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경향_[사설]북한, 일관성 있는 신호를 보내라

북한이 요즘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에서 경비 임무 중이던 남측 함정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두 발의 포탄을 발사하고는 다음날 남측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냈다. 하나는 포격 도발이 남측이 꾸며낸 기만극이라며 오히려 남측을 비난한 북한군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의 ‘보도’이고, 다른 하나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북한 올림픽위원회의 발표이다.

군사적 도발을 해놓고 그걸 남측에 뒤집어씌우면서 한편에서는 아시안게임에 참석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도 자연스럽지 않다.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평화와 단합, 친선을 이념으로 하는 아시아 올림픽 성원국”의 자격을 거론했지만, 평화와 단합은 군사적 도발과 잘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다. 인천에 올 의사가 분명히 있다면 인천 앞바다에서 포를 쏘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정상이고, 문명사회에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은 그런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그제 다시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을 통해 포격 도발을 부인하면서 “원래 제 집안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무턱대고 우리를 걸고 드는 것이 남조선 괴뢰들의 체질화된 악습”이라고 역선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이중성의 의도가 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일관성·안정성을 잃고 극과 극을 오가는 불안정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수시로 인사 교체를 하고 군 간부의 계급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전례 없는 비정상적 행태를 보였다. 경제정책도 일부는 변화하면서도 과거 답습과 퇴행을 하는 등 진폭이 크다. 그 때문에 대내외 정책에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런저런 실험과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렇게 김정은 정권이 통일성 있는 하나의 온전한 체제인지 의심을 받는 상태라면 북한에도 이로울 게 없다. 북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외부에 정확히 알리지 못하는 의사소통 장애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북한이 대화하자고 할 때 진정 대화하려는 의사를 표출한 것인지, 도발을 예고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하고, 그 결과 신뢰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면 정상적인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은 적어도 대외 문제에서만은 합리적이고 일관된 신호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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