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7일 월요일

경향 [사설]여행지 테러에 대한 경각심 높여야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 타바에서 지난 16일 이슬람 과격 단체의 관광버스 폭탄테러로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운전기사가 사망했다.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신도인 한국 관광객은 구약성서에서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는 이 지역을 성지순례하고 이스라엘로 입국하던 중이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한 테러조직은 이 범행이 자기들의 소행임을 천명하며 이집트 경제와 관광산업, 군부 지도자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던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공식 트위터에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 3명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테러는 현 이집트 군부 체제를 공격하려는 목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오니스트’ 운운한 것으로 미루어 종교적 이유가 포함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 체제를 흔들기 위한 것이든, 한국인 기독교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든 그 어느 것도 테러를 정당화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명분도 없는, 시대착오적인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일은 전 인류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마땅한 범죄행위일 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언론성명을 통해 한목소리로 이번 테러를 규탄했다. 이번 사건은 테러가 발생한 국가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테러리즘 근절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고 있다. 

이제 한국인들은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위험지역도 적지 않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선교 목적이나 성지순례를 위해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다수인 지역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해외에서 한국인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졌다는 뜻이다. 이미 그런 지역에서의 한국인 살해 행위나 납치 등 끔찍한 일 때문에 한국인들이 큰 충격을 받은 바도 있다. 그렇다면 위험을 피하기 위한 노력도 배가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제한 조치를 내린 상태에서 발생했다. 이는 여행자들이 사전 경고를 잘 인식했으면 피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여행자의 안전 의식이 절실하다. 여행사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당국도 여행자들에게 위험 정도를 적극 알려야 한다. 여행자, 여행사, 당국 모두 더 이상 불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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