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5일 화요일

조선 [사설] 변협, 社內 변호사 '내부 고발 의무화' 보류는 잘못

대한변협이 변호사 윤리장전(章典)에 '기업에 고용된 사내(社內) 변호사는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위법 행위를 조직의 장(長)이나 집행부, 다른 관계 부서에 알려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켜 지난 24일 정기총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다 보류했다고 한다. 내부 고발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 내 동료들이 사내 변호사를 경계하게 되고 결국 사내 변호사 고용을 기피할 수 있다며 한국사내변호사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 비리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임직원들이 하도급업체·납품업체를 찍어눌러 거래 자금의 일부를 빼돌리는 경우도 많지만 대기업과의 거래에 목숨이 달려 있는 하도급업체가 그런 비리를 고발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국내 최대 조선업체의 한 부서 소속 간부·직원 25명이 하도급업체와 짜고 11년 동안 무려 25억원을 횡령해 나눠 써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가 저지르는 비리는 내부 직원들이 알게 되더라도 모른 척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기업 법무실을 비롯, 경영·회계·마케팅·인사관리 부서에 고용돼 있는 변호사 수는 전체 등록 변호사 1만4000명의 10% 정도다. 이들이 기업 비리를 감시하고 역할을 맡는다면 기업 풍토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선 사내 변호사가 기업 비리를 내부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내부 비리를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에도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는 변호사 윤리 규정에 관계없이 문제 삼을 수 없게 돼 있다. 우리도 기업 내 변호사들에게 고용주인 기업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 지위를 갖는 공공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법은 제1조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기본 사명(使命)으로 규정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변호사를 판사·검사로 채용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도 변호사가 판검사와 똑같은 법조인(法曹人)이라는 틀 안에서 국민 다수의 행복과 정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공공성을 가진 전문가 단체로서의 판단과 행동을 앞세워야 그 권위도 인정받을 수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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