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대검찰청 차장 퇴임 후 로펌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은 것이 화근이 돼 사퇴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리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악습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정홍원 총리는 로펌에서 월 3000만원 받은 게 논란이 됐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17개월 동안 16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정 총리 후임으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벌어 이 분야 ‘최고봉’에 올랐다. 결과는 낙마였다.
전관예우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근본 원인은 법조계 내부의 도덕 불감증에 있다. 상당수 법조인들이 ‘탈세 같은 범법만 없다면 돈 많이 받는다고 문제되느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전관예우지 ‘잠재적 비리’다. 전직 대법관이 맡은 사건은 선임계에 도장 받는 비용, 이른바 ‘도장 값’만 3000만원 선이라고 한다. 아예 선임계를 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변론하는 ‘전화 변론’도 많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예우라 할 수 있나. 실제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선 전관예우 대신 ‘전관비리’로 부르자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는 전관예우가 끊어야 할 악습의 고리임을 인식할 때다.
물론 법조계의 인식이 달라지고 자정기능이 강화되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 제도적 변화로 그들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린 변호사법부터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변호사법 31조는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 대해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곳에서 1년간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다른 법과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크다. 전직 관료에게 적용되는 공직자윤리법 17조는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민간기업에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법피아(법조+마피아)의 폐해가 관피아(관료+마피아)만 못해서가 아니다.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법을 엉터리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변호사법을 개정해 수임제한 기간을 늘리고 처벌 조항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
2000년 폐지된 변호사 보수기준을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변호사회가 자체 기준에 따라 수임료 상한을 정하고 이를 초과해 받으면 징계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담합으로 판단해 없애도록 한 뒤,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보수기준을 부활시켜 전관이라 해도 상식을 넘어서는 고소득은 올릴 수 없게 해야 한다. 전관예우 근절 없이 사법시스템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통용되는 나라는 법치국가라 부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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