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청와대 민정라인은 전원 판·검사 출신, 즉 전관(前官) 출신 비서관들로 짜여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고검장을 지낸 뒤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과 김학준 민원비서관은 모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근무하던 중 비서관에 임명됐다. 역시 판사 출신인 김종필 법무비서관은 임명 직전까지 태평양에서 일했다. 로펌 경력이 없는 비서관은 검사 출신인 우병우 민정비서관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관-로펌’ 출신이 주축을 이룬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의 실무를 맡으면서 전관-로펌의 잣대로 검증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형 로펌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던 이들이 전관예우나 고액수임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안 후보자가 ‘5개월에 16억원 수입’ 문제로 사퇴하기 전까지 “대법관 경력을 감안할 때 그 정도면 과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왔다. 결국 이 같은 로펌 법조인들의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안 후보자 검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법률 소양이 필요한 민정수석실에서 법조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전관-로펌 출신 법조인이 이렇게 많지 않았으나 크고 작은 사정으로 교체되면서 생긴 현상일 수도 있다. 검사 파견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법조인에게 맞는 일이라고 해도 국민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통로만큼은 확보해야 했다.
청와대는 사회 저변의 흐름과 늘 호흡을 함께해야 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곳이다. 앞으로 단행될 청와대 개편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과 우려가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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