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4일 목요일

조선_[사설] 규제 개혁, 法에 없는 공무원 권한부터 전면 無效化하라

정부가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고 건축·인터넷·농업 분야의 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개발제한구역에 민간 캠핑장을 비롯한 체육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도서관·터미널 등 도시 기반 시설에 영화관·음식점 같은 수익 시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자질구레한 규제 개혁을 통해 2017년까지 17조6000억원의 투자·시장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국민 부담이 1조57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역대 정부마다 강력한 규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위에서 아무리 규제 혁파(革罷)를 강조해도 일선 공무원 조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열린 1차 규제개혁점검회의 때 현장에서 건의된 52건의 과제와 관련해 정부는 상반기 중 31건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8월 중순까지 완료된 과제는 17건뿐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이 성과 부족을 이유로 지난 8월 20일로 예정돼 있던 2차 회의를 연기하도록 지시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5차례 관계 부처 회의를 열어 벼락치기하듯 14건을 추가 해결했다.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질질 끌어왔다는 이야기다. 공무원 조직의 현실이 이런 판에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개혁회의를 자주 열고 공개 토론회를 통해 장차관들을 다그친들 먹혀들 리가 없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행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공무원 조직은 커지기만 했고 그에 따른 권한도 강화돼 왔다. 공무원 조직이 자체적으로 지침·고시·가이드라인 같은 여러 종류의 하위(下位) 행정 법령들을 만들어 규제권을 휘두르는 일이 관행(慣行)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이제 공무원들이 스스로 생산한 행정 법령들의 규제가 나라 성장을 가로막고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정부가 진짜 규제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면 공무원 조직의 권한을 해체하는 수준의 행정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시행령에 쓰여 있지 않은 나머지 모든 권한은 일정 기간 안에 폐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각 부처가 행정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고시(告示)· 예규(例規) 같은 하위 행정 법령을 멋대로 만들어 자기 부서의 권한을 설정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문서화되지 않은 규제를 구두(口頭)로 말하는 공무원은 중벌(重罰)하는 방안도 찾아봐야 한다. 진정한 규제 개혁은 모든 행정 부처의 국실(局室)들이 자기 편의에 맞춰 만들어 놓은 하위 행정 법령들을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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