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알맹이인 낙하산 근절 대책이 빠져 과연 박근혜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져 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공공기업 사장단과 만나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그때부터 정치권에서는 ‘낙하산 파티’가 더 극성을 부렸다. 공기업 사장·감사에 이어 최근엔 사외이사까지 정치권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앉고 있는 판국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조전혁·이강희 전 국회의원과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 이들은 전력이나 에너지 분야에는 아무런 경험이 없다. 이래서야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 제도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기업 부채와 방만 경영의 이면에는 노조에 휘둘린 사장과 이를 눈뜨고 지켜본 감사·사외이사들 탓이 크다. 이들이 질끈 눈감지 않았으면 노조원 일자리 세습 등 수많은 엉터리 합의사항들이 어떻게 이사회를 통과했겠는가. 그런 점에서 늦었지만 정부가 낙하산 문제에 손을 대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낙하산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도와 장치를 서둘러야 한다.
뉴질랜드·영국·프랑스의 예를 참조할 필요도 있다. 세 나라는 공공기관장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뽑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은 물론 프랑스의 경우 의회에 별도의 검증위원회도 설치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 정치적 임명을 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장의 정치 중립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결과다. 낙하산 근절, 이번에야말로 시늉에 그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