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에선 흔들리고 있다. 쫓겨서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정부조직 개편이다. 이는 정부의 틀을 바꾸는 것이어서 국정과 공무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논란 많은 입법사안이어서 개편 때마다 국가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 정권 출범 때 한국 사회는 이를 생생히 경험했다. 정부 개편은 충분한 시간을 통해 정확한 의견 수렴과 분석을 거쳐야 한다. 선진국은 전문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의회의 오랜 협의를 거친다.
세월호 참사 한 달여 만인 지난 19일 박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했는데 조직개편이 주요 내용이었다. 대통령은 주요 방향만 천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문적인 연구에 맡겨야 했다. 그런데 바뀌거나 신설되는 개별 조직을 단정해버렸다. 혼란과 갈등은 이때 예견됐다.
우려대로 혼선이 터졌다. 행정혁신처 신설과 안전행정부 개편은 열흘도 안 돼 이름과 내용이 바뀌었다. 대통령은 담화 8일 만에 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교육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를 생각한 모양인데, 경제 부처는 사령탑을 중심으로 정책이 조정되어야 하므로 경우가 다르다. 교육·보건·환경·여성·문화는 각각이 전문적이어서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가 지휘하기엔 문제가 많다. 비(非)경제 분야는 총리가 맡는 것이어서 부총리가 생기면 옥상옥(屋上屋)의 우려도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때 교육부총리가 폐지된 것이다. 그랬던 걸 부활시키려면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는데 이 정권은 뚝딱 급조된 물건을 내놓았다.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관예우 의혹은 쉽게 검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강행했다면 민심을 모르는 것이다. 전후 사정을 보면 내용은 살피지 않고 그저 후보자의 이미지만 활용해 위기를 돌파하고 지방선거에 대비하려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잘만 하면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대통령은 여유를 갖고 생각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과거 자신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여기에는 평소에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면 돌파구도 열릴 것이다. 그 정도의 시간은 국민이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다. 대통령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