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0일 목요일

경향 [사설]집값만 자극할 경기활성화 부동산정책

정책 당국자들에게 ‘규제 완화’는 바이블이 된 것 같다. 경기활성화에 사활을 건 대통령의 채근에 당국자들은 앞뒤 재지 않고 풀어헤친다. 국토부가 엊그제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치솟는 전·월셋값에 신음하는 서민들을 어루만져주기는커녕 효과도 불분명한 경기활성화 대책만 가득하다.

이번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과이익환수제 및 소형평형의무비율 폐지 방침이다. 여기에 1%대 저금리 대출상품 대상을 기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서 5년 이상 무주택자로 확대했다. 동시에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한을 1년에서 6개월로 앞당겼다. 요컨대 ‘난제를 해결해줄 테니 재건축을 해라. 싼 이자에 선착순으로 돈을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어도 무방하다’란 취지로 해석된다. 경기만 살릴 수 있다면 투기소득을 챙기든, 빚쟁이가 되든 관계없다는 뜻이다. 이번 대책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개발업자들이다. 서울 수혜 물량의 79%가 몰려있는 강남권 역시 특혜를 입는 곳이다. 이들은 초과이익환수제와 소형평형의무비율을 대못이라고 주장해왔다. 내친김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거래활성화의 마중물이 돼 시장을 자극해서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길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 소형평형의무비율 등은 단순히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측면만이 아닌 서민층의 주거불안 해소라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결국 자산가의 이득보호를 위해 공공성이 약화되는 결과가 됐다. 정책발표 초기 반짝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경기부양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가 많다. 이는 지난 1년간의 부동산 대책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등 가진 자 위주의 규제 완화와 빚 권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거래활성화는커녕 전세가격만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동산시장이 임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매활성화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인위적 부양으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믿는 인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임을 의미한다. 현재 부동산 상황은 과거와 달리 대전환기다. 단순히 시장상황만 갖고 판단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매매활성화 대책은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는커녕 집값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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