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중앙_[사설] 정몽준·박원순 후보의 네거티브 선거전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후보 간 네거티브 선거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네거티브 폭로전은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 평가받으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넘어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비신사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선거전 자체가 늦게 시작된 데다 준비 안 된 후보들이 정책으로 승부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보고 ‘아니면 말고 식’ 폭로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특히 국가적 수준이나 지역적 차원에서 시민의 안전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고양시켜 나가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여야 후보들이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정몽준·박원순 후보 측 간에 벌어지는 ‘아내 행방 논쟁’ ‘부친 국가관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의 빌미는 새누리당 정 후보 측이 제공했다. 정 후보 측이 “새정치연합의 박원순 후보 부인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항간엔 박 후보가 부인을 꽁꽁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 측이 박 후보 부인의 출국설까지 제기하자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치인 가족이라고 아무 근거 없이 고통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추악한 선거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게 뿌리뽑겠다”고 반박했다. 원칙적으로 선출직인 고위 공무원 부인의 동선이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공중의 감시 대상에서 배제될 순 없다. 그러나 문제제기엔 합당한 근거와 공익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 후보 측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전형적인 ‘카더라 통신’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선거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려면 그의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부분을 사실에 근거해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대응도 코미디에 가깝다. 당 부대변인은 “1992년 정몽준 후보의 부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부인 변중석씨는 어디에 계셨나”라고 역공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정 명예회장은 1998년 북한을 방문하면서 ‘존경하는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호칭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몽준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정 명예회장도 종북인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가 줄곧 박원순 후보의 국가관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반격이다. 그렇다 해도 후보의 작고한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공격의 소재로 삼은 것은 네거티브 선거전의 도를 넘어선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바람직하진 않으나 사실에 입각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공익적 검증의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누리당 경기도당위원장인 유승우 의원은 부인이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부터 공천헌금 2억원을 받았다 되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박범계 의원이 폭로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본인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유무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선거 뒤에 나오지만 선거전 폭로로 선거 결과가 영향 받을 만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적 근거가 있느냐, 공익적 목적이 있느냐가 네거티브 캠페인의 한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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