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중앙 [사설] '편성위' 법제화는 민간방송에 대한 자율권 침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법안심사소위가 방송사들이 의무적으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조항은 KBS 같은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간방송(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에도 적용된다. 이는 방송의 자율권을 구속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다.

 법에 따르면 편성위는 방송사의 편성규약을 제정해 공표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편성규약은 방송 편성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회사에 비유하면 경영지침과 비슷하다. 이처럼 이는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당연히 현재는 경영진이 편성규약을 만드는 권한을 지닌다. 이런 권한을 편성위로 넘기고 편성위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하는 건 민간기업에 노사 동수로 경영위원회를 만들라고 하는 것과 같다.

 민주당은 당초 KBS·MBC 등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방안이 채택돼야 한다. 정권은 공정성 의식이 투철한 인사를 경영진으로 임명하고, 경영진은 노조 등 종사자와 시청자 대표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렴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는 공정성을 감시하는 삼각체제가 잘 형성되면 공정성은 바로 설 것이다. 이런 순리적인 접근을 놔두고 노사 동수 편성위라는 장치를 만들면 혼란이 우려된다. 이를 무대로 강성노조의 의지, 정치세력을 포함한 외부의 입김, 방송 프로를 둘러싼 사회의 갈등이 마구 엉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를 민간방송에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민간방송은 민간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며, 따라서 방송의 지향성도 공영방송과 차이가 있다. 민간방송은 사학(私學)처럼 고유한 설립 취지가 중요하다. 방송 내용에서도 민간방송은 공익성과 함께 상업성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권을 보호해야 민간기업이 생존하듯이 편성권을 보장해야 민간방송도 산다. 방송법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 이런 악법이 탄생해서는 안 된다. 

중앙 [사설] 문화 갈증 입증한 '문화누리카드' 소동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뮤지컬을 관람하며 온 국민이 문화를 즐기시라고 독려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다양한 문화시설이 무료나 할인 혜택을 펴 누구나 문화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국가 캠페인이다. 정부가 나서서 문화가 ‘있는’ 날을 굳이 정한 까닭은 문화야말로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향유 격차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격차를 줄이려고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카드’ 발급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가족당 연간 10만원에 청소년 1인당 5만원씩 세대 내 5명까지 발급해 최대 3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청 대상자는 324만 명이지만 예산 탓에 144만 명에게 520억원의 현금카드 혜택을 줄 계획이었다. 국정기조에 문화융성을 꼽은 정부가 문화를 ‘누리라’며 국민에게 돈을 푼 것이다.

 물론 전달 방식의 문제는 있었다. ‘문화 바우처’란 이름으로 세대당 5만원이었던 지난해는 연말까지 신청자가 92%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부터 지원 금액이 대폭 오르고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홍보가 널리 되면서 신청이 폭발했다. 여기에다 ‘선착순’이라는 무리수를 두다 보니 재원이 한정된 만큼 첫날부터 주민자치센터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신청자들은 문화누리카드 홈페이지가 종일 먹통이 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 소동을 뒤집어 보면 저소득층의 문화 갈증이 그만큼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과감하게 문화누리카드 예산을 늘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문화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넓혀줘야 한다. 또한 받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린다면 보다 세심한 전달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선착순이 아니라 공평하고 합리적인 분배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문화가 없는 날’이 태반인 소외 계층에 ‘문화가 있는 날’을 마련해 주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의무이자 예의다. 그렇게 속 깊게 우리 이웃을 보듬는 마음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문화다. 

중앙 [사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이번엔 '셀프 개혁' 안 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7일 공무원·군인·사학 등 3대 공적연금 개혁기구를 새누리당 경제혁신위원회 산하에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사흘 전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에서 “3대 공적 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재계산을 실시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의지를 보이자 이에 상응한 것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나서 강한 의지를 피력하니 이번에는 뭔가 이뤄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그동안 국민과 전문가 집단, 언론이 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개혁을 주문했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기획재정부 등의 관료들이 ‘경제혁신 3개년 개혁’에 넣지 않으려 미적거렸는데 이를 뛰어넘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용기임에 틀림없다.

 3대 연금은 시한폭탄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기금이 고갈돼 국고로 막고 있고 사학연금은 20년 후에 그리 될 소지가 크다. 이 정부에서만 두 연금 적자 보전에 22조원이 필요하다. 2년치 기초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다. 이대로 두면 적자보전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후세대들에게 두고두고 짐을 안기게 된다.

 공무원들은 “2009년 개혁했는데 또 무슨 개혁이냐”고 반발한다. 그러나 당시 조치는 개혁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연금의 비율)을 43% 깎았지만 공무원연금은 25%만 깎았다.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연금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유족연금 비율을 10%포인트 낮췄지만 2010년 이후 가입자만 적용함으로써 반쪽도 안 되는 개혁으로 그쳤다. 기존 공무원은 별 영향이 없고,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미래의 공무원에게만 희생을 전가한 어이없는 꼼수였다.

 실패 원인은 ‘셀프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2007년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는 공무원과 공무원 노조, 대학교수 등 이해당사자가 주도했다. 3대 연금과 무관한 사람은 4분의 1도 안 됐다. 거기서 다수결로 밀어붙였다. 특히 대학교수가 문제다. 중립적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사립대교수는 사학연금 당사자다.

 이번엔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회에 개혁기구를 만들고, 그 밑에 3개의 실행위원회(재정재계산위원회)를 둬 공무원들이 실무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위원 구성부터 국회가 감시해야 한다. 이번에도 공무원에게 맡겨뒀다가는 2009년의 꼼수가 되풀이될 게 뻔하다. 중장기적으로 3대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은 지난해 그렇게 했다. 1990년대 스웨덴은 국회가 여야를 초월해 연금개혁을 완수했다.

 3대 공적연금 개혁은 공공 분야 개혁의 제1 과제가 돼야 한다. 공기업 방만경영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정부부터 뼈를 깎는 자기 쇄신의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개혁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조선 [사설] SK 판결이 재벌 총수와 임직원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

대법원은 27일 SK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개인 투자금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 재판에서 원심대로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최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원심과 같은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됐다. 최 회장 형제는 2003년부터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자금을 맡겨 선물(先物)·옵션 투자를 하던 중 2008년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자 SK텔레콤, SK C&C 등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불법으로 빼돌려 김씨에게 송금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2013년 현재 계열사 81개, 자산 규모 140조6000억원으로 국내 재벌 그룹 가운데 삼성·현대자동차에 이어 제3위의 대기업 집단이다. 종업원 수도 7만8600명에 이른다. 이런 재벌 그룹의 총수 형제가 동시에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은 "재계 3위인 SK그룹의 회장과 부회장이 그룹 계열사 자금을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고 판결 의미를 강조했다. 법원이 경제계에 전하고 싶은 경고(警告)가 여기에 담겨 있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 형제의 과오(過誤)를 새삼 따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 회장 형제를 둘러싼 SK 임직원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보고 가야 한다.

최 회장 형제가 계열사 자금을 빼내 투자금으로 맡긴 최종 종착지는 SK해운 고문 직함을 갖고 있던 김원홍씨였다. 김씨는 그룹 내부에서 공식적인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 최 회장은 김씨에게 개인 자금 관리를 맡기고 그를 웃어른처럼 받들었다고 한다. 총수가 친근감을 표시하자 SK 임원·간부들은 김씨가 지시하면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를 '묻지 마 회장님'으로 불렀다는 말도 있다. 임직원들이 회장의 비공식(非公式) 라인에 있는 사람의 지시를 더 중시했다는 것이다.

회사에는 최종 의사 결정 기구로 주주총회가 있고, 일상적으로는 이사회가 중요한 자금 이동이나 신규 투자를 결정한다. 회사마다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을 감시하는 감사(監事)도 있고, 사외 이사들도 불법행위에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러나 SK그룹 내부에서 이런 공식적인 기구들은 일절 가동되지 않았다. 임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총수와 총수의 비공식 라인에 있는 인물 사이에 오가는 거액의 자금 흐름에 대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

재벌 그룹에서 총수의 권한은 절대적이어서 때로는 사퇴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지시를 함부로 거역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상장 회사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지분(持分)은 34.9%이다. SK텔레콤만 봐도 48.5%가 외국인 주주(株主)일 만큼 국제화된 기업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총수 1인 지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총수들부터 이번 대법원 판결의 뜻을 새겨봐야겠지만, 대기업 임직원들도 총수 지시에 복종하는 것만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때가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 [사설] 국회의원·IOC 위원 문대성 '표절' 책임져야

국민대가 27일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의 박사 학위논문이 "심각한 표절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정하고 "학위 취소 등 징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딴 스포츠맨이다. 2008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선출돼 아직도 그 직(職)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한 대학 스포츠과학대 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문 의원이 후배 선수들이나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했던 게 아마 '페어플레이 정신'일 것이다. 그런 그가 다른 학자의 연구 성과를 '도둑질'해 박사가 되고 대학교수직에 올랐다. 2012년 총선 때 TV 토론회에 나와 "절대 표절하지 않았다"고 우겼던 것도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

문 의원은 이제 스포츠맨의 명예, 교수의 도덕성,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장미란, 김연아처럼 다른 한국 선수들의 IOC 선수위원 도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문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내놓음으로써 늦게나마 국민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IOC가 조치를 내리기에 앞서 자진해 선수위원직도 사퇴해야 한다. 그게 그나마 '올림픽 영웅'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자신을 롤모델로 여겼을 후배 선수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새누리당은 야당 시절 '논문 표절'을 이유 삼아 교육부 장관 두 명을 취임 2~4주 만에 쫓아냈다. 2년 전 총선을 전후해 문 의원의 표절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개혁 의지를 훼손한다"며 갓 당선된 문 의원을 밀어냈다. 그랬던 사람들이 지난 20일 "문 의원은 IOC 위원으로서 체육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논문 표절의) 과(過)가 3이라면 공(功)은 7"이라며 문 의원을 복당시켰다. 1주일 뒤면 밝혀질 조사 결과조차 확인하지 않고 제 발등을 찍은 모양이다. 이러니 새누리당이 아무리 개혁을 외치고 변화를 다짐해도 국민은 코웃음을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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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설] 민간방송까지 모두 '勞營 방송' 만들겠다는 건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26일 법안 심사 소위를 열어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 채널, 보도 전문 채널에 편성위원회를 두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민영방송 가리지 않고 '사(使) 측과 종사자 측이 동수(同數)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를 구성해 편성 규약을 만들게 했다.

편성(編成)은 어떤 프로그램을 어떤 내용과 분량으로 어떻게 배열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송사 운영의 핵심이다. 신문의 편집권처럼 방송 사업자의 편성권이 보장돼야 방송의 자율성도 이룰 수 있다. 방송법 4조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개정한 4조 4항조차 편성권이 사업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업자가 취재·제작 종사자 의견을 들어 편성 규약을 제정'하게 하면서도 방법과 절차는 사업자에게 맡겼다.

그러나 국회 방송법 개정안은 편성위원회라는 기구의 설치부터 구성 방식, 규약 내용까지 일일이 강제하고 있다. 공영방송도 아닌 민간방송 편성권까지 법으로 간섭하고 규제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다. 노조가 편성위 절반을 차지하면 제작 방향부터 특정 프로그램 방영 여부까지 쥐고 흔들 길이 열린다. 경영권과 인사권에 끼어들면서 조직이 마비될 수도 있다. 방송이 이념을 앞세운 노조에 휘둘리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공영방송들에서 질리도록 봤다. 오죽하면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야당은 당초 KBS 사장 인사청문회와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방안을 주로 요구했다. 노사 동수 편성위도 공영방송에만 해당했다. 그러던 야당이 다른 주장을 접는 대신 편성위를 민간방송으로 확대하는 타협안을 내자 여당이 받아들였다. 위헌(違憲) 얘기가 나오자 여당 측은 "개정 방송법을 헌법재판소로 보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했다. 방송의 생명인 편성권을 정치적 거래 대상쯤으로 여긴 여당이 아니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악법(惡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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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사설]미세먼지, 국가적 차원서 대책 수립해야

고농도 미세먼지(PM10)가 일주일째 서울을 비롯한 전국을 뒤덮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쁨’(121~200㎛/㎥)과 ‘약간 나쁨’(80~120㎛/㎥) 단계가 지속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매우 나쁨’(201㎛/㎥ 이상) 수준까지 넘나들었다. 시정 불량으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는가 하면 기관지나 호흡기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는 등 국민 생활에 큰 불편과 고통이 따랐다.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사흘째 이어지자 서울시는 이를 ‘재해’로 간주하고 분진 흡입과 물청소, 관용차 운행 전면 중단 등의 비상 대책을 가동하기까지 했다.

안타까운 것은 ‘미세먼지 재해’를 예방할 방법도 극복할 방안도 현재로서는 마뜩잖은 현실이다. 흔히 ‘중국발 미세먼지’라며 중국의 석탄 난방을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중국 관계 당국은 “명확히 규명된 연구 결과가 없다”며 이를 100%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세먼지의 신체 영향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 원인 물질이나 독성 등은 아직 제대로 규명된 바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보 등급에 따라 외출 자제나 황사 마스크 착용 따위를 권고하는 게 대책의 전부인 셈이다. 그나마 예보조차 아직 걸음마 단계로 적중률이 33.3%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황사·스모그와 함께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질 게 분명하다. 중국 탓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동부 지역에 발생한 스모그는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베이징시를 시찰해 PM2.5의 통제 강화를 직접 지시했을 정도다. 미세먼지 대책은 국경을 초월한 문제인 만큼 환경부나 서울시로서는 한계가 있다. 우리도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과 의지를 갖고 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정부는 뭘 했는지 궁금하다. 정확도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보를 내놓다가 어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중국과 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정도가 아닌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가적 차원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사안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경향 [사설]“친구들에게 한국엔 절대 가지 말라고 하겠다”



처참한 ‘노예노동’에서 풀려났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임금과 퇴직금도 뒤늦게나마 손에 쥐었다. 이제 출국하면 꿈에서도 그리던 부모형제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도 그들의 표정이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집권여당 실세라는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2년 동안 입었던 육체적·정신적 고통의 상처가 워낙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 출신의 무용수·연주자 12명은 “춤을 추다 다리와 허리를 다쳐 아픈 날에도 온 힘을 다해 공연을 해야 했다”면서 “박물관에서 지낸 2년은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 자신들의 자유를 박탈한 책임자로서 홍 사무총장을 비난했다. 한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사회 구성원이라면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한국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하겠다”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홍문종 박물관 사태’는 직접적으로는 홍 사무총장이 자신의 위세만을 믿고 온갖 법규를 위반해가며 이주노동자들의 착취를 용인해오다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시선은 홍 사무총장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그의 범법행위와 도덕적 일탈을 가능케 한 한국사회의 풍토와 구조적 환경을 이들은 직시하고 있다. “한국에는 절대로 가지 말라고 하겠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가. 한국은 외국인, 특히 자신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나라의 사람들은 노예처럼 부리면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나라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른바 ‘다문화 담론’이 확산되면서 한국사회에서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멸시 등 인종주의적 독소가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입으로는 다문화를 외치지만 구체적인 일상에서는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모멸과 편견, 착취와 배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새삼 확인된 셈이다. ‘홍문종 박물관’이라는 독버섯은 그냥 우연히 자라난 게 아니다. ‘다문화 담론’의 뒤편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인종주의의 음습한 토양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혹시라도 ‘다문화 담론’이 한국사회의 인종주의를 미화하고 은폐하는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가로막는 제도와 법률은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고향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은 반드시 가볼 만한 나라라고 널리 알리겠다”고 말할 때까지 이러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경향 [사설]미국, 북핵문제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지난 17일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두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북한 인권유린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와 압박이다. 둘째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를 증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는 대북 경제·정치적 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지원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국가와 유엔이 고위급 정치회담을 개최, 평화협정을 비준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유엔 보고서 발표 때 대북경고는 충분히 부각되었지만 북한과의 대화, 평화협정, 대북지원 역시 중요한 북한인권 해법의 하나라는 사실은 별로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대북압력 못지않게 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엔 차원에서 확인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북한 문제의 어느 쟁점을 다루더라도 외부세계가 북한이 변화하고 개혁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원칙을 국제적 합의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원칙에서는 북한핵 문제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26일 워싱턴에 열린 북한 문제 토론회에서도 북핵 문제를 다룰 때 미국이 대북 제재를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대화와 외교의 방법을 동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대화를 오래 중단하는 것은 위험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위해 북한과 적극 대화하고 외교적 간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토론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부 아니면 전무식 접근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유연한 자세를 촉구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미, 미·중 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의견교환을 했지만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미국이 대북 압박 조치 외에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전혀 움직이려는 의지가 없는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핵 문제를 외교 현안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이 우선순위에 오르는 길은 한 가지이다.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하는 것이다. 북한은 그렇게 해서라도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그건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략적 무시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런 외통수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오바마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외교와 협상은 북핵 문제와 같이 교착 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다.

한겨레 [사설] 가계부채 해결 의지나 있긴 한가

지난해 말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것뿐만 아니라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비은행권 부채가 절반을 넘어서는 등 부채의 질도 악화됐다. 주춤하던 증가율도 지난해 4분기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도 정부 대책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정책 일관성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보면 눈에 띄는 게 별로 없다. 2017년 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15.9%(2013년 말)에서 40%로 높이고, 163.8%(2012년 말)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실현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이는 사실상 가계부채 규모나 증가율 등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단지 대출자의 부담이나 금리 변동시의 충격 등만 완화해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정도의 대책으로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계부채를 대하는 정부 정책이 상충한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데는 주택 관련 대출 증가가 큰 몫을 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돈 빌려 집 사고, 돈 빌려 전세금 조달하라는 정책을 펴왔다. 가계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빚 늘려 부동산경기 살리려는 정부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아무리 그럴듯한 대책을 내놔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간단히 말해 쓸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길밖에 없다. 문제는 가계소득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이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려 가계소득을 높여주고,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켜 자산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이미 실패했고, 후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런 정책을 지속하는 한 가계부채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편중된 부의 재분배를 통해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등 구조적인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 지난해 최하위 소득계층인 1분위의 부채 증가율이 무려 24%에 이른 반면 최고 소득계층인 5분위의 부채 증가율은 0%였음은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대우 해소 등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거시적인 접근 없이는 근본적인 가계부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한겨레 [사설] 검찰개혁 이루기엔 크게 미흡한 ‘제도특검’

여야가 27일 검찰개혁 관련 쟁점이던 제도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도입에 합의했다. 이번에 도입된 제도특검은 기존에 여야 합의가 있어야만 도입되던 특검을 제도적으로 상설화해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실시하도록 한 제도다. 특별감찰관제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두어 감찰활동을 하도록 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제도가 도입됐지만, 애초 취지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실제 검찰개혁으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여야 합의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상설특검’에서 크게 후퇴한데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 역시 많이 축소됐다. 상설특검법은 특검추천위를 법무부, 법원행정처, 대한변협, 여야가 추천하는 2인씩 모두 7명으로 구성해 국회 산하에 두도록 했다. 추천위가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인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특검 발동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했다.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합의해 주지 않으면 도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기존 특검과 차이가 없다.
제도특검은 상설조직을 만들어놓는 게 아니라 수사 대상과 절차를 미리 법으로 정하고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특검을 임명한다는 점에서 ‘상설(기구)특검’과 다르다. 법을 미리 만들어놓는다는 것을 빼면 현재의 특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특검추천위를 상설화해 특검 수사를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특별감찰관과 특검추천위의 존재가 검찰에 일정한 견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특별감찰관법은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으로 정했다. 논란이 됐던 국회의원은 결국 대상에서 빠졌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결과를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도록 했다. 그러나 수사권도 없이 감사원 수준의 조사권을 갖는 특별감찰관이 성역을 깨고 제대로 비리를 적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찾아낸 비리도 다시 검찰에 넘겼다가 미흡하면 특검이 나서는 것이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애초 상설특검을 도입하려는 취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를 만들어 권력자들의 검찰 장악력을 줄이고 검찰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번에 합의된 제도특검은 생색만 내고 알맹이는 별로 없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을 이루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어찌됐든 어렵사리 도입한 만큼 시행 과정에서 내실을 기해 애초 취지를 최대한 살리도록 해야 한다. 또 제대로 된 상설특검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등 후속작업도 필요하다.

한겨레 [사설] 피의자한테 협조 구걸하는 ‘증거 조작’ 조사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상규명 조사가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5일에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내부조사 결과보고서를 건네받아 검토 작업에 들어갔으나 진상규명에 대한 회의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국정원은 A4 용지 20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나름대로 상세히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으나 그 요체는 “조작은 없었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출입경 기록 등의 문건 입수에 관여한 현지 국정원 요원의 신원에 대해서도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또 자신들의 설명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문건 등 증거물도 첨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이 답변서는 정확히 말하면 피의자 쪽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검찰로서는 답변서 내용을 기초로 관련된 국정원 요원들이 누구인지, 이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래서 국정원 쪽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등을 하나하나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증거 제출 요구나 관련자에 대한 소환조사 등은 필수적이며, 필요하면 압수수색 등도 실시해야 한다. 문제는 과연 검찰이 국정원의 높은 벽을 뛰어넘어 이런 강도 높은 조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검찰의 진상규명 조사 활동이 지닌 치명적 한계는 피조사자인 국정원의 ‘협조’에 의존하는 조사라는 점이다. 국정원 직원을 구속하거나 이들로부터 진술을 받으려면 사전에 국정원장에게 알리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도 걸림돌로 버티고 있다. 이번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가 드러난 선양 총영사관 국정원 파견 직원 이아무개 영사에 대한 소환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이 단적인 예다. 거기다 검찰 스스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니 진상규명의 열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중국과의 사법공조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쪽에서는 “중국 정부에서 위조라고 밝힌 것은 발급 절차상의 문제일 뿐 ‘내용의 위조’는 아니다”는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검찰 쪽 문서 3건을 위조라고 밝히면서 이들 문서와 상반된 내용의 변호인 쪽 문서를 진본이라고 확인한 점을 보면 국정원의 이런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검찰이 이런 대목에 대해서라도 중국 정부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면 정치권의 불필요한 공방을 줄일 수 있을 텐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7일 국회에 이번 사건의 특별검사 임명법 제정 청원서를 제출했다. 검찰의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할수록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앙 [사설] 미세먼지 예보, 한국형 모델로 적중률 높여야

중국발 스모그 등의 영향으로 연일 미세먼지 오염이 극성이다. 급기야 25일 서울 김포공항에선 미세먼지로 저시정(低視程)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모두 53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인천공항에서도 도착 편 18편이 회항했다. 항공기 착륙에 필요한 가시거리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해가 나날이 커지는 상황인데도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예보를 개시한 지난해 8월부터 지난 21일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예보 적중률은 3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엔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노약자들이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나쁨’ 수준이었음에도 환경과학원은 ‘약간 나쁨’으로 예보했다가 11시에야 수정했다. 이래서야 ‘예보가 아니라 중계’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예보 경험이 6개월 정도로 짧은 데다 환경과학원이 미국 기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보를 하고 있어 실제 한국 상황과 제대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를 개선해 적중률을 높이려면 중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한국 기상청이 분석한 기상예보 결과를 활용한 한국형 예보 모델의 개발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미세먼지의 유입 경로를 더욱 자세하게 파악하고 미세먼지의 생성·소멸 과정과 메커니즘도 보다 정밀하게 연구해야 한다. 예보에 지역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지역 환경당국이 주도해 권역별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서해안을 따라 관측소를 확충해 충분한 관측 데이터를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외교 경로나 과학교류 등을 통해 중국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최신 데이터도 확보해야 한다. 국민이 미세먼지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3일 정도의 장기예보를 정확히 제공하려면 이 정도의 연구와 데이터 축적은 당연히 해야 한다. 필요하면 기상 및 환경 관측을 위한 인공위성을 발사하든지 외국 위성의 관련 자료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다. 상당한 비용이 들겠지만 그 정도 투자가 필요할 정도로 국민이 요즘 느끼는 대기 상황은 심각하다.

중앙 [사설] 정치권의 대북 인적정보망 훼손, 정신 나갔다

국가 정보기관은 해외에서 자국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때때로 이를 막아내는 공작을 한다. 정보기관은 국내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하지만 해외 정보관들이 특정 지역에서 펼치는 ‘스파이의 세계’는 사법적 잣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고도의 국익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안보국(NSA)의 부적절하게 수집된 비밀정보를 폭로한 스노든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 의회가 사건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초당적으로 NSA를 보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중국 선양의 한국 총영사관을 1박2일 일정으로 방문 조사했다. 어제 돌아온 심재권·정청래·홍익표 의원은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정보 관계자의 신원과 이 관계자의 전임자,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의 지위를 구체적으로, 무슨 큰 성과라도 낸 듯이 공개했는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북·중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북 인적정보자산(HUMINT)의 체계와 핵심 역량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이는 정보전쟁의 상대방인 북한에 표적을 갖다 바친 꼴이며 중국을 비롯한 관계국 정보세계의 비웃음을 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이 증거를 위조해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었는지 여부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검찰과 변호인이 치열한 증거와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사법부에 맡겨두는 게 온당하다. 국익과 국격이 걸린 정보세계의 민감한 이슈를 한 건 폭로식으로 접근하는 자세는 새누리당도 다르지 않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 근무하는 특정 여직원이 간첩사건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커넥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여직원이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했고 평양 주재 주중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친북 성향 인사라는 게 윤상현 의원이 제시한 근거다. 이 정도 수준의 심증으로 국제정치학 박사이자 집권당 고위 당직자인 윤 의원이 중국과 외교적 불편함을 불러올 수 있는 주장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보자산의 관리, 외교관계에서 국격 등을 고려해 정치권은 목소리를 낮추길 바란다. 

2014년 2월 26일 수요일

중앙 [사설] 주택시장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꿔라

정부가 주택임대차 방식을 전세에서 월세 위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전세 수요를 부추기는 전세보증금 대출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월세 세입자와 임대인에게 모두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전세 중심의 주택임대차 방식을 월세 형태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줄곧 오르기만 했던 전셋값의 고삐를 죄고, 최근 부쩍 심해진 전세수급의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처방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비록 늦었지만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지난해 하반기 전세대란이 표면화된 이후 주택시장에서는 이미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같은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전세보증금 대출지원을 늘리는 패착을 거듭했다. 전세 세입자를 보호한답시고 보증금 대출을 늘리는 바람에 전세대란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임대차 방식인 전세는 주택가격이 계속 올라야 성립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인구구조의 변화와 주택시장의 침체로 주택가격이 오르지 못하거나 심지어 떨어지는 상황에선 집주인이 전세로 집을 빌려줄 유인이 없다. 전세대란은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당연한 귀결이다. 시장이 이렇게 바뀌는데도 정부는 전세수요를 부추기는 주택보증금 대출만 늘리고 있었으니 주택시장이 안정될 턱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 1월 주택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7%에 달했다. 신규 임대주택의 절반이 이미 월세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면 세입자의 월세부담을 덜어주고, 임대인에게도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월세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차제에 주택정책의 목표를 ‘내 집 마련’에서 ‘주거 안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주택에 대한 인식을 가격 상승을 노린 ‘소유의 대상’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거주의 공간’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그러자면 억지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기보다는 괜찮은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시장이 자연스럽게 적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산 증식을 노린 주택 소유의 유인이 없어지고 월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지 않다면 거주공간으로 굳이 임대주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점에서 리츠(부동산투자신탁)나 민간자본을 공공임대주택사업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은 바람직하다.

 다만 사실상 세금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 강화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월세 임대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월세 임대주택의 공급이 왜곡될 뿐만 아니라 월세 세입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선 [사설] 현오석 경제팀이 미덥지 않다면

정부가 25일 발표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이 막판 수정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원안(原案)이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는 등 혼선이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당초 마련한 3개년 계획안은 3대 전략, 15대 핵심 과제, 100대 실행 과제로 구성돼 있었다. 기재부는 지난 19~20일 언론에 초안(草案)을 미리 브리핑하면서 "관계 부처 및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많은 협의를 거쳤으며 청와대와도 최종 논의를 마쳤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25일 대통령 담화문 발표 직후에 나온 참고 자료에는 15대 핵심 과제가 '9대 핵심 과제 및 통일 시대 준비 과제'로 바뀌었다. 기재부가 처음에 내놓았던 100대 실행 과제 가운데 44개는 아예 탈락했다.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언론에 사전 설명까지 끝낸 정부 발표 내용이 이렇게 대폭 수정된 것은 최근 30년 내 없었던 일이다.

3개년 계획에서 빠진 것 중에는 공공 기관 임원 인사 제도 혁신, 지방자치단체 파산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내용이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설치와 친환경 에너지 타운 조성 같은 내용은 추가됐다.

발표 형식도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다. 기재부 실무자들은 박 대통령이 큰 줄거리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현오석 부총리가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25일 세세한 정책과 수치(數値)를 밝히며 41분간에 걸쳐 직접 발표했다. 현 부총리가 따로 가질 것이라던 기자회견은 당일 아침 돌연 취소됐다.

대통령이 중요한 정책 구상을 마지막까지 고치고 다듬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TV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는 모습도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3개년 계획 발표 과정의 혼선은 정부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 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동안 청와대가 결정권을 휘두르고 장관들은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도 현 부총리는 청와대의 보조(補助)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현 부총리와 기재부가 내놓은 많은 정책 구상이 무시됐고 설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기재부는 100대 과제 중 뭐가 살아남고 뭐가 빠지는지 알지 못해 허둥대다 뒤늦게 "대통령 담화문 발표 이후 배포된 참고 자료에 들어 있지 않은 정책은 3개년 계획에서 빠진다"고 밝혔다.

국정(國政)의 큰 방향은 대통령이 잡아주어야 하지만, 세부 정책은 부처 간 의견 조율·조정을 거쳐 이뤄지는 게 정상이다. 대통령이 세부 정책까지 하나하나 다 챙기고 결정한다면 굳이 경제부총리를 따로 둬야 할 이유가 없다. 이번 일로 국민은 현 부총리와 경제팀이 대통령으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경제팀이 지금부터 우리 경제의 대도약(大跳躍)을 위해 추진력을 발휘하겠다며 앞장선다고 한들 어느 기업, 어느 국민이 대통령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경제팀을 믿고 따르겠는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선 [사설] 미세먼지, 중국 탓이라고 참고 견디라고만 해서야

미세 먼지 오염이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바깥을 돌아다니면 목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갑갑해지고 눈 점막도 따끔거린다는 사람이 많다.

25일 오후 1시부터 26일 오후 1시까지 24시간 동안 미세 먼지(직경이 1㎜의 100분의 1보다 작은 먼지·PM10) 농도 최고값이 전국 17개 시·도별 대표 측정 지점 가운데 16개 지점에서 공기 1㎥ 중 200㎍을 넘었다. 환경 당국이 5등급으로 분류한 오염도 가운데 최악(最惡)인 '매우 나쁨(201㎍/㎥ 이상)'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세 먼지 가운데서도 직경 1㎜의 400분의 1 미만인 초(超)미세 먼지(PM2.5)는 폐로 침투한 뒤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돌아다니게 된다. 기관지뿐 아니라 당뇨·동맥경화 같은 만성질환자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미세 먼지 오염의 상당 부분은 중국 탓이다. 어제(26일) 오후 2시 중국 당국 측정망에서 확인된 베이징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534㎍/㎥이었다. 더 굵은 먼지까지 포함해 따지면 국내 오염도의 3~4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도 노후 제철소를 폐쇄하는 등 그 조치는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중국엔 석탄발전소가 2300개나 있고 세계 석탄 소비량의 47%가 중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 요소이자 국민이 누려야 할 원초적 복지(福祉)이다. 미세 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이라고 해서 국민에게 뾰쪽한 수 없으니 참고 견디라고 해서야 그걸 정부라고 할 수 없다. 미세 먼지 예보(豫報)를 한다고는 하지만 예보는 야외 활동 자제 경고일 뿐 근본 대책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하다못해 물 청소차, 도로 먼지 흡입차를 총동원해 도로 표면 먼지라도 닦아내야 한다. 건축 공사장도 물을 충분히 뿌려 작업하면 얼마간 효과는 있을 것이다. 공장에서 초미세 먼지까지 걸러내는 기술을 활용해 값싼 휴대용 마스크와 가정용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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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설] 日은 '이스라엘 시민 메달' 받은 獨 총리 두 눈 뜨고 보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시몬 페레스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시민 메달'을 받았다. 이 메달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영예로운 훈장이다. 메르켈은 양국 수교 50주년에 맞춰 각료 16명과 함께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두 나라는 공동 내각회의도 열었다. 나치의 유대 인종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대한 독일 역대 총리들의 진심 어린 사죄와 반성이 '이스라엘 훈장을 받는 독일 총리'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지금 일본에서는 독일이 걸어온 길과는 정반대 길로 가려는 시도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죄한 '고노 담화'에 대해 재조사를 주장한 야당 의원을 만나 "고맙다"고 했다. 극단주의자들이 기획한 위안부 전시회에서는 "위안부가 성 노예라면 호스트바의 호스트도 성 노예"라는 식의 비하를 담은 만화가 '작품'이라며 전시되고 있다. 도쿄 시내 31개 공공 도서관에서는 나치의 희생자인 안네 프랑크 관련 서적이 다량 훼손된 채 발견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일본의 생각과는 달리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 연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국 뉴욕 퀸스커뮤니티칼리지의 홀로코스트박물관은 박물관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해 상설 위안부 전시관을 만들기로 했다 한다. 실제 개관하면 해외에서 문을 여는 첫 위안부 전시관이 된다.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자행한 집단 성범죄가 한 공간에 통합되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N과 미·EU 의회 등이 결의안을 통해 사죄를 촉구하는 단계였다. 최근 들어서는 학술과 민간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여러 자치단체는 소녀상·기림비 건립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 프랑크 하우스' 측은 위안부 문제 자료 수집을 위해 5월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미국·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런 움직임은 일본군의 성범죄가 얼마나 반(反)인류적인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의 과거사 파괴 시도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 세계 양심의 목소리가 장기적으로 모이면 마침내 일본을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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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사설]러시아,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지지해야

다수의 우크라이나인은 민주주의, 그리고 유럽에 속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게 바로 우크라이나 시민이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유이다. 그러나 시민혁명 이후 항상 좋은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혁명 이후 반동의 역풍이 불거나 또 다른 폭력이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이 시민 저항으로 무너진 뒤 민족단위 분열을 거듭하다 결국 인종청소라는 참상을 겪은 바도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과도정부가 들어선 뒤 벌써 러시아계가 거주하는 동부와 크림 자치공화국의 분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러시아계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계는 러시아 정부의 개입을 요청하기보다 우크라이나 안에서 함께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지역적, 인종적, 언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존을 가능케 하는 정치제도이다. 우크라이나를 두 쪽으로 분리하면 러시아계의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분열을 부추기는 러시아 정부의 행태가 걱정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무장 반란의 결과”라며 과도정부를 부정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계와 다른 소수민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러시아 의회 대표는 크림 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을 방문,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해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민주화된 우크라이나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야누코비치 퇴진은 다수 시민의 정당한 저항권의 결실이었다.

러시아는 그동안 시리아 정부와 같이 시민을 유혈적으로 탄압하는 독재정권을 비호함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데 앞장서왔다. 이번에 또 분리주의를 조장하고 반인권적인 야누코비치 세력을 옹호하며 민주주의를 향해 행진하는 우크라이나의 앞길을 가로막을까 우려된다. 경제지원 중단이나 무력개입 등 러시아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우크라이나 운명을 통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나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불행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하나가 된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경향 [사설]최악 전세난에 정부 전세대책은 어디 갔나

정부가 어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그간 전세 위주의 전·월세 대책에서 벗어나 월세 가구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저금리 기조 탓에 전세 물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월세가 느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정책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서민 주거난의 핵심인 전세대책이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칫 잇단 정책 실패로 정부가 전세대책을 아예 포기한 것이라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대책은 월세 가구의 부담을 덜기 위한 소득공제 확대가 핵심이다. 공제 대상과 한도를 늘려 월 50만원 월세 세입자는 소득공제 액수가 60만원으로 지금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다. 고소득 임대사업자의 세원 노출을 통해 탈세를 막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대책도 포함됐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된 월세 거주자의 지원 대책은 필요하다. 70%에 달했던 아파트 전세 물량은 최근 월세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서 전세 해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기존 전세 지원책도 줄이는 마당이다. 싼 이자로 빌려주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금 액수에 관계없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보증금 3억원 이하의 주택만 대상이다. 시중 은행에서 싼 이자로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 보증도 보증금 4억원 이하로 제한된다. 전세시장은 그야말로 통제불능 상태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8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혜택마저 줄이는 게 올바른 대책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이번이 5번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1년간 아파트 전셋값은 7.1%나 올라 물가상승률을 압도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면 전세난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안이한 발상이 부른 결과다. 서민들은 전세자금 부담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책임진 토지주택공사는 공기업 개혁 바람에 제 코가 석자다. 이참에 외국에도 없는 전세 대신 월세로 방향 전환을 하자는 발상이라면 큰 문제다. 전·월세 문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푸는 것 외에 달리 왕도가 없다. 부동산 거품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요원한 얘기다.

경향 [사설]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에 맡겨선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 방침을 천명했다. “공무원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부분은 당초 정부가 준비한 자료에는 없었으나 마지막에 포함됐다고 한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3개 연금 중에서 핵심은 공무원연금이다.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기금이 바닥났거나 날 지경에 이른 만큼 구조개혁이 필연적이지만 더 시급한 것은 공무원연금이다. 공무원연금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에서 부담하는 보험료의 합계가 퇴직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연금지출액에 턱없이 모자라 해마다 적자가 나고 있다. 2001년 599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04년 1742억원, 2006년 8452억원, 2008년에는 1조4294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조89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2조원을 돌파해 2조18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민간에서 기금운영을 이렇게 했다가는 파산을 해도 몇 번을 했을 것이다.

빚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공무원들이 눈 하나 까딱 않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관련법 개정으로 적자가 얼마가 나든 몽땅 국가예산으로 메워주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워주는 데만 지금까지 국가예산 9조8000억원이 들어갔다. 앞으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내년에 3조원, 2018년 4조원, 2020년에는 6조2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이를 대통령 임기로 구분지어서 보면 이명박 정부 5년간 7조6900억원이 들어갔고, 박근혜 정부 5년간 14조9900억원, 차기 정부에는 31조4700억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이 구조대로라면 경제혁신은커녕 퇴직공무원들 연금 주다가 국가경제가 거덜나게 될 판이다.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의 당위성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하지만 보험료는 더 내고 보험금은 덜 가져가는 데 이해당사자들이 선뜻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9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할 때 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구조개혁이 시늉에 그치고 만 전례를 떠올려 보자. 여기서 얻은 교훈은 개혁 대상이 되는 집단에 개혁 업무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진정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한다면 그 업무는 안전행정부가 아니라 국회에 맡겨야 한다.

한겨레 [사설] ‘통일 거품’ 키우지 말고 교류·협력 본격화해야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제야 남북관계 복원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앞장서서 통일 담론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려는 모양새다.
이번 상봉 행사는 이산가족들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상봉 신청자 가운데 80살 이상이 남쪽은 80%, 북쪽은 93%에 이르렀다. 당연히 부모와 자녀가 만나는 경우는 크게 줄고 형제·자매 등의 상봉이 많아졌다. 이들도 고령이어서 앞으로는 직계 가족의 상봉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상봉 신청자 12만9000여명 가운데 5만7000여명이 이미 숨진 상태다. 지금과 같은 상봉 방식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지난 여러 해 동안 남북관계가 나빠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탓이 크다.
통일준비위 설치는 이런 상황에 걸맞지 않다. 우선 북한은 갑자기 웬 통일준비인지 의도를 의심할 것이다. 통일준비위라는 조직이 왜 필요한지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책 수립·집행 부서로 통일부가 있고, 종합적인 연구기관으로 통일연구원이 있다. 국정원이 북한 정보의 수집·평가를 전담하고 있으며, 평화통일정책과 관련한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라는 큰 조직이 설치돼 있다. 통일준비위가 어떤 일을 하든 기존 기구와 업무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의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런 취지라면 기존 조직으로 충분하다. 전형적인 옥상옥 조직인 셈이다.
통일준비위 구상에는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올해 초 제기한 통일대박론이 나름대로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고 이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다. 실제로 대북정책은 박 대통령이 지지율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앞으로 북한 관련 결정을 내릴 때 통일준비위가 책임을 분산시키는 구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과 함께 가지 않는 통일 담론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의 통일항아리 사업 등에서 보듯이, 엉뚱한 곳에 정책역량을 쏟아붓다 보면 실제 현안은 더 악화하기 쉽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통일 거품 키우기’가 아니라 남북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특히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처 완화·해제,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은 바로 검토해야 한다. “남북 간의 대화와 민간교류의 폭을 넓혀갈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은 지켜져야 한다.

한겨레 [사설] 서민 주거안정과는 멀어 보이는 전월세 대책

정부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26일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월세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을 세제혜택으로 덜어주고, 전세 거주자한테는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확대하며, 공공임대주택 사업에 민간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큰 변화를 줄 내용이긴 하지만, 무주택 서민들이 겪고 있는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
정부가 이번 방안에서,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고 집주인의 동의절차 없이도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세입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고액 전세 수요자에 대한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지원 대상을 축소키로 한 것도 합리적인 개선 방향이다. 집을 살 여유가 있는 계층까지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전체 가계의 절반가량이 자고 나면 오르는 전셋값 때문에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책은 너무 한가하다. 전셋값은 전국 기준으로 2012년 8월 이후 1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곧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난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방식이 빠르게 전환하는 바람에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를 그대로 방치한 가운데 세입자에게 ‘대출 지원을 해줄 테니 집을 사든지 전셋값 올려주라’는 식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개선은커녕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 든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 때문에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부동산투자신탁’(리츠)과 ‘준공공임대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들고나왔다. 공공임대사업에 민간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민간 참여 확대는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고, 안정적인 수익 보장은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관련 대책은 대부분 경기 부양을 위한 주택거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왔으며 이번에도 큰 틀에서는 마찬가지다. 보편적 주거복지는 헌법에 명시된 정부의 책무다. 시장 활성화보다 서민의 주거안정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한겨레 [사설] 이효리와 함께한 ‘4만7000원의 연대’

‘이효리의 힘’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효리가 동참한 덕에 1차 ‘노란 봉투 캠페인’(socialants.org)이 순식간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파업 이후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쌍용자동차 노조와 철도노조 등을 돕기 위해 1만명이 4만7000원씩 내 4억7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으자는 운동이다.
이효리한테서는 인간적 성숙미까지 배어나온다. 쌍용차 노조원이 트위터를 통해 ‘고맙다’고 인사하자 “무슨 말씀을요. 저는 그냥 알리는 노릇만 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만한 연예인과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이효리가 기부에 나선 것은 한 주간지에 실린 어느 주부의 사연 때문이었다.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이 주부는 해고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자녀 학원비를 아낀 4만7000원을 편집부에 보냈고, 이 기사가 이효리를 울린 것이다. 이효리는 편지에 “아이 엄마의 마음이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을 흘렸다. 참으로 적은 돈이지만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란다”고 적었다. 안쓰러운 이웃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는 아이 엄마와 이효리의 마음 씀씀이가 착하고 아름답다.
이효리는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스타다. 사회적 참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용기를 내 펜을 들었고 돈을 부쳤다. 얼마든지 편하고 쉽게 갈 수 있는데도, 타인의 아픔에 눈감지 않은 것이다. 그 자세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효리는 우리가 지켜줘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1만명 가까운 사람이 이효리를 따라한 것은 흔해 빠진 ‘유명인 흉내 내기’가 아니다. 이효리에게 공감하고 이효리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들이 모인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다. 다들 각자의 생활에 얽매여, 각자의 삶만을 살기도 버겁다. 이웃의 고통에 곁눈 한번 주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1만명의 이효리’처럼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서로를 감싸 안을 때 사람끼리의 온기가 전달되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공감은 전염력이 강하다. 세 아이의 엄마처럼 먼저 내미는 작은 손 하나가 핵폭발 같은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 싸움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벅찬 승리의 소식을 들은 기억은 너무도 오래다. 싸우는 사람들은 때로 잊혀지고 때로 외면받고 있다. 그래도 우리 곁에는 이효리가, 이효리를 움직인 아이 엄마가, 이효리를 지키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서로 맞잡은 손에서 훈김이 피어오르는 날이다.

2014년 2월 25일 화요일

중앙 [사설] 철도노조, 파업 아닌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가 25일 24시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30일까지 이뤄졌던 최장기간 파업을 철회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또다시 파업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어이가 없다.

 전국철도노조가 내세운 파업 명분은 지난 파업 관련자 징계 철회와 임금교섭이다. 파업참가 조합원 8797명에 대한 직위해제, 490여 명에 대한 중징계 회부, 노조간부 198명에 대한 고소·고발, 152억원 손해배상 청구 등을 사측이 철회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경영권에 해당하는 사안이지 노사교섭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노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교섭은 노사교섭 대상이지만 제대로 협상도 벌이기 전에 무턱대고 파업에 나선 것은 법은 물론 상식에도 어긋나 보인다. 철도노조의 24시간 파업은 한마디로 정치적 성격이 강한 불법 파업일 뿐이라는 공사 측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외치기 전에 비효율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부터 느껴야 한다. 예를 들어 용산~광주 간 호남선 KTX의 운행시간은 대부분 3시간 2~10분이다. 하지만 2시간 가까이 달린 뒤 익산에서 기관사가 교대된다. 코레일 노사단체협상 부속합의서는 KTX 기관사의 연속 운전시간을 3시간 이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10분 때문에 기관사 한 명이 더 투입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노조 측은 안전 운행을 위해 필요한 규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진에 따르면 이 규정은 3시간이 넘는 노선이 없었던 경부고속철도 개통 초기에 만들어졌는데 이후 초과 노선이 등장하자 노조가 당초 규정을 근거로 탄력 근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 기업이라면 근무시간을 탄력 운영하든지 추가근무 수당을 신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해결했을 일이다. 게다가 코레일은 17조6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직원은 평균 연봉이 5800만원이나 된다.

 이런 불합리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의 몫이다. 철도노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혁신이지 파업이 아닐 것이다. 소비자의 이익을 도외시한 경영은 물론 노동운동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 [사설] 국민적 동의 받는 통일 청사진 만들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통일준비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민적 통일 논의 수렴과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 마련을 언급했다. 인적 구성과 관련해선 “외교·안보, 경제·사회·문화 등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각계각층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 대박론의 저변을 넓히면서 그 뼈대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말한 통일준비위의 구체적 역할과 성격, 멤버는 앞으로 구체화되겠지만 각계를 망라하겠다고 한 점은 주목된다. 그동안 대북 정책이나 통일에 관한 논의는 외교·안보·북한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문화 분야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언급한 것은 포괄적인 틀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향후 멤버의 규모나 구성이 어떻게 될지가 큰 관심사가 됐다. 위원회가 국가의 대계(大計)를 다루는 만큼 인선은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갖추고 검증받은 초당파 인사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통일 논의가 산으로 가지 않고 통일 청사진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통일 논의의 지속도 담보된다. 북한을 보는 시각만큼이나 다양한 게 우리의 통일 논의가 아닌가. 위원회가 출범하면 결과로서의 통일 대박만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 방법론도 논의하길 기대한다. 북한의 비핵화 호응도 등에 따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예산 1% 대북 지원’과 같은 한국판 마셜플랜도 고려해 봄직하다.

 통일준비위의 성격과 역할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업무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평통은 통일에 관한 여론 수렴과 국민적 합의 도출, 해외 역량 결집을 하는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령으로 설치되는 위원회와 격이 다르다. 통일준비위가 옥상옥의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업무 중복을 피해야 한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통일준비위의 순항 여부는 인선과 업무 영역 조정에 달렸다. 

중앙 [사설]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문제는 실천이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어제 확정 발표했다. 지난달 신년 구상 때 밝힌 ‘474’(2017년까지 4%대 잠재성장, 70%대 고용률, 4만 달러 국민소득)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 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의 3대 추진 전략과 15개 핵심과제, 100대 실행과제를 담았다. 이를 통해 3년 내 우리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우선 방대한 분량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실무팀이 애초 15분 분량의 담화를 제안했으나 30분으로 늘리라고 주문했고, 최종 조율과정에서 1만2000자(A4용지 20장 분량) 41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얘기다. 솔선수범 약속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등 3대 공적 연금 개혁을 직접 언급했다. 공공기관 개혁을 국정 일 순위에 올려놓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솔선수범은 자기 희생을 통해 타인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행위다. 정부부터 줄이고 바꿀 테니 민간과 국회도 동참해 달라는 의미다.

 경제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제대로 됐다. ‘도약이냐 정체냐의 갈림길’ ‘추격형 전략의 한계’라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잘 짚어냈고 ‘기초’ ‘혁신’ ‘균형’을 이루겠다는 처방도 나무랄 데 없다. 목표와 방법론도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조원 투입, 3년 내 연구개발(R&D) 투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재원 조달 방안이나 미래 성장 동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언급이 빠진 것은 아쉽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란 점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역대 정부 모두 큰소리쳤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적이 없다. 벤처 활성화는 김대중 정부가 중점 추진했던 전략이요, 규제 개혁 역시 역대 대통령이 모두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관료들의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그만큼 어렵다.

 새로운 게 없다면 깊이가 있어야 한다. 깊이는 완성도다. 김연아의 더블악셀이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을 이긴 게 바로 깊이다. 깊이는 선택과 집중, 노력과 실천에서 나온다. 하나를 해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되 끝까지 노력해야 가능하다. 대통령은 “3대 핵심 전략을 임기 내내 직접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다짐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다만 대통령의 주문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점은 걸린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이 주문하면 그것만 한다. 대통령이 강하고 구체적으로 주문할수록 주문한 것만 할 가능성이 커진다. 민간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대통령 혼자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국회와 국민의 동참은 필수다. 경제 혁신의 굵직한 줄기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되 세부사항은 각 경제 주체들이 메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창조경제의 본령이기도 하다. 

조선 [사설] 변협, 社內 변호사 '내부 고발 의무화' 보류는 잘못

대한변협이 변호사 윤리장전(章典)에 '기업에 고용된 사내(社內) 변호사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위법 행위를 조직의 장(長)이나 집행부, 다른 관계 부서에 알려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켜 지난 24일 정기총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다 보류했다고 한다. 내부 고발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 내 동료들이 사내 변호사를 경계하게 되고 결국 사내 변호사 고용을 기피할 수 있다며 한국사내변호사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비리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임직원들이 하도급업체·납품업체를 찍어눌러 거래 자금의 일부를 빼돌리는 경우도 많지만 대기업과의 거래에 목숨이 달려 있는 하도급업체가 그런 비리를 고발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국내 최대 조선업체의 한 부서 소속 간부·직원 25명이 하도급업체와 짜고 11년 동안 무려 25억원을 횡령해 나눠 써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저지르는 비리는 내부 직원들이 알게 되더라도 모른 척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기업 법무실을 비롯, 경영·회계·마케팅·인사관리 부서에 고용돼 있는 변호사 수는 전체 등록 변호사 1만4000명의 10% 정도다. 이들이 기업 비리를 감시하고 역할을 맡는다면 기업 풍토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선 사내 변호사가 기업 비리를 내부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내부 비리를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에도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는 변호사 윤리 규정에 관계없이 문제 삼을 수 없게 돼 있다. 우리도 기업 내 변호사들에게 고용주인 기업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 지위를 갖는 공공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법은 제1조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기본 사명(使命)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변호사를 판사·검사로 채용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도 변호사가 판검사와 똑같은 법조인(法曹人)이라는 틀 안에서 국민 다수의 행복과 정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공공성을 가진 전문가 단체로서의 판단과 행동을 앞세워야 그 권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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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설] '3개년 계획' 국민 머릿속에 단번에 파고들 수 있겠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힌 지 두 달 만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우리 경제는) 지금 도약이냐 정체냐를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岐路)에 서 있다"면서 "우리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비정상적인 관행들을 고치면서 장기간 이어져 온 저성장의 굴레를 끊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 인식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정부는 3개년 계획에서 잠재성장률 4%대 회복, 고용률 70% 달성, 국민소득 4만달러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공기업 개혁, 사회 안전망 강화, 규제 혁파(革罷), 서비스 산업 육성, 가계 부채·전셋값 상승 해결 같은 100가지 실행 과제를 꼽았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이 선진국 증권시장에 상장(上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형 요즈마 펀드' 조성,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규제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자동 효력 상실제 도입' 등 몇 가지 눈에 띄는 정책이 들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부 정책들은 이 정부가 집권 후 작년 초 내놓은 140개 국정(國政) 과제나 각 부처의 업무 보고 내용과 겹치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정부가 지키지도 못할 거창한 약속을 내놓았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해 국민의 신뢰만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작더라도 확실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식 정책으로 물량 공세를 펴는 것은 정책 추진력을 떨어뜨릴뿐더러 경제의 대도약을 이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접근 방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융 위기 때 "실업률이 6.5%로 하락할 때까지 제로(0) 금리와 금융 완화를 계속한다"고 했다. 일본 아베 정부도 "인플레이션이 2% 될 때까지 돈을 풀겠다"고 했다. 정책 목표와 정책 수단이 단순하고 명쾌하게 국민에게 전달돼 위기 국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成果)를 보고 있다. 경제 혁신 3개년 계획도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刻印)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투자와 소비의 주인공인 기업과 국민이 호응해 경제 회복이 앞당겨질 것이다.

조선 [사설] 통일준비委, 정권 임기 넘어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에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국민적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구체적인 통일 한반도의 청사진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 준비 기구가 설치되는 것은 처음이다.

2년 전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이후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북 급변 사태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거론될 정도다. 24년 전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벼락처럼' 통일을 맞을 가능성을 누구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은 70년 가까이 분단이 이어지면서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 모든 방면에서 이질적(異質的)인 체제가 됐다. 헌법과 각종 법률, 화폐, 사법체계, 행정조직과 기구, 군사(軍事) 문제, 외교관계, 교육 시스템, 문화 통합 등 '통일 한반도'에 대비해 미리 얼개라도 짜놓아야 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전 준비 없이 통일을 맞을 경우 겪을 혼란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남북 간은 물론 우리 내부에서조차도 통일 준비는 백지상태에 가깝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대 정부들은 북한의 반발, 우리 내부의 정파적·이념적 노선 차이 등을 이유로 통일 얘기 자체를 꺼렸다. 통일부, 통일연구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같은 정부 기관·기구가 있지만 구체적인 통일 대비 작업은 거의 없었다.

과거 명망가 위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은 결국엔 유명무실한 기구가 돼 버렸다. 통일준비위가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그 구성과 운영 방식에서 철저히 다른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전문 실무자 중심의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북한 문제는 남남(南南) 갈등이 가장 심각했던 만큼 통일준비위 구성을 초당적 차원에서 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할 것이다. 통일은 결코 어느 한 정권·정파만의 일이 될 수 없다. 국가 미래 전략 차원에서 특정 정권의 임기를 넘어서 이 기구가 존속될 수 있도록 국회가 여야 합의로 법적·제도적 근거와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통일 말만 꺼내면 자신들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이번에도 똑같은 트집을 잡고 나설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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