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 어렵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이번엔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적으로 실종자 수색활동을 벌이는 민간 잠수사들을 분노케 했다. 민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일당 100만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변인이 말한 일당 등은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도 아닌 것을 거론하며 지금도 목숨을 걸고 실종자 수색을 벌이고 있는 민간 잠수사들의 헌신과 봉사를 오로지 금전의 잣대로 비하한 꼴이다. 민 대변인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가 인센티브를 통해서라도 잠수사들을 격려해주기를 희망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한 모양이다. 세월호 희생자와 잠수사들을 모욕한 ‘시신 수습 일당’ 발언에 대해선 아예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라니 기막힐 따름이다.
대체 청와대 대변인이 세월호 참사에서만 몇번째 망발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간접사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유족들을 향해서는 “유감스럽다”고 대거리했다. “순수 유가족” 운운하여 세월호 유족들마저 ‘순수’와 ‘불순’으로 구분 지었다.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에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해 논란을 일으키고,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라며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두둔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세월호 유족과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이 청와대 대변인의 업무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되풀이되는 민 대변인의 문제 발언을 그의 ‘경망스러운 입’ 때문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보통사람도 한두번 실언을 했으면 더욱 조심하고 자중하기 마련이다. 민 대변인의 계속되는 망발은 애써 조심해도 숨길 수 없는 저변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일 터이다. 민심과 여론에 귀 기울이기보다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 골몰하다 보니 빚어지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종적 책임을 말하고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그 진정성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청와대 참모들의 이러한 행태 때문이다. 청와대 대변인의 본분은 ‘대통령의 뜻’을 대변하는 일이다. 민 대변인의 망발이 대통령의 뜻을 대변한 게 아니라면, 당장 그를 해임해서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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