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5일 화요일

경향 [사설]통일준비위보다 ‘어떻게 평화를 만들까’가 우선

어제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끝났지만 언제 다시 상봉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금강산관광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서해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하다. 남북대화는 복원되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인 5·24조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때문에 남북교류·협력은 물론 대북 인도적 지원도 사실상 막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주력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는 통일 논의에 더 주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때 ‘통일대박’ 발언으로 관심을 끌자 통일 논의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기구까지 두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산하에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남한 사회에 팽배한 통일 무관심을 깨뜨리고 통일의 열망을 살려나가는 일은 남북관계가 나쁜 때라고 해서 소홀히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통일 준비를 한다고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서도, 흡수통일을 전제로 삼아서도 안된다. 흡수통일은 곧 북한이 무너질 것이므로 북한을 접수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결코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가 진정 통일 준비를 하겠다면, 흡수통일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어떻게 통일을 추구할지 구체적인 과정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통일준비위는 자칫 북한 인수위원회로 오해받을 수 있다. 정부는 통일을 위한 최고의 준비는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이 정치·군사적 대결을 끝내고 평화롭게 살게 되었을 때 통일의 희망이 싹트는 법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통일의 꿈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을 과감하게 무너뜨리는 현상 타파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통일 준비이다.

우리는 종종 통일은 북한 사람의 동의와 선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는다. 이는 북한 사람이 남한을 통일 대상으로 선택할 만큼 함께 살 만한 사회로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시장 만능주의, 양극화, 세계 최고의 자살률, 저복지의 남한과 통일하는 것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재앙을 피하려면 남한이 함께 사는 사회적 경제로 변할 수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부와 시민은 그것을 준비하고 있는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참고: 블로그의 회원만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