 막긴 어려웠을 것이다.
사고 대응도 돋보였다. 방화 당시 객차에 타고 있던 서울메트로 역무원 권순중씨는 신속한 대응으로 불을 초기에 진화했다. 그는 긴급한 순간에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내가 도피해선 안 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승객들도 소화기를 모아주고 사고 신고를 하는 등 침착하게 대처했다. 기관사와 차장, 도곡역 역무원 등은 지침대로 지하철을 세우고 차분한 안내방송으로 승객의 대피를 이끌었다. 대응이 물 흐르듯 이어진 데는 교육의 힘이 크다고 봐야 한다. 서울메트로는 매월 직원들에게 화재예방 및 화재대응 교육을 하고 있고, 승객들에게도 그림을 곁들인 다양한 게시물이나 동영상으로 꾸준히 안전교육을 해왔다. 그런 노력이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이번 일로 수익이나 비용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대구지하철 참사에선 ‘1인 승무’로 혼자 타고 있던 기관사가 당황한 것이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됐다. 이번엔 전동차 앞뒤에 탄 기관사와 차장의 역할 분담이 효과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비상시 수천명의 승객을 대피시키려면 역무원이 더 줄어서도 곤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하철 5~8호선을 맡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1인 승무’ 도입에 이어 무인운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위태롭게 들린다.

한겨레_[사설] 선거용 ‘졸속 지명’이 낳은 안대희 낙마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했다. 대법관 출신으로서 ‘하루 1000만원’이란 고액 전관예우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들끓는 비판 여론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기부금 3억원을 낸 사실을 강조하고 변호사 개업 이후 증식한 1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선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기부 시점이 총리 지명 이후로 밝혀지고 총리직을 돈으로 사려 한다는 질타가 쏟아지면서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총리 후보자가 불미스런 전력으로 낙마한 데는 청와대 책임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에 민심을 헤아릴 의사나 읽어낼 능력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 ‘황제 전관예우’란 지적이 나오는 인물을 ‘관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내세운 청와대의 어처구니없는 상황 판단은 할 말을 잊게 한다.
청와대가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고액 수임료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무능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청와대가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전력을 알고서도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면 더욱 큰 문제다. 인사 검증의 첫 관문이 재산 문제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 문제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안 후보자를 후보로 지명했다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결국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눈높이’로 총리 후보자를 검증했다는 것인데 청와대 참모진의 기능이 크게 고장 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 실무적으로 검증을 책임진 인사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이번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박 대통령이다. 후임 총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일시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는 데 선두에 서야 할 인물이다. 그만큼 지명에 앞서 능력과 자질, 과거 전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마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책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후임 총리 지명을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지명한 5월22일은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당일이었다. 선거를 의식한 ‘졸속 검증’이 빚은 인사 참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기본 철학을 바꾸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인사파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알았으면 한다.

한겨레_[사설] ‘위험사회’의 끊이지 않는 참사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28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또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침몰 이후에도 서울 지하철 열차 추돌 사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등 끊이지 않는 현실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 참담하게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특히 이번 화재는 2010년 경북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사건의 판박이다. 그때도 할머니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중증 노인 환자이기 때문에 대피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는 걸 포항 화재사건은 우리에게 알려줬다. 그저 몇 발짝만 떼도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해 화염에 휩싸이는 것이다. 포항 사건 뒤 노유자(노인과 어린이) 시설은 바닥면적 600㎡ 이상이면 건물 층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장성의 요양병원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돌봄이 목적인 요양원은 노유자 시설이지만, 치료가 목적인 요양병원은 노유자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에서 제외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차이를 둔 건 지극히 관료적인 발상이다. 결국 정부는 포항 요양센터 화재로 수많은 생명을 잃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셈이다.
노인요양시설에서 중요한 건 스프링클러만이 아니다.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자동화재탐지설비도 필수적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눈과 코처럼 화재 발생 여부를 초기에 알 수 있도록 하고 경보를 울려주는 시설이다. 하지만 이 또한 소규모 노인요양시설은 대부분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노인 인구는 639만명이고, 앞으로는 더 급격하게 늘어갈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요양병원도 급증하고 있다. 2002년까지는 전국에 54개뿐이던 요양병원이 2013년 12월 기준으로 1232개가 생겨 10여년 만에 20배 이상 늘었다. 급증하는 만큼 안전시설은 허술하고 안전관리에는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 치매·중풍 등으로 거동이 쉽지 않은 노인들이 병상에 누운 채 꼼짝도 못하고 연기를 마시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재난과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겨레_[사설] ‘부총리’ 없어 ‘책임행정’ 못했나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청와대의 모습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쪼갰다가 붙이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고, 아침에 만든 것을 저녁에 뜯어고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는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이관한다고 발표하더니 8일 만에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은 그대로 안행부에 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국민 담화 때는 일언반구도 없던 교육·사회·문화 총괄 부총리 신설 방침도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문제의 본질은 덮어놓은 채 책상머리에서의 ‘즉흥 입안’과 ‘졸속 수정’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신설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행정을 위한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부터 우습다. 박근혜 정부 내각이 여태껏 책임행정을 구현하지 못한 이유가 부총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은 청와대가 더 잘 알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가 신설됐으나 부총리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경제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장관들이 국·실장 인사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관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책임내각제를 운영할 생각이라면 먼저 대선 때는 ‘책임총리제’를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은 대목부터 설명해야 한다. 공약 파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제 와서 책임내각제를 다시 거론해서는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총리의 역할을 “법질서와 공직사회 개혁, 사회 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등”으로 국한한 것도 책임총리제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총리는 앞으로 ‘국무를 총괄하는 총리’가 아니라 ‘공직개혁 총리’ 내지는 ‘법질서 총리’로 격하되게 된다.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위임하는 것과는 반대로 권한이 오그라든 ‘반쪽 총리’가 된다는 이야기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은 이렇게 서둘 일이 결코 아니다. 정확한 진단도 없이 섣부른 처방전을 내놓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거두어들이는 식이 되풀이돼서는 병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게다가 지금 밀실에서 새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드는 사람들은 현 정부 출범 때 개편안을 짰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다시 정부조직안을 만드는 것부터가 한편의 코미디다.

한겨레_[사설] 공동체·공감 앞세운 민간 주도 ‘세월호 치유’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상처는 그대로다. 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넘었지만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들은 여전히 피 흘리고 아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와 일부 인사의 비인간적인 망언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통과 상처의 근원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이다. 유가족들은 자신의 고통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과 절망에 죄스러워하며 가슴이 찢어지고, 생존자들은 희생자 가족들의 비탄 앞에 고개 숙인 채 자신의 상처는 미처 돌아보지도 못하고 있다. ‘처절한 공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고통은 마지막 한 사람의 실종자가 돌아오는 날까지 온전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은 같은 아픔을 겪은 이들이 잘 안다. 세월호의 유족들이 그렇다. 유족들은 서로 챙기며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를 주고받고 있다고 한다. 참극의 현장에서 다친 이들이 서로 피를 닦아주고 지혈하며 상처를 감싸는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외부의 다른 어떤 상담자보다 ‘상처 입은 치유자들’인 유족이 서로에게 더 힘이 될 것이다. 아득한 터널같이 계속되는 고통의 나날을 뼈저리게 공감하고 함께 몸 비비며 견디어줄 사람이 우선 유족 자신들인 까닭이다.
그런 마당에 성급하게 치유를 서두른다면 상처만 덧나게 된다. 가족들의 심리적 외상은 현재 진행중이다. 하루하루 더 크게 부어오르고 있다. 외상후 증후군으로 잘못 알고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덤볐다가는 되레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 지금은 상처에 메스를 들이대기보다는 함께 울어주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일상을 챙겨줄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세월호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는 시민사회의 자발적 움직임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경기도 안산에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피해자들 가까이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 안에서 아픔을 어루만져 치유하려는 민간 차원의 치유 작업이다. 몇 달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안산에서 5년 이상 머물며 유가족·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이들의 일상 복귀를 돕자는 ‘공동체 복원’ 혹은 ‘사회적 치유’ 모델이 추진되고 있다. 세월호 관련 기록을 모아 진상규명뿐 아니라 치유에 활용하고, 미술·건축·공연 등을 통한 다양한 심리치료와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프로그램이 구상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껏 보지 못한 의미있는 시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들의 손길과 도움이 필요할 터이니 애써 도와야 할 일이다.

아경_[사설]안전 사각지대 요양병원뿐인가

전남 장성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를 계기로 요양병원의 허술한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도 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가 장기 입원하는 요양병원은 급증 추세다.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 1284개로 2008년 말(690개)에 비해 600여개나 늘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안전 관련 체계는 크게 미흡하다. 

우선 제도적 허점이 문제다. 일반병원은 입원환자 20명당 의사 1명인데 반해 요양병원은 40명당 1명이다. 간호사도 일반병원은 환자 2.5명당 1명인데 요양병원은 6명당 1명이다. 설립기준도 느슨하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환자가 많은 특수성에도 복지시설인 요양원에는 있는 소방용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요양병원엔 없다. 안전시설 관련 기준이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얘기다.

일부 병원들이 이윤창출에 급급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도 참화를 키운 한 원인이다. 효사랑 요양병원의 경우도 그렇다. 화재 발생 당시 별관 2층에는 환자 34명이 입원해 있었으나 당직근무를 선 간호사는 1명 뿐이었다. 스프링클러나 방화 셔터 등의 안전시설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불이 6분 만에 진화됐지만 21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다. 

정부의 관리 및 점검 부실도 간과할 수 없다. 효사랑 요양병원은 지난해 12월 환자안전 보장 활동, 진료전달 체계 등의 정부 기준을 통과해 '안심 병원' 인증을 받은 곳이다. 그러나 인증 과정에서 화재 대응 시스템이 지적받은 일은 없었다. 지난 9일과 21일 진행된 안전점검과 보건소 현장점검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관리 감독이 얼마나 겉핥기였는지를 알 수 있다.

정부는 또다른 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당장 전국 요양병원의 안전실태 점검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인력 조건, 안전시설 등 요양병원 개설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요양병원뿐 아니다. 장애인 시설이나 정신병원 등 육체적, 정신적 약자가 집단으로 기거하는 곳은 야간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참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백화점, 지하주차장, 터미널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중시설도 마찬가지다. 안전 사각지대가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아경_[사설]국민 눈높이 못 읽은 인사의 실패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후보직을 사퇴했다. 후보 지명 엿새 만이다. 과다한 변호사 수임료에 대한 비판과 전관예우 논란이 사퇴의 배경이다. 그의 낙마로 정부조직 개편과 개각, 공직개혁 등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담화에서 내세운 국정개혁이 차질을 빚음은 물론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안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의 후임으로 지난 22일 지명됐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제기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적임자로 내세운 대법관 출신이다. 그런 그가 '전관예우'와 '법피아' 논란 속에 낙마했다는 점에서 정권은 물론 공직개혁의 추동력도 타격을 받게 됐다. 박근혜정부들어서만도 총리 후보자가 중도 사퇴한 것이 출범 당시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국가관과 능력, 청렴도 등 총체적 평가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총리 내정자가 물러나는 일이 거듭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안 후보자의 사퇴는 새삼 국민이 공직자를 평가하는 도덕성 기준의 엄중함을 일깨워 준다. 그는 물러나면서 "전관예우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로펌 대신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택했고, 전관예우의 의혹이 따르지 않도록 형사사건도 수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 출신이면 그 정도는 받을 수 있다'거나 '전관예우라는 명시적 증거가 어디 있는가'라는 인식이 법조인들의 일반적 반응이라면, 청와대 인사가 그것을 기준 삼았다면,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하겠다.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한 인사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길은 매섭고 잣대는 엄격하다. 여론이 재산 형성이나 병역 문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그 증거다. 청와대는 거듭되는 인사실패를 반성해야 한다. 국정개혁의 앞자리에 인사 시스템의 혁신을 올려놔야 할 판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개각을 통해 국정을 일신하려면 총리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책임총리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박 대통령은 달라진 인사를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총리를 기대한다.

아경_[사설] 이번엔 어르신들, 다음은 또 어딘가

이번에는 요양병원 화재 참사란 말인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서울 지하철 추돌 사고, 경기도 고양 시외버스터미널 화재, 시화공단 화재 등이 잇따르더니 급기야 요양병원 화재로 노인들이 희생됐다. 오늘 새벽 0시27분께 전남 장성의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인 노인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졌다.
 
신고를 받은 인근 담양소방서가 4분 만에 출동해 2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고 한다. 인명구조 작업도 바로 시작됐다. 소방서 측의 초동대응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진 셈이다. 그럼에도 다수 인명이 희생된 직접적 이유는 화재가 발생한 다용도실에 쌓여 있던 링거병과 의약품 등에서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한 데 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비가 미비하고 사후 대응에 허술했던 요양병원 측의 문제도 심각하다. 요양병원 안전관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
 
화재 당시 요양병원에 1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고, 처음 불이 난 별관에는 그중 간호조무사 1명을 포함해 2~3명이 있었다고 한다. 간호조무사는 잠자고 있는 환자들을 깨우러 다니다가 유독가스가 든 연기를 마시고 사망했다. 중풍ㆍ치매 등의 중증 환자가 대부분인 별관 입원환자 34명 가운데 20명이 대피하거나 구조되지 못해 사망했다. 일부는 병원 측에서 병상에 손을 묶어 놓아 대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눈을 뜨고도 몸을 움직이지 못해 덮쳐오는 유독가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어르신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없다.
 
화재의 원인은 누전 또는 누군가의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누전이라면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안전장치인 누전차단기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의약품의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졌는가. 화재 당시 본관 근무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을 수용하는 요양병원인데 야간근무 인력이 너무 적지 않았나. 
 
관계당국은 이런 의문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호들갑' 속에서도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현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안전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음을 우리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아경_[사설] 책임내각 실현,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교육ㆍ사회ㆍ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을 국무총리와 경제ㆍ사회 부총리의 삼두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사회부총리는 교육부장관이 겸임한다. 대통령은 "정책 결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지만, 부총리제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이 공론화 과정도 없이 불쑥 발표부터 할 일인가. 

더구나 5ㆍ19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정부조직 개편안마저 8일 만에 바뀌었다. 안전행정부에서 떼내겠다던 정부조직 관리 업무는 그대로 두고, 인사 기능만 총리실 산하에 새로 설치하는 인사혁신처에 맡기기로 했다. 이 바람에 담화 때 밝힌 행정혁신처는 인사혁신처로, 안전행정부는 행정자치부로 이름이 바뀔 판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의 정부조직 개편이 실패였고, 세월호 수습대책도 졸속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사회부총리제 또한 급조된 아이디어가 아닌지 걱정된다. 경제부총리야 기획재정부 직제에 '경제정책 조정 기능'이 들어 있지만, 사회부총리를 맡을 교육부 직제에는 그런 게 없다. 사회부총리가 교육ㆍ문화는 물론 고용ㆍ여성ㆍ복지ㆍ환경 등 '비경제 분야'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분야까지 맡아 정책조정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회구조가 복잡다단하고 변화도 많은 데다 경제 쪽과 일부 업무가 겹치기 때문이다.

큰일이 터졌다고 정부의 조직을 땜질 처방하면 졸속으로 흐르기 쉽다. 관건은 자리 신설이나 조직개편이 아니라 어떤 자리에 누구를 앉히고 어떻게 운용하느냐다. 조직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각 부처 장관들이 소신껏 일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것이다. 조직을 바꾸려면 조직을 움직이는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

사회부총리 신설은 '책임 내각'을 실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이 매사를 지시하고 장관들이 받아적는 국정운영으론 부총리직을 신설한다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를 의식해 서두르는 것도 금물이다. 조직개편의 목적과 방향부터 제대로 설정하라. 그리고 정치권과 협의하며 공론화하고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라.

7장-1 쓸모없슴의 쓸모 : 봄바람과 가을서리의 처세술

7장-1 쓸모없슴의 쓸모 : 봄바람과 가을서리의 처세술

곤란한 일을 처리하는 법

무릇 크디크게 곤란한 일이 닥쳤을 때는 조급하게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하룻밤 그대로 놔둔 채 베갯머리에서 대략 어느 정도의 궁리를 하면서 자보라.
다음날 아침 해가 밝아 머리가 산뜻할 때 계속해서 궁리를 하다 보면 반드시 하나의 길이 어렴풋이 보인다.


명리(名利)는 꼭 나쁜 것인가?

명예와 이익은 원래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이를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게 문제다.


선물에는 사람의 마음이 살고 있다

물건은 무심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보내는 선물에는 반드시 그것을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함께 살고 있다.

마음이 바른 사람,덕을 갖춘 사람이 보낸 선물이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몹시도 삼가는 마음으로 받지 않으면 안된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줄 알라

공격하지 않아도 공격할 때랑 같은 효과를 내면 이것이 공격하는 측의 최상책이다.


공적을 자랑하지 말라

온 세상에 알려질 만큼 큰 공로를 세웠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그 일을 자랑한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며,
하늘에 가득 찰 만큼 큰 죄를 지었더라도 진심으로 깊이 뉘우친다면 그 죄는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명과 이익을 쫒는 자들의 언로를 경계하라

언로가 열린 점을 악용해 이곳저곳에 나타나 여러가지 의견을 올리지만 사실 그 바라는 바가 크게 다른 점이 있으므로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은혜와 원망은 어떤 작은 일로부터 온다

인정이 자신을 향해 오는가 아니면 등을 돌리는가는 공경 혹은 교만에 달려있다.

사람에게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는 일 역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귀절마다 마음의 鍼이 되도록 외우고 적어 놓아 다시 읽고...


☆일본 사토 잇사이(1772~1859), 언지록 중에서...


Steve Holy: "Good Morning Beautiful" (with lyrics)

3분33초...

Steve Holy는 1972년생 미국의 Country Music Artist,
이 곡은 2001년에 발표...

http://vimeo.com/m/25960984



정미조 - 개여울

2분51초...

정미조는 1949년생 지금은 수원대 미술과 교수...

http://youtu.be/UJSnNkYrfH0



심리현상,플라시보 효과 Vs 피그말리온 효과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는 위약효과라 하며,
거짓약을 진짜약으로 위장하여 환자에 복용시키면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이다.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는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이다.

http://me2.do/5Fof6YqP


☆주석 : 플라시보 효과
http://me2.do/GYoLI3Qx

☆주석 : 피그말리온 효과

http://me2.do/xg9QIwA3



'청맹과니(靑盲과니)'

"청맹(靑盲)"이란
"눈 뜬 장님"이란 뜻이고,
"과니"는 우리말 뒷가지이다.

"사리에 밝지 못하여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
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http://me2.do/GgGrAvoH



과일과 찬물 먹는법

http://m.blog.daum.net/crane43/15875220



性스런 유머,불투명하게 관계를 끊은 남녀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쳤다.

"요즘 어때?"

남자가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말을 이어간다.

"다이어트는 잘 되어가나?"

"예,그런대로...
지난주에는 아주 많이 줄어들었어요."

"대단하군!
어떻게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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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가
태어났거든요."

2014년 5월 27일 화요일

중앙_[사설] 정몽준·박원순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전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후보 간 네거티브 선거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네거티브 폭로전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 평가받으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넘어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비신사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선거전 자체가 늦게 시작된 데다 준비 안 된 후보들이 정책으로 승부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보고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히 국가적 수준이나 지역적 차원에서 시민의 안전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고양시켜 나가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여야 후보들이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정몽준·박원순 후보 측 간에 벌어지는 ‘아내 행방 논쟁’ ‘부친 국가관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의 빌미는 새누리당 정 후보 측이 제공했다. 정 후보 측이 “새정치연합의 박원순 후보 부인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항간엔 박 후보가 부인을 꽁꽁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 측이 박 후보 부인의 출국설까지 제기하자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인 가족이라고 아무 근거 없이 고통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추악한 선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게 뿌리뽑겠다”고 반박했다. 원칙적으로 선출직인 고위 공무원 부인의 동선이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공중의 감시 대상에서 배제될 순 없다. 그러나 문제제기엔 합당한 근거와 공익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 후보 측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전형적인 ‘카더라 통신’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선거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려면 그의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부분을 사실에 근거해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대응도 코미디에 가깝다. 당 부대변인은 “1992년 정몽준 후보의 부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부인 변중석씨는 어디에 계셨나”라고 역공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정 명예회장은 1998년 북한을 방문하면서 ‘존경하는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호칭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몽준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정 명예회장도 종북인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가 줄곧 박원순 후보의 국가관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반격이다. 그렇다 해도 후보의 작고한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공격의 소재로 삼은 것은 네거티브 선거전의 도를 넘어선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바람직하진 않으나 사실에 입각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공익적 검증의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유승우 의원은 부인이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부터 공천헌금 2억원을 받았다 되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박범계 의원이 폭로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본인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유무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선거 뒤에 나오지만 선거전 폭로로 선거 결과가 영향 받을 만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적 근거가 있느냐, 공익적 목적이 있느냐가 네거티브 캠페인의 한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중앙_[사설] 권한 위임 없는 책임 부총리는 옥상옥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15개월여 만에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밝힌 조직개편의 핵심은 각 분야를 책임질 부총리제의 도입이다. 총리는 공직사회 개혁과 사회 안전, 법질서 확립,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전담하는 동시에 국정의 총괄 운영을 맡기로 했다. 대신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가, 외교·국방·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비경제 분야인 교육·사회·문화·고용 등은 사회부총리가 각각 책임을 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정 분야별로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둬 정부 정책의 조정을 좀 더 강화하는 한편, 국정 운영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정의 세세한 것까지 지시·명령하면서 각 부처 장관은 이를 받아 적는 식의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국정운영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로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이다.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가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부총리가 각 부처의 장관들을 총괄할 수 있도록 자리에 걸맞은 권한을 위임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부총리를 중심으로 각 부처들이 충분히 조율하고 정책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율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이런 권한 위임과 자율성 부여 없이는 책임 부총리는커녕 의사결정 과정만 복잡하게 만들고 부총리 자리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

 특히 사회부총리는 교육·고용·복지라는 각기 전문적인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다.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능력,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획 능력이 필요하다. 교육부총리가 2001년 생겼다 7년여 만에 폐지된 것도 정책 조정 기능의 부재 탓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이 사회부총리에 걸맞은 능력 있는 인물을 찾아 과감한 권한 위임을 통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