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파동은 청와대 인사검증 부실과 도덕 불감증이 합작해서 빚은 것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는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재산 형성이나 전관예우 문제는 충분히 사전에 검토가 가능했던 사안이다. 안 후보자가 총리 지명 직전에 거액의 기부를 한 것에 비춰봐도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몰랐을 리 없다. 실제 전관예우와 과다 수임료에 대해 “위법이 없었고 기부도 했으니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법 위반만 아니면 된다는, 국민 정서와는 유리된 자기들만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세금 잘 내고 깨끗한 분은 처음 본다”고 했다니 알 만하다. 끼리끼리 법조인 출신으로 짜인 검증팀이 실은 ‘청맹과니’였던 셈이다. “공직사회 개혁과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적임자”라며 내세운 안 후보자가 바로 민관유착의 핵심인 전관예우 문제로 낙마했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지고 있는 김 실장이야말로 문책 대상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김 실장 책임론이 터져나오는 이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되풀이되는 ‘인사 실패’는 김 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위원회의 부실과 무능 탓이 크다. 권력의 중추가 부산·경남(PK) 출신으로 도배되는 반탕평,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검찰 출신 중용이 계속되는 데는 같은 경남·검사 출신의 김 실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안대희 낙마’ 사태를 불러온 부실한 검증 시스템과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인선 기준을 갖고 있다면 앞으로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서 내보이겠다는 인적 쇄신은 구두선에 그치기 십상이다. 제2, 제3의 ‘안대희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개편 인사에 앞서 검증하는 사람부터 바꾸어야 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인사 라인부터 혁신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운영의 변화를 다짐했다. 그 변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를 총괄해온 김 실장을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대처 과정에서도 확인된 불통과 독선의 국정운영 중심에는 ‘기춘대원군’으로 일컬어지는 김 실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김 실장 체제로는 진정한 국정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박 대통령이 실로 국정 쇄신의 의지가 있다면 내각과 청와대의 전면적 개편이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김 실장의 퇴진이 그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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