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 방침을 천명했다. “공무원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부분은 당초 정부가 준비한 자료에는 없었으나 마지막에 포함됐다고 한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3개 연금 중에서 핵심은 공무원연금이다. 사학연금과 군인연금도 기금이 바닥났거나 날 지경에 이른 만큼 구조개혁이 필연적이지만 더 시급한 것은 공무원연금이다. 공무원연금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에서 부담하는 보험료의 합계가 퇴직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연금지출액에 턱없이 모자라 해마다 적자가 나고 있다. 2001년 599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04년 1742억원, 2006년 8452억원, 2008년에는 1조4294억원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조89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2조원을 돌파해 2조18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민간에서 기금운영을 이렇게 했다가는 파산을 해도 몇 번을 했을 것이다.
빚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공무원들이 눈 하나 까딱 않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2001년 관련법 개정으로 적자가 얼마가 나든 몽땅 국가예산으로 메워주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워주는 데만 지금까지 국가예산 9조8000억원이 들어갔다. 앞으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해 내년에 3조원, 2018년 4조원, 2020년에는 6조2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이를 대통령 임기로 구분지어서 보면 이명박 정부 5년간 7조6900억원이 들어갔고, 박근혜 정부 5년간 14조9900억원, 차기 정부에는 31조4700억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이 구조대로라면 경제혁신은커녕 퇴직공무원들 연금 주다가 국가경제가 거덜나게 될 판이다.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의 당위성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하지만 보험료는 더 내고 보험금은 덜 가져가는 데 이해당사자들이 선뜻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2009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할 때 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구조개혁이 시늉에 그치고 만 전례를 떠올려 보자. 여기서 얻은 교훈은 개혁 대상이 되는 집단에 개혁 업무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진정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한다면 그 업무는 안전행정부가 아니라 국회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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