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6일 월요일

경향_[사설]세월호 이후에도 안전사고 또 안전사고…

어제 아침 경기도 고양시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에서 불이 나 최소 7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긴급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20분 만에 진화됐지만 좁은 공간에 유독가스가 빠르게 번지면서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토록 안전을 강조하는데도 지하철 추돌에 이어 버스터미널 화재사고까지 잇달아 발생하는 것을 보면 대체 안전한 곳은 어디인가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고양터미널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 났다고 한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입점을 앞둔 점포에서 인테리어를 위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면서 발화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외부충격이나 극히 우연에 의해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전형적 인재(人災)라는 얘기다.

용접불꽃에 의한 화재는 사실 공사현장에서 빈발하는 사고 유형 중 하나다. 지난 4월 울산 현대중공업 LPG운반선에서 발생한 화재나 지난 2월 서울 제2롯데월드에서 일어난 화재 모두 용접불꽃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접작업의 특성상 불꽃이 다른 곳으로 튀면서 불이 붙을 위험이 늘 있지만, 안전보다 속도를 중시하면서 종종 수칙을 외면하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용접을 할 때에는 주변의 인화성·가연성 물질을 치우고 소화기를 구비해야 하며, 바닥에 방지덮개나 용접방화포를 깔도록 돼 있다. 고양터미널 작업장에서 이 같은 안전수칙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하나하나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살수기)는 작동했으나 현장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대피 안내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하는 것을 보아 사고 후 대응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경찰 수사에서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작업장 안전의식이 높아졌다면 마땅히 매뉴얼대로 해야 했을 것이고, 매뉴얼대로 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이번 같은 용접불꽃 화재사고다.

터미널이나 백화점, 시장 같은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고양터미널만 해도 지하 5층, 지상 7층에 영화관과 쇼핑몰 등이 입주해있다. 만약 이날 불이 아침이 아니라 낮이나 저녁에 났다면 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을 게 틀림없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점검과 관리감독을 한시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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