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경영진 내분(內紛) 사태를 일으킨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장은 징계가 확정되자 사임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최종 징계 결정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금감원은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 번이나 번복했다. 6월 초 징계를 사전 통보할 때는 두 사람 모두에게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2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경징계로 낮췄다. 이번엔 최 원장이 다시 중징계로 뒤집었다. 중징계와 경징계는 무게감이 전혀 딴판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인은 현직을 그만두고 나면 연임(連任)을 할 수 없고 다른 금융회사 재취업도 3~5년간 제한된다. 사실상 금융권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반면 경징계는 지금의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 금감원은 징계 당사자의 신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징계 수위를 명확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두 차례나 바꿨다.
이번 사건은 2000억원대 전산시스템을 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것을 두고 집안싸움을 벌인 경영진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석 달씩 우물쭈물하면서 징계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했다. 싸움을 말리지도 못하고 혼란만 키운 셈이다.
경영진이 석 달 동안 경영은 팽개치고 자신의 구명(救命)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국민은행은 만신창이가 됐다. 1등을 달리던 실적은 올해 상반기 꼴찌권으로 추락했고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금감원에 대한 신뢰(信賴)도 급속도로 추락했다. 우리나라 최대 금융그룹의 경쟁력과 감독 당국의 위상(位相)을 훼손시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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