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조만간 모든 국민이 공직 후보자 선출 과정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6·4 지방선거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2000년대 이후 경선과 여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의 상향식 공천을 통해 출마 후보자들을 뽑아 왔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런 부분적 상향식 공천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야가 오픈 프라이머리 전면 도입에 합의할 경우 모든 선거는 후보를 정하는 선거와 본선거 등 두 번씩 실시하게 된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공직 후보자 선출권을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공천 잡음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공천이야말로 계파 우두머리들의 전횡과 파벌 다툼의 주(主)무대였다. 심지어 중진 의원들조차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공천에서 비롯된 계파 갈등이 정치 분란을 가져오고 국정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시장·군수·구청장 공천을 놓고서는 노골적으로 돈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정당은 구조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 중앙당은 각 지역 정치 네트워크들을 연결해주는 연락사무소에 가깝다. 그러니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후보를 뽑는 제도가 정착될 수 있었다. 그런 역사가 전무한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일지 의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돈과 조직에서 우위를 점하는 현역 정치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이다. 미국 의원 재선율이 90%를 넘는 것도 이 제도 덕분이다. 과거 우리 일부 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 때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온갖 동원 경쟁의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지금의 공천 제도에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오픈 프라이머리 역시 그 못지않은 병폐를 낳을 수 있다. 정치권이 지금 이런 딜레마를 얼마나 고민하고서 새 제도를 내놓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방선거까지 석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변화안을 불쑥 내놓으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오픈 프라이머리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여야가 2012년 총선·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건 시장·군수·구청장 정당 공천제 폐지를 불과 1년여 만에 지킬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공천을 포기하면 당장 수천명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새누리당이 먼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약을 거둬들였다. 민주당은 그간 "대통령이 사과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더니 최근 자신들도 내부적으론 정당 공천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선거 코앞에 내놓는 정치 개혁안이란 것은 모두가 선거용 쇼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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