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비박(非朴)계 정의화 의원이 친박(親朴)계 황우여 전 당대표를 101표 대 46표로 누르고 당선됐다. 정 의원이 현 정권 주류의 지원을 받은 황 의원을 더블스코어 이상 큰 표 차로 이긴 건 의외의 사건이다. 앞서 친박·비박계가 맞붙은 새누리당 시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친박계는 서울·대구·경남에서 완패했고, 부산과 충남에선 간신히 이겼다. 새누리당이 경선으로 뽑은 시도지사 후보 13명 가운데 친박계는 5명뿐이고 비박계가 8명이다. 주류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이 정권 초반기가 맞느냐는 생각까지 든다.
당내 경선은 후보 개인의 친화력·역량과 복잡한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변수로 작용한다. 그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은 대통령의 당내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집권 초반기다. 이 시기의 여당 경선에서 대통령과 한 몸인 주류가 이렇게 부진하다는 건 역대 여당들의 경우에 비춰봐도 보기 드물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금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과 그 결과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면 이런 일 자체가 벌어질 수 없다. 대통령의 '수첩 인사', 대통령 한 사람만 보이는 국정 스타일, 지지부진한 내치(內治) 성과에 대한 여당 내부 불만이 경선 결과로 표출됐다고 봐야 한다. 요즘 매일 지방선거 현장을 뛰고 있는 의원들로선 밑바닥 민심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친박계 일색인 당 지도부는 이런 대통령 스타일의 문제점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 없다. 오히려 정국의 고비마다 대통령만 바라보면서 청와대를 따라다니기만 했다. 정책에서도 정부를 쫓아다니며 뒷북만 쳤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엔 과잉 반응하기 일쑤였다. 대통령은 시종 독주하고 친박 당 지도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이런 상황은 심지어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얘기가 오가게 만들었다. 당내 경선에서 친박 후보들의 연패(連敗)는 이 같은 분위기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친박 주류는 지금을 단순한 한 정치 계파의 생존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권의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여당의 당심(黨心)이 잇따른 경선 이변(異變)을 통해 드러낸 메시지는 국민이 지금 대통령과 여당에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고칠 것은 고치고 버릴 것은 버리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과 지방선거로 정국이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때에 대통령과 친박 주류는 정부 개편이나 공직사회 혁신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권력 운용과 같은 정치적 관점에서도 자신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겸허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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