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9일 목요일

중앙_[사설] '전관-로펌' 집단사고로 무슨 검증인가

그제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면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이 대형 로펌 출신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 심각한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민정라인은 전원 판·검사 출신, 즉 전관(前官) 출신 비서관들로 짜여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고검장을 지낸 뒤 법무법인 광장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다.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과 김학준 민원비서관은 모두 판사 출신으로 김앤장에서 근무하던 중 비서관에 임명됐다. 역시 판사 출신인 김종필 법무비서관은 임명 직전까지 태평양에서 일했다. 로펌 경력이 없는 비서관은 검사 출신인 우병우 민정비서관뿐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관-로펌’ 출신이 주축을 이룬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의 실무를 맡으면서 전관-로펌의 잣대로 검증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형 로펌에서 거액의 연봉을 받던 이들이 전관예우나 고액수임료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안 후보자가 ‘5개월에 16억원 수입’ 문제로 사퇴하기 전까지 “대법관 경력을 감안할 때 그 정도면 과하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왔다. 결국 이 같은 로펌 법조인들의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안 후보자 검증에 영향을 미쳤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법률 소양이 필요한 민정수석실에서 법조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민정수석실 비서관 중 전관-로펌 출신 법조인이 이렇게 많지 않았으나 크고 작은 사정으로 교체되면서 생긴 현상일 수도 있다. 검사 파견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법조인에게 맞는 일이라고 해도 국민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통로만큼은 확보해야 했다.

청와대는 사회 저변의 흐름과 늘 호흡을 함께해야 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곳이다. 앞으로 단행될 청와대 개편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과 우려가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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