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8일 화요일

경향 [사설]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경주 리조트 참사

또 건물이 무너지고 꽃다운 청춘이 희생됐다. 그제 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갑자기 무너져내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중이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거꾸로 흉기가 되는 것은 후진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생활의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졸지에 변을 당한 학생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게다가 이런 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붕괴사고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50~70㎝의 폭설이 내려 체육관 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아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폭설이 원인이라면 더더욱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폭설은 갑자기 예고 없이 내린 것이 아니다. 이미 강원 영동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어 충분히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체육관의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든가 아니면 체육관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시 체육관에는 적정 수준을 초과한 인원을 입장시켜 피해를 키웠고, 안전요원조차 제대로 배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의 정황은 사고 당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너진 체육관은 철골구조에다 샌드위치 패널로 외벽과 지붕을 덮은 형태로 2009년 지어져 지금까지 한 차례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규모가 작아 진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허점과 무신경도 대형 참사에 일조한 셈이다. 체육관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계산을 잘못했거나 부실하게 시공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너진 체육관과 비슷한 자재나 형태·구조로 지어진 경주지역의 다른 건물은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총학생회 단독으로 주최하게 한 부산외대의 학사관리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결국 이번 참사 역시 가장 기초적인 안전조치조차 무시한 우리 사회의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낳은 것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부터 확실히 가려야 할 것이다. 리조트의 안전관리와 시설물 구조의 문제는 물론 건축허가부터 설계·시공·준공과 그 이후의 관리실태 등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의식은 구호로 고취되는 게 아니라 제도와 문화 속에서 뿌리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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