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4일 목요일

중앙_[사설] 사고보다 더 실망스러운 군의 대응

군이 연이은 사고와 함께 잦은 말 바꾸기와 미숙한 대응으로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윤 일병 구타 사망과 신현돈 전 육군 1군사령관의 만취 추태 등에서 군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처음에는 은폐와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질타와 지적을 받고 난 뒤에야 슬쩍 말을 바꾸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말 바꾸기의 빈도 또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방부는 신 전 사령관 사건을 군 수뇌부가 파악한 시점을 놓고 하루 만에 말을 뒤집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2일에는 “사건 발생 뒤 공식 보고받은 것은 없고 최근에야 인사계통을 통해 사건을 알게 됐다”고 했지만 3일에는 “사건을 알게 된 수도방위사령부가 바로 (6월 19일) 육군본부에 보고했으며 당시 권오성 육군총장이 신 전 사령관에게 지휘소(공관)로 즉각 복귀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물러섰다.

 윤 일병 사망사건도 관할권이 이전되면서 사망 원인이 뒤바뀌었다. 초기수사가 부실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처음 사건을 맡았던 28사단 군 검찰단은 윤 일병이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 즉 음식물로 기도가 폐쇄되면서 호흡곤란으로 숨졌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해자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사건을 새롭게 맡은 3군사령부 군 검찰단은 2일 윤 일병의 사인을 폭행으로 인한 쇼크 때문이라고 수정하면서 가해자 4명에 대해 살인 및 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군의 말 바꾸기와 허술한 일 처리가 의혹만 키운 셈이 됐다.

 2일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발생한 대원 2명의 사망사고도 인재(人災)나 다름없다. 특전사는 미군 등이 실시하는 새로운 포로체험 훈련을 도입했다가 비극적인 사고를 냈다. 처음 실시하는 극한 훈련인 만큼 안전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점검이 필수적인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사고와 실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다. 무엇보다 사고가 발생하면 덮기에만 급급해선 안 된다. 즉각 진상을 알리는 시스템부터 확립해야 한다. 과거 군은 보안에 치우쳤지만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축소·은폐까지 이해해 주길 기대해선 안 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변했고 인권의식이 높아졌다. 

군은 투명한 진상 공개를 통해 변화된 안보·사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한 단계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대한민국 군대답게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과거의 적폐(積弊)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부디 흐트러진 군 기강을 다잡고 강한 전투력을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도록 해 달라.

중앙_[사설] 극우 일본회의가 접수한 아베 2기 내각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의 2기 내각이 3일 출범했다. 아베 총리는 각료의 3분의 2를 교체하는 대폭 개각을 통해 자민당 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예상대로 내년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다음 총선이 있는 2018년 3월까지 집권하게 된다. 헌법 해석 변경이나 개헌을 통해 전후체제 탈각(脫殼)을 추진 중인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 전망도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2기 내각의 진용이다. 아베 총리를 포함해 19명의 각료 중 15명이 ‘극우 대본영(大本營)’으로 불리는 일본회의 소속이기 때문이다.

 일본회의는 자위대를 군대화해 동아시아 패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표 아래 뭉친 우익 세력의 사령탑이다. 개헌과 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보수인사들이 결집한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신도(神道)계 종교단체 모임인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1997년 통합해 탄생했다. 일본회의와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원내에 만든 조직이 ‘일본회의 간담회’로, 아베 2기 내각 구성원의 80%가 간담회 소속이다.

 아베 총리 자신이 특별최고고문을 맡고 있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를 비롯해 이번에 유임된 6명의 각료 중 5명이 간담회 멤버다. 새로 입각한 12명 중 9명도 같은 모임 소속이다. 간담회 부회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신임 총무상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백지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정책심의회장인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ぇり子) 신임 납치담당상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 회장으로 미국 내 위안부상 건립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미국까지 건너가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 8·15 경축사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2015년을 한·일 관계 새 출발의 원년으로 삼자고 했지만 아베 2기 내각의 면면을 볼 때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8년 2월 퇴임하는 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아베 총리를 상대해야 할 공산이 크다. 양국 관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돌발 악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알 수 없다. 극우 일색인 아베 내각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둔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중앙_[사설] KB금융 경영진 동반중징계, 환골탈태 계기 삼아야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결국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처분을 받게 됐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제재심의위원회가 내린 경징계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현재의 임기를 마칠 수는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처분은 사실상 당장 사퇴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다른 금융권의 임원이 될 수 없는 징계를 받은 경영진이 현재의 직무를 계속하는 것은 무리다. 이건호 행장은 이날 곧바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임영록 회장도 동반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번 중징계 결정이 표면적으로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벌인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더 크게 물은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KB금융은 이번 중징계 결정 이전에도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미 경영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두 경영진이 동반 퇴진할 경우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지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경영진으로 남아 있는 것이 조직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이상 경영진 교체를 미룰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KB금융을 누가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이냐다. 금감원은 지주사와 은행의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분란의 당사자가 돼버린 이사회가 KB금융을 바로 세우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차제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인 없는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사회의 구성은 물론 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 선임 방식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대원칙 하나는 이번 내분의 원인이 된 낙하산 인사는 이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 아래 주주와 고객, 종업원의 이해를 감안해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최선의 지배구조를 찾아야 한다. KB금융이 이대로 무너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향_[사설]중징계받은 KB 갈등 장본인이 경영안정이라니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임영록 KB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내렸다. 이 행장은 즉각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임 회장은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문책 경고가 곧바로 사퇴를 뜻하지는 않지만 통상 사임으로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임 회장의 버티기는 예상 밖이다. 물론 KB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당초 최 원장의 중징계 통보에서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결정, 그리고 다시 중징계로 번복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영진 간의 추한 권력다툼에 국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중징계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본다.

KB사태는 한국 금융권력의 후진적 행태를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다. 사태의 본질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의 외압 등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 추궁이지만 어느 틈엔가 문책을 피하기 위한 볼썽사나운 로비싸움으로 변질됐다. 경영진들은 소명을 앞세워 정부 요로와 정치권을 헤집고 다녔고 이 과정에서 KB는 임 회장과 이 행장 편으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화합을 위해 찾은 사찰에서까지 갈등하면서 결국 행장이 짐을 싸 돌아가는 저급한 모습까지 연출됐다. 두 사람에 대한 중징계 사유는 주전산기 기종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이사회의 안건 왜곡 등 내부통제의 문제점이다. 최 원장은 “임 회장은 전산기 교체를 위해 자회사 임원인사에 부당 개입했고, 이 행장은 전산기 교체에 따른 위험을 보고받고도 감독을 태만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이 행장에게는 중징계를 확정하고, 임 회장에게는 금융위에 중징계 조치를 건의했다. 

최 원장의 중징계에 임 회장은 외압부문의 진실규명에 애쓰겠다며 조직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금감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그는 ‘모피아’ 낙하산의 상징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KB지주 사장이 된 뒤 새 정부 들어 회장까지 꿰찼다. 현 경제실세와도 막역하다. 아마도 금감원장쯤은 자신의 상대가 안된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각기 다른 권력의 끈을 잡고 내려온 낙하산들이 권력 확대를 위해 벌이는 꼴사나운 모습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갈등의 당사자였던 임 회장이 KB에 남아 경영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금융권력 간의 죽고 살기 식 파워게임만 확인하는 꼴이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최·임 전쟁’의 결말 예상으로 가득하다. 언제까지 낙하산 수장이 정당성을 확보한 채 금융회사를 활보해야 하는 건지 한숨만 나온다.

경향_[사설]‘전교조 죽이기’ 이제는 중단해야

검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시국선언과 조퇴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이모 교사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은 “피의자들의 주거 및 직업관계 등에 비춰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합리적 판단으로 본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교사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리자 바로 다음날 김 위원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 재범 가능성,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을 구속 필요 사유로 제시했다. 사안의 중대성은 차치하고라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근거로 든 것은 어이가 없다. 전교조는 수차례 압수수색을 당해 인멸할 증거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핵심 집행부도 아닌 이 교사는 현직 중학교 교사로, 단 하루만 무단결근해도 문제될 처지다. 검찰은 이 교사에 대한 영장 청구서에서 ‘외국에 서버를 둔 특정 메일을 사용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다. ‘특정 메일’은 전 세계인이 쓰는 구글의 지메일이다. 이렇게 궁색한 근거까지 들이대며 영장을 청구한 것은 ‘괘씸죄’ 적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교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 퇴진에 나서는 교사 선언’이란 글을 실명으로 올린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계속해왔다. 국제적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법외노조화를 강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전교조 전임자들을 직권면직하겠다고 나섰다. 검찰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보려다 망신살을 자초한 셈이다. 그나마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불의의 참사로 학생을 잃은 교사가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속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전해지며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을 터이다.

교사의 노조활동 자유 보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조건이었다. 한국은 1999년 전교조 합법화와 2004년 공무원노조법 제정 이후에야 특별노동감시국에서 벗어났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박근혜 정부가 역주행을 거듭하는 것은 정권에 비판적인 전교조를 ‘불순세력’으로 몰아 지지층 결집을 강화하려는 통치전략의 일환일 법하다. 하지만 무리한 ‘전교조 죽이기’는 역풍을 부르고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정부는 전교조 배제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

경향_[사설]방통심의위의 KBS ‘문창극 보도’ 징계가 남긴 것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어제 KBS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향후 제작 과정에 유의하라”는 뜻의 경징계다. 문 전 후보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을 보도한 게 공정·객관성을 위반했느냐가 쟁점이다. 당초 중징계를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발 탓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하지만 공직 후보의 언론 검증에 사후검열 잣대를 들이댄 것 자체가 난센스다. 비록 징계가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방통심의위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이번 징계는 상식으로 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공직자의 탈·불법 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자 책무다. 문 전 후보에 대한 검증 역시 언론의 사명에 속한다. 강연 내용을 편집 보도한 게 공정성 위반이라는 잣대는 어불성설이다. 1시간을 인터뷰했다고 전체 내용을 다 내보내는 방송을 본 적이 있는가. 편집은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징계 운운하며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월권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보도내용을 징계하면 군사정권 시절의 보도지침이나 다를 게 뭔가.

KBS의 문 전 후보자 관련 보도는 검증이 끝난 사안이다. 이를 보도한 기자는 기자협회·방송학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과 방송기자클럽의 보도상을 받았다. 언론의 소임을 다했다는 뜻에서 주는 의미 있는 상이다.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징계라니 가당치도 않다. 그간 편향보도로 논란이 된 KBS는 이 보도로 공영방송의 기능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다. 더구나 문 전 후보자는 이 ‘문제의 발언’ 때문에 결국 중도 하차했다. 그의 사표를 수리한 청와대는 또 뭔가. 설사 중징계가 났다 해도 전례를 감안할 때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리도 없다.

요즘 언론계 돌아가는 사정을 봐도 이번 징계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된 방송계 인사들은 친여 보수 일색이다. 이번 징계도 뉴라이트 계열의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 임명 당시 우려했던 게 현실화됐을 뿐이다. 여기에 우편향 사학자인 이인호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이사장에 사실상 내정됐다. 정권의 코드 인사로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뜻이라면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얘기다. 정작 공정성 잣대를 들이대야 할 곳은 KBS가 아니라 방통심의위다. 공정성을 상실한 방통심의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

조선_[사설] 韓美 연합사단 창설에 걸맞게 주둔지도 새로 검토해야

한·미가 2015년 중 주한미군 2사단과 한국군 여단(旅團)급 기계화 부대를 합동 편성하는 방식의 연합사단을 만들기로 했다. 이 연합사단의 사령관은 미군이, 부사령관은 한국군이 맡게 되며 평상시에는 미군 2사단과 한국군 여단으로 별도 운영되다가 전시(戰時)에 합동 사단으로 편성된다. 수십 명의 한국군 참모 요원들이 평시(平時)에도 미군 2사단에서 근무하면서 유사시를 대비하게 된다.

한·미는 2015년 말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이양되는 상황에 대비해 연합사단 창설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한·미는 이미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5년보다 뒤로 늦추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한·미 연합사단 창설을 계속 추진키로 한 것은 이를 통해 한반도 방위의 1차 저지선을 강화할 수 있다는 데 한·미 군 당국의 평가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연합사단의 주요 임무는 휴전선을 따라 배치돼 있는 북의 장사정포(長射程砲) 공격을 우선 저지하는 역할과 북의 핵·화학무기·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에 신속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 연합사단 창설과 무관하게 미군 2사단은 기존 한·미 합의에 따라 2016년 말까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전력을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하게 돼 있는 기존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한·미 간 군 기지 이전 합의 때문에 한·미 방위 태세에 차질을 빚거나 북의 오판을 부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한·미는 그간 미군 일부 전력(戰力)을 경기 북부에 그대로 주둔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염려해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 용산기지 안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서울에 계속 두는 방안 역시 서울시의 용산공원 조성 계획 때문에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한·미 군 당국 사이에는 연합사령관 집무실을 비롯한 핵심 기능을 서울에 계속 두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해당 지자체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한·미 연합 전력을 강화할 합리적 대안들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새로 만들어질 한·미 연합사단의 일부가 한강 이북에 주둔하는 문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은 올 들어 수시로 미사일 및 방사포(放射砲) 발사 실험을 하면서 한반도 전역에 대한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북한을 최전선에서 상대하게 될 한·미 연합사단의 주둔 지역 결정은 대북 군사적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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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조 교육감 自私高 취소 강행은 '紛亂(분란)의 길' 자청한 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8개 자사고(自私高)에 대해 재(再)지정 취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해당 학교들의 반발로 이 문제는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될 공산이 크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2010년 7월 취임 직후 전임 교육감이 자사고로 지정했던 두 고교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가 학교 재단과 교육부가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조 교육감은 좌파(左派) 진영 교수로서 사회를 향해 적극 발언해 오다가 교육감에 당선됐다. 수도 서울의 교육을 바꿔보겠다는 그 나름의 포부도 강할 것이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를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분란(紛亂)의 수렁 속으로 뛰어드는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 문제로 인한 소용돌이는 그가 품었을 다른 교육 혁신의 실현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우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과정 자체가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게 돼 있다. 전임 교육감 시절의 '합격' 평가를 뒤집고 재(再)평가와 재재(再再)평가를 거쳐 내린 '불합격' 판정을 누가 정당하다고 인정하겠는가.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은 외국어고교를 졸업했다. 서울엔 외고(外高)가 6곳, 자사고가 25곳 있다. 일반적으로 자사고보다는 외고가 더 입학하기 어렵고 수능 성적, 대학 진학 실적이 낫다. 자기 자녀들을 외고에 보냈던 학부모로서 조 교육감은 외고에 대해선 이렇다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도 자사고를 지목해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쯤으로 몰아가는 것을 학부모들이 뭐라 보겠는가.

좌파 교육감들이 지원해온 혁신고와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자사고는 학교·교사들에게 학교 운영과 교과과정 편성에 상당한 재량권을 준다는 점에서 '자율 교육'이라는 공통 지향점을 갖는다. 혁신고는 교육청에서 일반고보다 연 1억원 남짓 더 지원을 받는 반면, 자사고는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인 대신 교육 당국으로부터 연 20억~25억의 운영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 두 형태 학교가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교육 당국은 자사고 덕분에 넉넉해진 재정을 갖고 혁신고를 더 지원해줄 수도 있다.

교육 현장은 '수월(秀越) 교육'과 '평등(平等) 교육'이라는 두 가치가 부딪치는 분야다. 둘 다 무시할 수 없는 가치여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 집단·계층 간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 교육감은 스스로 진흙탕과 같은 그런 '진영(陣營) 싸움'의 길로 들어섰다. 그가 오늘의 대한민국 교육을 뜯어고치겠다며 품었던 꿈 역시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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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금융감독원의 오락가락 징계가 KB 혼란만 키웠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경영진 내분(內紛) 사태를 일으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장은 징계가 확정되자 사임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최종 징계 결정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금감원은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 번이나 번복했다. 6월 초 징계를 사전 통보할 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2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낮췄다. 이번엔 최 원장이 다시 중징계로 뒤집었다. 중징계와 경징계는 무게감이 전혀 딴판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인은 현직을 그만두고 나면 연임(連任)을 할 수 없고 다른 금융회사 재취업도 3~5년간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반면 경징계는 지금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징계 당사자의 신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징계 수위를 명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두 차례나 바꿨다.

이번 사건은 2000억원대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것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인 경영진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석 달씩 우물쭈물하면서 징계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했다. 싸움을 말리지도 못하고 혼란만 키운 셈이다.

경영진이 석 달 동안 경영은 팽개치고 자신의 구명(救命)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국민은행은 만신창이가 됐다. 1등을 달리던 실적은 올해 상반기 꼴찌권으로 추락했고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금감원에 대한 신뢰(信賴)도 급속도로 추락했다. 우리나라 최대 금융그룹의 경쟁력과 감독 당국의 위상(位相)을 훼손시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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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슬픈 추석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에도 휘영청 달은 떠오른다. 이제 아들딸들을 위해 정성스레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금방이라도 웃음 내미는 한가위 달처럼, 저 골목길을 달려와 가슴에 안길 것만 같은 아들딸들은, 이제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온 가족이 모여 도란도란 송편 빚던 그날들, 사랑이 탐스럽게 익어가던 즐거운 명절의 기억도 이제 영원히 가슴에 묻어야 한다. 손 내밀어 닿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품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자식 잃은 부모들의 가슴속에 달이 진다.
2014년 대한민국의 추석은 명절이 아니다. 추석은 풍요한 수확을 기뻐하는 날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 속에 흘린 땀과 노력과 성취를 자축하는 자리다. 지난여름 이후 우리의 시간은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뒤엉켜 있던 시간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짐했다. 죽음을 삶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겠노라고. 그래서 나라를 세월호 참사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만들겠노라고 말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갔다.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텅 빈 황량한 들판이다. 소슬한 가을바람이 더욱 가슴 시리게 하는 오늘이다.
보름달처럼 넉넉한 추석 특유의 덕담도, 힘든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손 내밈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차마 인간으로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시 돋친 말들이 난무할 뿐이다. 이 말들은 비수가 되어 자식 잃은 불쌍한 이들의 상처를 후벼파고 가슴의 살점을 도려낸다. 이런 비정함의 맨 선두에는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있다. 대통령은 추석에 즈음해 인사치레로라도 한번쯤 유족들을 향해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법도 한데 일절 입을 다물었다. 그 차가움과 매정함에 서릿발이 돋는다. 집권여당 대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세월호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추석을 앞두고 유족들에게 줄 수 있는 그나마 유일한 선물이었다. 꽃망울 같은 자식들이 죽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라도 부여안아야 자식들의 첫 차례상을 차리는 이 슬픈 명절을 견딜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한 가닥 기대마저 점차 사라져간다. 청와대에 대한 조사 가능성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잠그겠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고집은 완강하기만 하다.
팽목항 바다 위에는 아직 아들딸의 주검조차 찾지 못한 부모들의 통곡이 흐르고, 광화문 길바닥에는 삼보일배를 하다 경찰에 막힌 유족들의 한숨과 눈물이 흐른다. 슬픈 추석, 달님도 울고 있다.

한겨레_[사설] ‘보호수용’은 ‘보호감호’의 다른 이름일 뿐

법무부가 형기를 마친 흉악범을 최장 7년까지 사회에서 격리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3일 입법예고했다. 보호수용제는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0년 도입됐다가 과잉처벌 및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돼 2005년 폐지된 보호감호제와 기본 틀이 비슷하다.
물론 시대가 바뀐 만큼 달라진 측면이 있다. 보호수용 대상을 살인죄를 2회 이상 저지르거나 성폭력범죄를 3회 이상 저지른 사람, 13살 미만자에게 성폭력을 가해 사망하게 하거나 중상해를 입힌 사람으로 한정했다. 절도범까지 적용되던 보호감호제보다 축소된 것이다. 열악한 환경으로 인권침해 시비가 일었던 ‘청송보호감호소’와 달리 보호수용제도는 수용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고 한들 사회로부터 개인을 떼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독재시대에 만들어진 보호감호제의 부활일 뿐이다.
우리 형법은 누범·상습범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원이 형량을 정할 때도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보호수용제를 도입해 또다시 재범 위험성을 평가한다면 이중처벌이 된다. 재범 위험성이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개념인데다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 보호수용을 선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도 떨어진다. 검사의 자의적 청구와 사실상의 유죄협상, 자백 강요, 별건수사 등과 같은 부작용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국가인권위도 2011년 3월 “보호수용제도는 과거 보호감호제도가 지니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악마 같은 성범죄자나 연쇄살인범이 잡힐 때마다 피해자가 받은 만큼의 고통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고는 항상 등장하는 것이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줄어들었는가. 대한변협은 2012 인권보고서를 통해 “성범죄에서 양형을 올리고 전자발찌, 정보공개, 화학적 거세까지 도입하고 있는데 성범죄 발생 빈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형벌이 가장 높다는 미국이야말로 성범죄가 가장 활개를 치는 나라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형사정책은 엄벌주의가 아니라 잠재적 범죄자를 줄여나가는 사회정책이다.
새로운 ‘교도소’를 또 만들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기존의 교도행정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처벌보다 예방·교정·치료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한겨레_[사설] 케이비금융 회장·은행장 중징계는 당연하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케이비(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 금융지주의 주력사인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에게 모두 문책경고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지난달 21일 경징계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알아서 물러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두 사람에 대한 이런 중징계 결정은 당연하다. 이들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안건을 두고 그동안 심한 내분을 빚어왔다. 볼썽사나운 다툼은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처분이 나온 뒤에도 그치지 않아 금융계 안팎에서 걱정하는 소리가 쏟아졌다. 그냥 방치하면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상표 가치를 훼손하는 등 폐해가 작지 않을 게 분명하다.
최 원장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중징계하는 이유로 주전산기 교체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를 받고서도 감독 의무를 게을리함으로써 국민은행의 건전한 운영에 해를 끼쳤다는 점을 들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런 논리를 수긍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잘못은 이것만이 아니다. 금감원 검사를 받는 과정은 물론, 그 뒤로도 상대방에 대한 상식선을 넘는 흠집내기 공격 등으로 자신들이 이끄는 조직에 큰 상처를 줬다. 직원들의 자존심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활동에 긴요한 신인도에 손상을 주는 행동을 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비호를 받다 보니 그런다는 둥 뒷말은 또 좀 많았는가. 다른 선진국에서라면 금융기관의 경영을 맡을 수 없는 부적격자로 찍혀 벌써 퇴출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본인들이 자초한 업보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마음이 있다 해도, 그것이 그동안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도리다. 그래야 조직도 이른 시일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행장이 중징계 결정이 있고 나서 몇 시간 뒤 사임한 것은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 원장도 이번 사태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성급하고 무리하게 징계 건을 처리하려고 하면서 쓸데없는 부작용을 빚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감원의 검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중징계를 내릴 뜻을 밝혔다. 그런데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로 처벌 수위를 낮추면서 감독 당국자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혼선을 야기하고 말았다. 이번 사태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향_[사설]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시킨 국회의 후안무치

참으로 뻔뻔하고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가 자행됐다. 국회가 어제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을 압도적 반대·기권으로 부결시켰다. 송 의원은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송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여야의 ‘국회의원 특권 포기’ 약속이 얼마나 기만적 술수였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방탄국회는 없다”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정작 표결에선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는 표리부동의 극치를 보여줬다. 입으로만 정치혁신을 운위할 뿐 실은 특권의식에 절어 있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의 찬·반 분포를 따져보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상당수도 부결에 동조했다. 평소엔 온갖 사안에서 다툼과 대결로 날을 지새우다가도 사법 심판대에 오르는 동료 의원을 보호하는 데는 눈물겨운 동업자 의식을 발휘해 ‘초당적 대응’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국회가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장기 파행한 속에서도 ‘제 식구 지키기’에는 일사불란하니 그 후안무치가 놀라울 따름이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역대 국회에서 56번이 제출돼 가결은 19번에 그쳤다. 불체포특권이 의원들의 보신에 향유되어온 증좌다. 여야의 경계를 떠나 수시로 방탄국회를 열어 비리 의원을 보호하고, 번번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속셈은 뻔하다. 오만가지 명분을 들이대도 실은 “나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면 보호해달라”는 정치인들의 공범의식이 작동한 것일 뿐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19대 국회부터 불체포특권 포기를 필두로 연금제 개선, 겸직 금지 등 국회의원의 여러 특혜를 폐지하거나 포기하겠다고 앞다퉈 공약했다. 특권에 안주하며 안일과 각종 비리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비등점으로 끓어오르자 자구책 차원에서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쇄신 약속이었을 터이다. 그 약속은 아직껏 어느 하나 실천된 것이 없다. 이제는 대놓고 불체포특권을 비리 의원에 대한 법집행을 무력화하는 장치로 삼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새삼 거론할 것도 없이 헌법상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대응해 입법부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당장에 어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송광호 의원의 피의 사실은 그러한 탄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불체포특권의 취지가 변질돼 범법 의원들의 피난처 구실을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더 이상 놔두어서는 안된다.

경향_[사설]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특전대 ‘포로 체험’ 사고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특수전 훈련을 하던 부대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제 오후 11시쯤 영내 모의훈련장에서 대원 24명이 5인 1조로 포로 체험 중 부사관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그 가운데 2명이 숨진 사고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유명을 달리한 특수부대원들을 깊이 애도하며 꽃다운 젊은 목숨을 또다시 희생시킨 군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부른 훈련은 지난 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진행한 ‘포로 시 행동요령 훈련’이다.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얼굴에 두건을 씌우고 양팔을 뒤로 결박한 채 1시간가량 참아내야 하는 극한훈련으로서 미국·영국·호주 등 특수전 부대에서도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포로가 된 특수전 요원이 고문을 동반한 혹독한 심문을 견뎌내면서 아군의 기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배양하기 위해 영국 공수특전단(SAS)이 개발했으며 사고 위험성과 극도의 공포심 유발 등으로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은 훈련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목적으로 이런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는지, 과연 그런 훈련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

설사 부대의 특성상 그런 고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안전대책을 충분히 강구했어야 했다. 아무리 극한훈련이라지만 사람 잡는 ‘살인 훈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두 부사관의 사인이 추정대로 질식사라면 더욱 기가 막힌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런 위험한 훈련일수록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수인데도 통제관이 보는 앞에서 대원이 질식사한 것은 안전불감증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것이다. ‘살려 달라’는 외침이 있었지만 누가 했는지 모르고 훈련 상황 조성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훈련시스템 전반의 문제점과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최근 군에 대한 불신은 잇따른 사고 자체에도 있지만 그것을 은폐·왜곡·축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증폭된 측면이 있다. 포로 체험 특수부대원 사망 사건까지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SAS 훈련 방식과 달리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다른 사망 원인은 없는지 등 모든 의혹 요소를 규명하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장 통제 및 지휘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군은 왜 사고가 반복되고 국민 신뢰는 자꾸만 멀어지는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깨닫기 바란다.

경향_[사설]보호수용제, 보호감호제 부활일 뿐이다

법무부가 형기를 마친 흉악범을 최장 7년까지 사회에서 격리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도입됐다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사실상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앞서 2010년에도 보호수용제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으나 반대여론에 밀려 좌절된 바 있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도입을 재추진키로 한 것은 박근혜 정권 들어 짙어진 ‘경찰국가화’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형사사법체계를 감시·응징·중형 위주로 재편하려는 시도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검찰은 2회 이상 살인이나 3회 이상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또는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폭력으로 중상해를 입힌 경우 피고인의 보호수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징역 3년 이상 실형을 선고할 때 1년 이상 7년까지의 보호수용도 함께 선고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등의 보안처분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보호수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호수용자에게 1인 1실을 제공하고, 접견과 전화 통화를 자유롭게 허용하며, 작업자에겐 최저임금 이상 급여를 지급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도 줄였다고 했다.

법무부 주장은 그러나 궤변일 뿐이다. 보호수용제는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해도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의 사회 복귀를 막는 것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자유권을 침해하는 가혹한 ‘처벌’이다. 만약 형량이 낮은 게 문제라면 관련 법과 양형기준을 고쳐 해당 범죄의 양형을 강화하면 된다. 재범 방지 등 교화가 문제라면 교정행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편이 낫다. 교도소나 구치소 외에 별도의 보호수용시설을 만드는 일 자체가 기존 수형시설의 재사회화 기능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본질적 기본권을 제약하면서 1인1실이나 최저임금을 주는 게 무슨 소용인가. 국가인권위원회도 2011년 “보호수용제는 그 명칭과 관계없이 과거 보호감호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며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고민과 모색이 필요하다. 특정 범죄자만 울타리 밖으로 내몰아 배제하는 식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아동 대상 성폭력 등 흉악범죄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정당하다. 하지만 이를 기화로 형사사법체계가 과도한 엄벌주의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형벌권은 어디까지나 인권을 보장하는 전제 아래서 행사돼야 한다.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보호수용제 도입을 포기해야 한다.

조선_[사설] 송광호 체포안 否決, 국회 문 닫으라는 말 나올 판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표결에는 새누리당 127명,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 96명 등 총 223명이 참여했다.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찬성 73, 반대 118, 기권 8, 무효 24명으로 집계됐다. 찬성표가 3분의 1이 못 된다. 송 의원은 철도시설공단 납품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철도 부품 회사 대표로부터 11차례에 걸쳐 6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에서 사사건건 다투는 여야지만 국회의원 체포안에서만큼은 항상 놀라울 정도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왔다. 제헌국회 이후 체포안 표결 53건에서 가결(可決)된 경우가 12건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는 새누리당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새정치연합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그간 "방탄 국회는 없다"고 했고 기회 있을 때마다 '혁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날 결과를 보면 김 대표가 과연 이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이번 표결로 새누리당과 김 대표가 그간 주장해온 정치 혁신은 쓰레기로 버려진 꼴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한술 더 떠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권 차원의 야당 탄압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놓고 있다.

여야는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정치적 무능(無能)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또 지난 4개월간 경제 관련 법안을 포함해 단 한 건도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정기국회 의사(議事)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그런 여야가 어렵게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는 데 힘을 모은 꼴이 됐으니 진짜 마피아보다 더 끈끈한 게 '국회 마피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추석을 앞둔 요즘 의원회관은 물류센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의원들에게 몰려든 선물 꾸러미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넉 달여간 입법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세비(歲費)는 꼬박꼬박 받아갔다. 일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고 명절 때마다 밀려드는 선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직업은 국회의원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요 며칠 일터인 국회를 떠나 밖으로 민생 투어를 다니고 있다. 정기국회마저 파행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민생 투어나 다니는 여야 지도부를 곱게 볼 국민은 많지 않다. 이런 마당에 의원 체포안까지 부결했으니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국회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올 판이다. 여야 지도부가 이런 국민의 심정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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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규제 개혁, 法에 없는 공무원 권한부터 전면 無效化하라

정부가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고 건축·인터넷·농업 분야의 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발제한구역에 민간 캠핑장을 비롯한 체육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도서관·터미널 등 도시 기반 시설에 영화관·음식점 같은 수익 시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자질구레한 규제 개혁을 통해 2017년까지 17조6000억원의 투자·시장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 부담이 1조57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역대 정부마다 강력한 규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위에서 아무리 규제 혁파(革罷)를 강조해도 일선 공무원 조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열린 1차 규제개혁점검회의 때 현장에서 건의된 52건의 과제와 관련해 정부는 상반기 중 31건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8월 중순까지 완료된 과제는 17건뿐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성과 부족을 이유로 지난 8월 20일로 예정돼 있던 2차 회의를 연기하도록 지시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5차례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벼락치기하듯 14건을 추가 해결했다.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질질 끌어왔다는 이야기다. 공무원 조직의 현실이 이런 판에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개혁회의를 자주 열고 공개 토론회를 통해 장차관들을 다그친들 먹혀들 리가 없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행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공무원 조직은 커지기만 했고 그에 따른 권한도 강화돼 왔다. 공무원 조직이 자체적으로 지침·고시·가이드라인 같은 여러 종류의 하위(下位) 행정 법령들을 만들어 규제권을 휘두르는 일이 관행(慣行)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이제 공무원들이 스스로 생산한 행정 법령들의 규제가 나라 성장을 가로막고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정부가 진짜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면 공무원 조직의 권한을 해체하는 수준의 행정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시행령에 쓰여 있지 않은 나머지 모든 권한은 일정 기간 안에 폐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각 부처가 행정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고시(告示)· 예규(例規) 같은 하위 행정 법령을 멋대로 만들어 자기 부서의 권한을 설정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문서화되지 않은 규제를 구두(口頭)로 말하는 공무원은 중벌(重罰)하는 방안도 찾아봐야 한다. 진정한 규제 개혁은 모든 행정 부처의 국실(局室)들이 자기 편의에 맞춰 만들어 놓은 하위 행정 법령들을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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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특전사 대원들 사망, '强軍 훈련'일수록 과학적으로 해야

2일 밤 충북 증평군의 제13공수 특전여단 예하 부대 훈련장에서 포로 체험 훈련을 하던 특전사 대원 10명 가운데 하사 2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훈련은 특전사 대원들이 적(敵)의 포로가 된 상황을 가정해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포박(捕縛)하고 두건을 씌운 상태에서 한 시간 이상 컴컴한 독방에 밀어 넣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공포심 등을 견디도록 계획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두건 용도로 시중에서 구입한 주머니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섬유 재질이었던 데다 목끈마저 조여 놓는 바람에 대원들이 질식사(死)하고 말았다.

특전사는 군 최정예 부대다. 최고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 극한까지 가는 실전 같은 훈련을 거듭해왔을 것이다. 그런 부대원들이 훈련 과정의 실책으로 어이없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소식에 착잡하기만 하다. 숨진 병사들에겐 특별한 예우를 해줘야 한다.

고문(拷問) 등 극한 상황을 견뎌내기 위한 포로 체험 훈련은 특전사가 올해 처음 도입해 오는 15일 본훈련을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던 과정이었다고 한다. 강하고 용맹(勇猛)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력의 한계까지 가는 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훈련 교관들이 독방에 갇힌 대원들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소리를 질러대는데도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다. 고(高)위험도의 훈련을 치를 때는 의료 요원과 앰뷸런스 등을 대기시킨 상태에서 병사들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가며 더 과학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국민은 올 들어 GOP 총기 난사 사건,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 4성(星) 장군 추태 전역에 이어 다시 훈련 중 사망이라는 믿기 어려운 소식에 접하면서 우리 군에 지금 뭔가 큰 구멍이 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군의 비정상(非正常) 상황을 더 이상 넋 놓고 지켜볼 게 아니라 군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어보는 체계적인 진단을 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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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말로만 특권 포기’ 외친 새누리당

철도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세월호 특별법을 등 사안마다 대립해온 여야가 동료 의원 감싸기에는 힘을 합친 셈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뻔뻔한 태도는 놀랍다. 불과 며칠 전 새누리당은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에 대응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것을 두고 ‘방탄 국회’라고 앞장서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자기네 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부결해버렸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야당에서도 상당수 참여했을 것”이라며 야당과의 공동책임론을 폈지만,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상 여당 힘으로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구차한 물귀신 작전일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송 의원의 혐의는 세월호 사건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온 관피아 척결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서 내용을 보면 그는 그동안 레일체결장치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11차례나 거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돼 있다. 게다가 그가 여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표적 수사나 끼워팔기식 수사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건의 근본적 한 원인인 업계와 정관계의 유착 고리를 끊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새누리당이 보인 태도 역시 도덕적 불감증의 극치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 각자가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최소한의 유감 표명마저 하지 않았다. 그는 또 현행 형사소송법상 국회의 동의 없이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자진출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모르는지 “송 의원 본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겠다는데 굳이 체포동의안을 통해 가야 하느냐에 대해 의원들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2012년 7월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던 것과 비교해봐도 심각한 도덕적 해이다.
국회 체포동의안 제도를 놓고는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경우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피의사실을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는 등의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제도 손질에 손을 놓은 채 제 식구 감싸기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 방치 행위 자체가 고의적인 것 같다.

한겨레_[사설] 군의 끝없는 사고와 추문, 수뇌부 책임 크다

사건·사고와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끔찍하고 기가 막힌다. 우리 군의 현주소다. 군이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군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공수특전단 하사 2명이 2일 숨진 사건은 28사단 윤 일병 사건 못잖게 끔찍하다.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숨질 때까지 방치했다면 가혹행위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훈련에 참가한 10명은 공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두건을 머리에 쓴 채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1시간40분 동안 독방에 들어가 있었다. 의식이 혼미해진 하사 한 명이 소리를 지를 때까지 전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니 훈련이라고 할 수가 없다. 혹시 하며 다른 참가자들을 살펴보니 2명은 이미 의식이 없었다. 이 둘이 곧 숨졌다. 이런 ‘실전적이고 강한 훈련’이 올해 처음 계획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험 차원에서 훈련을 했다고 군은 설명한다. 사람 잡는 예행연습을 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
만취 추태를 벌인 신현돈 1군사령관(대장)이 이날 전역 조처된 일은 기가 막힌다. 야전군사령관인 그가 군사대비태세 기간인 6월19일 충북의 모교 행사에 참석하려고 위수지역(관할경비구역)을 무단이탈한 것만도 큰 잘못이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흐트러진 복장으로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봤고 그사이 헌병이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군사정권 시절의 구태를 보는 것 같다. 군 수뇌부가 이 일을 은폐하려 한 흔적도 짙다. 군은 곧 민간인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벌였으나 두 달 반이 지난 지금에야 내용을 공개했다. 이틀 뒤인 21일 그의 관할인 22사단에서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군 수뇌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자 고의로 감췄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당시 국방장관이었다.
사건·사고와 추문이 이어지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간부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폐쇄적이고 낙후한 병영문화도 빨리 바뀌어야 한다. 특히 상명하복의 군 특성상 수뇌부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 변화의 동력이 생길 수 없다.
군은 지금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드는 등 나름대로 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나 국민의 눈길은 차갑다. 대표적인 게 군사옴부즈맨 제도 도입과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군의 거부 움직임이다. 근본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한 때다.

한겨레_[사설] 중앙정부의 복지비 부담 늘리는 게 출발점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들은 3일 복지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자치단체의 재정 운영이 경직돼 지역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고 있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복지비 지급을 감당할 수 없는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복지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중앙정부가 지원대책을 마련하라는 이야기다.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높아지기는커녕 되레 떨어지는 것에서 보듯 지방재정 상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995년 63.5%이던 자립도가 올해 50.3%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만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재정 상태가 나빠지게 된 데는, 기초단체장들이 주장한 대로 복지비 지출이 적잖은 구실을 했다. 지자체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부문의 비중이 2010년 19.0%에서 올해 24.5%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말해준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주요한 복지정책을 펴면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일정한 부담을 지운 탓이다. 이들 정책은 보편적 복지에 관련된 ‘국가사무’여서 중앙정부가 떠맡는 게 원칙에 맞는다고 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했다.
중앙정부의 감세정책도 지방재정 악화를 거들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인세 등이 인하되면서 지방교부세는 인하조처가 없었을 때에 견줘 크게 줄어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감세 여파로 2008~2012년 지방재정 수입이 29조1000억원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정부의 과욕과 무절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단체장이 치적을 과시하려고 무리한 개발사업을 펼치거나 호화 청사를 세우고 보여주기식 국제행사를 벌인 경우가 적지 않다. 재정에 깊은 주름이 팬 것은 당연하다.
지방재정이 악화하는데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를 꽃피우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장들의 요구사항을 일정부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에서 중앙정부 몫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을 책임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치단체장들의 요구를 곧바로 거절한 것은 그런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자치단체장들의 무리한 사업 추진을 막을 수 있도록 지방의회와 풀뿌리 시민단체의 견제와 감시 구실도 더 커져야 한다.

2014년 9월 2일 화요일

중앙_[사설] 얼빠진 군, 사령관이 근무지 이탈해 만취하다니 …

신현돈 육군 1군사령관(대장)이 군사 대비태세 강화 기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과도한 음주를 한 사실이 적발돼 전격 경질됐다. 신 사령관은 지난 6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이어서 군에 특별 경계태세가 내려졌는데도 청주의 모교 고교를 방문해 안보 강연을 한 뒤 동창생들과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군복 차림으로 만취한 상태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이 민간인에게 목격됐으며, 그 과정에서 수행 요원과 민간인 간에 실랑이도 일어났다고 한다.

 1군사령관은 동부전선 전체의 방어를 책임진다. 24시간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어떻게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작전 지역을 이탈해 만취 상태가 됐단 말인가. 육군 대장의 나사 풀린 복무 자세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군사령관이 이런 정신상태니 예하 부대의 기강이 제대로 설 수가 없다. 신 사령관 근무 지역 이탈 이틀 후 예하 22사단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군 당국은 뭐라 할 것인가. 병영의 고질적 폭력 문화나 초급 간부의 리더십 문제에 앞서 고위 장성들의 정신 무장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군 당국이 신 사령관의 규정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도 뒤늦게 전역 조치를 취하면서 은폐 의혹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신 사령관 경질은 본인의 전역 지원서 제출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사안의 성격상 사실이 확인된 시점에 경질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미적미적하다가 관련 사실이 퍼져 나가자 전역 절차를 밟은 것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고위 장성에 이런 방식을 취하고선 병영 폭력 등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군은 지금 국민의 불신, 군기 문란 사건으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거듭나는 노력을 해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군 혁신은 위로부터의 의식 개혁과 체질 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앙_[사설] 추석은 '노고와 수확' … 새정치연합은 아는가

추석은 1년간의 노고를 서로 위로하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민족 명절이다. 그런 추석이 코앞인데도 국회만큼은 노고·수확과 동떨어져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를 방기(放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태 이래 넉 달 동안 국회의 법안 처리는 0건이다. 현재 본회의에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 관련 등 90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이 법안 처리에 동의하지 않아 모두 막혀 있다. 새정치연합은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특별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른 법안도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막힌 건 법안뿐만이 아니다. 국회의 중요한 행정부 감시 기능인 국정감사는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국정감사는 야당이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권한이자 의무다. 국회 일정이 늦어지면 375조원으로 예상되는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도 차질이 생기게 된다.

 국회가 공전하자 급기야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300명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들은 “19대 국회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단 한 건의 법률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 기간 허비한 세비는 110억원에 달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주된 의무는 국가운영에 필요한 법안을 심사하고 예산 지출을 감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권자의 분노와 개탄이 쌓이는데 국회가 정상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세월호특별법과 별도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서명파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내 강경기류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10여 명의 서명파 의원만 분주할 뿐 원로·중진과 개혁 의지를 가진 소장파는 무책임한 침묵에 갇혀 있다.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두 차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은 진상규명과 문책·배상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유족도 문제지만 더 큰 책임은 ‘입법의 권한과 책임’을 유가족에게 미루는 새정치연합에 있다. 정당 지지율이 왜 급락하는지, 추석 밥상에서 무슨 성토가 기다릴지 그들은 알아야 한다.

중앙_[사설] 연안여객선 공영제로 세월호 재발 막으려면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참사 140일 만에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적자 항로나 낙도 항로 여객선에 공영제(公營制)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연안여객선사의 열악한 경영환경이 안전문제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으로 보고 공영제 도입을 검토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 63개 연안해운사 중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영세 선사가 40개 사(63%)에 이른다. 국제해운사는 대기업까지 참여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데 비해 연안해운사가 영세한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등 지속적인 가격 규제를 해왔다. 인천~제주 항로(430㎞) 여객선의 3등석 요금은 6만5000~7만1000원으로 거리가 더 짧은 인천~중국 웨이하이 항로(341㎞) 여객선 이코노미 요금(11만원)보다 훨씬 싸다.

 경영 여건이 나쁘니 선원들의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안 여객선원의 평균임금은 309만원으로 외항 여객선원(417만원)보다 훨씬 적다. 그나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연안여객선사는 비정규직·고령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다. 승무원들의 안전 교육비로 연간 불과 54만원을 쓴 청해진해운의 사례에서 보듯 안전에 거의 투자를 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낡은 선박을 새 배로 교체하는 일은 영세한 연안해운사엔 꿈 같은 얘기다.

 정부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공영제 대안을 만들 계획이다. 캐나다처럼 연방 정부가 직접 적자 항로를 운영하는 방안부터 업자들에게 합리적인 이윤을 보장해주고 안전 감독을 강화하는 준공영제 방안까지 다양한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부가 지원과 투자를 늘리는 대신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지키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자들이나 선원들이 안전규칙을 위반할 경우엔 퇴출시키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변질돼 업자들과 부패한 공무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정부는 적자를 내는 26개 연안 항로에 결손보상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자들의 경영 개선 노력이나 안전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입된 지 10년 된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는 매년 상당한 시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과속·난폭 운전·신호 위반·개문발차(開門發車) 등 과거 시민들을 위협하던 안전문제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버스 운전기사가 2년 내 3회 이상 안전 사고를 내거나 규칙을 위반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는 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연안여객선에도 국제해사기구(IMO)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준수 여부를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또 안전은 공짜로 보장되는 게 아니며 이를 위해 들어가는 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경향_[사설]이런 부실 대책으로 제2의 세월호 막을 수 있나

정부가 어제 제2의 세월호 사고를 막기 위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노후선박 연령 제한을 3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하고 영세 노선에 공영제를 도입하는 게 주된 골자다. 안전투자가 소홀한 노선은 정부가 직접 선사 운영에 참여해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신규 선사의 진입 장벽을 해소하고 안전검사 대행을 해외 선박검사기관에 개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나라 해양사고의 마침표가 되도록 안전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자는 해수부다. 해운조합이 맡고 있는 운항관리자와 해경의 연안여객선 관리 업무가 정부로 이관되는 데다 공영제 도입도 조직 확대와 맞물려 있다. 세월호 이후 해체 위기를 맞은 해수부의 부활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부의 지도·감독 강화 방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과징금을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올려 슬그머니 민간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 흔한 안전관리 예산마저 대책에서 빠진 것은 정부 의지의 문제이자 직무유기다.

참사의 교훈에 비해 이렇다 할 눈에 띄는 대책도 없다. 그나마 새롭다는 공영제마저 따지고 보면 한낱 수사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정부는 지금도 영세한 26개 연안 항로에 연간 11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이 공영제로 바뀐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 이번 대책에 포함된 해양안전의날 지정, 연안여객선 현대화 5개년 계획, 항해안전기록장치 의무화 같은 내용은 매년 되풀이돼온 정부 대책의 단골메뉴다. 그나마 선장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며 제복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실소에 가깝다. 승객을 팽개치고 도망간 이준석 선장이 제복이 없어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수차 지적했듯 세월호 사고는 선사의 탈·불법 행위, 조합의 부실한 운항관리, 정부의 지도·감독 소홀이 빚은 합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이런 총체적 부실을 바로잡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민관 유착의 연결고리인 ‘해피아’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나 개선안이 빠진 것은 유감이다. 정부의 지도·감독 기능을 무력화하는 부패 고리를 차단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돈에 눈이 먼 민간 사업자의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세월호 사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안전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경향_[사설]공공기관에 ‘관피아’ 대신 ‘정치 마피아’인가

세월호 참사가 엉뚱하게 ‘정피아(정치인+마피아)’ 세상을 만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초래의 근인으로 꼽히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차단해 놓으니 그 자리를 ‘정피아’가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5개월간 공석이던 수출입은행 감사 자리에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의 공명재 계명대 교수가 임명됐다. 금융 경력은 물론 감사직의 유관성을 찾기 힘든 인사다.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금융공기업에 내리꽂힌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꿰찬 홍기택 중앙대 교수는 박근혜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대통령직 인수위원 출신이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금융인맥의 핵심인 이덕훈씨는 지난 3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은행장을 친박 인사로 앉힌 것도 모자라 은행 업무를 감시하는 감사에 친박 인사를 임명한 셈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백재현 의원에 따르면 39개 공공기관 중 14곳의 감사가 정치권 출신이다. 공공기관에서 민관 유착 구조와 비효율을 야기하는 ‘관피아’의 적폐는 세월호 참사에서 뼈저리게 확인됐다. 최근 철도와 원전 비리 등에서 보듯 공공기관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를 감안하면, 감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한데 코미디언 자니 윤을 한국관광공사 감사, 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출신의 이영애 전 의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 감사, 임정덕 전 부산대 교수를 남부발전 감사로 임명했다. 전문성과 유관 경력이 전무한 이들의 공통점은 새누리당이나 대선 캠프 출신이라는 것이다. 감사의 기본 책무는커녕 회계장부 보는 법이나 아는지 의심스럽다.

공공기관 감사는 공모 절차를 거치지만 결국은 청와대가 낙점한다. 정치인 출신도 자격 요건을 갖추었다면 공공기관 임원이 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집권당 혹은 대선 캠프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관피아’의 폐해보다 ‘정피아’가 더 심각할 수 있다. 전문성은 물론 도덕성, 조직관리 능력에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올 초 업무보고에서 “일정 기간 해당 업무 경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공공기관 감사가 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누차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래놓고 공공기관의 장과 감사 자리를 정권의 사은품인 양 ‘정피아’에게 하사하고 있다. 이러면서 국가 혁신을 외치고 공공기관 개혁을 운위할 텐가. 이제라도 이율배반, 막무가내식 보은 낙하산 인사를 중단해야 한다.

경향_[사설]업계 주장에 휘둘려 누더기 된 온실가스 대책

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배출권 할당 계획과 저탄소차협력금제 대응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실시하되 감축률 완화 등으로 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고,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시행 시기를 2020년 말까지 연기하는 대신 친환경차에 세금감면 연장과 보조금 추가 지급 등 지원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대상 업체에 할당한 배출량이 많은 데다 감축률도 줄이고 t당 기준가격마저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산업계의 요구에 휘둘려 당초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누더기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발표될 당시에 이미 시행이 예고됐던 저탄소차협력금제는 더하다. 이 제도를 도입한 2013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는 그 필요성을 인정했고 이해 당사자 간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의 승용차 소비구조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중·대형차 비중이 70%를 넘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정부는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유예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가 5년 전부터 예고된 제도를 다시 6년 후로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것도 제도 시행을 불과 4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고 내린 판단이다. 정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크지 않고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6년 추가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결정된 제도를 특정 업계의 입김에 휘둘려 무산시킨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정부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결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대형차 위주로 돼 있는 현 승용차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도 놓칠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저탄소·친환경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하루라도 빨리 상황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해야지 준비 부족 타령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추가 연기는 환경을 보호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실망스러운 조치이다. 자동차업계는 대책 없는 연기가 대안이 아니란 걸 깨달아야 한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옳다. 정부가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조선_[사설] 최전방 사령관의 軍律 무시·만취 추태,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신현돈 육군 1군 사령관(대장)이 2일 갑작스럽게 전역(轉役) 조치됐다. 현역 군인 전역 조치는 일반 공무원의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4성(星) 장군이 '품위(品位) 손상' 등을 이유로 전역 조치를 당한 건 창군(創軍)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신 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인 6월 19일 안보 강연을 위해 관할 지역 밖인 충북 청주의 모교를 찾았다. 당시 합참은 전군에 '군사대비태세 강화 지침'을 내려 지휘관들이 반드시 위수 지역(衛戍 地域·관할 경비 구역) 안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신 사령관은 이를 어겼다. 또 강연을 마치고 동창생들과 식사를 한 뒤 취한 상태에서 군복을 풀어헤친 채 식당 화장실에 들어갔고, 신 사령관 수행 요원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민간인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장군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저버린 것이다.

육군 1군은 휴전선 최전방의 중동부 전선과 동부 전선을 지키는 군대이다. 그 일의 총책임자가 신 사령관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에는 사령관이 어느 때보다도 엄격하게 10여만명 부하 장병 기강을 바로잡고 경계 태세를 점검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신 사령관은 오히려 자신이 군율(軍律)을 어기고, 별 넷 계급장을 단 채 민간인들 앞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기강이 해이(解弛)된 정도가 아니라 붕괴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 사령관이 그런 추태를 보여주고 이틀 뒤 그의 예하 부대인 22사단에서 임 병장 GOP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신 사령관 수행 요원들과 다퉜던 민간인들은 자신들이 보고 겪은 사실을 즉시 수도방위사령부에 신고했다고 한다. 군 속성상, 더구나 4성 장군의 만취 추태인 만큼 국방부, 합참, 기무사 등 관련 군 부서 수뇌부는 두 달여 전에 이미 신 사령관 문제를 보고받았을 것이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군 책임자들이 왜 지금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껏 군 수뇌부가 이 사건을 쉬쉬해 온 이유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군이 최근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의 진상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 망신을 당하고 국민 불신까지 자초한 적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전방 부대 내 총기 난사 사건과 구타 사망 사건에 이어 신 사령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흔들리게 됐다.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군은 절대 강군(强軍)이 될 수 없다. 군 개혁 문제는 이제 군인에게만 맡겨선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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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조 교육감, 自私高가 이토록 급히 문 닫을 '不良 학교'인가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놓고 정면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에 대한 평가에서 14개 대상 학교 가운데 8곳이 재(再)지정 기준점 100점 만점에 70점을 넘지 못했다며 지정 취소 추진 방침을 밝혔다. 또 2016년부터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을 '추첨으로 1.5배수 걸러낸 후 면접'에서 '100% 추첨'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절차가 부당했으므로 협의를 요청해 오더라도 반려해 버리겠다"고 했다.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권 박탈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과정은 억지나 다름없었다. 서울 지역 자사고 25군데 가운데 설립 5년을 맞은 14곳에 대한 재지정 실무 평가는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에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그 결과 14개 학교 모두 기준점을 넘겼다.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은 7월 1일 취임 후 평가가 부실했다며 재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 14개 학교 모두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2차 평가와 관련해 '자사고 인근 일반고 학생·교사에게 자사고 찬반을 묻는 등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번에 다시 '3차 종합평가'라는 걸 했다. 일부 항목 배점을 조정하고 교육청의 재량 평가 비중을 늘린 것이다. 여기서 '8개 학교 기준 미달'이란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평가 방식을 바꿔가며 진행한 짜맞추기식 평가가 어떻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자사고들 가운데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곳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평가 기준을 바꿔가며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고 판정한 8개 자사고는 졸지에 '불량(不良) 학교'로 낙인찍히게 됐다. 당장 해당 학교에는 품평(品評)이 낮아지는 피해가 돌아가고, 학부모·학생들은 이제라도 학교를 옮겨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민감한 문제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복해야 하는 고지(高地) 점령 작전을 전개하듯 절차상 무리(無理)를 무릅쓰고 화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 아키타현은 2001년 당시 교육장이 학습 부진아 보충교육, 수시 학력 테스트, 교장·교감 수업 보조 참가 등의 혁신적 교육을 도입한 후 '8년째 학력평가 1위'를 기록했다. 작년에만 일본 전국에서 2300명의 교사들이 아키타식(式) 교육을 배우러 찾아갔다.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후 두 달 동안 자사고 문제에 매달려 분란을 일으킨 것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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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_[사설] 漢江 개발, 50년 앞을 보고 고민하라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만나 한강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할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다. 한강종합계획은 내년 상반기까지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1981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자 올림픽대로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한강종합개발계획'을 처음 만들었다. 그 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변을 바꾸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긴 했지만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손잡고 종합적인 개발에 나서겠다고 한 건 30여년 만이다.

현재 한강은 왕복 8~10차로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주민 생활공간과 한강 둔치를 갈라놓고 있어 접근이 어렵다. 그 뒤엔 1970~1980년대에 세운 일자(一字)형 아파트가 병풍처럼 서 있다. 한강변 랜드마크로 부를 수 있는 건물은 지은 지 30년 된 63빌딩 정도여서 유람선을 타더라도 볼거리가 별로 없다.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서비스업 육성 대책에서 한강을 중심으로 볼거리·즐길거리·먹을거리를 개발하면 관광객이 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 템스강변의 피라미드 모양 87층짜리 빌딩 더 샤드(The Shard)나 대관람차 런던아이(London Eye) 등이 매년 관광객 수백만 명을 끌어들이는 걸 모델로 삼겠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올 4월 독일 라인강을 모델 삼아 여의도공원의 5배에 달하는 한강숲을 조성하는 걸 골자로 하는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TF는 경제 활성화와 생태계 복원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조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80년대 한강 개발은 1조원 가까이 투입돼 4년 만에 끝났다. 이번 계획은 적어도 50년 앞을 내다보면서 한강을 한국을 상징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서울시·철도공사 등이 추진했던 31조원 규모의 용산 개발은 사업자 자금난, 주민 갈등 등으로 몇 년을 끌다 작년에 좌초됐다. 이런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현 가능한 한강 개발 비전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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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_[사설] ‘청와대 조사 불가’ 본심 드러낸 새누리당

“특검을 피해자 쪽에 달라는 것은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 만난 지 30분 만에 결렬된 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의 3차 만남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특별법 협상에 임하는 여권의 ‘본심’이 무엇인지를 이처럼 정확히 보여주는 말도 없다.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왜 이처럼 지지부진한지, 그리고 어느 쪽에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지도 이 말 한마디가 웅변해준다.
세월호 특별법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유족들이 너무 지나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유족들의 과도한 불신을 나무라며 ‘정부·여당을 한번 믿어보라’는 요구도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불신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음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표면적 쟁점은 우리의 법체계 따위의 논란이지만 그 실체적 본질은 ‘청와대와 여당의 조사 회피’ 문제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과연 ‘여당과 청와대를 조사하면 안 되는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당위적 명제다. 눈앞에서 꽃다운 우리 아들딸들을 속절없이 물속에 수장시켜 버린 원인과 과정을 낱낱이 가려내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없도록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국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새누리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역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일념으로 특별법 협상에 임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본심이 그렇다면 최소한 특별법 교착의 원인을 유족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 때문으로 몰아가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따지자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타격만 계산하고 있는 새누리당이야말로 너무 정략적이다.
사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이 혼돈 상황에 마침표를 찍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나를 포함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건 관계자 모두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면 쉽게 끝날 일이다. 모름지기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면, 그리고 이런 국가적 참사에 죄책감을 느끼는 대통령이라면 그런 정도의 국량을 보여야 마땅하다. 이런 선언은 단순히 세월호 특별법 타결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를 화합·단결로 이끌며 한 단계 진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 것부터가 참으로 부질없는 노릇이다. 새누리당에 ‘방탄’ 임무를 맡긴 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은 2일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본심’이 바뀔 조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올해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이 될 것만 같아 벌써 마음이 무겁다.

한겨레_[사설] ‘경기 중 골대를 옮기겠다’는 기후 대책

정부가 2일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시행을 6년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되 배출량 감축률을 크게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이 되는 2020년 배출량 전망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전임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박근혜 정부가 뒤집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국제적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의 결정은 또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만든 제도를 시행도 하기 전에 파기하는 꼴이어서 산업계의 압력과 로비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저탄소차협력금제 6년 유보 결정이 단적으로 그렇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대신 적게 배출하는 소형차와 친환경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제도는 정부·여야·산업계가 오래 머리를 맞대 이끌어낸 제도다. 2012년 법안 논의 때는 자동차업계가 최소한의 준비기간을 달라고 요구해 시행을 1년6개월 연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똑같은 이유로 시행 넉 달을 앞두고 다시 6년이나 뒤로 미룬 것이다. 사실상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문제다. 정부는 이 제도를 내년에 시행하되 배출량 감축률을 10% 낮춰 2013~2014년 배출량 수준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제도 시행 이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배출권 거래제가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BAU)를 재산정하겠다는 발표도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깨뜨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다. 전임 이명박 정부는 2020년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기준치를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새 방침이다. 이것은 경기 도중에 규칙을 바꾸는 것과 같다. 정부는 국제적 약속과 사회적 합의를 깨뜨리는 결정을 거두고 약속대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한겨레_[사설] 삼척 ‘원전 주민투표’, 막아서 될 문제 아니다

삼척시의 ‘원전 유치 신청 철회 주민투표’ 요구가 끝내 거부당했다. 국가사무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며 원전은 국가사무에 해당한다고 안전행정부와 삼척시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내린 탓이다. 주민참여 확대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주민투표법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잘못된 결정이다.
우선 안행부와 선관위의 유권해석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삼척시의 주민투표 요구는 원전 건설이 아니라 유치 신청 철회의 찬반을 묻는 내용이다. 유치 신청의 주체가 삼척시이므로 당연히 자치사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신청이 자치사무라면 철회 또한 자치사무임은 너무도 명백하다. 삼척은 아직 원전 터로 확정되지 않았고 후보지 상태에 불과하다. 국가사무가 시작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삼척시의 원전 유치 신청 철회엔 시민 압도적 다수의 뜻이 담겨 있다. 2010년 삼척시의 유치 신청 자체가 주민투표 실시를 전제로 한 ‘조건부 신청’이었다. 최근 삼척시의회는 ‘원전 유치 신청 철회 주민투표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62.4%의 지지율로 당선된 김양호 시장의 제1공약이 ‘원전 백지화’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문제가 대두하면서 주민 의사가 급변한 것이다.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방폐장을 선정할 때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방폐장보다 훨씬 위중한 시설인 원전에 대해서만 주민투표를 막는다면 논리적 모순이요 입법 미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전 건설에 앞서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한 ‘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돼 있다.
설령 원전 문제가 국가사무라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해당 분야 장관이 요구하면 얼마든지 주민투표를 추진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기를 쓰고 주민투표를 막으려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주민투표를 시행하면 유치 신청 철회로 결론날 것이 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안에서 주민 뜻을 무시하고 방폐장을 밀어붙였지만 엄청난 갈등 끝에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경주에선 주민투표를 통해 비교적 순조롭게 방폐장 유치를 확정지었다. 원전 유치 같은 민감한 문제를 주민 다수의 뜻을 거슬러 추진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원전 유치는 지역 주민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주민투표 대상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