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육군 1군 사령관(대장)이 2일 갑작스럽게 전역(轉役) 조치됐다. 현역 군인 전역 조치는 일반 공무원의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4성(星) 장군이 '품위(品位) 손상' 등을 이유로 전역 조치를 당한 건 창군(創軍)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신 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인 6월 19일 안보 강연을 위해 관할 지역 밖인 충북 청주의 모교를 찾았다. 당시 합참은 전군에 '군사대비태세 강화 지침'을 내려 지휘관들이 반드시 위수 지역(衛戍 地域·관할 경비 구역) 안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신 사령관은 이를 어겼다. 또 강연을 마치고 동창생들과 식사를 한 뒤 취한 상태에서 군복을 풀어헤친 채 식당 화장실에 들어갔고, 신 사령관 수행 요원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려던 민간인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장군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저버린 것이다.
육군 1군은 휴전선 최전방의 중동부 전선과 동부 전선을 지키는 군대이다. 그 일의 총책임자가 신 사령관이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에는 사령관이 어느 때보다도 엄격하게 10여만명 부하 장병 기강을 바로잡고 경계 태세를 점검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신 사령관은 오히려 자신이 군율(軍律)을 어기고, 별 넷 계급장을 단 채 민간인들 앞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기강이 해이(解弛)된 정도가 아니라 붕괴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 사령관이 그런 추태를 보여주고 이틀 뒤 그의 예하 부대인 22사단에서 임 병장 GOP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신 사령관 수행 요원들과 다퉜던 민간인들은 자신들이 보고 겪은 사실을 즉시 수도방위사령부에 신고했다고 한다. 군 속성상, 더구나 4성 장군의 만취 추태인 만큼 국방부, 합참, 기무사 등 관련 군 부서 수뇌부는 두 달여 전에 이미 신 사령관 문제를 보고받았을 것이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군 책임자들이 왜 지금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껏 군 수뇌부가 이 사건을 쉬쉬해 온 이유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군이 최근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의 진상을 가리는 데 급급하다 망신을 당하고 국민 불신까지 자초한 적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전방 부대 내 총기 난사 사건과 구타 사망 사건에 이어 신 사령관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흔들리게 됐다.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군은 절대 강군(强軍)이 될 수 없다. 군 개혁 문제는 이제 군인에게만 맡겨선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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