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7일 화요일

경향_[사설]장롱 현금에 ‘기획 기부’ 의혹까지 받는 총리 후보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법관 퇴직 후 하루 1000만원의 수입을 올려 전관예우 논란을 촉발시킨 데 이어 장롱 현금과 ‘기획 기부’ 의혹까지 꼬리를 물고 있다. 도덕성과 강직함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아온 그의 평소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캐면 캘수록 드러나는 각종 의혹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안 후보자 재산내역 중 눈에 띄는 것은 현금성 자산이다. 본인 명의의 재산 15억4000만원 중 현금·예금 비중이 절반이다. 현금과 수표만 5억1000여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수억원의 현금을 집 안에 쌓아둔 것은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안 후보자 측은 “사무실을 그만둔 뒤 의뢰인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려줄 돈이라면 굳이 현금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혹 자금 추적이나 세금을 회피할 목적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안 후보자가 낸 기부금의 순수성도 의심받고 있다. 그는 개업 후 5개월간 번 16억원 중 4억7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중 유니세프에 기부한 3억원은 총리 지명 3일 전에 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밝힌 뒤의 일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뒤 줄곧 총리와 감사원장 후보 물망에 올랐다. 안 후보자 측은 “실제 집행은 정 총리 사의 표명 이후지만 그 이전부터 진행됐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다. 기부행위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행여 총리 지명을 노린 ‘기획 기부’라면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안 후보자는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전관예우 논란을 의식한 듯 “형사 사건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자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는 미국 국적을 가진 대부업체 대표의 형사 사건을 맡아 상고심에서 사실상 승소 판결을 받았다. 4대강 공사에서 입찰담합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임원의 개인 비리 사건도 맡았다. 전관예우를 의식해 1년간 개업을 미룬 그가 당초 약속과 달리 형사 사건을 맡은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안 후보자는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공직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게 주된 책무 중 하나다. 하지만 그간 제기된 의혹만 갖고도 그의 도덕성은 큰 상처를 입었다. 전관예우 논란이 제기된 11억원을 전액 사회에 환원한다고 문제의 본질이 달라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가 과연 공직자들에게 개혁을 주문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안 후보자의 보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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